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치고는 그리 춥지않은 14일 그렇게 기다리던 세기말 날리부르스 투어가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14일과15일 이틀에 걸친 서울공연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에는 역시 이승환이라는 탄성을 지르게 되는 無敵투어에 이어진 환장의 연속판 이었다. 늘 새로운 편곡으로 기존의 같은 곡이더라도 공연마다 질리지 않는 새로움을 준다. 또 화려한 조명과 무대 디자인,깜짝 이벤트, 그가 뿜어 내는 힘과 정열은 관객이 미치고 싶을 때 미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공연은 항상 관객의 마음을 읽어 내는 듯 하다고나할까?
14일은 첫 공연 이었기 때문인지 너무나도 미비한 점이 눈에 띄여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벌어진 힐튼호텔은 워낙에 유명한 곳인지라 찾기에 어렵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으나, 공연장 입구에 늘어선 줄이 공간을 복잡하게 만들어 표를 교환하기도 쉽지 않았으며 좁은 통로에 공연 기념품과 음반, 티셔츠를 파는 곳이 함께 있어서 줄을 서기에 불편함이 없지 않았다.
설레는 맘으로 줄을 서고 6시쯤 입장을 시작, 입장을 하면서 Dylife!라고 쓰여있는 골판지를 나누어 주고 공연장 안에서는 줄을 맞추어 앉게 하였는데 잘못된 인원 측정으로 뒷번호의 사람들이 입장하지 못해 먼저 입장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후에 한꺼번에 이동하여 서로 밀고 다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만일 이때에 앞에서 사회자가 갑자기 한꺼번에 일어나서 이동하라고 지시하지 말고 번호대로 끊어서 이동하였다면 좀더 원활한 진행이 되었을 것 같다. 결국 공연은 예정시간보다 늦게 시작되었는데 이승환씨가 2,3곡을 불렀을 쯤인가? 뒷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벌어져 공연이 다시 중단되었다. 결국 일부의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200%의 환불을 약속 받았고 그들의 퇴장 후에 다시 공연은 진행되었는데 스탠딩이 아닌 모두 앉아서 관람하는 형태로 시작되었고 이번 세기말의 날리부르스 공연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동이 있고 난 후 시작된 공연은 끝까지 남아서 기다린 팬들에게 보답을 하듯이 충실하고 알찬 짜임새로 진행되어 공연을 보는 동안 공연전의 사건을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 있었다. 이승환씨의 의상도 바뀌어 있었고 그의 동작과 입담 하나하나에 관객들은 차분히 앉아서 열광하기 시작하여 ‘붉은낙타’를 부를 때에는 모두 다시 일어나 질서있게 뛰고 노래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부르고 (하지만 공연이 지연되어 시간이 늦어짐 탓인지 그는 한번의 앵콜로 공연을 마감했다) 끝 곡으로 ‘끝’을 부르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까지 관객들은 다시 이승환의 매력에 푹 빠져 왈랑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켜야 했다. 하지만 공연시간이 전보다 더 짧게 느껴져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겁고 아쉬운 공연이었다.
반면 15일의 공연은 전날의 상처를 시원하게 씻어낸 열정적이고 파워풀한 공연이었는데 14일과 다른 점은 all standing이 아니라 앞의 1/4정도의 공간을 제외하고는 의자를 배치하여 전 날과 같은 사태에 대비하였다. 다행히 그 의자를 방패 삼아 질서있게 공연은 진행되었고 입장도 제 시간에 마쳤으며 줄을 설 때에도 14일과 달리 10명씩 끊어서 세우려는 자원봉사 요원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전날의 소동때문인지 팬들도 자제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연장 입구에 놓여져 있던 상품 판매대도 Convention Hall안의 공간으로 옮겨져 복잡함이 덜하여졌다. 하지만 14,15일 모두 호텔이라는 공연장의 특성 때문에 호텔측에 눈치를 보며 줄을 서야만 했다.
