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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겁 먹고 나약한 한국 정치인들…어렵게 쟁취한 독립 지킬수 있나”
중국공산당의 ‘조용한 침공’ 해부한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 단독 인터뷰
“중국은 한국의 학계와 정계, 문화계, 언론계 지도층 전반에 베이징 옹호자와 유화론자들을 확보했습니다. 한국 재계에는 베이징의 만족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활동하는 강력한 이익 집단들이 있어요. 중국 공산당은 (한국에서) 영향력 행사자는 물론 첩보 공작원들도 동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에 번역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원제 ‘Silent Invasion’)>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호주 찰스 스터트(Charles Sturt)대 교수가 한 말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클라이브 해밀턴 제공
중국 공산당이 최근 30년간 조직적으로 추구해온 해외 영향력 확장 실태를, 호주 사례를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책은 2018년 출간된 후 호주와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쳤고, <뉴욕타임스(NYT)>, <더 타임스(The Times)>, <포린 팔리시(Foreign Policy)> 등의 추천을 받았다.
◇“中의 본질과 야망 못 깨달으면 한국도 위험해”
해밀턴 교수는 1986년 영국 서섹스(Sussex)대학교에서 ‘한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아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는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의 정치 지도층은 지레 겁을 먹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나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독립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2021년 6월 한국어로 번역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중국 공산당이 다른 나라의 정치, 기업, 언론, 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여론을 선동하고, 정책을 바꾸는지 실태를 생생하게 파헤치고 있다./세종 제공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 정책을 책임졌던 미국의 저명한 진보주의자들도 이제야 중공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野望)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한국도 눈을 떠야 한다.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닫지 못한다면 한국도 위험하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人權)을 옹호하려는 의지(意志)를 찾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한편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대해 이달 16일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을 써가며 공개 반박했다. 이에 대해 ‘외교관은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삼간다’는 국제 외교의 관례를 무시한 오만(傲慢)한 언동이라는 평가가 많다.
◇“비판 목소리 억누르려는 중국의 불안감”
2021년 5월 24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 발전' 세미나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계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증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자는 이달 19일 낮 해밀턴 교수와 전화 인터뷰와 지난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목적과 의도를 분석해 봤다.
-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한 발언을 어떻게 보나?
“한국 정치인을 통제(control)하고 압박하려는 목적에서 한 것으로 본다. 윤 전 총장 인터뷰를 계기로 한국에서 중국에 비판적인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억누르려는 불안(anxiety)과 짜증(irritation)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 호주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에게 조언한다면.
“한국과 호주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경제적 협박(bullying)에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 나는 한국인들에게 ‘전략적 경쟁’이니 ‘문명 충돌’ 같은 거창한 것 말고 한국 내부에 일어나는 일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 공산당(CCP)의 기본 전략은 한국 기관들의 독립성을 훼손함으로써 베이징에 저항하려는 한국의 힘을 약화(undermine)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CCP는 한국의 여러 기관들을 끌어들이고(co-opt), 쓰다듬거나(groom), 때로는 뒤집는(subvert) 방법을 써가며 중국에 복종하게끔 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2021년 5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과 기자회견하는 모습. 두 나라는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보조를 재확인했다./로이터연합뉴스
◇“한국내 對中 저항력 약화가 中 공산당 전략”
- 주한중국 대사의 최근 발언은 CCP의 이런 전략에서 비롯된 건가?
“그렇다. 중국은 지금 스스로를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보스(boss), 즉 패권국가라고 여기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은 종속된 부하(subordinate)로 생각하며 지배하려 하고 있다.”
- 여기서 중국은 왜 ‘조용한 침공'을 할까?
“중국공산당(CCP)은 한국 등 상대국 지도자들에게 ‘베이징이 원하는 걸 해주면, 그것이 그 나라에 최고 이익이 되며, 동시에 지도자 개인에게도 최고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모든 노력을 쏟는다. 이렇게 지도자들의 내부 심리까지 전복(internal subversion)시키는 게 바로 CCP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이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지도자들은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베이징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진짜로 한국과 한국민의 이익이 된다고 맹신하고 있다. 그래서 베이징이 원하는 것들을 계속 다 들어주고 있다.”
최근 5년간 호주의 대중국 수출 추이/자료: 호주 외교통상부
◇“한국, 호주 등을 미국과 동맹에서 이탈시키는 게 목표”
- 그렇다면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전략 목표는 미국과의 동맹(同盟) 해체이다. 이를 통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유일의 패권국(hegemonic state)이 되고자 한다. 먼저 호주의 높은 대중 경제 의존도를 무기로 정계와 재계, 지식인 엘리트 동조자들을 모아 호주를 장악한 뒤, 호주를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시키려 한다.”
- “중국은 ‘경제적 협박의 명수(名手)’이다”고 책에서 지적했는데.
