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요추디스크수핵탈출증을 생각하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척추뼈에 문제가 생기는 척추분리증도 많은 요통환자에게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척추분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척추분리증은 허리뼈의 뒷부분 중에서 척추관절과 관절사이(협부)가 깨져 있거나 금이 가서 결손이 생긴 것을 말합니다. 허리뼈의 뒷부분에는 고리처럼 생긴 판이 있는데, 이 고리판은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뼈 구멍의 뒤를 둘러싸는 판입니다. 이 고리판 중에서 윗 관절돌기와 아랫 관절돌기 사이를 협부라고 부르는데 , 이 협부에 결손이 생기면 아래, 위 허리뼈 혹은 허리뼈와 엉치뼈가 서로 붙들지 못하고 위 허리뼈가 배쪽으로 미끄러지게 됩니다. 이해가 잘 안되시면 아래 그림을 보시기 바랍니다.
척추뼈에 결손만 있으면 '척추분리증'이라고 합니다만, 위 허리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면 이를 '요추뼈 전방전위증'이라고 부릅니다. 협부가 결손된 것이므로 '협부 결손성 요추뼈 전방전위증이'라고 부르고, 한 덩어리의 운동단위로 움직일 허리뼈가 분리되어 있어 '척추분리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렇게 위 허리뼈가 배쪽으로 미끄러지는 요추뼈 전방 전위증은 이 협부 결손성 외에도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다른 종류가 있습니다.
변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나이든 사람들 (평균55세)에게서 디스크 변성과 관절의 변성으로 인해 생기며 의자에 앉거나 땅에 쪼그리고 앉으면 양다리의 저림이나 통증이 없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의인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척추수술 후 합병증으로 뼈가 미끄러지는 현상으로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척추 분리성 요추뼈 전방전위증'이나 '변성 요추뼈 전방 전위증' 보다는 수술 성공률도 낮습니다.
발육부진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허리뼈의 뒷부분인 협부의 결손은 없으나 선천적으로 발육 부진이 있어 위 허리뼈가 앞쪽으로 미끄러지는 증상으로 어린 10대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외상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허리가 심하게 젖혀지는 과신전 허리 손상으로 인해 협부가 골절되는 증상으로 서있거나 걸어다니면 허리가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병적 요추뼈 전방전위증
악성 종양 같은 병으로 뼈가 약해져 앞으로 미끄러지는 증상으로 서있거나 걸어다니면 허리가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척추분리증의 원인과 증세
척추 관절 사이의 협부에 결손이 생기거나 만성 골절이 생김으로 인해서 오는 협부 결손성 척추분리증은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에서 발견되며, 성인의 5~8%에서 많이 생기는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협부결손성 척추분리증은 보통 어린 시절에 생기는데 아프다고 느끼는 시기는 대개 20대 후반부터 입니다.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은 경우에는 대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척추분리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리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대나 20대 초에는 척추분리증만 있고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 불편 없이 운동도 잘하고 일상생활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앞쪽으로 허리뼈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곧 증상이 나타납니다. 30대 이전에 불편 증세를 느끼는 경우가 30세 이후에 느끼는 경우보다 많습니다.
척추분리증(협부결손증)의 원인이 선천적으로 척추관절 사이(협부) 고리판이 약하게 태어난 것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허리에 스트레스가 주어져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가 골절의 더 주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역기, 체조, 축구 등 무리한 힘이 허리에 되풀이해서 주어지는 운동을 오랫동안 한 사람 중에서는 이 협부에 스트레스성 골절이 올 확률이 높습니다.
뼈가 미끄러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면서 척추분리증만 있거나, 가벼운 요추뼈 전방전위증인 경우에는 대부분 별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끔 요통이 느껴질 때가 있으나 물리치료나 약물요법 등을 한 두번 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통계수치로 보면 전체 인구의 약 3%가 협부 결손증을 가지고 있고 21세 이상 성인의 경우는 5~8%가 가지고 있는데 그 중 1% 이하에서만 뚜렷한 요통증이나 신경증세를 보입니다.
