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5. 02(토) ~ 05. 04(월)
작지만 아름다운 여행 - 여인들 네명의 계획 없어 더 멋졌던 나들이
2015년 5월 2일 토요일
5월 2일부터 5월 5일까지의 꿈같은 연휴...함께 떠나자고는 했지만 설마설마했는데, 의외로 쉽게 네명의 여인들은 나섰습니다.
5월 2일 9시 따뚜에서 만났습니다. 늘 모임에 늦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시간을 너무 잘 맞추어 주었습니다. 새말댁이 차를 가지고 가주겠다고 해서 얼마나 감사했던지...방향은 남쪽이고, 연휴의 차량들의 홍수에 밀리지 낳는 방향을 목표로 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계획에 대한 부담이 살짝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한가한 시골동내 봉화로 갈까 하다가, 처음에는 뭔가 인팩트가 있어야할 것 같아, 예천의 무섬마을로 향했습니다.
영주를 내려서려는데, 인견 백화점이 보입니다. 무조건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아줌마들의 본성을 드러내어 옷이며, 이불이며....그렇게 처움부터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보지를 말아야지....에구구....나도 내의지의 약함을 보이며 한여름의 시원함을 빙자하여 인견 블라우스를 3개나 주워 들었습니다. 아마도 집에 가면 바로 후회하겠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부지런히 입어야겠습니다. 그곳에서 2시간이나 보낸 모양입니다. 다시 출발.........무섬마을로 들어서는 굽이굽이 산골길을 좋아해 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무섬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주문해 두고 툇마루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밥 한끼 먹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골동반이란 그 집의 비빔밥 점심을 시켰습니다. 조미료가 들지 않은 깔끔하고 담백한 선비상의 비빔밥이었습니다. 차려진 밥상에 대한 예의(?)로 막걸리 한 병을 시켜 출발의 낮술을 곁들였습니다. 기분은 그만입니다. 무섬마을의 트레드마크인 쪽다리를 오가며, 뛰어내리고 웃고, 마주오는 사람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며...그저 신나게 웃었습니다. 무엇이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서 전에 중전팀과 왔던 댁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날은 없던 84세의 허리굽지 않은 정정한 주인 할며니께서 계셨습니다. 마을에 행사가 있어서 할머니의 아들들도 내려와 있었습니다. 할머니네의 □자 마당에 안자서 할머니의 시집오던 이야기부터, 당신 혼자서 민박을 하며 이댁을 지키고 있는 이야기, 뒷바당에 한창 핀 목단의 자랑까지 들었습니다. 전에 왔을 때 깨끗이 씻어서 세워두었던 신발의 깔끔함의 임자셨습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무섬 마을하면 우린 또 할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요.
무섬마을의 얼굴 해우당
무섬마을 쪽다리
무섬마을 86세 정정한 할머니
할머니께서 시집올 때 가지고 오신 화초장
할머니의 자랑 뒷뜰의 모란
무섬 마을을 나와서 이번 여행 내 은말한 욕심인 봉화의 닭실마을로 향했습니다. 봉화의 닭실마을은 앞과 뒤로 산을 두른 양짓말이었습니다. 무섬마을보다도 가구수가 적지만 박씨와 김씨의 집성촌인 이곳은 잔잔한 기품이 있었습니다. 마을을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서툰노래소리가 들립니다. 마을들은 조용한데 한집에서 사람들의 무리와 노래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으로 고개를 기웃거리는데...어른들만 몇 있는 잔디마당에 100세 생신을 축하한다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습니다. 와 백세..........시골 인심이 아직은 남아 있는 닭실마을 어른들은 어서 들어오라며 커피와 두유와 마이크를 내주십니다. 어디 우리가 또 뺄사람들입까! 마이크를 잡은 일행이 황진이 한자락을 신명나게 풀어놓았습니다. 할머니 100세 200세 장수하십시오. 그곳을 떠나는 일행들은 신나 죽습니다. 이렇게 의외의 할머니들을 가는 곳마다 만나는 행운이 있다니. 완전 기분 업입니다. 차속이 시끄럽게 행복한 웃음이 퍼집니다. 이 여행을 기획한 저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지요.
닭실마을, 100세 할머니 생신잔치
마을 가장 좋은 자리에 있던 청암정은 사유지라 오늘은 주인이 없어 열지를 않았습니다. 차암 시골입니다. 열쇠를 가진 주인이 오지 않으면 모든 것이 중지입니다. 허는수가 없지요. 여기의 법이라는데....아쉬움을 두고 석천정사로 향했습니다. 봄가뭄이 계곡의 물빛은 흐리게 했지만 과거 이곳의 경치와 권벌 집안의 위엄을 짐작하게 합니다. 버스 한 대로 온 사람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바위에 자유롭게 앉아 있습니다.
청암정, 석천정사
다음은 오전약수탕입니다. 다른 약수보다 시골 깊은 곳에 있어 그런지 그렇게 번잡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약숫물은 유황과 철분 냄새가 찐했습니다. 깊은 산골짝에는 겹벚꽃이 흐드러졌습니다. 계절이 한 걸음 늦추어서 가고 있습니다.
올길에 본 국보가 있다는 지림사를 잠시 들르기로 합니다. 신라시대의 마애불인데 많이 상해있습니다. 아마도 도두라짐이 많아서 더 많이 훼손이 된 듯합니다.
