제102장 검보보주 (劍堡堡主)
좋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 남호였다.
"내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이번 사건에서 제법 유력한 용의자가 한 사람 있기는 있소."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햇다.
누산산이 아름다운 눈을 치켜뜨며 날카로운 음성으로 물었다.
"그게 누구죠? 빨리 말해요."
남호는 히죽 웃었다.
"누 소저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성미가 급한지 모르겠군.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면 나오려던 말도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리겠소."
누산산의 이마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하나 그녀가 채 무어라고 소리지르기도 전에 남호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조금만 잘 생각해 보시오. 이번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 중 얼굴이 준수하고 젊은 미남자에 무공이 뛰어난 인물은 그리 많지 않소.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출현한 사람은 별로 없지."
누산산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조일평에게 향햇다.
남호가 끌끌 혀를 찼다.
"그저 잘 생긴 남자라고 하면 무조건 조 소협만 생각나는 모양인데, 조 소협은 왼손잡이도 아닐뿐더러 여자를 꼬시는 점에서는 전혀 재주가 없다는 걸 내가 보증하겠소."
누산산은 얼굴이 빠ㅏㄹ개지더니 뾰족한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럼 누구를 의심하는지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란 말이에요!"
"그자는 취미사의 혈겁이 벌어진 장소에 있었을 뿐 아니라 취미사의 주지인 괸지선사와도 안면이 있는 사이요. 게다가 명문세가(名門世家)의 후손으로, 인품이 준수하고 점잖아서 장안 일대에서는 누구나가 첫 손가락에 꼽는 공자(公子)이기도 하오."
이 말에 막 화를 내려던 누산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은...... 설마 장안제일공자 이존휘가 범인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냥 단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뿐이오. 의심이 가긴 하지만, 아직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남호의 말에 놀란 사람은 비단 누산산만이 아니었다. 유화화와 금교교는 물론이고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던 백운마저도 어리둥절한 빛을 감추지 않았다.
"너는 왜 이존휘를 의심하는 거냐?"
남호는 싱겁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연덕스런 음성으로 대답했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그냥 조 소협이 현자을 제일 처음목격한 것 때문에 여기저기서 많은 의심을 받았는데, 막상 비슷한 시기에 현장에 잇었던 이존휘는 아무도 주목을 하지 않은 게 못마땅햇을 뿐입니다.
백운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입을 반쯤 벌렸다.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이존휘를 범인으로 지목했단 말이냐?"
"꼭 그런 건 아니고...... 대사님도 생각해 보십시오. 이존휘라면 매 소저도 충분히 호감을 느낄 만한 인물이고, 굉지대사와 차를 마실 정도로 친분도 있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이 일대의 지리에 정통하니 취미사에 사람을 심어 두거나, 자은사에서 불심당에 시신을 모셔 놓았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일쯤은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겠지요."
백운은 여전히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 금교교가 봉목(鳳目)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생각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막연한 것 같군요.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장안에서 얼굴이 반듯하고 세력이 있는 사람이 수십 명도 넘을 거예요. 그들 중 누구라도 용의자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들 중 취미사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이존휘뿐이오. 게다가 나는 한 가지 일로 그를 더 의심하고 있소,"
"그게 뭔가요?"
"취미사의 혈겁이 벌어진 며칠 후에 대왕루의 앞에서 개방의 장안분타주인 소방방이 급살(急煞)을 맞았소. 사람들은 독살(毒殺)당한 게 아닌가 하고 대왕루를 의심했지만, 나는 그떼 소방방이 누구를 만나기 위해 대왕루에 갓는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 말에 금교교의 얼굴이 처음으로 조금 변했다.
"내가 알기로는 소방방은 이존휘를 만나기 위해 대왕루로 간거예요."
"그렇소, 그러니 그가 그곳에서 이존휘에게 암습을 당했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지 않겠소?"
"하지만 소방방은 이존휘와 헤어진 다음에 혼자 대왕루를 벗어나다 쓰러졌어요."
"강호에서 어떤 종류의 무공은 암습을 당한 당사자도 미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소. 게다가 그런 무공은 암습을 당한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전한 자의 공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시간을 지연시킬 수도 잇소."
"당신이 말한 것은 혹시 음경(陰勁)이 아닌가요?"
"그렇소."
"하지만 이존휘가 소방방을 만난 것은 그에게서 음한지기를 지닌 장검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명문세가의 공자인 그가 무림인들이 금기시하는 음경을 익혔다는 것도 선뜻 믿어지지 않을뿐더러,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독수(毒手)를 쓴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에요."
