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악산의 암릉을 옮겨놓은 듯 웅장한 산세를 보여주는 덕룡산. 맨뒤에 해남 두륜산이 솟아 있다.
▲ 상어이빨 같은 바위가 등줄기에 박혀 있는 주작산 능선(위). 해남읍 경계인 우슬재에서 바라본 덕룡산~주작산 능선(아래).
주작산과 덕룡산은 산세의 기준이 높이에 한해 논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산줄기다. 높이라야 해발 500m에도 못 미치지만, 남동 방향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는 마치 설악산의 1,000m대 암릉을 떼어다 놓은 듯 웅장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날카로우면서도 힘차게 치솟은 암봉들과, 야생화와 초원·억새·설화로 변하며 사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능선 등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힘과 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능선을 따르는 사이 한쪽에는 도암만 푸른 바다와 고래등처럼 고금도를 비롯한 섬들이 눈을 벗어나지 않고, 또 다른 쪽으로는 높고 낮은 산릉들이 겹을 이루며 심산 분위기를 자아내 남도 산 특유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산이름만으로도 만만찮게 느껴져
해남 두륜산과 달마산을 거쳐 땅끝까지 뻗어 나가며 긴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주작산~덕룡산 줄기는 직선거리 10km 정도에 불과하지만, 실제 거리는 15km에 이른다. 이 산줄기의 최고봉은 능선 중간께 솟은 472m봉이건만 산명이 붙은 봉은 그 북쪽의 덕룡산과 그 아래 주능선에서 동쪽으로 삐친 지능선 상의 주작산, 그리고 역시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에 솟은 첨봉(尖峰·354m) 세 봉우리뿐이다. 이는 이들 세 봉우리가 산 아래에서 눈에 띄는 봉이거나 혹은 풍수지리 상 중요하다 싶기 때문이리라.
주작산은 풍수지리에 관련해 특별한 형국이나 유래가 전하지는 않지만 그 기슭에 8명당(明堂)이 있어 예로부터 풍수지리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한다. 노서하전(老鼠下田), 옥녀탄금(玉女彈琴), 장군대좌(將軍對座), 옥등괘벽(玉燈掛壁), 계두혈(鷄頭穴), 정금혈(井金穴), 운중복월(雲中覆月), 월매등(月埋嶝) 등 8명당 가운데 옥등괘벽·계두혈·정금혈 세 명당은 연안 차(車)씨와 김(金)씨, 전주 이(李)씨 등의 조상 묘가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나머지 다섯 명당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다.
해남과 강진 경계를 이룬 흑석산(黑石山·650.3m)~별매산 줄기 또한 당차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월출산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 산줄기에 솟은 산들은, 비 내린 뒤면 남사면이 흑빛을 띠어 흑석산, 학이 나는 형상이라는 가학산, 기암이 엎치고 덮친 모양새가 멀리서 볼 때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 하여 ‘별뫼’라 이름붙은 별매산 등 이름만 놓고 볼 때도 하나 하나 만만치 않은 산들이다.
흑석산은 철쭉 명산으로도 꼽힌다. 서쪽으로 두억봉(斗億峰·529m)과 이어진 흑석산은 남해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을 만큼 힘차고 당당한 형상으로 솟아 있는 가운데 5월이면 산등성이는 철쭉꽃으로 발갛게 물든다. 정상인 깃대봉 서쪽의 바람재와 동쪽 가래재 일원은 특히 철쭉 군락지로 이름높다. 해남군은 매년 5월 초면 이 일대에서 철쭉제를 열고 있다.
흑석산은 남사면의 장벽처럼 웅장한 형상도 인상적이지만, 동릉 형상도 대단하다. 정상 동쪽 가래재 능선갈림목에서 동쪽 강정저수지로 이어지는 동릉은 위압적이리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웅장하고 힘이 넘치는 바위 능선이다.
