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脈硬化)를 푸는 야화(夜話) 돌구 돌아야 돈이다

돈맥경화(脈硬化)를 푸는 야화(夜話) 돌구 돌아야 돈이다 사계절 행락객(行樂客) 발길 이어지면서산촌(山村)마을 ‘청록골’에는 돈이 도는데, 느닷없이 역병(疫病)이 돈다는 소문에… 청록골은 스물한 집이 사는 조그만 산촌(山村)마을이다. 첩첩산중(疊疊山中)에 파묻혀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아주 외딴곳은 아니다.  청록골은 유람(遊覽)마을이다. 금강산(金剛山)·설악산(雪岳山)만큼은 아니지만 수직(垂直)으로 솟아오른 화강암(花崗巖) 바위가 하늘을 찌르고 절벽(絶壁) 사이 사이 갈라진 틈으로 소나무가 뿌리를 박아 분재(盆栽)처럼 매달렸다. 이 계곡(溪谷) 저 계곡에서 모인 물은 제법 큰물을 이뤄 돌고 돌아 내리다가 폭포(瀑布)가 되어 절벽 앞에 떨어지니 커다란 소(沼)가 생겼다. 절벽 반대(反對)편에는 백사장(白沙場)이 제법 참하게 펼쳐져 여름이면 차양(遮陽)을 치고 물놀이며 뱃놀이를 하기에 안성(安城)맞춤이다.  그뿐이 아니다. 봄엔 진달래·철쭉이 온 마을을 꽃동산으로 만들었다. 땅을 뚫고 새싹이 솟아오르면 겨우내 방에 처박혀 글을 읽던 선비들은 답청(踏靑·봄에 파랗게 난 풀을 밟으며 산책함)하러 끼리끼리 청록골을 찾았다. 가을엔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자지러져 단풍(丹楓) 행락객(行樂客)이 몰려들었다.  겨울이라고 청록골이 쥐 죽은 듯 조용한 건 아니다. 청록골 사냥꾼들이 잡아놓은 곰이다 멧돼지다 사슴을 먹으러 오는 호사가(好事家)들이 제법 있었다. 또 대처(大處) 의 눈을 피해 반반한 색시를 꿰차고 청록골로 들어와 주막(酒幕)집 구석진 객방에 처박히는 오입(誤入)쟁이들 덕분(德分)에 그런대로 마을에 돈이 돌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대처에 역병(疫病)이 돈다는 소문이 퍼지더니 행락객의 발길이 서로 짠듯이 딱 끊겨버렸다. 첩첩산중 청록골엔 역병 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행락객(行樂客)도 들어오지 않으니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나룻배 선착장(船着場) 옆에 자리 잡은 주막집 싸리문짝 위에 달린 초롱불만 손님을 기다리며 바람에 깜박거릴 뿐 그 많은 객방(客房)에 불 켜진 방이 하나도 없다.  주막집에 쇠고기·돼지고기를 갖다주던 푸줏간은 파리만 날렸다. 돼지를 키우고 닭을 키우는 육씨네는 감자·고구마 살 돈이 없어 먹이를 못 주니 돼지가 삐쩍 말라갔다. 채소 장수도 농부(農夫) 임씨에게 밀린 외상(外上)값을 못 갚아 감자도 떨어지고 조금 남아 있는 고구마가 썩기 시작해도 달리 손쓸 방도가 없었다. 농부(農夫) 임씨도 두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채소 장수에게서 밀린 대금(代金)도 못 받았는데 새로 농작물(農作物)을 줘봐야 외상값만 더 쌓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임씨네 밭에서 일하던 박서방도 일거리가 떨어져 집에서 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주막집에 손님이 들어왔다. 천석꾼 부자(富者) 유진사의 개차반 막내 아들이 그 와중(渦中)에 색시를 하나 데리고 온 것이다. 손님은 선불(先拂)로 열냥을 주막집 주모(酒母)에게 건넸다.  손님이 방에 들어가자 주모는 푸줏간으로 달려가 그간 밀렸던 외상(外上)값을 갚고 돼지고기 두근을 사왔다. 푸줏간 주인은 주모한테 받은 열냥을 얼른 돼지 키우고 닭 키우는 육씨에게 갖다줘 밀린 외상(外上)값을 털어버렸다. 육씨도 농부(農夫) 임씨에게 달려가 외상(外上)값을 갚았다. 임씨는 농사(農事)일을 거드는 박서방의 품삯을 지불(支拂)했다. 돈이 생긴 박서방은 주막에 가서 밀린 술값을 다 갚고 술을 마셨다. 그때 헐레벌떡 대처(大處)에서 유진사네 하인이 달려왔다. 하인은 막 색시 옷고름을 풀던 유진사의 막내아들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음(訃音)을 전(傳)했다. 손님은 주막(酒幕)집에 선불로 줬던 열냥을 다시 받아들고 허겁지겁 주막을 떠났다.  열냥이 청록골에 떨어진 것도 아닌데 빚이 모두 없어지고 활기(活氣)차게 제 할 일을 하게 되었다. 돈이 그저 동네를 한바퀴 돌아 나갔을 뿐인데 동네가 살아난 것이다. ※ 돌구 돌아야 돈이지 가만 있으면 돈인가? 그저 휴지 쪼가리지. 그리고, 사람이 먼저 나고 돈났지 돈 나고 사람이 났다더냐? 돈이면 다되는 세상,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개 엿같은 세상,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가? 나부터 한번 깊은 반성을 해본다. 아니다. 반성할그 읍다. 생 고생(苦生) 할끄 읍다. 금수저로 태어나서 금수저로 죽으면 그것도 복 받은 거다...  ⇒ 흙수저란? 젊어서 부모봉양하고, 그리고 결혼해서 자식양육하고, 그리고 늘그막에 마눌과 내신세 걱정하고. 오~우 천지신명이시여! 부디 다음 생에는 금수저 태어나서 고생을 쬐~끔 덜하게 해 주세요. 부디 큰소리 땅땅치면서 이쁜여자 만나서 무릉도원에서 한평생을 3·8광땡 잡고 빛나게 영원히 돈방석에 앉아 살게 해주세요. 나혼자 하면 욕심이라 할테니까. 이글을 접하는 사람 모두 전부다 광땡, 장땡(풍 2장) 잡고 빛나게 오래 오래 살도록.... 에구 허겁지겁 살다 보니까 6학년 중반이 넘네. 담 생에는 부디 꼭..ㅋ.ㅋ.ㅋ. 우 문사(禹文士)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