남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스럽게 대꾸했다.
"이번 일에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요? 아마 그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할 필연적인 곡절이 있을 거요."
금교교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잇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잇기는 하군요. 하지만 이존휘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면 그의 목적이 대체 무엇일까요?"
"낸들 그걸 알겠소? 하지만 한 가지 알아볼 방법이 있지."
금교교는 급히 물었다.
"그게 뭐지요?"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는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오(낭중지추[囊中之錐]). 이존휘가 이번 일의 흉수라면 필시 마음 한구석으로 불안한 생각이 있을 거요. 그러니 세 분 소저께서 그를 직접 찾아간다면 그의 허점을 찾아낼 수 잇을지도 모르오."
금교교는 총명한 여인이므로 즉시 남호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당신 말은 은연중에 우리가 그를 의심하고 잇다는 인상을 주어서 그로 하여금 스스로 마각(馬脚)을 드러내게 하자는 것이로군요."
남호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하...... 역시 금 소저와는 이야기하기가 편하구려. 지금의 상황에서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소."
"괜찮은 생각이군요. 하지만 만일 그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 할 수 없다면...... 아니, 그가 진범(眞犯)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요?"
"그때는 그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도움을 청하는 게 순서겠지요. 그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번 일을 해결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겁니다."
금교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남호를 노려보앗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군요. 하지만 당신이 직접 해보면 그를 의심하거나 사과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거예요."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천봉궁에서 벌어진 일인데 왜 내가 나서야 한단 말이오?"
금교교는 어려운 일만 맡겨 놓고 자신은 슬쩍 발뺌을 하는 그가 얄미운 생각이 들었으나, 그의 말대로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박에 없는 일임도 알고 있었다.
하나 이존휘를 직접 만나 그를 조사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존휘와 이세적 부자(父子)는 결코 만만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적어도 장안 일대에서 이세적은 소천저(小天子)와 다를 바가 없었고, 그의 아들인 만산공자 이존휘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만에 하나 그들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뜻밖의 낭패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존휘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죠?"
남호는 히죽엇엇다.
"굳이 갈 것도 없소."
"예?"
"모레가 마침 이존휘의 모친의 기일(忌日)이오. 그날은 꼭 그가 이곳 자은사에 와서 제사를 지내곤 하오. 그러니 세 분 소저는 이곳에 편히 쉬면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거요.
* * *
장안성 전체가 들썩거렸다.
한 가지 소문 때문이었다.
━ 종남파가 재건되었다.
밑도끝도없는 그 소문이 한 줄기 바람처럼 장안성을 휩쓸어버렸다.
처음에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피식 웃고 말았다. 하나 두 번째로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半信半疑)햇고, 세 번째로 같은 소깃을 듣게 되자 그제서야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햇다.
종남파가 초가보의 습격으로 본산마저 빼앗기고 거의 존재조차 희미해진 게 벌써육 개월 전의 일이었다. 그나마 살아 남은 몇몇 제자들은 초가보의 추격을 피해 모습을 공꽁 감추어 버린터라 지난 몇 달 간 섬서성 일대에서 종남파라는 이름을 꺼낸, 사람도 거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종남파가 재건되었다니,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황당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뒤이어 들려 온 소문은 모든 이들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삼년 전에 신비스럽게 실종되엇던 종남파의 장문인이 무서운 검객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가 일단 검을 펼치면 주위가 온통 구름 같은 검영(劍影)에 휩싸이고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한다는 말이 사람들을 전율케 했다. 오죽했으면 초가보의 절정고수들인 쌍염라마저도 그의 손에 단 몇 초를 못 버티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겠는가?
한번 퍼진 소문은 일파만파(一波萬波)를 이루며 삽시간에 섬서성은 물론이고 강북무림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새로운 강자(强者)의 출현을 좋아하는 강호인들의 취향 탓도 있었으나, 강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정파 중 하나였으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종남파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기도 했다.
초가보에서 벌어질 강북삼보의 회동(會同)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이번 사건으로 가뜩이나 취미사의 혈겁 때문에 소란스러운 섬서성이 온통 뜨겁게 끓고 있는 주전자 뚜껑처럼 시끌벅적해졌다. 모든 사람들은 초가보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먹구름이 점차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중원의 모든 눈과 귀가 장안으로 집중되었다.