가학산은 이름 그대로 학을 보는 기분이 들게 하는 산으로, 정상 암봉이 학의 머리라면 흑석산 줄기는 왼쪽 날개요, 동릉은 오른쪽 날개로서 월출산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우뚝 솟구친 ‘학 머리’ 정상은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 같은 곳이다.
별매산은 정상보다는 남동릉 상의 암봉과 암릉의 풍광이 뛰어나다. 밤하늘의 별 같은 형상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별뫼’ 역시 이 암봉과 암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행기점인 제전 마을에서 바라뵈는 별뫼산 암봉은 자연미도 빼어나지만, 그와 더불어 월출산을 위시해 강진 해남 일원의 산봉이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주작산~덕룡산
주작산과 덕룡산 산행 코스는 단순한 편이다. 산줄기 남쪽 오소재에서 출발, 작천소령에서 동쪽 강진군 신전면 수양리로 내려서든지, 혹은 덕룡산을 거쳐 강진군 도암면 석문리 소석문까지 내리닫는다. 이는 안내등산회에서 즐기는 스타일로 8~9시간 잡고 산행에 나선다. 하지만 산과 바다, 그리고 푸른 들녘이 어우러진 남도의 산을 제대로 맛볼 생각이라면 시간을 두고 두 산을 따로 떼어 산행하기를 권한다. 그렇더라도 중간 중간 풍광을 즐기노라면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소재~작천소령
20여 개의 암봉 돌고 넘는 5km 거친 암릉
주작산은 97년 봄 본지에 소개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강진의 명산이다. 남도의 명산 두륜산의 이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산인데, 이제는 안내산악회의 봄맞이 산행 단골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인기 있다.
주작산은 톱날 같은 암릉이 길게 이어져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가 뛰어나지만, 봄산 분위기도 뛰어나다. 능선 주변에 피어난 진달래와 철쭉 등 많은 봄꽃은 날카로운 바위와 어우러져 멋진 정취를 자아낸다.
산행은 오소재에서 작천소령의 양란농원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까지 답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97년 초 첫 취재 당시에는 산이 거칠고 길도 없어 주파하는 데 10시간 이상 걸렸으나 이후 길이 점점 좋아지면서 요즘은 4시간 정도 잡고 산행을 한다. 위험한 구간에는 어김없이 로프를 매놓았지만, 아직도 아찔한 구간이 많으니 초심자가 낀 팀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남군 삼산면과 북일면을 잇는 고갯마루인 오소재에 이르면 표지리본과 주작산 산행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 철제 안내판 덕분에 등산로 입구는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다. 산길은 짙은 완만한 경사의 숲을 가로질러 첫번째 바위 봉우리 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넓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 뚜렷하고 확실하다.
가끔씩 허벅지를 찌르는 가시덤불을 헤치며 15분쯤 가면 커다란 바위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정면에 보이는 갈라진 틈을 따라 오르면 멋진 조망이 터지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봉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오르지는 않는 듯 봉우리 북쪽 사면을 따라 뚜렷한 우회로가 나 있다.
이 바위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오소재를 출발해 30분 정도 가면 362m봉에 올라선다. 다음 봉우리인 401.5m봉을 지나 억새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안부를 통과해 다음 암봉에 이르기까지 크게 어려운 곳은 없다.
길이 뚜렷하고 바위 곳곳에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놓아 더욱 진행이 수월하다. 화살표는 오소재를 출발 기점으로 그려져 있었다. 어지럽게 바위가 널려 길이 헷갈릴 만한 곳이면 화살표가 나타나 방향을 잡아준다.
▲ 412m봉 부근의 바위지대를 지나고 있는 등산인들.
암릉지대를 통과해 삼각점이 박혀 있는 427.7m봉에 오르면 자그마한 초원이 펼쳐진다. 이 봉우리 정상에서 작천소령까지 10개가 넘는 봉우리를 지나야 한다. 고갯마루가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위험한 곳에는 우회로가 나 있지만 등날을 따르면 짜릿함을 느끼는 재미도 각별하다.
