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까운 동문 친구가 수술을 받아서 충남에 있는 병원엘 문병갔습니다. 그 환자의 부인도 몸이 안좋으셔서 집으로 보내드리고 내가 대신 밤을 세웠지요. 시골병원인지라 한산했습니다. 병원 로비 한구석에 인터넷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도착한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8시 8분까지도 저러고 있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꼬박 밤을 샌 듯 싶습니다. 저 정도면 고스톱 초인이 되었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중독이란 ‘얽매임’이다.‘
자기의 뜻대로 자기를 통제할 수 없을 그 무언가에 얽매어있는 일들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반사로 생겨나는 듯 싶습니다.
예전에 어느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곤 빈그릇에 담뱃재를 털고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꼭 저렇게 담배를 피워야하나’, 하면서 혀를 찼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 사람도 분명 누군가를 병수발이나 병문안을 하러 왔을터인데, 긴 밤을 지새우며 어떤 목적도 결론도 그리고 아무런 소득도 없는 하마리자리에 앉아 피곤에 쩐 몸을 버티고 있으니, 꼭 나를 보는 듯 싶었지요.
언젠가 한 자리에서 9만발 넘게 대승을 거두었던 날,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면서 ‘아예 이걸로 노후를 대비할까’하는 생각으로 뿌듯한 귀국길에 올랐던 적이 있었지요. 이후 틈만 나면 앱을 통해 업장 환경을 점검하고 다음 원정을 대비해 그래프를 탐독, 업장과 다이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마치 한순간에 파친코 재야의 고수가 된 듯 우쭐거렸던 모습이 자장면 그릇에 담뱃재 터는 것과도 같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금방이라도 아타리가 될 것 같은 금보류를 바탕으로 한 온갖 화려한 액션과 생소한 액션에 눈알이 튀어나도록 뚫어지게 보느라 ‘산토리 보스’ 캔커피 안에다가 담뱃재를 털었던 것도 모른 채, 허무한 에러가 났을 때... 재섞인 커피 한모금에 ‘18!! 퉷퉷!~’ 하며 쓰디 쓴 웃음을 지었던 적이 한 두 번도 아니었지요. ‘아, 나는 어쩔 수 없는 하수구나.’
그리고 그 다음날 홈플러스에서 1+1 상품만을 고집하는 마누라 생각에 모든 일정을 접고 귀국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무려 2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니 내 길지않은 파친코 여정이 이젠 잊혀질 법 한데... 일본에 관한 무슨 뉴스만 나오면 탐독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알았어. 알았어. 내 곧 비행기타고 반드시 가줄께’하며 자위합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라는 책 중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화살을 꽂고 태어났나 보다.
빼려고 해도 아프고 가만히 두어도 아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가도 아프고, 가도 아픈 일본입니다. 마치 모든 걸 다 줄 것 같은 요염한 들릴라 무릎 위에 누운 채 자신을 속이고 있는 창녀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잔뜩 발기된 삼손의 아랫도리 마냥, 그래서 더 가고싶은 일본, 더 가야만 하는 일본입니다.
내 인생의 아타리가 반드시 일본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인생이 다 그렇죠?
모두들 건강하십시오. 건강해야 갑니다.
첫댓글 아타리가 일본에 있는건 아닌데 ....
가면 모든걸 줄것 같은 아쉬움정도아닐까요
보스커피가 먹고싶은 일요일이네요 잘 읽고 가네여
예전에 보성 율포해시욕장에 갔더니 미술관같은 보스커피점이 있더군요.
서울 용산에도 있던데...
감사합니다. ^^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 본적이 있어 공감가는 글 입니다 ㅎㅎ
긴 글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더우기 공감까지 해주시니.. ^^
가슴에 꽂히는 글귀입니다~^^
문장력이 대단하십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한 한 주간되십시오. ^^
참 공감가는 글 입니다 그 마음 이해가 갑니다 솔직하게 잘 표현 해 주섰네요 . . .
속이야기에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끄럽습니다. ^^
파친코 투 집필 권유드립니다
역시 우리 엉아 무네엔 화살이 박혀있었어 ㅋ
그저 마음속의 하소연을 길게 늘어놓은 것일 뿐... ㅋ
조만간 니 얼굴, 볼 날이 있겠지? ^^
건강하게 잘 지내라.