하나 그들 중 이번 일의 여파가 어디에까지 미칠지 정확히 예측하고 잇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초가보는 장안의 서쪽, 감하진(甘河鎭)과 악현(鄂縣)의 중간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십이 년 전, 악현에서 오 리(五里)쯤 떨어진 산자락 밑에 하나의 장원이 세워졌다. 장원을 세운 사람은 삼십대 중바느이 초관이란 사람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강호에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나 그는 불과 삼년도 되지 않아 초가보를 섬서성 일대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세력으로 만들어 놓았다.
당시 초가보 부근에는 쌍하보(雙河堡)와 금륜장(金輪莊)이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쌍하보는 백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명문(名問)이었고, 금륜장은 생긴 지는 십여 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장안 일대에서는 명망(名望)이 대단한 문파였다. 특히 금륜장의 장주(莊主)인 금륜군자(金輪君子) 고소명(固召命)은 장안 뿐 아니라 섬서성 전체에서도 내노라하는 뛰어난 고수였다.
초가보는 이년 만에 쌍하보를 무너뜨렸고, 다시 일년 후에는 금륜장마저 무너뜨려 장안 서쪽 일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금륜장과의 싸움에서 초관은 처음으로 강호인들 앞에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는데, 그때 그는 불과 십 초만에 금륜군자 고소명명을 격퇴시켜 세일들을 경악케 했다. 당시 그의 신법(身法)이 어찌나 빨랐던지 자신의 성명절기(盛名絶技)인 금륜구절(金輪九絶)을 모두 펼치고도 그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햇고, 초관은 단 한 번의 반격으로 고소명의 오른팔을 부러뜨렸다.
그 후로 사람들은 그를 무영신군(無影神君)이라고 불렀다.
쌍하보와 금륜장을 무너뜨린 후 초가보의 기세는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하여 단숨에 섬서성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초관은 끊임없이 고수들을 포섭했고,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충하여 점차로 주위 다른 문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엇다.
그리고 마침내 육 개월 전에는 강호의 오랜 명문정파이자 한때는 구대문파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던 종남파마저 무너뜨리려 천하를 경동(驚動)케 했던 것이다.
현재의 초가보는 누가 뭐라 해도 섬서성에서 화산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문파였다.
그들의 휘하 세력은 수백 명에 달햇으며, 강호에 이름이 알려진 고수만 해도 백 명에 가까웠다. 특히 그중에서도 삼대공봉(三大公奉)과 오대호법(五大護法), 사패와 칠객 등은 강호의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절세의 고수였다.
하나 초가봉의 고수들 중 가장 무서운 사람은 따로 잇었다. 그 사람은 비록 남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나, 무림인들은 초가보애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롭고 두려운 존재로 그 사람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바로 초가보의 수석총관인 소면호리 악종기였다.
악종기가 언제부터 초관의 수하로 들어오게 되엇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튼 쌍하보와 금륜장을 무너뜨릴 때도 그는 초가보의 총관이엇으며,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줄곧 초가보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다시피 했다. 초가보에서 강북삼보의 회동을 연다는 야심 찬 계힉을 세운 것도 그였고, 실제로 그 계획을 추진하여 성사시킨 사람도 그였다. 그래서 무림인즐 중에는 초가보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자는 보주인 초관이 아니라 총관인 악종기일 것이라고 떠드는 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 * *
마차는 화려했다.
잡털 하나 섞이지 않은 흑마(黑馬) 여덟 필이 끌고 있는 마차의 주변 장식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단목(紫檀木)을 직접 파서 구름 위를 비상하는 용(龍)을 조각한 것으로, 마차의 윗장식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조각이 어찌나 정교하던지 금시라도 조각 속의 용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2012. 7. 15 (일) 07:21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如意珠)는 진짜 묘안석(猫眼石)으르 박은 것이었고, 용의 전신을 덮고 있는 비늘 하나하나마다 금도금을 해서 그야말로 호화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차의 문에 달려 있는 주렴(珠簾) 또한 특수한 것이어서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어도 밖에서는 아무리 안력을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마부석에는 체구가 건장하고 두 눈에 정광(精光)이 번뜩이는 초반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는데,그의 허리춤에 매어져 잇는 붉은빛이 영롱한 정검과 강렬한 눈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마차가 멈추자 마부석의 중년인은 민첩한 동작으로 마차 앞으로 내려와서 나직하면서도 침착한 음성으로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주렴이 걷히며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마차 밖으로 나온 사람은 청삼(靑杉)을 걸치고 키가 훤칠한 사십대 후반의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의 두 눈은 유난히 맑았고, 신광(神光)이 안으로 잘 갈무리되어 있었다. 허리춤에는 고색 창연한 장검을 차고 있었는데, 중년인의 탈속(脫俗)한 듯한 기상과 몸시도 잘 어울려 보였다.
