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고시조 현대시조
성격
노래 가사의 일종으로 발달-일정한 전문 작가가 없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어짐
노래 가사는 면을 벗어나 명확히 詩라는 의식 하에 씌어짐-일정한 작가(시인)들이 지음
종류
중시조, 엇시조, 사설시조(시조창)
평시조(단형시조)가 대중을 이룬다
비교
유교적 이념에 의한 관념적인 주제
일반적 상투적인 내용(충의, 회고, 절의 등)
현대시의 기법을 도입함
자연과 인생에 대한 풍류, 또는 달관을 노래함
감각적이고 사색적인 내용
나라 정치에 대한 내용이 많음
제재를 현실화
음악으로 부를 때 가곡창과 시조창으로 나뉨
파격적임
대부분이 단시조이면서 장별 배행 시조임
배행의 시조가 많음
종장 첫 구에 상투적인 감탄사가 많음
순수한 우리말을 많이 사용
제목이 없음
제목이 반드시 있음
대부분 작자 미상
작가가 분명함
<용어>
-은율: 운문에서 행을 이루는 단어의 배열과 리듬감
-율격: 일정한 구조의 지속되는 소리의 질서
-보격: 한 행의 운율 형태
-음수율: 일정하게 되풀이 하는 운율
-음절수: 언어의 글자의 수
-가락: 리듬의 흐름
-운문: 언어 문자 배열이 일정한 운율
-외재율: 겉으로 들어나 일정한 음격에 의하여 생긴 운율
-내재율: 시에서 들어나지 않고 숨은 형태로 깃들어 있는 운율
#고시조에 얽힌 역사 이야기
역사적 배경을 통해 시조를 읽는다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임제(1549~1587년)
이 조선시대의 유명한 한량 임제(1549~1587년)이다. 그는 서북도 병마평사로 부임 가던 길(1583)에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던 기생 황진이(서경덕, 박연폭포)의 무덤을 찾아 삭탈관직을 당함.
당시 기생이란 '노류장화路柳墻花'로 불리던 천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법도를 무시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었기에 규율을 중시하던 양반 선비들이 그와 사귀기를 꺼려했으며, 그도 남에게 구속받는 것이 싫어서 시가와 풍류를 즐기며 명산을 찾아 돌아다녔다. 술과 여자를 가까이한 인물로, 당시 그를 모르는 조선의 기생은 기생 축에 들지도 못했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무쳤난이
잔盞자바 권勸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 하노라
이런 일이 조정에 알려지자 당연히 임제는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을 당하고 만다. 35살에 어쩌다 잡은 벼슬길인데, 그는 찾아온 기회마저 스스로 발로 찬 셈이다. 그는 늘 거문고와 피리, 그리고 칼을 지니고 다녔다고 알려졌는데, 그의 아버지가 절도사를 지낸 유명한 무인 출신인지라 칼을 항상 지닌 듯하다. 아쉽게도 그는 39살에 요절한 조선 최고의 풍류 꾼이었다.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을 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르면 무엇하랴 지금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이는 고죽 최경창의 <송별送別>이란 한시다. 고죽은 기생 홍랑에게 난초를 주며 이렇게 한시를 지어주었다. 이는 예전에 홍랑이 묏버들을 주며 그에게 시조를 지어주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답가였다. 이 한시에는 살아생전 이제는 다시 못 만날 것을 예감한 고죽의 애타는 심정이 잘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신분과 나이 차를 극복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다.
기생 홍랑은 황진이, 이매창과 더불어 조선 3대 기생 중의 한 사람이다. 홍랑은 어떤 인물일까? 어린 소녀가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상태가 위독하자 집에서 80리나 떨어진 용한 의원 집을 걸어서 찾아갔다. 효심에 감동한 의원은 바로 그녀를 나귀에 싣고 그녀의 집에 당도해 보니 이미 어머니는 숨져 있었다. 천애의 고아 신세가 되자 의원이 그녀를 거두어 친딸처럼 아끼며 공부를 시켰다. 양부모의 지극한 보살핌과 천부적인 시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늘 어두웠다. 결국 양부모를 떠나 기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12살, 그녀는 함경도 경성 땅의 관기가 되었다.