427.7m봉 이후 암봉 4개를 지나면 안부에서 동쪽 사면으로 희미한 족적이 나타난다. 관악사라는 암자로 이어진 탈출로다. 주능선에서 암자까지는 200여m 거리로 위급상황 발생시 탈출로로 이용할 수 있다.
갈림길을 지나 다시 바위 봉우리 6개 가량을 돌고 넘으며 통과하면 작천소령 고갯마루의 비닐하우스가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커다란 봉우리가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며 봉우리를 넘어서면 억새가 우거진 넓은 안부가 나타난다. 산길은 이곳에서 서쪽의 임도로 내려선 뒤 끝난다. 하산코스는 작천소령에서 수양리조트를 경유해 수양리로 이어진 소로를 이용한다.
소석문~덕룡산~작천소령
공룡릉 같은 웅장함과 덕유평전 같은 부드러움 공존
소석문(小石門)에서 덕룡산과 472m봉을 거쳐 작천소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골산의 웅장함과 육산의 부드러움을 함께 지니고 있는 독특한 산줄기다. 소석문을 출발한 이후 설악산 용아릉이나 공룡릉에서나 맛볼 수 있는 거칠고 암팡진 암봉이 줄지어 나타나 감탄케 하다가 제8봉을 넘어서면 덕유평전을 오르는 듯 부드러운 능선이 장쾌한 느낌을 준다.
▲ 제1봉 암릉. 소석문 일원이 내려다보인다.
산행 기점은 소석문과 작천소령 두 곳을 들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주작산까지 잇는 종주산행 시에는 오소재에서 출발하고, 덕룡산만 산행할 때에는 소석문에서 출발한다. 능선 중간중간 만덕광산이나 수양리 방면으로 빠지는 길들이 여럿 나타나지만, 대개 탈출로로 이용한다.
강진에서 완도로 이어지는 813번 지방도로를 따르다 도암면소재지를 지나 도암 중앙초등학교 입구에서 우회전, 봉황저수지 방향(서쪽)으로 1km쯤 들어서면 석문협곡(石門峽谷)에 닿는다. ‘강진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절경지인 석문협곡은 석문산을 기준으로 북쪽 계곡을 대석문, 남쪽 협곡을 소석문이라 부른다. 소석문 위쪽에는 봉황저수지가 들어서 있다.
중앙초등학교 앞을 지나 봉황저수지 둑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면 넓은 공터와 개울 건너로 등산로 안내판이 나타난다. 개울에는 커다란 바윗덩어리로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초반부터 급경사 산길이 진을 빼게 하지만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해발 200m를 넘어선 것이니 한숨 돌려도 된다. 능선에 올라서기 직전의 칼날 암릉은 왼쪽 우회로를 따라도 된다.
둔덕 같은 제1봉을 지나 두 개의 암봉이 붙어 있는 제2봉에 올라서면 동봉과 그 뒤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설악의 암릉을 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제2봉과 제3봉 사이의 능선은 피너클 구간으로 능선 왼쪽(동쪽) 사면으로 우회로가 나 있다. 능선을 따르다 평범함 바윗길을 올라서면 제3봉 정상이다.
제3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 다시 바위 능선을 따르노라면 제4봉 직전 ‘소석문 1.57km, 동봉 0.86km’ 안내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왼쪽 만덕광업쪽으로 이어지는 듯한 희미한 산길이 보이지만, 봄철 동네 나물꾼들이나 이용하는 길이니 들어서지 않도록 한다.
제4봉 직전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은 우회로고, 왼쪽 길은 암릉길로, 조망을 즐기고 싶으면 왼쪽 길을 택하도록 한다. 능선 왼쪽으로는 수면에 떠오른 거대한 고래처럼 느껴지는 완도와 거금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겹을 이루며 파도 일렁이는 듯한 산봉들이 가슴 벅차게 한다.