“CCP는 ‘경제적 협박'을 아주 잔인하게(quite ruthlessly) 이용하고 있다. 최근 15개월 동안 중국은 호주산 수입품에 대해 일련의 무역 금수 조치를 내렸다. 호주 정부가 더 이상 중국 공산당에 굴복(kow-tow)하지 않자, 이에 화를 내며 복수하고 있다.
해밀턴 교수는 “베이징은 한미(韓美)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 한국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적 협박 카드로 한국의 정치적 양보와 굴종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했다.
- 중국 공산당(CCP)이 최근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중국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시진핑 총서기는 이달 1일 창당 기념식에서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여러번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복속시키려는 나라는 강철 같은 만리장성 벽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늑대 외교관’들은 지금도 외국 상대국을 협박하고, 욕하고, 벌까지 주고 있다. 중국은 진짜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인가, 아니면 머리에 피 흘리게 만드는 나라일까?”
2021년 7월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신화연합뉴스
◇“‘민주주의 국가들 동맹'으로 中 공세 맞서야”
- 한국 정부의 대(對)중국 태도를 평가한다면?
“역사적으로 봤을 때, 공격적으로 부상(浮上)하는 신흥국가를 무조건 유화적으로 대하는 것은 대개 뒷끝이 나빴다.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들간의 동맹만(only an alliance of democratic nations)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공격적인 계획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 하지만 상당수 한국 리더들은 ‘중국의 국력이 곧 미국을 추월한다’며 목소리를 죽이고 있다.
“한국인들이 어렵게 쟁취한 자유와 독립이 지금 친중(親中) 정치인, 재계 엘리트, 여론 형성자들에 의해 팔려가고 있다. 이들은 자유와 독립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만의 부와 정치 권력,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고 있다.”
- 중국의 ‘은밀한 침공’에 한국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인들은 주권국가로서 독립(independence)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대답이 ‘별로’라면 중국의 돈을 받아먹고 계속 머리를 굽신거리면 된다. 반대로 ‘아주 많이’라면, 중국이 부과하는 경제적 처벌을 감내하면서 자유를 얻기 위한 값을 치러야 한다.”
2021년 6월 23일(현지시간) 호주 국민들이 멜버른에서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중국을 비난하면서 호주 정부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中 공산당, 한국 反日 감정 격화 위해 적극 움직여”
- 중국은 최근 한국의 문화와 역사까지 공격하고 있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에 대해 중국은 영화와 TV산업에까지 미묘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베이징은 중국인 투자자와 거대 중국 시장을 미끼로 한국 관련 스토리들을 검열하고,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바라보는 세계의 인식을 바꾸려는 선전(宣傳)에 맞추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 한국 내 반일(反日) 감정은 뜨겁지만 반중(反中) 감정은 매우 약하다.
“한국인들은 오늘날 중국의 위구르 인권 탄압 같은 범죄 행위에는 둔감하고, 70년도 더 지난 과거 전쟁 범죄에는 매우 민감하다. 놀랍다. 하지만 진실은 동북아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망을 견제할 수 있는 한국의 동맹이 일본이라는 점이다. CCP는 한국내 반일 감정을 격화(intensify)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내 일부 반일 민족주의 단체들은 CCP의 통제를 받고 있다.”
- 책이 어렵게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호주의 유력 정치인들이 중국의 정치 자금을 받는 것을 보고 충격받아 2016년 11월 집필을 시작했다. 이듬해 10월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지만 내 책을 8권이나 낸 출판사가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해 작업을 거부했다. 다행히 멜버른의 용기있는 작은 출판사가 맡아 책이 나왔다. 미국의 호주내 영향력에 관한 책을 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게 ‘자유'로운 미국과 자유를 인정않는 중국의 차이점이다.”
★美·EU·英·日·나토 “중국 사이버 활동 규탄”… 한국만 쏙 빠졌다
“해킹 배우에 중국” 동시 발표
FBI가 수배령을 내린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정부 기관, 대학, 기업 등을 해킹해 온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가안전부 하이난성 지부 해커들. 왼쪽부터 주윈민(朱允敏), 우수룽(吳淑榮), 딩샤오양(丁曉陽), 청칭민(程慶民)/FBI
미국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국, 일본 등이 조율해 중국 국가안전부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비판하는 발표를 거의 동시에 내놓았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를 비롯해 미국의 전 세계 주요 동맹국이 다수 참여했지만 한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은 19일(현지 시각) 중국 국가안전부가 지난 3월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체인지 서버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 등의 배후에 있다고 비판하는 설명서(Factsheet)를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나토 등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나토가 중국의 사이버 활동을 규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국가안전부가 정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용납할 수 없는 사이버 작전을 벌여온 해킹 범죄자들과도 계약을 맺었고 이들이 금전적 목적의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를 위해 일한 경력이 있는 해커들이 2018년 10월과 2020년 9월 사이에 기업·개인 컴퓨터에 침투해 피해자의 컴퓨터를 가상 화폐 채굴에 이용하는 크립토재킹이나 사이버 절도, 사이버 착취 등을 벌였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소속인 사이버 작전 세력이 미국 기업의 컴퓨터를 해킹한 뒤 데이터를 복구해 주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공격을 벌인 사례도 공개됐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금전 목적의 해킹들도 “중국 국가안전부가 인지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미 법무부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정부 기관, 대학, 기업 등을 해킹해 온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의 하이난성 지부와 연계된 해커들을 기소했다. 법무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하이난 국가안전부의 관리하에 해커들은 전 세계 10여 국의 항공, 방어, 교육, 보건, 제약, 해양 분야 기관을 공격했고 특히 에볼라, 메르스, 에이즈 등을 연구하는 기관과 대학을 노렸다. 미 법무부는 특히 기소된 중국인들의 실명을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한자)로도 공개했다.