척추분리증은 앉아 있거나 일어서거나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오래 서 있거나 많이 걸었을 때 요통이나 좌골신경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가만히 쉬면 증상이 없어집니다. 또한 허리를 편 상태로 누워 오랫동안 자고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장시간 쇼핑 등을 하게 되면 요통이나 엉치부와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불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경우 5번 요추에 결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5번 요추가 엉치뼈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종아리, 발등, 다리 뒷쪽 감각에 영향을 줍니다. 이은 5번 요추 신경근이 협부결손 뼈에 끼어 있는 연조직이나, 헐렁헐렁한 조직의 흉터와 찌꺼기들에 의해 끼이거나 눌려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압박이 심해지면 발가락을 위로 당기기가 힘들고 발목을 위로 당기는 힘이 약해져 절룩거리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4번 요추의 협부결손으로 인해 신경근이 눌리게 되면 허벅지 앞쪽, 무릎부근, 다리 앞쪽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4번 요추의 분리증은 한국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5번 요추 분리증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척추분리증 어떻게 치료할까요?
보존적 치료법
대부분의 경우는 신경통이나 요통을 별로 일으키지 않고 가끔 무리할 때만 불편한 정도이기 때문에 척추분리증도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보존적 치료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급성요통을 일으킬 때는 허리 고정대를 차고 허리를 안정시키면서 아스피린, 혹은 부르펜 같은 종류의 진통소염제를 통해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 물리치료나 혹은 신경경막외 주사요법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통증을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로 급성요통이 없어졌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뼈가 점차 앞으로 미끄러지거나 더 흔들리는 요추불안정증이 올 수 있고 요통의 재발회수도 점차 잦아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척추분리증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튼튼한 허리근육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급성 혹은 아급성 요통이 기간이 지나면 바로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강화해 주어야 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치료방법은 근육의 힘을 200% 이상 올려주는 중량이용 헬스기구인 메덱스(MEDEX)나 단련하기 힘든 부분의 허리근육 힘을 키워 흔들리는 뼈를 잡아주는 센타르(Centaur)등의 허리 운동기기를 이용하면, 허리뼈가 일부 결손되어 흔들린다 하더라도 주위의 근육의 효과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허리에 충분한 안정을 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 운동치료가 너무 비싸거나 부담스러운 분들은 앞서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꾸준히 수행하셔도 좋습니다만, 이렇게 꾸준한 운동을 수행할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조금은 적극적으로 첨단기기를 이용한 운동요법을 시도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2009/01/08 - [하이컨셉의 척추이야기] - 건강한 허리 만들기: 집에서도 할수 있는 척추근육 강화운동 (1)
2009/01/09 - [하이컨셉의 척추이야기] - 건강한 허리 만들기: 집에서도 할수 있는 척추근육 강화운동 (2)
적극적인 허리근육 강화가 무엇보다 척추분리증에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척추가 밀려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허리근육들이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일단 척추가 밀려나오는 증상이 진행되면 결국에는 나이가 들어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디스크와 달리 작은 수술로는 불가능합니다. 척추분리증 진단받으신 분들은 통증이 사라졌다고 안심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수술적 치료법
허리고정대, 공기허리보호대를 차고, 물리치료,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을 6개월 이상 하여도 좋아지지 않으면 수술로 근본적인 문제를 제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다리와 엉덩이에 있는 가는 요추신경근이 가시뼈, 섬유질, 연골, 가짜 관절의 커짐, 뼈 조각 등에 의해 눌려서 좌골신경통과 보행시의 다리 저림, 마비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단 수술 전에는 반드시 환자에게 어떤 수술법이 적합한가에 대하여 해부학적 검사와 기능적 검사 후에 의사와 환자가 함께 고민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면 어떤 수술이 있을까요?