제5봉인 동봉 직전 안부 조릿대숲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은 용 3마리가 승천했다고 전하는 용혈(龍穴)을 거쳐 규사광산인 만덕광업 입구로 내려서는 길이다.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이 길로 내려서도록 한다. 용혈은 용에 얽힌 얘기 외에도 고려 때 만덕산 백련사 말사인 용혈암이 있었다고 전하는 굴로, 백련결사운동을 주도했던 원묘국사 요세가 만년에 머물렀고, 다산 정약용이 유배시절 자주 들렀던 곳이라 전해지고 있다.
동봉 정상 너머는 급경사 벼랑이지만 ㄷ자 형의 꺾쇠 발판을 박아놓아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다. 동봉을 넘어서면 가시덩굴과 산죽이 뒤섞인 능선에 이어 아기자기한 바윗길이 나타나다 짧은 벼랑을 올라서면 서봉 정상이다. 꺾쇠 발판을 디디며 벼랑을 올라서기 전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나 있으나, 곧장 오르는 것보다 오히려 더 힘이 든다.
▲ 서봉 정상 직전의 바윗길. 왼쪽으로 봉황저수지가 보인다.
서봉 하산길은 벼랑을 타고 내려서야 할 듯 섬뜩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바위턱이 계속 이어져 큰 어려움 없이 내려설 수 있다. 이후 부드러운 능선을 따르다 제7봉 암릉 구간에 들어서기 전 갈림목(서봉 0.4km, 양란재배장 4.19km, 수양마을 1.6km)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수양리로 내려설 수 있다. 주민들이 산등성이에 형성된 고사리밭으로 오르내리느라 잘 나 있다.
갈림목을 지나 제7봉에 올라서면 바로 뒤에 제8봉이 나타나리라 기대하게 되지만 이후로도 바위 구간은 질릴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해발 400m대 산줄기가 이토록 기운찰 수 있다는 데 대해 감탄케 마련. 바위틈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빨간 페인트로 표시된 화살표 방향을 따르도록 한다.
▲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들이 볼꽃처럼 솟아 있는 제8봉 정상부.(97년 7월 촬영)
제8봉을 내려서면 언제 바위가 있었냐는 듯 산세는 전형적인 육산 능선으로 바뀐다. 초입의 갈림목(서봉 1.98km, 양란재배장 2.61km)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수양리 마을로 내려선다. 갈림목에서 작천소령 양란재배장까지는 약 40분, 작천소령에서 수양관광농원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덕룡산 능선에는 샘이 없다. 따라서 식수는 산행 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산길이 잘 나 있기는 하지만, 노약자와 함께 산행할 경우에는 안전을 위해 10m 길이의 보조로프를 지니도록 한다. 산행 시간은 6시간 잡으면 넉넉하다.
교통
주작산 산행기점인 오소재로 가려면 해남에서 북일 방면 시내버스를 이용해 고갯마루나 약수터에서 하차한다. 해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북일행 군내버스는 1시간 간격(06:20~19:30)으로 운행한다. 약 15분 소요. 해남교통 전화 061-533-8826.
석문리 소석문이나 수양리 작천소령 방면은 강진에서 진입하는 것이 빠르다. 강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암·신전면 경유 남창행 버스가 약 30분 간격(06:00~20:10)으로 운행한다. 강진교통 061-434-9621.
택시를 이용하면 작천소령까지 진입도 가능하다. 강진 개인택시 전화 061-433-7660·434-6161, 신진택시 433-9100·3143.
해남·강진행 교통편은 광주가 가장 많다.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해남행 직통·직행버스는 05:00부터 22:00까지 수시 운행. 직행 1시간50분, 직통 1시간30분 소요. 요금 7,300원. 강진행 직통·직행버스는 05:00부터 22:00까지 수시 운행. 직행 1시간40분, 직통 1시간20분 소요, 요금 6,400원. 광주 터미널 전화 062-360-8114(ARS).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해남행은 1일 8회(07:30~17:30) 운행(5시간30분 소요. 일반 16,400원, 우등 24,400원), 강진행은 50~70분 간격(06:40~18:00) 운행. 5시간30분 소요, 일반 15,900원, 우등 23,600원. 금호고속 전화 02-530-6211.