청삼중년인 앞으로 몇 명의 인물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가장 앞에서 그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하는 사람은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머리가 반백(半白)인 백의중년인이었다. 청삼중년인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초가보의보물이라는 악종기로군. 반갑네."
악종기는 입가에 조용한 미소를 매달았다.
"보물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원로(遠路)에 불편함은 없으셨는지요."
"그런 일은 없었네. 그런데 내가 처음 온 건가?"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오늘 안으로 오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청삼중년인은 한차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딸아이가 먼저 왔을 텐데 안 보이는군."
악종기의 음성이 갑자기 은근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점에 대해서 보주(堡主)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청삼중년인은 악종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이곳에서는 말씀드리리가 어렵군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청삼중년인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히 서 있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부석에 앉아 있던 중년인과 마차 뒤를 따라왔던 몇 명의 인물들이 그의 뒤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들의 행동은 부드럽고 유연한 가운데 절도가 있었으며, 동작에 한점의 머뭇거림이나 흐트러짐이 없어 은은한 기품을 느끼게 했다.
악종기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보(검보)의 고수들은 부앙불괴(俯仰不愧)하고 오상고절(傲霜孤節)하여 능히 개개인이 한 마리 학(학)과 같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군.’
부앙불괴란 굽어보나 우러러보나 브끄럽지 않다든 뜻이고, 오상고절이란 서릿발 속에서도 홀로 꿋꿋하게 절개를 지킨다는 뜻이었다. 무인(武人)들에게는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었으나, 그들에게는 썩 잘 어울려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야말로 하북(河北)의 이름 높은 문파이며 강북삼보 중 하나인 검보의 고수들이며, 청삼중년인은 검보의 당대 보주인 검기일소(劍氣一宵) 서문장천이었던 것이다.
서문장천이 수하들을 대동하고 초가보에 도착한 것은 삼보회도응 ㄹ이틀 앞둔 어느 흐린 가을날이었다.
초관의 악종기에 대한 신임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이번의 삼보회동에 관한 모든 일을 그에게 일임하고 잇었다. 악종기는 검보와 삼월보 고수들의 숙소를 후원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에 마련했다. 그곳은 주위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차단되었고,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곳이어서 검보와 삼월보의 고수들도 숙소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특히 검보의 보주인 서문장천의 숙소는 모두 세 개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잇어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수월할 뿐 아니라 하나같이 정갈하면서도 고아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중앙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과 작은 연못이 잇어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서문장천은 눈이 높고 성격이 까다로운 인물이었으나 자신의 숙소를 둘러보고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이군. 이곳은 원래 누가 묵던 곳인가?"
악종기는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해청(海淸), 해 대협(海大俠)이 잠시 묵긴 했습니다만, 달포 전에 그분이 따로 집을 얻어 나가시고 그 뒤로는 비어 있었습니다."
서문장천의 칼날같이 쭉 뻗은 검미(劍眉)가 한차례 꿈틀거렸다.
"천왕도(天王刀) 해청 말인가?"
"그렇습니다."
"해청은 어느 문파에도 속하지 않고 세외(世外)를 떠돌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잇다니 뜻밖이군."
"원래 해 대협께서는 한곳에 머물러 있기를 싫어해서 한 마리 고학(孤鶴)처럼 정처 업싱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셨으나, 저희 보주임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본보(本堡)에 안주하시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저희들로서는 그분이 본보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문장천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천왕도 해청은 한 자루 칼에 의지하여 수십 년 간 강호를 죙횡(縱橫)하던 일세(一世)의 도객(刀客)이었다. 그의 칼 솜씨는 능히 강호일절(江湖一絶)이라 할 만하며, 무림구봉 중의 도봉(刀峯)인 금도무적(金刀無敵) 양천해(梁天解)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서문장천은 해청이 초관의 거듭된 초빙에 마음이 움직여 초가보로 왔다는 소문을 얼핏 들었으나, 그동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으니 새삼 초가보의 방대한 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초관은 무슨 수를 썻기에 부평초처럼 떠돌리를 좋아해서 누구도 붙잡을 수 없다는 해청의 발길을 잡아 놓은 것일까? 그리고 해청같이 초관의 설득에 엄어가서 초가보에 포섭된 고수들은 또 얼마나 되는 것일까?
