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깜찍 우솔님과 함께 한 제주섬은 아름다웠고 그 주위 바닷물은 푸르다 못해 눈부셨습니다.
먼저 이쁜 깜찍 우솔에 대해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그녀는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이기도 하며 한편으론 제 딸이기 합니다. 물론 울 와이프도 사랑하여 결혼하여 우솔을 잉태하였습니다만 와이프보다 더 이쁘고 깜찍한 행동을 자주하는 탓에 우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날 술에 만취한채 집에 들어와 "실은 우솔이를 더 사랑한다"라고 발설하였다가 이후 크나큰 고초를 겪어 오고 있습니다.
암튼 이번 제주여행은 사전 준비 없이 어떤 일(이건 밝힐 수 없음다..양해를..)로 인해 갑작스럽게 결정한 일이었던 이유로 제주에 대한 사전지식(2차례 업무상 출장한 경험은 있습니다만)이 전무한 상태에서 "연풍연가"는 특히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등업이 되기 전이었던지라 백지연님의 개인 도움이 컸구요.
서울, 부산에서 제주 출발 여행 상품은 상당히 많고 값도 저렴했지만 대구 출발 여행 상품은 몇가지 없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습니다만
퍼시픽 호텔 2박2조, 왕복 비행기표, 렌트카(아반떼XD오토) 36시간 해서 1인당 22만4천원에 계약을 마쳤습니다.
한데 제주로 떠나기 전 한가지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쁜깜찍우솔의 문제였습니다. 우솔의 나이가 방년 13개월에 불과하기에 울 와이프는 "애가 너무 어려 2박3일의 여행은 어렵다. 애가 보채기라도 하면 어른들도 비싼 돈 주고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올 수 있다. 친정에 맡기고 가자"라는 주장을 펼쳤고, 저는 이에 맞서 "어린애들도 자신이 눈으로 본 것을 금방 잊는게 아니다. 잠재의식속에 인화 안된 필름처럼 간직하고 있다가 우솔이 커서 다시 제주를 찾을 때 부모와 찾은 제주를 기억해 낼 것이다"라며 근거없는 심리학 논리를 내 세우며 공방을 벌인 결과, "힘센 놈 장땡이라는 당연한 법칙"에 힘입어 제 주장을 관철하고야 말았죠.
우솔과 함께 할 제주를 생각하며 저는 기쁜 맘에 와이프와 함께 짐을 쌌는데 짐의 2/3가 우솔의 것이었습니다. 젖병3개, 우솔 간식(아기 베지밀, 치즈, 새우깡), 분유통 1개, 젖병세재, 기저귀 12개, 아기 비누, 아기 로션, 아기 파카 2개, 아기 장난감^^, 아기 휴대용 포대기 등등 신혼여행때 받은 여행가방으로 한가방이 넘었습니다. 와이프와 저의 짐은 손가방 반도 안되었으니까... 아기 키워 본적 없는 분들은 이해를 못하시리라...^^ 그때였습니다. 짐을 싸던 울 와이프 투덜거리는 표정이 역력하더니 드뎌 "다시 생각해봐라"며 우솔 동행 불가론을 다시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강력하게 대세론(힘센놈 장땡)으로 밀어붙여 말도 못 꺼내게 하고, 18:20 제주행 비행기에 드디어 몸을 실었습니다.
노란 파카를 입은 딸애를 안고 가니 스튜디어스 아가씨들이 다 귀엽다며 볼을 꼬집는데, 그때까지는 흐뭇했죠...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울어대는데, 아무리 달래도 안되고, 어느정도 안정되니깐 출렁거리는 비행기 안을 돌아다니려고 떼를 쓰고, 암튼 40분동아 어떻게 비행기를 탔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우솔의 장난이 극심했음다..
제주공항의 이국적인 풍경은 2년전 2번의 출장때 느꼈지만 이번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퍼시픽 호텔 방에 짐을 풀었는데, 특2급이라서 그럭저럭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새로이 개보수를 해서 너무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사이판 신혼때 묵었던 호텔 수준 정도 되더라구요.
늦은 저녁은 프론트 총각에게 근처 잘 하는 식당을 소개 해 달래서 근처 태광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다 제주 토박이 인 것 같구 일반 관광객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돼지주물럭과 한치주물럭을 한 프라이팬에 섞어 익혀 먹는게 좀 특이했습니다. 울 와이프의 얘기로는 돼지와 한치가 궁합이 잘 맞는답니다. 맛은 달고 짠 강한 맛있었는데 서울+전라의 음식을 합친 것 같았습니다. 저는 경상도 사람이라 크게 맛있다는 생각은 안들었고 그냥 특이한 게 좋았습니다.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고...