숙박
강진이나 해남의 장급 여관을 이용. 또는 오소재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두륜산 도립공원 대흥사 입구 시설지구의 숙박시설을 이용.
작천소령 동쪽 수양관광농원에도 샤워시설을 갖춘 토담집과 방갈로가 있고 식사도 가능하다. 원룸식 8평형 4실과 방 2개에 화장실 겸 욕실이 갖춰진 10평형 객실 10개가 있다. 숙박료는 50,000원. 주물럭숯불구이(1인분 8,000원), 청둥오리·백숙(30,000원) 등의 음식도 판다. 전화 061-433-3456.
흑석산~가학산~별매산
흑석산, 가학산, 별매산 산행은 능선종주 코스를 비롯, 가학산 자연휴양림 기점 코스, 흑석산기도원 기점 코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흑석산은 91년 월간山에 소개된 이후 여러 해 동안 별매산 기점 종주 산행의 마지막 산행지로 여겨졌으나 96년부터 계곡면에서 매년 휴양림을 기점으로 철쭉제를 연 이후 코스가 다양해졌다. 그 중 가리재~바람재 코스, 은굴~바람재 코스, 남서릉~정상 코스가 대표적으로 이들 세 코스 가운데 두 가닥을 엮어 원점회귀 산행에 나선다.
종주산행은 대개 별매산에서 흑석산 방향으로 시도한다. 이는 높이를 더해가는 산행의 즐거움과 더불어 산행종착지인 가학산 휴양림의 넓은 터에서 산행을 마무리지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주 산행 도중에 빠질 만한 곳은 가학산 직전의 흑석산기도원 길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남-강진 간 13번 국도에서 3km 떨어진 흑석산기도원에서 산행을 시작, 가학산을 거쳐 흑석산을 오르는 산행도 인기 있다. 거리를 줄이기도 하지만 경관이 대단치 않은 별매산과 가학산 사이의 능선을 생략한다는 점에서 별매산 기점 종주산행에 비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휴양림 기점 원점회귀산행
기암절벽과 철쭉 능선 일품
자연휴양림 기점 코스는 가리재~봉화대터~정상, 은굴~바람재~정상, 남서릉~정상 세 코스로, 산길이 가장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가리재 코스로 주능선에 올라 바람재를 거쳐 정상에 올라선 다음 다시 바람재로 돌아와 은굴 코스, 또는 남서릉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게 가장 좋을 듯싶다. 각 코스의 산행기점은 순환임도 상에 있다.
관리사무소 왼쪽 도로를 따르노라면 산막 입구를 지나 임도 상단부로 올라서다 물줄기를 건너선다. 가리재 기점은 물줄기에서 30m쯤 더 오르면 나타난다. ‘가리재 1.19km, 깃대봉 2.69km, 흑석산기도원 5.4km’ 안내판이 서 있는 임도 갈림목에 가리재까지는 약 30분 거리로 완경사 사면길이다.
가리재에 올라서면 길은 네 가닥으로 나뉜다. 왼쪽은 두억봉 길, 오른쪽이 정상 길이다. 고갯마루를 그대로 넘어서면 영암군 미암면 용소리 용소 마을로 내려선다. 5월 철쭉꽃밭은 가리재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신록과 어우러져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능선 구간이다.
가리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부터 잡목과 철쭉나무가 뒤섞인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곧 멀리 해남 앞바다가 바라보일 정도로 조망 뛰어난 암부가 나타나고, 이어 경사가 누그러지다 봉화대터에 다다른다. 이후 바람재 직전의 둔덕 같은 봉우리에 이르기까지 능선 등날 길은 완만하게 이어진다. 5월이면 등날은 철쭉꽃으로 붉게 물들고, 산 밑에서는 수십 길 높이의 벼랑을 타고 신록이 올라오면서 장관을 이루는 구간이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쉼터 겸 조망대는 등산인들에게 점심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둔덕 같은 봉우리를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목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은굴(隱窟)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선다. 갈림목에서 100m쯤 내려서면 사철 마르지 않는 석간수를 만날 수 있으니, 식수는 그곳에서 구하도록 한다. 은굴 코스를 따라 휴양림까지 내려서는 데는 40분 정도 걸린다.