고죽 최경창이 경성에 발령받아 부임했을 때 홍랑이 그를 시중들었다. 고죽은 학문과 문장이 뛰어난 인물로 이미 그 명성이 중국에까지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조선 중기의 팔문장八文章에 손꼽히는 인물이 시적 재능이 뛰어난 어린 기생을 만났던 것이다. 당시 고죽의 나이 34살, 홍랑은 겨우 12살이었다. 그럼에도 고죽은 교육을 받아 품위를 갖춘 어린 기생과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임기가 곧 끝나 다음 해에 서울로 떠나게 되자 이별이 아쉬웠던 홍랑은 영흥까지 따라나섰다가 여기서 결국 이별하게 되었다. 이별 후 비 내리는 늦은 밤 묏버들을 꺾어 한 수의 시조를 인편에 고죽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는 창창박긔 심거주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님을 그리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런 홍랑이 아니었다면 고죽의 작품이 지금까지 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7년 간의 임진왜란으로 전국토가 왜인들에 의해 황폐화되고, 여자들이 능욕을 당하던 그 긴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아 고죽의 작품과 유품들을 고이 간직할 수 있었을까. 사랑의 힘은 정말로 대단하다. 홍랑이 끝까지 지켰던 고죽의 작품들은 지금 <고죽집>이라는 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에 위치한 홍랑의 무덤
초당草堂에 일이 업서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려타니
문전門前에 수성어적數聲漁笛이 잠든 날을 깨와다
초당에 할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잠이 들어 태평성대를 누렸던 세종조의 시대를 꿈에서나 보려고 하였더니 문 밖에서 나는 어부들의 피리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는구나
얼핏 이 시조는 한가한 자연의 풍경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거문고를 베고 누워 낮잠을 자는 한가한 선비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맛을 알려면 이 시조의 작가를 알아야 제한다. 작가는 바로 사육신 중의 한 사람 유성원이기에 이는 일종의 저항시인 셈이다.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을 비난하는 속셈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모른다면 작가가 한가하게 자연의 풍경을 그린 시라고 평가할 것이다.
가마귀 검은아 단아 해海올이 희나 단아황黃새다리 긴아 단아 올희다리 기쟈른아 단아평생平生에 흑백장단黑白長短은 나는 몰라 하노라
까마귀 검든지 말든지, 해오라기가 희든지 말든지황새 다리가 길든지 말든지, 오리의 다리 길이가 짧든지 말든지평생에 검고 희고 길고 짧음은 나도 몰라 하노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표현이 바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당쟁黨爭으로 500년 세월을 허비한 조선이나 지금의 한국 정치판이나 똑같다. 추태를 보이는 국회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한다. 국민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행동뿐이다. 똑같은 일을 두고 자기네 당이 추진하면 잘하는 것이고, 다른 당이 추진하면 트집을 잡는다.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말바꾸기가 극에 달했다. 남이 하면 불통이라며 화합은 뒷전이고 오직 대통령 한번 해 먹겠다는 생각뿐이다. 낡고 낡은 조선시대의 유물이 아직까지 내려오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위 시조엔 까마귀, 해오라기, 황새, 오리 등 네 마리의 동물이 등장한다. 까마귀는 검은 짐승의 대표이며, 해오라기도 겉은 희지만 속 검은 음흉한 짐승으로 표현되고 있다. 황새와 오리는 평범하지만 이 또한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서로 자기들만 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꼴사나운 모습이다. 종장을 보면 작가 또한 시시비비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렇듯 정치는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곳이라 서로 물어뜯고 상대를 끌어내리려고 안달이다. 이런 정치색을 띄는 시조의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오직 무명씨이다. 얼굴 없는 네티즌이다.
윤선도의 향취가 남아있는 보길도 세연정
내 버디 몃치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이는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중 첫 번째 수인 '서시序詩'다. 그의 벗은 물, 돌, 소나무, 대나무에다가 달까지 다섯이라고 고백한다. 윤선도의 유배생활은 총 18년이나 된다. 자연과 함께 지내다 보니 사람보다는 자연이 더 믿을 만한 친구라고 느낀 것 같다. 특히,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경우 이런 마음이 더할 것이다.