참으로 어른스러운
글귀입니다
글에서 인생의 한걸음
한걸음이 느껴집니다
요즘 가장 부족한 자원이 '시간'이라고 하더군요.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허송세월할까, 두려운 나이입니다. ㅋ
수필같은 글귀 잘읽었습니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공감하지만 업장에 다가가갈 수록 커져가는 소음이 나를 반겨주듯 또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간요. 돈을 넣고 집중하여 돌리는 순간 근심걱정 모든것이 사라지고 아타리의 순간적 쾌감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주는듯 하죠. 일상 탈출로 나만의 시간을 가져 먹고, 즐기고, 보고, 사고, 한껏 즐거움을 느끼고 귀가하여 가정과 일상에 충실하면 삶의 한줄기 행복이지 않나 싶습니다.
파친코는 그저 불로소득에 대한 쾌감을 느끼는 정도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마음의 설정을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욕심이더군요.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멋진글 잘읽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
공감가는 글이네요~
가만히 두어도 아프다ㅡ
요즘이 그러네요 . 여러모로
일본이 아득히 먼 나라처럼 느껴질 일도 아닌데, 2년의 시간이 지나다보니 좀 덤덤해진 듯도 하네요.
마음의 생각을 글로 옮기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가같은 필력 감탄이나옵니다.
원정하고 오시면 후기 많이 부탁합니다.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원정 비행기 안에서 만날 우연을 기대하며... ^^
가슴이 뭉클해 지네요 그리운 음료자판기~^^
게임 중.. 뜻대로 안되면 머리식히러 찾아갔던 자판기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우리에 일상과 루틴속의 한구석 깊이 숨겨져있는 욕구를 죽이며 산다는게 물먹은 스폰지처럼 축처져 있는 자신을 보고 있잔이 짠합니다.
탑승게이트에서 커피한잔하는 자신을 상상해 봅니다.
자유와 즐거움의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에 일본 파친코는 설정이 잘 되어있는거 같습니다.
어떤 땐 파친코를 향한 욕구가 스스로 소름돋을 때도 있더군요. 감사합니다. ^^
마음의 소리를 적절하게 표현해서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네요
탁월한 문장력입니다.
위로를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욕구를 이렇게 분출했을 뿐...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건강한 한 주 되십시오. ^^
이제는 중독이라는 단어보다 즐길줄아는 파친코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글에 공감합니다
네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
안과장님..연배가 높으신줄로 아는데요
글에는 젊은 감각과 센스와 유연함과 배려까지 느껴지네요^^;;
공감하며 봤습니다
네 선비님, 감사합니다.
제가 냉면을 참 좋아하는데, 한번 먹으러 가겠습니다. ^^
어떤 미사여구를 쓴다 해도 빠찌는 노름입니다
헐~~ 아프네요.
저는 다른 잡기는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파치는 참 재밌더군요.
노름은 하되 노름꾼은 되지말아야겠지요. 즐거운 점심되십시오. 감사합니다. ^^
'나는 태어날 때부터 화살을 꽂고 태어났나 보다.
빼려고 해도 아프고 가만히 두어도 아프다.'
-이 문장 예술 입니다~~~
저도 100% 공감되는 글 입니다 ^^
인생에 꽃혀있는 화살이 어디 한 두개인가요? ㅋ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하... 제 가슴에 비수를 꽃는 글귀입니다. 알면서... 또 알면서... 갑니다. 뭔가 새로운 것, 익숙하지 않는 것, 또는 낯설음에 대한 열망으로 또 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칼에 베인 상처엔 '후시딘'이 즉빵이던데요.
'그냥 즐거운'것 만큼 행복한 인생이 없는 거 같습니다. 늘 즐거우시길... ^^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빼도 아프고 빼지 않아도 아프고..."
답글로 달아놓으신 글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건 왜 일까요?
늘 편안하시길요. 감사드립니다. ^^
좋은글귀 감사합니다. 그런데 형님 저는 일본 언제가게되나요? ^^;;
모든 사람을 붙들고 물으시네...ㅎㅎ
동생, 별들에게 물어 봐~~~~
좋은글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일이 많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
담백한 여운의 진솔한 내용 잘 읽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하시는 일 언제나 잘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공감 꾹 누르고가요
벵이님, 건강히 잘 지내시죠?
슬슬 군자금도 준비하시고 출정갈 채비하십시다. 그때까지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안과장ll인천 네 콣나만 조심하며누될거 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