또 다시 ‘멋있게 사는 거야’를 첫 곡으로 등장한 이승환. 어제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무대의 끝과 끝을 뛰며 노래하는 그를 통해 그 동안 이 공연을 어떻게 준비해왔고 그도 팬들과 같은 마음으로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곡이었던 rock으로 멋지게 편곡된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를 들을 때에는 등에 차가운 얼음이 지나가는 것처럼 놀라움에 소름이 쫙 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이다. 공연 내내 깔끔한 음향과 멋진 조명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외치며 기다리던 때에 마이크의 전원이 나갔는데, 조금 더 세심한 살핌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측의 잘못인지 누구의 잘못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팬으로써는 그 틈을 타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해준 멤버들의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밴드멤버 전원과 함께 ‘끝’을 합창도 하고 마이크 없이 이승환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오히려 기쁘기만 했다.(마이크가 없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군대에서 신병이 신고를 하는 것처럼 보여 재미있었다.그는 어떠했을지 모르지만..)잠시 후에 전기가 들어와 5곡을 부르겠다며 그가 손을 쭉 펴보였고 그렇게 기다림 끝에 이어진 앵콜 무대는 라이브의 귀재라는 그의 별명을 무색치 않게 했다. 하지만 끝까지 전기가 안 들어왔다면 얼마나 실망이 컸을지…그 4시간에 가까운 긴 공연은 12시가 다 되어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차 안에서는 내내 공연의 감격이 이어져 그의 노래들을 흥얼거렸고 가슴 가득 환장 에너지를 안고 포만감에 젖어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조명과 무대 또 멀티규브는 14일과15일 모두 다른 여타 공연과는 다른 연출을 보여줬는데 특히 조명은 무적보다 훨씬 더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무적앵콜 공연 때 만큼의 효과를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무대 양 옆에 세워져 있는 조명탑이 관객들에게 밀려 차짓하면 쓰러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다. ‘나의 영웅’ 에서의 객석까지 이어지는 레이저 연출은 너무도 공연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어 마치 무대와 내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띄인 것은 무대인데 무대는 미래와 과거 원시의 시간이 mix되어 올라있는 듯한 기분과 우주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무대 가운데 세기말의 날리 부르스라는 공연제목이 특이한 글자로 디자인되어 연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공연분위기와 정말 맞아떨어지는 장치였다고 본다. 하지만 무대 양 옆의 사람 모양의 인형은 무었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그리 주의를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스탠딩 공연을 하기엔 무대가 다소 낮기 때문에 키가 작은 여성관객에는 조금 불리했다. 멀티규브는 무대중앙과 관객을 기준 무대 오른편에 마련되었는데 공연 시작부터 낮은 음악이 내리 깔리고 이승환의 냉소적인 웃음을 담아 마치 멀티비젼을 통해 한편의 CF같은 화면들을 내보내고 바로 이승환의 등장으로 이어져서 등장 할 때의 극적인 효과를 200%살려 주었다. 진행되는 동안에는 중앙의 화면에서는 공연의 효과를 살리기 위한 화면을 내보내고 사이드의 화면에서는 뒷자리관객을 위해 무대의 모습들을 잡아 주었는데 ‘크리스마스에는’과 같은 노래를 부를때의 감색하늘에 눈이 오는 화면 같은 것은 너무 아름다워서 꿈속 같은 분위기를 연출 해냈고 ‘너의 나라’와 ‘나의 영웅’을 부를 때는 지나가는 기차가 담긴 흑백화면이 자극적으로 와 닿았다. . 무적과 더불어 세.난.부 공연도 역시 멀티비전을 이용한 영상적 효과가 뛰어난 공연이었다.
이승환씨의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갓 따놓은 콜라처럼 톡톡 쏘는 싱싱한 이벤트들과 팬들에 대한 배려(서비스)들이다.이번 공연에서 그는 멀티비전의 화면이 나온 뒤 마치 마술사처럼 공연장 중간에 막으로 둘러 쌓여진 곳에서 막을 ??으며 등장하였으며 덩크슛을 부르기 전에는 기구를 이용해서 관객들의 머리위로 지나가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무대 바로 앞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잘 볼 수 없었던 팬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이벤트였다. 또한 노래하는 중간에 여자관객 중 한명을 무대로 올려 팬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며(이것 때문에 그날 잠 못자고 베게 부둥켜 안고 밤새 울었다는 처자들 참 많다.^^;;모두들 가장 싫었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이벤트라고 입을 모았다.), ‘세가지 소원’에서는 위에서 눈이 내리기도 했고, 기타 솔로 연주 중에는 기타에 불이 켜지고, 첫날은 빤짝이 테이프 폭죽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둘째날 ‘Let it all out’을 부르고 난 뒤에 떨어진다는 사람 모양의 인형은 언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어 그 효과가 미흡했다.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로는 공연장에 콜라를 무료 공급해 시작 전 또는 공연 중에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는데, 타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모습이었다. 주로 협찬 받은 음료수를 한 개씩 나누어 주던 지금까지의 공연과는 달리 자원 봉사 요원들이 종이컵에 콜라를 따라 놓아 무제한으로 언제든지 마시는 것이 가능하게 배려 했다. 첫날에는 물품보관대도 마련하여 스탠딩을 대비하여 가방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을 맡길 수 있게 해 주었는데 둘째 날은 좌석을 배치했기 때문인지 물품 보관대를 찾을 수 없어서 전날 본 물품 보관대를 믿고 가방에 짐들을 이고 지고 온 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연을 보아야 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사라져버려 서운하다.
항상 이승환의 공연은 마치 즉석복권을 긁어보는 듯한 기분이다. 떨리는 맘으로 표를 예매하고 드디어 공연날이 돌아오면 그 공연내용에 대한 기대에 공연장을 가는 길도 설레인다. 그리고 공연장에 들어서면 이번엔 어떤 이벤트들이 무대에서 벌어질지? 또는 그가 등장을 어떤 방법으로 해낼지 이번엔 어떤 곡이 편곡으로 새로워질지 등의 기대에 또 다시 머릿속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복권을 산 가격이상의 만족감과 기쁨으로 돌아온다. 복권과 다른 점은 그의 공연에는 ‘꽝’은 없다는 것이다.이번 세기말 날리 부르스 공연에서도 무적 Dream Team의 작품을 기대해본다. 서울 공연에서의 미흡한 점은 횟수를 더 하면서 완벽으로 바뀌고 첫날의 사태를 계기로 팬들의 공연질서도 많이 성숙해 졌으리라 믿는다. 아마도 다가오는 30일 앵콜 공연에서는 無敵투어 앵콜 공연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의 공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다음 세.난.부 복권을 긁어 볼 생각에 맘은 설레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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