그는 첫 번째로 '물'을 꼽는다. 구름처럼 먹구름이 되지도 않고, 바람처럼 불엇다 그치는 변덕쟁이도 아닌,늘 한결같이 흘러내리는 물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있다. 다음엔 '돌'을 꼽는데, 그 이유는 꽃은 피자마자 지고, 바람 불면 꽃잎이 떨어지고, 계절이 바뀌면 시들지만 돌은 변함없이 한
결 같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나무'를 꼽는데, 이는 아무리 추워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모습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어서 '대나무'를 꼽는데, 사계절 내내 푸른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이하고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달'을 꼽는데, 이는 캄캄한 밤중에 온 세상을 밝게 비추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그 시조를 읽다보니 나의 참된 벗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출처] 고시조에 얽힌 역사 이야기|
# 현대시조의 매력에 빠져보자
-현대시조 작품 감상과 즐기기/시조시인 문제완
현대시조는 일반적으로 고시조와 대비되며, 또한 현대시의 탄생과 연계하여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현대시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시조의 일반적 이해와 격조 높은 시조 작품을 감상해 보자. 그리고 정형성과 음보 등 현대시조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인가를 초점으로 필자의 창작경험에 비춰 그 내용을 설명한다. 시조에 어떤 매력을 담을 것인가란 과제 또한 아울러 본다.
1. 시조는 오랜 역사를 거쳐 진화했다
우리나라 정형시인 시조는 고려 말부터 형태가 완성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시조(時調)라는 명칭은 조선 후기에 널리 쓰이게 되었으나, 원래 ‘時節歌調’라는 용어를 줄여 時調라 한 것이다. 이는 새로 유행하는 노래를 뜻했고, 고려 말 이방원의 <하여가>나 정몽주의 <단심가>를 비롯해 최영 등 많은 이들이 시조 작품을 남겼다.
기원설은 여러 학설이 있으나 무당의 노랫가락에서 생겨났다는 의견, 향가에서 나왔다는 의견, 「정읍사」와 같은 형식에서 나온 노래라는 의견, 한시를 번역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의견, 고려 가요에서 기원했다는 의견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고려 가요가 사라지고 길이가 짧아지면서 시조가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조는 고려 말에 형태가 완성되어 조선 시대에 널리 창작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0년 동안은 시조가 가장 발달했던 때이다. 양반들 사이에서는 전쟁 이전처럼 자연의 아름다움, 유교적인 충성심을 노래하는 내용이 계속 발전하였다.
* 조동일 (서울대 교수) - 한국문학통사 ‘시조’ 편과 인터넷에서 내용 참조
2. 고시조와 현대시조의 구조적 차이점
현대시조는 고시조에 대비된다. 곧, 1919년 전후부터의 시조 작품을 말하며, 고시조의 율격인 77·77·8(9)7조의 정격(正格)을 기준으로 하여 현대어로 현대 감각 및 현대 생활 등을 묘사 표현한 시조를 말한다. 제재를 현실에서 많이 구하고, 이미지 또는 상징 등은 현대시의 기법과 비슷할 수 있다.
현대시조는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고 고시조에 비해 제목을 붙이며 고유한 우리말을 선호한다. 연시조의 형태가 많아졌으며, 자유시처럼 다양한 행갈이 형태로 쓰는 경우도 많다.
3. 현대시와 현대시조는 어떤 점이 다른가 ?
현대시조는 현대시와 함께 이른바 1900년대의 개화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현대시의 경우는 잘 알려져 있듯이 서구시의 도입과 그 영향 아래 정형성을 고려하지 않는 자유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엄격한 율격의 한시나 자체의 율격을 지닌 고시조에 비해 현대시는 문자 그대로 자유롭게 서술한 표현구조다.