둘째날 우리 부부는 모두 초죽음 상태였습니다.
왜냐구요? 깜찍이가 잠자리가 바뀌어서 인지 밤새 20번 이상을 깨고 울어서 그 바람에 저나 와이프 모두 선잠을 잔 탓에 많이 피곤했지만 제주 여행의 기대감으로 피곤을 떨쳐버리고 1만6천키로미터 밖에 안탄 깨끗한 렌트카를 전해 받고 먼저 도깨비 도로로 유명한 99번 도로를 갔습니다. 제주시는 그렇게 넓은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약 10여분만 지나면 시외곽지로 빠질 수가 있습니다. 시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도로가로 억새풀, 바다가 보이는 멋진 길이 나타납니다. 99번 도로 중간 중간 너무 아름다운 정경에 흠뻑 취해서-예를 들면 억새풀이 출렁거리는 길 저편으로 멀리 푸르디 푸른 제주 앞바다가 햇빛에 반짝거리는 광경에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부는 차에서 내려 사진이라도 한판 찍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도깨비 도로(상당히 신기합니다)를 잠깐 보고 어리목(한라산 등반은 주로 여기서 출발한답니다) 부근까지 오니 길가에 눈이 쌓여 있고 저 멀리 웅장하게 눈싸인 백록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진한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꼭 외국의 어느곳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제주시에서 중문단지 까지는 렌트카 업체에서 준 관광지도(호텔 안에도 각종 안내지도가 많이 배치되어 있어 따로 구입할 필요는 없음)만 보고도 손쉽게 찾아 갈 수 있었는데 그 유명한 중문단지에 들어서니 야자수 나무 등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열대 가로수들이 단지 내 길 가를 수놓고 있었고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롯데, 신라, 하얏트 등의 특1급 호텔이 특이한 건축 양식을 뽐내며 여기저기 서 있어 길가 중간 중간 멈춰 카메라 후레쉬를 터뜨려야 했습니다. 처음 들른곳은 테디베어박물관(곰 인형 전시 박물관)이었는데, 1인당 5천원(잘 기억나지 않음)씩 이어 좀 비싼 편이었고, 건물은 삼각형 철제 뼈대에 유리를 덧땐 유리온실 모양의 특이한 모양이었고 전시된 인형도 특이하고 어린애들이 좋아할 움직임을 조합해서 구경거리로 충분했습니다. 일부러 찾아가 볼 정도의 구경거리는 아니고..애들 있는 분들이나 신혼여행팀은 가보시길..
두 번째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로 인정된(기네스 북에 올라 있답니다) 여미지 식물원을 들렀는데, 중간을 둥그런 돔으로 처리하여 전망대를 설치하고 그 주위로 둥그렇게 삼각형 뼈대의 지붕이 밑으로 물 흐르듯 배치된 건축모양새가 보기 좋았는데 열대림, 사막 등등 하여 각종 환경을 6개 부분으로 나누고 그 지역 환경 그대로 조성하고 식물을 옮겨 심었는데 그 규모가 대단하고 일일이 보려면 1-2시간으로는 어림 없을 정도로 식물의 가지수가 많았습니다. 강추입니다.
호텔에서 먹은 아침이 너무 부실하여(양이 너무 적어 몇 숟갈 떠먹으면 없었음다) 둘다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근처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구 물으니 중문단지내에는 먹거리가 별루이고 서귀포 시내에 "진주식당"이 이곳에서 제일 유명하다 라고 하여 15분 정도 거리의 서귀포 시내 진주식당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사람이 북쩍거렸습니다. 메뉴는 제주 명물인 제주칼치, 고등어 조림, 해물뚝배기가 다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제주칼치(2인분에 15,000원)를 시켰음다. 맛은 그럭저럭이었는데 반찬으로 나온 젖깔(멸치젖, 칼치속젖, 한가지는 기억 안남) 세 가지가 나오는데 함께 나온 찐 양배추에 싸 먹는 맛이 상당히 일품이었습니다. 그 식당에선 젖깔도 따로 포장하여 팔고 있었는데, 육지 것과는 또 다른 특이한 맛을 내더군요.
밥을 챙겨 먹고 다시 중문단지로 귀환하여 컨벤션센타(신축중) 뒤쪽 주상절리에 가 보았는데, 경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제주 해안가는 모두 현무암이라 까만 것이 특이했는데 용암이 분출되어 흐르고 바닷물과 만나 갑자기 식으면서 형성된 둥그런 기둥모양의 암석이 칼로 일일이 벤 것처럼(주상절리의 뜻) 하늘을 보고 서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특이한 절벽 밑으로는 육지의 바다와는 사뭇 다른 어여쁜 색깔의 바닷물이 장관이었고, 한마디로 가슴속에 묻혔던 아름다움에 대한 상념이 울컥 목구멍으로 넘어 올 것 같은 그런 신비의 절경이었습니다.