지림사 마애불과 대웅전 꽃창살
시간이 6시를 달리고 있습니다. 잘곳과 먹을 곳을 찾아야합니다. 울진 죽변항을 목표로 달립니다. 중간까지는 4차선으로 잘 되어 있는데, 아직 동해쪽으론 길이 완성되지 않아 꼬불꼬불 불영계곡을 끼고 내려와합니다. 울진 죽변항으로 갑니다. 과연 연휴라 방이 있을까? 몇군데 들어보니 한 군데서 가당치 않은 방에 가당치 않은 가격을 부릅니다. 오늘이야 어쩔 수 없지요. 넷이 나란히 눕기도 옹색한 방을 9만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방의 크기보다도 더 문제는 이부자리의 깨끗하지 못한 깨름칙함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지요. 자신이 최민수 친구라는 파마에 앞단추를 세 개나 풀고 알라딘 구두를 신은 날라리 주인에게 횟집을 물어 나옵니다. 죽변항 안 회센터의 우리횟집을 갑니다. 모든 가족이 나와서 바쁜 일손을 돕고 있었습니다. 회와 게...그리고 소맥 일잔으로 배를 채우고 노래방으로 갑니다. 음정 박자 관계 없는 우리의 노래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5월 3일 일요일
늦잠에서 일어나 대충 매무새를 정리하고, 폭풍속으로의 촬영지로 갑니다. 오래전의 드라마라 이덕화가 나왔다는데 아무도 그 드라마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걷고 차를 조용한 해변에 세웠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라면을 먹고, 그리고 갈아가지고 간 커피를 거름종이에 내렸습니다. 커피향이 아침을 더욱 상쾌하게 해 줍니다.
다음은 망양정..그곳에서 우린 은어잡이에 한창인 투망꾼들을 만났습니다. 와! 결정적인 순간...아저씨의 투망 가득하게 은어가 딸려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곳에도 역시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왕피천의 물이 불러들인 은어떼들입니다.
왕피천과 은어잡이 아저씨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목표로 갑니다. 그런데...정말 너무도 우린 무계획했습니다. 3일전에 예약은 필수이고,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은 금강숲길 입구도 들여다 조차 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쩌는 것도 아닌데, 그 입구 좀 보려고 하는데 그 날의 담당자인 마을 아주머니가 소리소리를 칩니다. 허는 수 없지요. 아쉽지만 그냥 나오는 수 밖에.............
덕구온천이 다음 우리의 목표입니다. 덕구 온천은 요즘 한창 내부수리로 어수선합니다. 그래도 사람도 많고 물도 좋습니다. 짧게 목욕을 하고 나와서 온천의 원탕이 솟는 곳을 보러 가기로 합니다. 덕구계곡을 끼고 올라 가는데 4km입니다, 덕구 계곡의 봄이 너무도 곱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과히 힘들지도 않고, 사람도 많지 않고 계곡도 잘 정비되어 있고....너무너무 좋았습니다. 4KM는 짧은 거리가 아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덕구 온천이 솟는 곳에는 족욕 할 수 있도록 물을 받아 주는 배려도 있었습니다. 30여분은 앉아 있었나 봅니다. 사우나로 더워진 몸에 다시 땀이 납니다.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서 돌아섭니다. 왕복 1시간 40분 정도 걸었나 봅니다. 이번 여행에 그리 오래 걷는 것은 계획에 없었는데 너무도 좋습니다.
덕구온천
다시 잠자리와 저녁 거리를 찾으러 갑니다. 조금씩 집이 가까운 곳으로...삼척으로 정하고 GO.GO. 삼척항 부근쪽에서 이왕이면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갑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다행 모텔은 무자비하게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깨끗하고 넓은 방이 6만원! 방을 잡고 짐을 올려 두고 항쪽으로 갑니다. 평남식당인데...게가 너무 좋아서 게 네 마리로...살이 꽉찬 게가 들어왔습니다. 네명의 여인들은 정신 없이 게 사냥에 빠졌습니다. 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목구멍에서 게맛이 올라올 정도로...이번 여행은 게에 대한 여한을 풀었습니다.
5월 4일 월요일
월요일 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방이 깨끗해서 오늘은 방에서 라면을 먹었습니다. 한껏 늑장을 부리고 일어섰습니다. 어디로 가지? 레일바이크.....예약을 않했는데....일단 가보기나 하자. 차로 그 방향으로 가면서 전화를 걸면서...가능성이 10%??? 궁촌항에 도착하니 이미 매진...그 앞에서 돌아서려는데, 2인승 짜리가 2대가 있단다. 부라보. 이런 행운이 우리가 마지막 승객이 되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마구 달려서 탑승. 궁촌항에서 용호항까지 5.8KM가 바다를 따라 경치도 좋고, 잘 가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있는 휴게소도 아주 좋았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넣으니 더 행복합니다. 터널 속을 지날 때 빛의 비엔날레는 더욱더 훌륭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란 찌릿함에 더욱더 신이 났습니다.
궁촌항과 용호항 사이의 레일바이크
이젠 다시 위로 위로. 묵호 가막바위에 부근에서 곰치국으로 점심을 정했습니다. 그런데...완전 실패. 어흐흑.......
정동진 헌화로를 돌아서 잠시 저 쪽빛의 고운 바다에 넋을 놓고, 정동진으로 나와 찻집에 앉았습니다. 자리도 없을 줄 알았는데 월요일에 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지 카페에 창가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노닥노닥 시간을 보내고 아쉬운 여행을 접으며 원주로 향합니다.
헌화로와 정동진
세우지 않았던 계획이 뜻밖의 아름다운 여행을 선물했다.
첫댓글 브라보!! 무섬마을, 울진 금강소나무숲 생생 해요. 자유로운 영혼 ㅡ아줌마들의 반란? 부러워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