현대시조가 범고창신의 방법으로 외형적 정형성뿐만 아니라 내용상에 있어서도 정형성을 내포한 의미구조를 부각시킨다면 현대시와의 변별성을 가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대시조는 현대시와 변별성을 가진 한국시로서의 한 장르의 위상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시조가 가지고 있는 내적 의미구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조는 그 내적 구조상 최소한의 의미단위가 이루어지는 구수율을 지니고 있으며, 전체 12음보의 음보 율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시조는 이미 율격상의 체제는 완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3장 6구 12음보의 외형율이 고착되어 있는 만큼 앞서 논술한 내적 의미구조의 체계를 시조의 기본적인 의미율로써 정립해 나간다면 외형과 내용면에서 현대시와의 확연한 경계선이 그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박제천 (경기대 교수) - 현대시와 현대시조의 의미구조 탐색에서 부분 발췌
4. 시조는 율격을 모티브로 한 정형시다
김미정 시조시인은 시조의 정형성에 대해 틀 안에서 잘 움직였을 때 희열을 즐긴다고 말한다. “시조의 형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안 된다.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 그 안에서 활달하게 시어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러우면서 고급스럽게 정형을 다져 넣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다.”라는 것이다.
백승수 시조시인은 “시조는 기본적인 음수율을 갖은 율격구조이되, 한국고유의 전통성을 지닌 정형시다. 율격적으로 혼성율격인 성질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으로 초장, 중장, 종장의 음보마다 글자 수를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반드시 3자라야하며 제2음보는 5자 이상 8자까지여야 한다. 총 글자수는 40-50자 범위를 가진다”고 정리한다.
시조는 율격에 기대어 창작되어야 하며, 현대시조는 율격의 정형성을 구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조가 낭독의 자료이며 현대시조 이를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가 시조시인들의 과제가 되고 있다.
5. 현대시조의 매력 있는 작품을 감상해 보자
현대시조에는 어떤 매력이 담겨 있는지 작품 감상을 통해 알아본다. 시조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배우는 사람은 시 창작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요즈음 평소 시조에 관심 없을 것 같은 현대 자유시인들 조차도 시조를 쓰거나 시집을 내며 시조의 매력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필자가 읽은 최근 몇 작품을 감상해 보자.
1) 어린이도, 어른도 함께 쓰는 동시조의 매력을 알아본다.
현대시조에 중흥기를 만들고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조를 다수 지은 백수 정완영 시조시인은 제자들에게 시조 작법을 알려 주셨다. ‘쉽게 쓰되 중첩어를 절묘하게 활용하라,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하라. 그리고 한시漢詩와 사찰과 향교의 주련을 잘 읽어 활용하라’는 주옥같은 말씀을 주셨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보는 이도 없는 날에
푸른 산 뻐꾸기 울고 감꽃 하나 떨어진다
감꽃만 떨어져 누워도 온 세상은 환하다.
울고 있는 뻐꾸기에게, 누워 있는 감꽃에게
이 세상 한복판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기가 그 자리라며 감꽃 둘레 환하다
- 정완영 「감꽃」 전문
저자 백수 정완영 시조시인은 2016년 별세하여 백수를 사셨다. 가곡과 가요에서 가사가 된 명작을 다수 남기신 분으로, 어린이를 사랑하여 동시조를 다수 남기셨다. 정완영 선생님은 시조단은 물론 모든 문학인 후배들의 귀감이 되신 분이다. 시를 쓰는 시인이라면 그의 작품세계에 한 번 쯤 빠져볼만한 하다.
이 작품의 제제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흔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감꽃을 찾아서 ‘감꽃 둘레가 환해 진’ 자태를 그린 시조다. '이 세상 한 복판은 감꽃이 있는 둘레‘라 노래한 쉽고 재미있는 동시조다.
2) 단수 시조 매력과 행갈이의 재미를 찾아보자
시조는 3장 6구의 짧은 단수시조와 2연 이상의 연시조가 있다. 현대시조의 본령은 단수 시조다. 함축이 가능한 내용이면 단수로 창작하되, 특히, 시조에 초입자 경우 단수 시조로 시작하여 작품을 제대로 쓸 수 있을 때 연시조를 쓰면 좋겠다. 현대시조의 대가들은 단시조의 압축미를 통한 산만하지 않은 시조 창작을 권하고 있다. 또한 단시조 특집을 싣는 잡지나 단시조 시조집을 내는 애호가가 많다. 단시조의 매력을 보기 위해 필자의 작품 한 편을 소개한다.