갈림목에서 정상까지는 약 100m 길이의 잡목 능선 구간으로 잡목을 빠져나가면 흑석산 동릉을 비롯해 가학산을 거쳐 별매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전모가 드러난다.
남서릉~휴양림 길은 정상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능선길로 이어진다. 급경사 능선을 내려서노라면 바위지대를 여러 차례 만나는데, 대부분 로프가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다. 남서릉 길은 첫번째 안부에서 오른쪽 급사면 길로 이어지다 은굴 코스와 만난다. 갈림목 일원은 예전에 농가가 있던 곳으로 축대 등 농가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남서릉 하산 코스는 휴양림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 철쭉꽃 화사하게 핀 흑석산 동릉. 능선 맨 뒤쪽에 정상이, 오른쪽에 가확산이 솟아 있다.(2000년 5월 촬영)
첫번째 암봉을 넘어서면 평범한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10여m 높이의 암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수직절벽을 이룬 이 암봉은 왼쪽 우회로를 따르면 올라설 수 있는데, 조망이 매우 좋은 곳이다. 이후 산길은 숲 우거진 능선길을 따르다 강절저수지 가 임도로 내려선다.
동릉 암릉 산행을 즐기더라도 하산은 다시 가래재 삼거리로 돌아와 휴양림쪽으로 내려서기를 권한다.암릉 정상에서 주능선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약 40분)도 강절저수지로 내려서는 시간(약 1시간)에 비해 덜 걸리고, 주능선을 거쳐 남서릉 길이나 은굴 코스를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시간(약 40분)도 강절저수지에서 대중교통이 다니는 13번 국도까지 다가서는 데 걸리는 시간(약 1시간30분)에 비해 덜 걸리기 때문이다.
별매산~가학산~흑석산 종주
기암괴봉과 자연미 넘치는 육산
별매산에서 흑석산까지 잇는 산행은 종주파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로, 대개 5시간 정도 잡고 산행에 나선다. 산행 기점인 제전 마을은 강진군 성전면 소재지에서 약 3km 거리로, 노선버스가 다니지만 택시로 진입하는 게 현명하다.
2번 국도 구도로 변의 제전 마을에 내려서면 별매산 전위봉격인 암봉이 우뚝 솟구쳐 겁부터 준다. 그러나 뜻밖으로 등산로는 수월하게 이어진다. 마을을 관통해 과수원길을 따르다 보면 대나무밭 사이로 길이 보인다. 이 길로 접어들어 능선길을 따르노라면 대나무숲과 잡목숲이 이어지다 바윗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 마지막 암봉에서 바라본 흑석산 동릉.
별매산 정상에서 가학산 정상에 이르기까지는 무명봉 두 개에 이어 암릉을 넘어서야 한다. 무명봉 두 개를 넘어설 때까지는 우거진 잡목이 성가시게 하지만, 마지막 암릉 구간에 들어서면서 자연성벽 같은 남동 사면과 돔형의 가학산 정상이 가슴 벅차게 한다. 가학산 정상은 마치 월악산 영봉을 보는 듯 웅장하고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암릉을 넘어서면 일단 뚝 떨어졌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급경사 능선길이 시작되기 직전 안부에서 왼쪽 길을 따라도 흑석산기도원으로 내려설 수 있으나, 이보다는 5분쯤 지나 바윗길 직전 갈림목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더욱 뚜렷하다. 갈림목에서 내려다보면 기도원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림목을 지나면서 산길은 거칠게 변한다. 특히 중간쯤 10여m 높이의 침니는 힘이 약하거나 담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애를 먹이는 구간이다. 로프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많이 삭아 새로운 로프를 이용하는 게 안전할 듯싶다. 침니 구간을 넘어선 다음 계속되는 급경사 능선을 올라서면 이 산줄기의 전망대 같은 정상이 반겨준다. 정상에서 암릉을 따라 남쪽 안부로 내려서면 바윗길은 모두 끝난다.
