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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몸을 세울 만한 조그마한 공간에 메뉴는 한두개. 그러나 하루 매출3,000만원 이상의 놀라운 매출을 거두며 덩치만 크고 실속 없는 가게들의 부러움을 얻고 있다. 개성 넘치는 아이템과 효율적인 운영 노하우로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미니 점포를 방문해보았다.
IMF는 규모에 관계없이 각종 산업을 어려움에 빠뜨렸지만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을 가져왔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이 상품 선택의 중요 요건이 되었고,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마트, 롯데 마그넷 같은 대규모 유통 업체들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존의 영세한 소규모 점포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업종 전환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중간한 규모의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대형 점포의 사각 지대를 공략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니점포는 바로 이런 영세 상인들의 고민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제 더 이상 크면 잘 팔린다는 규모의 경제식 사고 방식은 이제 통하지않는다. 작고 빠르고 알차고 재미있다면 굳이 덩치만 클 필요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초기 투자를 줄이고, 매달 지출되는 고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미니 점포야말로 요즘 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창업 아이템인 셈이다. 바로 고물가, 저금리 시대에 미니 점포가 뜨는 이유다.
미니 점포의 성공 포인트는 차별화
미니 점포란 실제 평수가 5평 내외인 가게로 신촌이나 대학로, 압구정 등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10평내외의 비좁은 공간에 1명 내외의 관리 인력만을 두고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점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의 지출을 최소화하고 고객 회전율이 빠른 아이템들을 상품화시켜 큰 점포 못지 않은 실수익을 올리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업소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곳이 많다.
서구식 테이크 아웃(take-out) 문화가 확산되는 것도 미니 점포의 붐으로 꼽힌다. 테이크 아웃의 원조는 도시락 배달점과 치킨 배달점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에스프레소 커피부터 중국 음식, 프랑스 고급 요리, 참치 횟집 등의 다양한 업종으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은 서비스 비용을 절감해 2,000~3,000원 대의 저렴한 메뉴로 주머니 가벼운 젊은 고객층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현재 미니점포 시스템을 응용한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으로는 로즈버드, 스타벅스, 글로리아 진스 등이 있으며, 나름의 특성들을 가미해 적극적으로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미니 점포의 경쟁력은 작은 매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싼 물건을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식의 상술을 펴 실수익은 오히려 높이는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자동화 시스템이 가게마다 보편화 되어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게 된 것도 미니 점포의 수익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밀가루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라면 예전에는 사람이 손수반죽하고 재료를 준비해야 했지만 컴퓨터가 내장된 기계를 활용해 별도의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도 초미니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생산 및 제조 공정의 전문화와 단순화 역시 미니 점포 붐에 기여하고 있다. 선식 및 생식전문점, 이유식 전문점, 떡 전문점, 주먹밥 전문점 등은 취급 품목이나 서비스 내용을 특화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니숍의 터를 잡는 제1의 원칙은 소위 ‘목 좋은 장소’를 확보하는 것. 가게 크기가 적더라도 최대한 시내 중심가의 이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변두리의 파리만 날리는 허름한 가게를 일부러 물어가며 찾아갈 고객은 없을 테니 말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대부분의 미니 점포는 규모가 작고, 고객을 위한 편의 시설도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기존 대형 점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무엇보다 고객에게 독특한 개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특히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호기심 많은 10~20대 후반의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신촌 기차역 부근에 위치한 소규모 액세서리 가게를 들 수 있다. 이 곳은 고객의 신체 일부를 즉석에서 떠서 조형물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워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5평 남짓한 이 가게의 한달 매출액은 평균 3,000만원. 웬만한 중소 규모의 가게의 수입을 넘는 수준이다.
창업 컨설팅 전문가 윤은기 소장은 “미니점포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팔아야 한다. 가게 주인은 마치 방송 프로그램 PD 같은 기획력을 갖추고 고객들과 만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은 분식점이라도 단순히 떡볶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종업원 복장, 가게의배경 음악의 차별화를 통해 색다른 문화를 연출하고 추억까지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다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분식점에서 만날 수 있는 ‘끈적거리지 않는 맛탕’은 표면에 설탕 시럽이 발라져 있지만, 끈기가 묻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옷에 묻을까 조심할 필요 없이 기분 좋게 맛 볼 수 있는 이 먹거리는 깔끔한 신세대 취향에 딱 들어맞아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갈수록 산업이 전문화·단순화되면서 적은 인원으로 기존과 다름없는 서비스가 가능한 미니 점포는 앞으로 더욱 붐을 일으킬 전망이다. 물건이나 음식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개성까지 사고 싶어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수의 독특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미니 점포는 안성맞춤 아지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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