목젖을 치고 나온
불현 듯, 돌발 돌출
번개 치듯 잘라내는
금기의 말씀 있어
아찔한
목숨이 된다
들숨 날숨
멈추고
- 문제완 「사레」 전문
위 시조는 단수시조를 작품 분위기에 맞게 음보 단위로 행갈이를 한 예다. 초장과 중장을 2행으로 종장을 4행으로 행갈이를 하였다. 음보 단위로 율독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작품의 긴장미를 돋울 수 있는 장치로 행갈이를 시도한 것이다. 시조의 율격과 자유시의 분위기를 주는 재미를 동시에 갖게 하는 의미가 있다. 단수시조는 짧은 자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촌철살인의 형식이다. 45자 내외의 강한 울림이 있는 단수시조의 매력을 빠져보자.
3) 사설시조에서 시조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보자
사설시조의 특징에 대해 윤금초 시인은 1) 서사구조 2) 복선 3) 극적 요소 4) 걸쭉한 입담 5) 웅장한 스케일 6) 판소리의 아니리조 7) 갈등 구조 8) 풍자 정신 9) 쉬어가는 대목 10) 종장의 대반전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사설시조의 매력은 산문시를 뛰어넘는 문장의 긴장감 유지와 압축과 생략의 미학을 추구하는데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사설시조 한 편을 감상해 본다. 특히, 다음 사설시조 1연 중장부분에 사설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주목해 보자
노란색 스쿠터를 몰고 나간 다방 언니
상점마다 굳게 다문 입을 열어 파릇한 아침 공기를 마신다 지난밤에 취객이 쏟아놓은 비린 것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 전봇대에 낡은 양복 걸어둔 채 심해에 가라앉아 산란을 꿈꾸던 사내도 도망친다. 바람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읍엔 빈 소문들이 무성하다
소읍의 삼거리 지나며 또 바람소릴 듣는다
허기진 배 움켜쥐고 애기 나누고픈 철물점과
간판이 너덜거리는 역전 광장 이발소와
언니는 버스 터미널까지 물음표를 찍고 온다
노란색 스쿠터가 거리를 달릴 때면
끝내는 어지러워, 날갯빛이 노랗다
더듬이 힘들게 세운 노랑나비 우리 언니
- 박현덕 「스쿠터 언니」 전문
이 시조를 쓴 시인의 눈빛은 일상에 곤고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향한다. 예컨대, 노동자, 접대부, 다방 여종업원 같은 애잔한 존재들이다. 그들 현장은 포장마차나 다방, 윤락촌 같은 고달픈 현장이다.
이 작품은 사설시조와 정형시조가 공존한다. 그 주인공의 아침을 묘사하기 위해 '사설'이 필요했으리라. 고단한 인생이나 간밤에 술 취한 이들의 아침은 속 쓰린 허기다. 이른 새벽, 스쿠터 언니는 물음표를 찍으며 터미널까지 다녀온다. 시인은 애잔하고 슬픈 '노랑나비 우리 언니'를 짠하게 바라본다. 그 애잔한 빛이 노랗다. 개울가 개나리도 노란 빛이 진해질 만큼 고달프고 걸쭉한 이런 이야기는 사설시조로 엮어보면 그 만큼 매력이 풍성해 질 것이다.
사설시조는 현실을 풍자하거나 작가가 생각하는 상황이나 감정을 더욱 절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쓴다. 실생활에서 소재를 동원하여 비유하고 상징함으로써 진솔한 감정을 생동감 있게 그리는 특성이 있으며 주로 중장에서 사용한다.
4) 연시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아보자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잔 본 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 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 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는 가시연 붉은 꽃대
나이마저 잊어버린 침잠의 세월이래도
말조개 뽀글거리고 장구애비 헐떡인다
누가 알리 저 늪 속 같은 여자의 마음
물옥잠 생기가래 물풀 마름 드렁허리
제 안을 정화시켜 온 눈물 보기나 했으리
칠십만 평 우포여자는 오늘도 순산이다
쇠물닭 홰친 자리 물병아리 쏟아지고
안개비 자궁 속으로 삿대 젓는 목선 한 척
- 권갑하 「우포 女子」 전문
최근 숙독한 현대시조 작품 중에 '우포 女子'의 우포는 경남 창녕에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늪지이다. 또한, 우포는 람사에 가입하여 국제적인 관심과 보호를 받고 있는 환경 친화적인 곳이다. 시인은 우포를 '질펀하게 누워 있는 여자'로 의인화하여 시의 시작부터 여성성을 강조하고, 야생화와 곤충들이 자유로이 숨 쉬는 공간을 만든다.