서문장천이 별다른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자 악종기는 신중한 눈으로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서문장천의 얼굴은 담담했고, 눈빛은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어 눈치가 비상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악종기로서도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서문장천의 아니는 올해 마흔여덟.
그의 아버지는 하북성이 배출한 최고의 검객인 서문동회엿다.
대대로 서문세가(西門世家)는 팽씨가문(彭氏家門)과 함께 하북성을 대표하는 명문세가로널리 알려져 있었다. 서문세가는 검술로 명성을 떨쳤고, 팽씨가문은 도법(刀法)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서문동회가 서문세가의 가주가 된 이후 서문세가의 가세(家勢)가 급격하게 번성하여 하북성(河北省)의 패자(覇者)로 군림하게 되었다. 서문동회이게 검왕(검왕)이라는 별호가 붙고 세문세가가 검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나중에 서문동회는 검도(劍道)의 보다 높은 경지를 깨우치기 위해서 가주의 지위를 큰아들인 서문장천에게 인계하고 자신은 은퇴하여 강호무림을 술렁이게 했다.
그때 서문장천의 나이는 서른일곱이었다. 아직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잇는 한창의 나이에 검보의 보주가 된 서문장천은 놀라운 역량을 발휘하여 검보의 명성을 하북성뿐만 아니라 강호 전역에 널리 떨쳤다. 그리하여 마침내 검보는 구대문파를 제외하고는 강북무림에서 세 손가락 안네 꼽히는 거대 세력으로 성장하게 되 ㄴ것이다.
강호에 널리 알려진 서문장천에 대한 소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가 평상시에는 더할 나위없이 군자(君子) 중의 군자이지만, 일단 화가 나면 설사 친혈육(親血肉)이라 해도 서슴없이 베어 버리는 냉혹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것이고, 둘째로 그가 검보의 보주에 오른 이후 아직까지 그의 손에서 삼 초(三招)이상을 받아낸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간호인들 중에는 그가 부친인 서문동회보다 오히려 강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악종기는 강호의 소문이 정확한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서문장천은 비단 냉혹할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침착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조금 전에 그의 딸의 신상(身上)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넌지지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문장천은 방에 들어온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점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 악종기는 자신이 먼저 말을 꺼네지 않는다면 서문장천은 절대로 자기 입으로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문장천은 슬하에 일남일녀(一男一女)를 누었다. 그중 아들인 서문종방(西門宗方)은 어려서 기인(奇人)에게 무공을 전수 받기 위해 집을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은 오직 서문연상뿐이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딸의 안위에 대해 이토록 무관심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자치시 그 일로 약점을잡힐 것이 두려운 것일 게다.’
악종기는 서문장천의 표정을 살피며 신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보주님께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려드려야 하라 것 같습니다."
서문장천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말하게."
"사실은 서문 소저께서 며칠 전에본보를 나가신 뒤로 돌아오시지 않고 계십니다."
서문장천은 여전히 담담한 모습이었다. 놀라거나 충격을 받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룔검 위 대협께서 사람을 풀어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하자 사흘 전에야 비로소 제게 사실을 말하고 서문 소저를 찾아 달라고 부탁을 햇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밀리에 수하들을 장안 일대에 파견했는데, 어제 비로소 한 가닥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
"서문 소저는 장안 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존휘를 만나서 동행이 되엇던 모양입니다."
처음으로 서문장천이 나직하게 되물었다.
"이존휘라면 이세적의 아들 말인가?"
"그렇습니다. 처음 두 사람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이번에 혈겁이 벌어진취미사인데, 그곳에서 마침 혈겁을 처음 발견한 일검혈견휴 조일평을 만난 것 같습니다. 그후에 두 사람은 함께 사라졌는데, 다음날 대왕루에서 두 사람이나란히 식사를 하고 잇는 광경을 목도한 사람이 있습니다."
서문장천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악종기는 그가 별다른 대꾸가 없자 다시 말을 이었다.
"대욍루에서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각자 헤어졌는데, 드 뒤로 서문 소저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이틀 후 성의 남쪽에 잇는 후미진 주루 부근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주루로 들어가서 식사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날 오후부터 그 주루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문장천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언가 다른 생각에 골몰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이후 서문 소저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몇 사람을 보내 그 주루에 대해 조사해 보앗습니다. 주루의 주인은 정산이란 자인데, 이대(二代)째 그 자리에서 주루를 경영하고 있는 토박이입니다. 특별히 음식 맛이 뛰어나거나 장사 수단이 좋은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안면 있는 자들이 들락거려 그럭저럭 운영해 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 "
"서문 소저가 그곳에 간 이후, 정산은 그날 저녁에 황급히 가게문을 닫앗고, 그 뒤로 종적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주루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여기저기에 싸움의 흔적이 있고, 뒤뜰에는 무언가를 파낸 듯한 구덩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악종기는 서문연상이 그 주루에서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 같은 건 아예 입 맊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냥 자기가 조사한 사실만을 침착한 어조로 말했을 뿐이었다.
