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의 맛있는 클래식]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세상에 너무나 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있죠. 그 음식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드리는 클래식 칼럼 '맛있는 클래식'을 통하여 그 맛과 음악을 몇배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익숙한 단어 '보헤미안 (Bohemian)'은 프라하를 수도로 한 국가 체코를 구성하고 있는 3개의 지방 중 한 곳인 '보헤미아 (Bohemia)'의 사람들이나 특징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유랑하는 집시들이 많이 거주했던 보헤미아의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였으나 19세기 이후 '보헤미안'은 기존의 규율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예술가들이나 이러한 정신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체코의 전통 음식 '스비치코바' [출처: Tripadvisor]
보헤미안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자 현재는 체코식 족발 '콜레뇨 (Koleno)'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 바로 '스비치코바 (Svickova)'입니다.
레몬즙이 들어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크림 스프는 카레나 헝가리 굴라쉬 수프와 비슷한 맛이 납니다. 이 크림 스프 위에 얇게 잘라 익힌 소고기 등심과 쫄깃함을 자랑하는 전통 빵인 '크네들리키 (Knedliky)'를 올립니다. 여기에 라즈베리 잼과 따뜻하게 데운 '사우어 크라우트 (Sauerkraut, 독일의 김치와 같은 양배추 요리)', 그리고 생크림을 얹어주면 '스비치코바'가 완성됩니다.
짭쪼름하면서도 부드러운 스프와 고기, 달달한 라즈베리 잼과 생크림, 그리고 양배추를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인 후에 발효시켜 만든 '신 맛의 양배추'란 뜻의 시큼한 '사우어 크라우트'까지!
'단짠단짠'을 넘어 '단-짠-신'의 조합을 만들어 낸 음식이 바로 이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이 난다는 중독성 강한 체코의 전통 음식 '스비치코바'인 것입니다. 체코의 자랑 전통 맥주와 잘 어우러져 유럽 여행 중 체코를 들렸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워 하는 음식인 체코의 국민 요리 '스비치코바'와 어울리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보르작의 피아노 오중주 2번은 어떨까요?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에는 <나의 조국>, <팔려간 신부> 등을 작곡한 '스메타나 (B. Smetana, 1824-1884)'를 비롯하여 <슬라브 미사>, <현악사중주 1번>, <현악사중주 2번> 등을 작곡한 '야나체크 (L. Janacek, 1854-1928)', <슬로바키아 민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작곡한 '마르티누 (B. Martinu, 1890-1959)' 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작곡가가 바로 '안토닌 드보르작 (Antonin Leopold Dvorak, 1841-1904)'입니다.
드보르작 [출처: 위키피디아]
<신세계 교향곡>으로 널리 알려진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Symphony No.9 'from the new world')>와 <유모레스크 (Humoresque)>를 작곡한 체코를 대표하는 민족주의 작곡가 드보르작은 5개의 피아노 오중주를 작곡했습니다.
그 중 오늘의 주인공인 <피아노 오중주 2번 가장조 작품번호 81 (Piano Quintet No.2 in A Major, Op.81)>은 드보르작이 46세가 되던 1887년에 작곡하여 이듬해에 프라하에서 초연이 올려진 작품입니다. 이 곡은 드보르작이 체코의 민속 음악에서 따온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집어 넣어 그의 조국에의 사랑과 애국심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프라하의 국기 [출처: 구글 이미지]
독일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바그너 (W. Wagner, 1813-1883)'가 지휘하던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리스트로도 활동했던 드보르작은 비올라의 음악적 지위를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한 작곡가입니다. 피아노 오중주 2번에서도 비올라의 비중을 매우 높여 기존의 여러 작곡가들의 앙상블 작품에서 그저 '여러 악기 사이의 다리 역할'만 하던 비올라가 아닌 새로운 면모의 매력을 발산해주고 있습니다.
4개의 악장은 각각의 악장이 개별적인 음악 특징을 가지면서도 마치 '단-짠-신'의 조합처럼 통일감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집시의 춤
풍요로운 감정들의 현악기들이 애절하고도 경건하게 테마를 연주한 뒤 그 감정들이 피아노와 함께 자유롭게 발화되는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 (Allegro ma non tanto)'를 지나면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요를 뜻하는 '둠카 (Dumka)'가 2악장에 등장합니다. 드보르작은 둠카를 항상 '명상곡 (Meditation)'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2악장 '둠카: 안단테 콘 모토 (Dumka: Andante con moto)'는 심리적인 적막감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아련한 추억들을 정열적인 파트와 대조적으로 그림니다.
3악장 '스케르초-프리안트: 몰토 비바체 (Scherzo-Furiant: Molto Vivace)'는 왈츠보다도 더 빠른 보헤미아의 민속 춤 '프리안트'를 묘사하여 생동감을 불러 넣습니다.
마지막 악장 '알레그로 (Allegro)'는 화려한 테마와 세련된 움직임으로 그려지는 드보르작 특유의 향토적인 우수와 열정은 듣는 이의 마음에 희망을 안겨 줍니다.
프라하의 풍경
이렇듯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유로우면서도 정열적인 보헤미안의 느낌을 물씬 뿜어내고 있는 드보르작의 피아노오중주 2번은 체코의 전통음식 스비치코바와 꼭 닮아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스비치코바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레시피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체코의 스비치코바를 요리해 체코 전통 맥주와 드보르작의 피아노 오중주 2번을 함께 즐겨보면 동유럽의 아름다운 프라하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