우포 女子는 '질펀한 여자', '오지랖 넓은 여자', '촉촉한 여자'다. 그 여자는 '생살 찟는' 고통으로 '가시연 붉은 꽃대'가 된다. 그 아픈 세월을 물과 자연으로 침잠하여 자기를 정화하고 순산하는 해피엔딩의 여자로 부활한다.
이 시조에서는 '질펀한', '그리움', '말 조개', '저 늪 속'. '물옥잠', '눈물'이라는 시어들에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여성 이미지를 형성하였고, 다른 우포 관련 작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환상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환상성은 '안개빛 자궁 속'이라는 시적 표현인 마지막 연의 종장에서 큰 느낌표 하나가 되고 '삿대 젓는 목선 한 척'이라는 회화적 이미지를 만나 감동의 파노라마로 연출하여 큰 울림으로 가슴에 남는다.
다섯 수로 된 연시조 '우포 女子'는 시조의 정형성으로 인하여 이미지 형성, 상상과 상징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자유시인들에게 기우임을 깨우쳐 주는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5) 시절을 노래한 작품에 담긴 매력을 보자
시조의 시는 시詩가 아닌 시時를 쓰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시조는 시절(時)을 노래(調)하여야 한다. 자연을 관조하고 인생의 낭만을 노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불의에 맞서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인생의 생로병사와 마찬가지이지만 1년의 계절별 절기도 시시때때로 변한다. 시조시인은 24절기 중 가을에 맞는 쓸쓸함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작품을 감상해 보자.
흰 이슬을 찬 이슬로 수식어를 다듬는 건
시간의 기색 위에 소름을 앉히는 일
먼 별의 명도를 재며
백로가 털을 고르듯
몸에 익은 온도의 관형어를 바꾸는 건
기와 색을 탐하는 오래된 습관이다
제 별의 채도를 높이며
가을의 샅을 헤매듯
- 정수자 「白露에서 寒露까지」 전문
1년은 절기가 24개로 나뉜다. 절기력에 따르면 1년 시작은 입춘이다. 즉, 입춘으로 자연에 맞는 1월이 시작되고 경칩은 2월, 청명은 3월이다. 여름의 시작은 입하이며 망종, 소서가 있고, 입추로 가을을 열며 백로와 한로를 거친다. 그리고 입동, 대설, 소한이 겨울에 해당한다. 양력과 음력은 해와 달에 의한 것이라면 역학에 의한 절기가 계절을 보다 더 정확하게 나타내 준다.
가을의 기색은 차가운 빛깔이다. 이슬이 차가워지면서 서리가 되는 계절 이미지로 "시간의 기색위에 소름을 않히는 일"이란 싯귀면 족하지 않을까? "먼 별의 명도를 재며 백로가 털을 고르듯"이란 이미지가 앞 행에 도치되면서 시적 분위기를 정연케 한다. 절기 이름 '백로'가 조류 이름 '백로'로 전이 되면서 묘한 대치를 이룬다. 백로에서 한로를 거치는 동안 곡식의 알곡은 알차지고 나뭇잎은 붉고 노랗게 변한다.