환자마다 가지고 있는 해부학적 특징도 다르고, 질병의 진행정도와 동반해서 가지고 있는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여러가지 형태의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술을 결정했을 때에는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하셔야 합니다. 주요 수술방법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협부결손부 융합술
척추분리증만 있거나 요추뼈가 조금만 미끄러진 제1단계 전위증일 때는 보통 수술까지 이르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증세가 심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직접 골절된 부위를 붙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손부위의 융합을 막는 연조직들을 긁어내고 뼈를 이식한 후 철사, 나사못 또는 인대로 묶어 주는 방법입니다. 이 수술은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 향후 있을 수 있는 주변 척추들의 퇴행성 변화를 어느 정도 막아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20세 이하의 환자만 수술이 가능하고, 성공률이 높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신경감압술
신경감압술에는 척추 뒷쪽 뼈를 모두 제거하는 광범위 감압술이 있고, 결손부와 신경구멍만을 감압하는 부분감압술이 있습니다. 광범위 신경 감압술은 뼈를 고정하지 않으면 요추불안정증이 증가하여 요추후만증이 올 수 있고, 때때로 신경마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요추고리판, 허리관절, 신경구멍 절제술을 모두 할 때는 반드시 뼈를 고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분감압술도 수술 직후 당분간은 경과가 양호하나 오랜 세월 지나면 또다시 불편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역시 뼈를 고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척추분리증의 상태 그대로 뼈융합술
미끄러진 뼈를 다시 맞추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융합하는 수술입니다. 후방요추 고리판을 제 4요추부터 천추부까지 융합하는 방법, 후측방 요추 가로돌기만을 제 5요추나 제1천추 또는 제 4요추부터 천추부까지 융합하는 방법, 후방 고리판, 척추관절, 가로돌기 모두를 융합시키는 방법들 중 선택하여 사용합니다. 다리는 불편하지 않고 요통만 심한 환자에게 좋은 수술입니다. 이 수술의 장점은 척추 신경에 전혀 손대지 않고 미끄러진 뼈를 억지로 맞추지 않으면서 자연 그대로 융합을 하기 때문에 신경유착이 안 생기고 신경손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나사못 고정술을 함께 사용하면 뼈융합술의 성공률이 높아 회복과 재활을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척추분리증에서 앞쪽 척추 몸통사이 융합술
요통만 있고 다리는 불편하지 않거나 다리가 불편하더라도 신경조영술 상에서 직접적인 신경 압박이 거의 없는 경우에 허리 뒤쪽이 아닌 배쪽으로 접근하여 앞쪽 척추 몸통뼈를 융합시키는 수술 방법입니다. 허리의 신경을 전혀 손대지 않으므로 신경 합병증이 없고, 뒤쪽 뼈와 근육, 인대를 손대지 않으므로 요통이 적으며, 요추 불안정증이 더이상 조장 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처럼 배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1.5cm 정도의 구멍을 서너군데 내거나 5cm 이하의 최소 상처를 내어 복강경 또는 미세수술 현미경을 이용하여 정밀하고 안전하게 시행하므로 경과가 매우 좋습니다.
척추분리증에서 뼈 맞추어 뼈 융합술
이 수술은 '해링턴'이 개발한 벌림기구, 지렛대, '클로와드'가 개발한 벌림기구 등을 이용하여 바로 맞추거나 나사못 고정술로 척추사이를 벌리고 들어올려 뼈를 맞춘 후 고정하여 융합하는 방법입니다. 장점으로는 작은 상처만으로 수술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수술이 필요 없으며 뼈를 맞추어 정상 허리굽이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적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앞쪽 척추 몸통사이 융합술과 경피적 나사고정술
이 수술은 과거의 허리 근육을 넓게 벌려 뼈를 맞추던 방법과는 달리 척추전방전위증 환자에게 허리의 정상조직인 척추신경, 인대, 근육, 뼈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 앞쪽 뼈 융합술을 한 뒤, 돌려 눕혀서 허리 뒤쪽 피부를 통해(경피적) 나사못을 고정하는 방법입니다. 최소한의 상처를 내기 때문에 거의 출혈이 없어 수혈이 필요 없고, 또한 신경유착의 발생을 줄여 통증, 합병증, 후유증이 거의 없는 매우 우수한 수술법입니다.
이와 같이 척추분리증은 간과해서는 안되는 매우 흔한 척추질환입니다. 또한, 척추분리증에 대한 치료방법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서는 척추전문의와 상의하여 많은 방법 중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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