이후 롯데호텔 정문에 당당히 주차하고 어여쁘고 친절한 여직원에게 '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분만 보고 빨리 나올께요"하니 여직원 왈 "원래는 주차 금지인데 할 수 없죠..하지만 선생님 5분만에는 모두 보기 어려우실 거에요"하며 예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역시 특1급 호텔 서비스는 다르구나 생각하며 호텔 로비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니 사실은 입구에서는 보면 3층-4층 밖에 안되는 낮은 건물 구조였는데 1층 정원쪽에서 건물을 바라보니 12층의 대단히 큰 규모의 특급 호텔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육지쪽에선 1층 로비이지만 바닷가쪽에서 보면 6층이었던 것이죠. 모든 층에서 바다가 잘 보이도록 설계한 아이디어가 돋 보이더군요...정원에 들어서니 너무 너무 넓고 아름다워 도저히 5분만에는 못 보고 빠른걸음으로 30분만에 주마간산 격으로 겨우 구경을 마치고 차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 애가 보채는 통에 넉넉한 마음으로 돌아볼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 다음 바로 옆에 위치한 신라호텔 쉬리벤치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신라호텔로 입구는 1층, 해안가 정원쪽에서 보면 6-7층 정도 되는 롯데호텔과 비슷한 구조였으나 정원은 롯데호텔보다는 적었지만 나름대로 자연미가 더 살아나는 아름다운 정원구조였습니다.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쉬리벤치에 앉으면 왼쪽 밑으로 아스라이 아름다운 중문해변(중문해수욕장)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정경을 자랑한다는 하얏트호텔과 그 밑으로 펼쳐지는 까만 절벽과 깨끗한 햇볕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모두 그림 엽서에 나올만한 그런 절경이었습니다. 경북 영덕, 울진에서 강원 속초까지 해안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경치에 감탄한 저였지만 제주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었습니다.
와이프와 저는 호텔을 나오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꼭 이 호텔에 와서 묵고 가자고..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둘째날의 관광은 이걸로 끝내고 한림, 애귀 쪽 해안도로(12번-제주섬을 해안으로 따라 도는 순환도로 번호)를 타고 숙소로 향하게 되었는데, 제주는 말 그대로 섬 자체가 관광자원 이었습니다.
어느 해변이나 너무 아름답고 찰랑거리는 바닷물은 바다비린내가 전혀 안나는 청정해수였고, 작은 소라도 금방 잡을 수 있을 만큼 천해의 생태자원이었습니다. (주로 바닷가에 가면 맡을 수 있는 바다내음은 바다 밑바닥의 침전물이 썩는 냄새라고 하네요)
숙소에 도착하여 조금 쉬었다가 제주도에 온 김에 회는 한번 먹고 가야 되겠다 싶어 와이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택시기사에게 싸고 맛있는 횟집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니 일명 해안카페도로(용두머리 해안)로 안내해주더군요. 해안도로를 따라 이쁜 카페들과 전망 좋은 횟집이 즐비하게 서 있는데, 그 중 덜 분비는 00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제일 싼 게 6만원 그 이하는 아예 없는 거에요.
