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급식을 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쪽지와 함께 색이 너무 고운 고추가루를 오늘 찬우 할머님한테서 선물 받았어요. 제가 주부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이렇게 손수 농사 지은 것들을 보내 주실때가 종종 있거든요.
특히 가을에는 옥수수, 밤 대추.. 김장철에는 마늘,배추,실파....제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챙겨 주시곤 합니다.
다른 유치원에 4년 나가 있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인심은 그 전과 똑 같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더 힘들어졌어요.
저희반에서(7세) 편모, 편부인 경우가9명이고 조모와 함께 있는 아이가 2명..나머지 14명은 그나마 행복한 아이들이죠.
소무님의 글을 읽고 나니 왜이리도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소무님의 아이들은 참 행복한 아아들입니다.
이렇게 제자들을 가슴으로 앉아주면서 사랑해 주는 선생님과 함께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해 주세요.
: 1.
: 저희 학교 주위는 아름다운 숲길이 펼쳐져 있고 교실 꼭데기에서 보이는 주변은 참 멋집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동네 아이들은 그리 송파나 강남처럼 넉넉하지 못한 형편입니다.
: 저희반에는 무상급식을 하는 아이가 한명 있습니다.
: 가난한 살림에 아버지만 모시고 살지만 참으로 명랑한 아이죠.. 집에 가기전에 늘 알라뷰~~(사랑의 총)을 연발 저에게 발사하는 귀여운 녀석입니다.
:
: 며칠전 학부모 회의를 하고 난 후 한 학부모가 찾아왔습니다. 대개 학교에 오는 학부모란 자녀가 학교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살고 있느냐.. 교우관계는 어떠한가? 성적은 어느정도인지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라서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마침.. 녀석이 학교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로 은근히 학부모 단체활동에 참여해주길 기대했습니다. 녹색어머니 같은거 말입니다. 어머님은 참 어색해 하는 것 같더군요. 다른 학부모가 다 물러간 후 용건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미에로 화이바(식이성섬유음료) 두박스를 내밀더군요. 용건은 무상급식지원이었습니다.
: 한쪽다리가 소아마비라서 힘들다는말.. 한달급식비가 얼마인줄 아십니까? 약 22.000가량입니다.
: 학부모가 가져온 미에로 화이버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약 14000원정도 할껍니다.
: 22000원이 어려워서 14000원을 들고온 셈입니다.
: 학부모가 나간후 참으로 난감한 생각이 들더군요.
: 직접적으로 말하기 힘들었을텐데...
: 영양사에게 일단은 추천서를 올렸습니다.
:
: 2.
: 요즘 급식비는 스쿨뱅킹통장으로 지불하게 되어있습니다.
: 울반 한녀석이 서무실로 계속 불려나가게 되었네요..
: 이런이런.. 서무실 직원이 답답하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하는겁니다.
: 이아이에게 너 급식비 낼수있니? 언제까지 꼭 가져오너라 했더니..
: 이아인.. 자기아버지는 위암이고 자기 엄마는 혼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아무래도 이번엔 도저히 낼수가 없다고 절망에 섞인 말만 하더랩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조금만 기한을 주면 낸다고 하는데..
: 벌써부터 이녀석은 세상에 대해 너무나도 어른스런 눈을 가져버리고 말았습니다.
: 서무실직원이 자세히 그애를 봤더니.. 작년에 매번 밀리던 아이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작년에 간신히 내긴 했는데.. 그것도 재촉을 하고 또 해서 맨 마지막 날에 내곤 했다더군요.
: 참 예쁘고 미술에 소질이 있는 아이입니다. 일기를 매일 읽어보면 (저는 애들 일기를 매일 읽고 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서도 생명의 죽음을 생각하며 자기 주위의 상황에대해서는 너무나 진지하게 말을 합니다. 어느날인가 저에게 하소연하듯.. 거지같이 손벌리는게 끔찍하다며 일기장에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 룻교회에서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추천을 해서 올렸더니 다행히 녀석이 되었습니다. 이녀석한테 다신 급식비 걱정할필요없다고 했더니 해맑아지는 미소하며..... 우울한 얼굴에 미소만 가득하네쵸..
:
: 3. 어제 녀석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오랜지를 내밀었습니다.
: 크고 싱싱한 오렌지..
: =선생님 드세요..
: -너무너무 고맙워.. 이렇게 선생님을 생각해주다니..
:
: 4.오렌지와 알라뷰가 자꾸 오버랩됩니다.
:
: 5.출근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먹었던 27000원짜리 정식, 34000원짜리 정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하루아침에 울반녀석들의 한달 급식비를 아니 몇달 급식비를 써버린적이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
: 6.압구정에서 회식을 했습니다. 쌀쌀한 봄날씨에도 가슴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나시에 얇은 바바리를 입은 여자가 들어섭니다. 별로 맛도 없는 한정식에 열을 올리며 먹고 있습니다. 길거리에는 한벌에 내봉급한달치를 써도 모자를 옷들이 걸려있습니다.....
: 정말 오래간만에.. 오래간만에.. 강남이.. 그리고 송파가.. 너무도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
: 7. 울반아이들.. 아버지는 실직이고 엄마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간신히 살고 있는 가정이 많습니다. 저희반은 학부모단체를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맨날 밤늦게 들어오시는 엄마아빠.. 토요일날 부모님앞에서 재롱잔치하고 점수받아오기 숙제를 냈는데.. 반수가 숙제를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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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아버지에게 매맞던 동윤이 녀석이 세검정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5학년으로 올라갔기때문에 전학서류를 처리하다가 알게되었습니다. 그녀석.. 아무래도 원래 엄마쪽으로 쫓겨간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눈치밥먹으면서 마음만 더 다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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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휴.....
: 가끔 아이들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