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트랙 디비디의 퀄리티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인터넷에 흔히 돌아다니는 사짜 파일들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월등하다.
고음에서 조금 째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우퍼를 높임으로
파해할수있고 화질 역시 약간 어둡긴 하나 콘트라스트를 높혀 해상도를 올릴수 있다.
철권으로 비유하자면 상대가 관절기를 시도했을때 잽싸게 풀면 되는 것이고
적이 콤보를 날렸을때 반격기를 걸어 반전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이 디비디의 퀄리티는 그리 좋지 않지만 작품의 수준을 망가뜨릴 정도로 개판은 아니라는 거다.
바꾸어 말하자면 명인들의 연주를 생생하게 담은 훌륭한 동영상이라는 점이다.
물론 아무리 재미있는 야동이라 할지라도 화질이 엿같으면 볼맛이 떨어지는게 당연지사이지만
엄청나게 희귀하고 끝내주는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틀려지기 마련이다.
글을 쓰다보니 자꾸 이 디비디의 질이 엿같다는 쪽으로 흐르는데 그 정도는 아니구~
비록 수록곡은 8곡 밖에 없지만 한 곡 한 곡에 이들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 걸 강렬하게 응축시켰다.
특히 그중에서도 멤버들의 즉흥 연주를 극대화시킨 Mistreated, Catch the rainbow, Still I'm sad,
man on the silver mountain, Do you close your eyes 등은 실로 경이롭기 그지 없다.
결코 짤막한 소품이 아닌 Kill the king이나 Long live rock and roll 같은 곡들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머지 곡들에서 분출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하얀 옷을 입은 로니 제임스 디오는 외면적으론 약간 어색한 뉘앙스를 주기도 하지만 출중한 가창력
으로 그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이 라이브에서 들려주는 로니 제임스 디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그에게 느껴왔던 어둡고 강력한 느낌
보다는 순수하고 맑으면서도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흡사 지상에 떨어지기전 아름다웠던 천사 루시퍼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젊은 시절 로니 제임스 디오의 목소리는 중후하면서도 청아하고 신비스럽다.
무언가 영적인 존재에게 구원을 갈구하는듯한 그의 음성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성당에 가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는 진흙탕 인간의 울음이 떠오를 정도이다.
스튜디오에서 이미 행하였던 기본적인 선율을 충실히 따라가는 가창력도 훌륭하지만
그가 나의 가슴을 메이게 하는 것은 즉흥적으로 발휘하는 재밍성 보이스이다.
특히 Man on the silver mountain에서 그의 즉흥적인 창조력은 극에 달한다.
이 노래 중간 부분 블루지한 잼에서 Starstruck으로 이어지는 브릿지 부분에서
로니 제임스 디오는 만신창이가 되어 구원을 갈구하는 중세기사처럼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완전히 사람의 감정을 송두리째 잡고 조였다 풀었다 반복하며 점점 빠져나올수 없는 심연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만개한 고름을 짜내듯 터뜨려버린다.
그때의 시원함이란 정말 굉장하다.
구원에 응답한 신께서 내린 천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향해 쭈욱 달리는듯한 느낌이다.
정말 나는 이 디비디를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로니 제임스 디오라는 인물은 10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불세출의 보컬리스트라는 것을.....
리치 블랙모어를 비롯한 다섯 명의 용장들은 결코 음악과 상관없는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지 않다.
그들이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감히 무어라 말로 형용할수없는 위엄과 무게가 느껴진다.
특히 리치 블랙모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몸소 느껴진다.
그 어떤 기타리스트에게서도 이러한 눈빛은 본적이 없다.
그 옛날 눈빛만으로 호랑이에게 공포를 주었던 켄시로와 맞짱떠도 별로 꿀리지 않을만큼 날카로우면
서도 무거운 눈동자이다.
리치 블랙모어는 이러한 눈빛을 시종일관 잃지 않고 기타를 연주한다.
때로는 자위행위를 하듯 나른하게, 때로는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는 물침대처럼 격렬하게,
그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불기둥 한가운데서 급속도로 피어오르는 악의 꽃을 보고
있는듣.
리치 블랙모어가 대단한 점은 듣는 이의 감정을 사로잡고 미친듯이 뒤흔들어버린다는 거다.
군중에게 지배당하지 않고 군중을 이끌어가는 연주인.....
그게 바로 리치 블랙모어이고 레인보우인 것이다.
결코 리치 블랙모어는 대중들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곡을 연주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연주하고 군중들이 따라오게끔 만들어버린다.
로니 제임스 디오와 코지 파웰도 굉장하지만 리치 블랙모어의 카리스마 앞에선 확실히 작은 모습이다.
시종일관 힘차게 드럼을 두드리는 코지 파웰의 연주 역시 나로 하여금 이 지루하도록 섬뜩한 영상에서
잠시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든 강력한 요소중 하나이다.
코지 파웰은 이 시절에 다른 공연과는 달리 레귤러 그립을 사용했다.
내가 알고 있는 레귤러 그립이란 스틱을 쥔 양손의 모양이 다른 것인데 다른 영상과는 달리 코지 파웰은
스틱을 쥔 왼손의 등이 하늘이 아닌 스네어를 향하고 있다.