가학산 남쪽 안부에서 흑석산 가래재까지는 시종일관 오르막으로, 키 큰 산죽과 철쭉나무가 뒤섞여 자라는 능선 구간이다. 특히 가래재 일원은 매년 5월 초면 철쭉꽃으로 붉게 물들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래재에서는 흑석산 정상을 거쳐 남서릉, 은굴 코스, 가리재 코스 등 다양한 코스를 택해 휴양림으로 내려설 수 있다.
·흑석산기도원 기점 : 흑석산기도원 기점 코스는 별매산 구간을 제외하고 가학산과 흑석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코스로 특히 강진 해남 지역의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다.
흑석산기도원은 강진군 성전면과 해남군 계곡면 사이의 13번 국도에서 서쪽으로 3km 떨어져 있다. 포장이 잘 돼 있어 승용차로도 무리없이 진입할 수 있다. 기도원 내 삼거리에서 가운데 콘크리트길을 따라 100m쯤 오르면 주차장과 집 한 채가 있는 장소에 닿는다. 여기서 집 왼쪽 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가학산 정상 북쪽 능선 삼거리가 나온다.
교통
가학산 자연휴양림은 해남~독천~목포 간 완행버스를 이용한다. 여수리 마을에서 하차해 3km 들어가면 자연휴양림이다. 해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독천 경유 목포행 완행버스는 1일 7회(06:50~18:30) 운행한다. 해남교통 전화 061-533-8826.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를 때는 목포~영암 독천 노선을 따르고, 광주 방면에서는 영암과 강진 성전을 거쳐 진입하는 게 거리가 짧다.
목포 방면에서는 2번 국도를 따르다 독천면 소재지에서 819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미암면 소재지를 거쳐 여수리 산골 마을 삼거리까지 진입한 다음 좌회전한다. 삼거리에서 휴양림까지는 3km. 강진이나 영암을 거칠 경우, 영암~해남 간 13번 국도를 따르다 계곡면 소재지에서 우회전, 반계리와 덕정리를 거쳐 여수리 산골 마을 삼거리까지 진입한다.
흑석산기도원을 기점 삼아 산행하려면 성전면 소재지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군내버스가 하루에 몇 회 운행하지만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 승용차로 진입할 경우 성전에서 13번 국도 구도로를 따라 해남 방향으로 7km쯤 가다가 흑석산기도원 입구에서 우회전한다. 삼거리에서 기도원까지는 3km 거리.
제전 마을까지도 노선버스가 다니지만 택시로 진입하는 게 시간이나 비용 상 현명하다.
숙박
성전면 소재지에 숙박업소가 몇 곳 있으나, 그보다는 월출산 천황사지구 일원의 민박·여관이나 해남읍내 일원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흑석산 남서쪽 골짜기에 위치한 가학산 자연휴양림에는 산막 11동과 160명 수용 가능한 야영장 및 물놀이 시설이 갖춰 있다. 콘도식 산막에는 전기난방시설에 침구, 취사도구, TV, 냉장고, 샤워장 겸 화장실이 비치돼 있다. 산막 앞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며, 7평형(7동)은 50,000원, 12평형(4동)은 60,000원이다. 야영장은 텐트 2,500원, 오토캠핑 5,000원, 주차료는 중소형 3,000원·대형 5,000원이다.
성수기인 7~8월에 한해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300원이다. 휴양림 안에는 매점이 따로 없다. 휴양림 예약 및 문의 전화 061-535-4812.
글 한필석 pshan@chosun.com / 사진 정정현 차장 rockar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