이날 미 국가안보국(NSA),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연방수사국(FBI)도 ‘중국의 국가 지원 사이버 작전’에 대한 사이버 보안 주의보를 공동으로 발령했다. 이 주의보에서 이들은 “중국이 지원하는 사이버 세력이 민감한 자료, 핵심 신기술, 지식재산권, 개인정보를 훔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의 정치, 경제, 군사, 교육 등 핵심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대응 보안 조치를 강조했다.
★미국, 反中 연합전선에서 한국 뺐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3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롬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다./연합뉴스
미 연방의회 상원 외교위원회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담은 ‘전략적 경쟁법 2021’을 8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동맹·파트너와 연합해 군사·경제 양면에서 중국을 옥죄면서, 최첨단 과학·기술을 선점해 장기적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법안이지만, 공화당과도 완벽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어서 앞으로 미국 대중 정책의 기틀이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한국이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critical)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일본과 호주가 여러 실질적 협력 사업의 파트너로 명시된 반면, 한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방어 대상이란 것 외에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미 의회는 이 법안에서 중국의 강압에 맞서기 위한 동맹·파트너의 군사적 역량 강화를 중시했다. 미국과 동맹·파트너들이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더 촘촘한 수출 통제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중국의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대한 감시와 보고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이 법안은 인도·태평양 안보 강화를 위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강조했다. 일본의 장거리 정밀 화력, 방공(防空)과 미사일 방어 역량, 해양 안보, 정보와 감시·정찰 능력 개발을 미국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중국을 더 잘 감시하고 필요시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수도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안보 신기술 획득을 위한 양국 민간 분야의 협력을 촉진할 목적으로 ‘미·일 국가안보 혁신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인 쿼드(Quad) 국가 간에 “더 많은 군사 대화, 합동 훈련”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미국의 조약 동맹이면서 쿼드 일원이기도 한 일본과 호주의 역할은 자연히 더 강조됐다. 미국·일본·호주 간에 체결된 3국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통해 일본과 호주의 군사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반면 쿼드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은 법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다. 법안 전체에서 일본이 31번, 호주가 15번 거론된 반면 한국은 8번에 그쳤다.
미 의회는 군사적 역량 강화와 함께 과학·기술의 혁신과 인프라 투자도 중시했다.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 생명공학, 광케이블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는 국가들끼리 뭉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 연대를 형성하려는 미국의 노력 속에도 한국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 법안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대중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중국의 ‘디지털 독재’에 맞서기 위해 모든 경제적·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 무역 동맹’의 형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무역 합의’를 위한 양자·다자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협상 대상자로는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그리고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만 명시했다. “적절한 다른 나라”도 포함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한국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 법안을 준비하던 지난 2월 본지 인터뷰에서 “왜 ‘디지털 무역 합의'의 협상 대상자로 한국은 고려하지 않나”란 질문에 “5G 문제에서 미국과 입장이 같은 나라들을 모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이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란 얘기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통한 영향력 확대 정책인 ‘일대일로’에 맞서기 위해 통합해 나가야 할 동맹들의 이니셔티브를 거론하는 대목에서도 한국은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일본·호주의 인프라 협력체인 ‘블루 닷 네트워크’, 유럽연합과 일본의 인프라 협력 사업 등은 언급됐지만 한국은 이런 사업들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 미 상원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의 이행’에 대한 조항이 법안 속에 따로 마련됐다. 또 “북한 정부에 대한 최대의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미 정부의 정책”이라고 명시하며 이런 제재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향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취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행정부가 대북 협상을 하든 최종 목표는 CVID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 법안에서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동맹과의 협력 과제로 ‘미사일 방어’와 ‘인권’이 포함된 것도 문재인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의식한 미사일 방어 체제에 한국이 들어오기를 희망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회피해 왔다. 또 미국이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와 홍콩의 민주화 탄압 등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하고 일본·유럽연합 등이 보조를 맞춰온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의 제기한 적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미국 입장이 확고해 한국이 계속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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