코지 파웰이 이 시절까진 이런 그립을 사용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이 라이브때만 이런 그립을 사용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이후 화이트 스네이크나 블랙 사바스, 게리무어, 이엘피 등의 영상에서는 정상적인 그립(매치드그립?)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영상들에 비해서 확실히 물리적인 파워는 떨어진다.
대신 테크닉이 뛰어나다.
On stage에서 보여주었던 연주와 조금 다르다.
물론 기본적인 스타일은 비슷하나 약간 다르게 느껴진다.
모랄까??
조금 더 트리키하고 다양한 기교를 구사하고 있다.
밥 데이즐리의 베이스와 유니즌을 이루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 오히려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에 맞추어 화려하게 타법을 구사하고있다.
리치 블랙모어는 코지 파웰의 난타를 즐기는듯한 미소를 중간 중간 살짝 보여주고~
다른 멤버들 역시 코지 파웰의 존재에 우쭐한 영상을 가볍게 노출해준다.
Still I'm sad 중간 부분에 코지 파웰은 미친듯이 드럼을 깨부신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한 마디로 드럼 솔로란 이야기지~~
빠르지는 않지만 힘이 넘치는 투 베이스를 밟으며 심벌과 스네어, 탐탐을 고루고루 깨부시는 코지 파웰
의 연주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솔로를 하는데도 별루 루즈한게 없었다.
존 싸이크스 재적 시절 화이트 스네이크 라이브에서도 코지 파웰은 드럼 솔로를 했는데 물론 거기서도
멋진 연주를 노출했지만 77년의 뮌헨 공연장에서 발휘했던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았다.
물론 다른 파트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드럼 혼자만 악쓴 솔로는 아니었다.
데이빗 스톤이 백 그라운드에서 분명히 엄호 사격을 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는 블록 버스터급 클래식 음악을 중간 중간 키보드를 통해 빽으로 깔아줬다.
어쩌면 이런 지원사격 덕분에 오랜 드럼 솔로가 지루하게 들리지 않았을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코지 파웰이라는 드러머의 타고난 재능과 연륜에 감사하고 싶다.
곡을 연주할때는 그리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솔로 연주를 하는 동안 코지 파웰의 파워는 실로 엄청났다.
그것도 레귤러 그립으로 어찌 그런 탄탄하고 웅장한 소리를 낼수 있는지.....
마지막 곡에서 로니 제임스 디오는 왼쪽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노래를 부르는데 결코 피우지는
않는다.
내가 알기론 로니 제임스 디오는 술, 담배, 마약을 안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이런 퍼포먼스를 했을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걸까??
아니면 당시 공연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로니가 담배 피우는 흉내만 낸것일까??
모든 곡이 끝난 후에 리치 블랙모어는 한 마리 미친 들개로 변신하여 기타를 깨부시기 시작한다.
지미 헨드릭스나 잉베이 맘스틴같은 이들도 기타를 깨부시는 행위를 많이 하는데 리치 블랙모어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지미 헨드릭스의 퍼포먼스는 제 정신이 나간 사람이 환각상태에서 저지르는 광기처럼 보이고,
잉베이 맘스틴의 액션은 선배들의 퍼포먼스를 답습한 후배의 충실한 패로디처럼 보이는데 반해,
리치 블랙모어의 그것은 다분히 히스테리컬하고 독재적이며 자학적이다.
리치 블랙모어의 파괴행위는 절대 아름답지 않고 유쾌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열정적인 것도 아니다.
기타를 부술때 리치 블랙모어의 눈빛은 연주할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기타를 연주하는 느낌으로 리치 블랙모어는 기타를 부순다.
리치 블랙모어에게 있어서 기타를 파괴하는 행위는 또다른 연주였다.
결코 그는 아무 생각없이 기타를 부수지 않는다.
마치 삽질을 하듯 기타 끝을 바닥으로 향하여 정확하게 가격하여 조금씩 냐금 냐금 부수어간다.
기타를 서서히 무력화 한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리치 블랙모어는 동시에 기타 이펙터를 하나 하나 밟는다.
기타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것이다.
리치 블랙모어의 이러한 행위를 보면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같지 않다.
리치 블랙모어에겐 지미 헨드릭스처럼 어색한 미소가 없고 잉베이 맘스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도 없다.
리치 블랙모어는 감정이 없는 차가운 얼음같은 남자이다.
이러한 차가움 때문에 나는 리치 블랙모어를 별루 좋아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를 인정할수밖에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유일한 영원체 '음악'을 만든 거장이라는 것을.....
1977년 10월 20일 레인보우의 뮌헨 공연 실황은 영원히 잊지못할 것이다.
https://youtu.be/UvVKj0c0UTQ?list=PLYFAAfhX89-cwT7ejpxzy3AaTgoBS_8uR
첫댓글 영혼을 갈아 넣은듯한 리뷰..
특히 리치 블랙모어에 대한 묘사가 너무 놀라워요
Lay down your soul to the gods rock `n' ro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