가을을 보내는 시적 화자의 심상은 "몸에 익은 온도의 관형어를 바꾸는 일"이 "오래된 습관"인 것이다. 차가움에서 추워지는 변화의 계절이다. 저자는 아침저녁으로 잔소름들이 오소소 지나가고, 감과 사과가 제 몸을 붉히는 것은 색깔에 명도와 채도를 갈아입히는 일이라 설명한다. 명도와 채도는 색채의 밝고 맑음의 강약을 나태내고 계절은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당나라 시인 '이하'는 <추래秋來>에서 '차운 빗속에서 옛 시인의 혼과 만나네. 雨冷魂弔書客'과 '한 맺힌 피는 천년을 두고 푸른 옥이 되리라. 恨血千年土中碧'이란 구절에서 시인의 고뇌와 가을이 오고 가는 허전한 분위기를 천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 준다. 가을밤에 이 같은 절기 시 한 편을 읽으면서 옛 시인의 정서와 만나고, 차가워지는 계절의 변화 가운데 추억 어린 감성의 고샅을 걷는 것도 또한 의미 깊지 아니한가.
6. 현대시조에 어떻게 매력을 담을 것인가
1) 외국 정형시도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하이쿠와 중국의 한시漢詩 그리고 유럽의 쏘네트는 자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자국의 정형시를 지극히 사랑하고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일본 하이쿠 시 700여 편을 읽고 워드 작성한 경험이 있으며 한시 감상과 이해에도 애써 본 바 있다. 한시는 5언과 7언의 자구, 절구와 율시의 크기 그리고 평성과 측성의 규칙 등 제한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하이쿠는 17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틀 안에서 정형시의 찰나적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시조도 정형성 틀 안에 음보로 이루어진 율격을 가지고 시대 조류에 맞는 정신을 담고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중국 당나라의 당송 8대가 한 사람인 유종원의 당시와 일본 하이쿠 시인들 몇 작품을 감상해 보자.
江雪(강에 눈 내리고) - 柳宗元(유종원)
千山鳥飛絶 萬經人蹤滅
천산조비절 만경인종멸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고주사립옹 독조한강설
온 산에 새 나는 것 끊어지고,
모든 길에 사람 자취 사라졌네.
쪽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하는데 차가운 강에 눈 내리네
가을 밝은 달
아무리 가도 가도
딴 곳의 하늘
바람에게 물으라
어느 것이 먼저 지는지
나뭇잎 중에
재주 없으니
죄지은 것도 없다
한겨울 칩거
* 일본 하이쿠 모음집에서 일부 작품 발췌
우리 현대시조는 당시唐詩와 일본 하이쿠 등 외국 정형시에 못지않은 매력이 있다. 그래서 현대시조의 국제화로 한국 문학의 외연을 높여야 한다.
2) 율격에서 만나는 리듬과 감동을 느껴보자
시는 음수의 제한에서 율격이 발생한다. 무절제하게 풀어진 자유시를 보면, 수필을 행갈이 해 놓은 것 같은 작품을 간혹 본다. 그런 작품에서 어떤 리듬을 찾을 수 있나 생각해 보자. 음률이 내재되고 통제를 받으면 리듬이 발생되고, 화자의 메시지가 율격을 만나 청자에게 전달된다.
박재삼 시인은 ‘시조는 말할 나위 없이 가락의 문학이다’라고 했고, 박시교 시인은 ‘시조의 멋은 역시 가락이다. 그리고 그 가락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한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이 유창하여야 하며 작위적인 억제가 드러나서는 아니 된다’라 말한다. 시조 작품에서 내재율과 외재율의 가락이 조화되어 흥겨워 지는 것이다.
「이태준의 문장강화」에서는 ‘운문은 리듬이 주主요 뜻이 종從이다’라고 하면서 운문은 음악적인 즉, 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먼저 즐겁거나 슬프거나 기분부터 주고 사상은 나중에 줘야한다고 했다. 시조의 율격은 이 같은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운문의 기본정신에서부터 출발한다.
3) 쉽게 쓰고 재미있고 편하게 읽게 하자
‘편하게’라는 말은 대충 안이하게 쓰자는 뜻이 아니고, 가독성을 높이면서도 격조 있는 시조로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작품을 쓰자는 것이다. 시조 작품은 전문가 이외 일반인도 쉽게 이해되고 해석이 필요 없는 작품을 쓰자.
정완영 시인이 제자들에게 시조작법에 대해 ‘초장初章은 물 흐르듯 풀어내고, 중장中章은 되감아 꺾고, 종장終章은 낭떠러지에 떨어져 한 바퀴 소용돌이를 친 후 풀어 흐르듯 숨을 골라야 한다’라 설명한다. 쉽게 쓰기가 편하게 쓰자는 뜻이 아니라 독자들에 대한 배려와 치열한 작가 정신을 말한다.