"그 주루에서 누가 싸움을 벌였는지, 그리고 어떤 인물들이 묵고 있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단지 주위 사람들 말로는 며칠 전부터 서너 명의 인물들이 자주 찾아와서 식사를 하곤 햇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자들에 대한 정체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악종기의 말을 듣고 난 서문장천은 허공을 응시한 채 생각에 잠겨 잇더니 잠시 후에 특유의 무덤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일로 자네를 번거롭게 했군."
"서문 소저의 행방을 좀더 확실하게 알아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게 어디 자네 탓인가? 아무튼 딸아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제 자네는 신경 쓰지 말게."
"알겠습니다."
악종기는 그에게 편히 쉬라는 인사를 남기고 물러났다. 서문장천은 묵묵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더니 그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악종기가 나간 문의 반대편에 있는 방문이 소리없이 열리먀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눈부신 백의(白衣)를 걸친 삼십대 초반의 유생(儒生)이었다. 백의유생은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하고 말라서 다소 병약(病弱)해 보였으나,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상당히 준수한 얼굴이었다. 그는 손에 작은 섭선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습관인지 계속 그 섭선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었다.
"악종기의 말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그의 음성 또한 얼굴만큼이나 낮고 가늘어서 귀가 밝은 사람이 아니라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였다.
"상아(霜兒)의 실종이 그와 연관된 것은 아니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악종기는 몸시 신중한 사람입니다. 쓸데없이 사건을 일으켜 일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누구의 소행이라고 보는가?"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아가씨께서 목격한 취미사의 혈겁에 대한 여파일 수 있습니다."
서문장천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해천팔검 세 분이 노주(老主)의 지시를 받고 장안에 온 것이 엿새 전입니다. 그분들이익소에 오셨다면 아가씨와 만났을 확률이 높은데, 그분들의 행적 또한 묘연한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자네는 그들이 이미 변(變)을 당했다고 샌각하나?"
백의유생의 얼굴이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맘큼 살짝 끄덕여졌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순리(順理)입니다. 다른 이유로는 그분들이 아직까지 전혀 소식을 보내 오지 못하고 있는 게 설명이안 됩니다."
"그렇다면 상아도 역시...... "
"그건지금 상황에서 속단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서문장천은 잠시 침음하더니 다시 물었다.
"자네의 두 번째 생각은 무엇인가?"
"아가씨께서 그 뒤로도 계속 이존휘와 동행하여 함께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악종기가 알아내지 못했을 리 없으므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존휘에게 사람을 보내 확인해 볼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세 번째는?"
아가씨께서 취미사의 혈겁이 아닌 전혀 다른 일에 휘말렸을 수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일이라면?"
"악종기가 말한 그 주루에서 무언가 에상치 못햇던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자만 보다 자세한 것은 제가 직접 그곳을 다녀온 후에야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문장천은 허공을 응시한 채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윽고 조용하면서도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상아의 행방도 중요하지만 이번 삼보회동에 비할 수는 없네. 자네는 삼보회동에 전념하고, 이번 일은 포촌성(包天星)에게 맡기도록 하게."
백의유생은 무어라고 말하려고 하더니 알 듯 모를 듯한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숙였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서문장천의 음성이 더욱 나직해졌다.
"그리고 위소룡을 불러오게."
백의유생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의 한숨이었다.
그는 서문장천의 마음속에 분노가 솟구칠 때만 이런 음성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소룡이 비록 검보의 오래된 수하이고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번 일로 호되게 경을 칠 게 뻔했다.
백의유생, 서문장천의 최측근 수하이며 검보쌍기(劍堡雙奇) 중 일인인 소일서생(消日書生) 사공언(司空彦)은 공손하게 머리르르 조아리고 천천히 방을 빠져 나왔다.
계속《 제103장 심야논쟁 (심야논쟁) 계속 》
낭중지추 [囊中之錐]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잘보고 있습니다.
즐감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밋습니다
무협소설이나 추리소설등을 읽은 재미가 솔솔했는데 요즘 글이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되도록 재밋는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좋아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