4) 현대시조, 어떤 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시인들의 관찰방법에 대해 황인원 교수는 그의 저서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라는 책에서 ‘전체를 살핀 후 부분으로 관점 옮기기’와 두 번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세 번째는 ‘당연한 것에 물음표 달기’라고 말한다.
시조의 글감은 일상생활을 비롯하여 오감을 통한 체험에서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을 써 보자. 개인이 경험하거나 독서를 통한 작품 속에서도 좋은 글감은 있다. 여행이나 타인과 대화에도 글감은 또한 숨어 있다. 글감은 찾는 자의 몫이며 자산이 된다.
현대시조는 설명보다 묘사나 서술로 표현하고, 스토리가 되고 감동이 되면 좋겠다. 심상은 마음 속 이미지로, 가슴 속에 새겨지는 그림이다. 시조는 가르치려는 교훈보다 잔잔한 감각적 이미지 형성이 우선이다.
또한, 시조를 쓸 때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운율과 이미지 형성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자. 어린이를 위한 시에서는 특히 필요한 기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토속어나 고어 등에서 찾아 쓰자. 시의 내용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시어들을 많이 찾아 써야 한다. 「삶의 정도正道」를 쓴 윤석철 교수는 그의 책에서 ‘인간은 모국어를 사용할 때 가장 창의적으로 사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시인은 모국어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토속어에서 시어를 고르는 일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5) 시대에 맞는 매체나 미디어를 활용하자
시조작품을 동영상이나 포토샵 작업을 하여 카카오톡 등 SNS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다. 또 카페나 블로그 등에 시조 작품을 여러 형태로 올려 사이버 가족에게 나의 솜씨를 뽐내 볼 수도 있다.
시조의 세계화는 중요한 화두이다. 사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오랜 화두가 있으나 영어를 비롯한 다른 외국어로 우리 시조를 번역하여 알리는 작업은 절실하나 쉽지 않다. 사실 우리 시조 단에선 나름 시조를 영어로 번역하여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시조시인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시조 작품을 시조 전문지가 아닌 일반 잡지나 기업체 사보 등 여러 매체에 게재하여 일반 독자와 만남이 중요하다. ‘샘터시조’처럼 대중적인 잡지를 통해 단수 시조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시조 인구를 늘려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6) 나만의 개성이 넘치는 창작 활동을 갖자
평소 익힌 창작 기법과 현대시조의 매력을 더해 나만의 시적공간을 만들어, 마음 넉넉한 시조 작품 하나 만들어 놓으면 삶의 여백에 이만하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의 경우, 창작을 할 때 하나의 줄거리를 엮어 놓고, 산책이나 독서하면서 기막힌 문장을 만나 완성해 가다 보면 멋진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산고의 고통처럼 힘든 창작의 순간들을 견디고, 퇴고 끝에 만난 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즐거움은 크다.
이를 위해 창작 이론서를 기초로 하여 다양한 인문학을 섭렵해 보자. 옛 선인들의 사유가 담긴 책들을 만나 보면, 나의 문학적 미래도 보인다. 시조 작품의 씨앗은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실 그 어디에도 있다. 좋은 씨앗을 찾아 나만의 공간과 개성으로 오랫동안 남겨지는 명작을 만들어 보자.
7. 맺는 말
현대시조가 갖고 있는 매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좋고도 많다. 역대 대통령들 중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도 스스로 시조를 창작하여 발표한 바 있다. 시조시인과 더불어 일반대중도 이러한 매력 있는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고 뜻 있는 이해가 더해지면 좋겠다.
‘말로 원수 맺으면 백 년, 글로 원수 맺으면 만년’이란 말이 있다. 그 만큼 글로 작품을 지어 발표하면 그 작품은 작자의 소유가 아니고, 객관화된 작품이 되어 청자의 몫이 된다. 창작 작품은 그만큼 큰 작가의 책임 또한 크다. 창작 과정이 소중함을 일깨어 준다는 교훈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