종업원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제주도 근해에서 잡히는 칼치, 옥돔 등 일부 어종을 제외하고는 전부 육지(충무, 목포 등)에서 잡은 고기를 이곳 까지 운송하여 물건을 받기 때문에 육지보다 2배이상 비싸다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싼 광어를 시켰는데 회도 별루 싱싱하지도 않고 찌개다시로 나오는 음식도 별루 였습니다. 제주에서만 나는 고가의 회를 드실 생각이 아니라면 회 먹는 것은 참고 대신 제주시내에서 물회나 한치회를 드시는 것이 나을 듯. (돈 아깝다)
마지막 날 또한 이쁜깜찍우솔의 잠자리 투정으로 인해 이틀 연속 제대로 잠은 못잤지만 마지막 날이라는 데 힘을 내어 부실한 호텔 조식을 먹고 나서 이번엔 시계방향으로 12번 도로를 타기로 했습니다. 12번 도로를 타기 전에 제주시내에 있는 제주자연사박물관과 근처 제주국립박물관을 관람했습니다. 제주자연사박물관은 주차요금과 2인 관람료가 5천원 가까이 했으나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실물 크기의 인형과 모형으로 제주도민의 생활사와 역사, 동식물, 수생식물 들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것이 좋았습니다. 아주 재미도 있었구요.. 근처 제주국립박물관은 건축물의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요금은 개인 400원을 받는데 이렇게 큰 박물관에 왜 이것 밖에 받지 않을까 의아할 정도였습니다만 관람에 들어가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건물은 3층가량이고 건평은 족히 6-7천평은 넘어 보였는데 전시물은 1층 한켠에 한정되어 있고 전시물 역시 시청각 교재에 별로 신경도 안쓴 듯 딱딱한 문구로 역사책 설명하듯이 주석을 달아놓아 일반인이 보기에도 답답하였습니다. 전시 물품도 별루 없으면서 무조건 크게 짓고 보는 우리나라 행정의 구태의연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도에서 운영하는 자연사박물관이 더 다채롭고 관광객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12번 도로를 이용하여 밝게 부서지는 맑은 태양과 푸른 바다, 상쾌한 바람을 코로 들이키며 해안 구석 구석을 도로를 따라 빙빙 돌다보니 만장굴 표지판이 나오더구요. 12번도로에서 우회전 해서 5분정도 들어가면 요금소가 나오는데 소요시간을 물어보니 대략 40여분이 소요된다구 하여 제가 애를 들쳐 없고 동굴을 향해 들어갔습니다. 계단을 따라 3층 높이정도로 낮은 동굴 입구로 들어가니 찬 냉기가 확 불어오고 꺼먼 동굴의 속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명시설이 잘 되어 있고 사람들의 왕래도 많았지만, 좀 겁나더군요..^^ 동굴은 첨 이라서
제주섬이 화산폭발로 인해 갖가지 특이한 지형을 남겼지만 용암이 땅 밑으로 흘러 만장굴을 만들어 놓았는데 동굴은 마치 금방 큰 홍수라도 나서 거친 물살이 암벽을 깍아 놓은 듯 물결 모양의 벽과 바닥이 특이했습니다. 길이는 1키로미터 정도였는데 저희는 일정이 빡빡하여 최대한 속도를 내어 30여분만에 왕복하고 돌아왔습니다. 땀이 비오듯 하더군요 12키로그램의 깜찍이를 매고 속보했으니.
만장굴을 떠나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는데 성산읍에 있는 일출봉이라 성산일출봉이더군요. 성산읍에 들어서자 마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올법 한 기이한 모양의 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 먼저 들어왔습니다.
매표소에 도착하자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왜냐구요? 너무 좋아서요. 깍아지른 듯 절벽이 펼쳐져 있고 그 밑으로는 푸른 바다가, 그리고 비스듬히 펼쳐진 광활한 초목지대에는 관광객을 태우기 위한 조랑말들이 서성이는 모습은 마치 환타스틱 소설에나 등장할 만한 절경이었습니다. 다시 깜찍이를 들쳐 업고 내가 올라야 할 길을 쳐다 보니 너무 깍아지른 절벽이었고 계단이 있다 하나 언제 다 올라갈꼬 걱정을 하면서 한걸음 다가가니 생각보다 등산로 계단이 안전하고 넓게 잘 되어 있어 애기를 업고 올라가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웃긴 것은 반쯤 올라가니 어떤 아줌마가 울 애기와 비슷한 또래의 애기를 일반 천 포대기에 업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줌마 나이도 40은 족히 보였는데 대단한 체력이더군요. 둘이 서로 쳐다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니 조그맣게 흰색 배가 물길을 내고 떠다니고 겹겹이 해안선이 손에 잡힐 듯 너무 투명하고 맑게 펼쳐지고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우도가 제 눈에 선명히 들어왔습니다. 우도는 아주 조그만 섬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섬이었습니다. 아주 먼거리였는데도 제주의 맑은 햇살, 상쾌한 공기 덕에 우도에 여기 저기 서 있는 민박건물까지 눈에 보였습니다. 성산에서 우도로 가는 배편과 잠수함이 있답니다. 일출봉에서 내려오며 울 와이프가 하는말이 제주도에 왔으면 꼭 말타고 사진 찍어야 된다면서 아까 보았던 초원지대의 조랑말 쪽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말을 타면 주인이 말 고삐를 잡아주어 가는 것인줄만 알았는데 와이프가 말에 오르자 마자 주인이 말 엉덩이를 한번 차니 말이 신기하게도 기계처럼 설치되어 있는 둥근 길로만 정확하게 도는 것이었습니다. 주인말로는 훈련이 잘되어서 한번 출발하면 제자리로 돌아올때까지 멈추지 않고 한바퀴 돌아오면 사진찍으라고 일단 정지해서 포즈도 취한 답니다. 울 와이프는 그것도 모르고 말 탔다가 겁이나서 다리에 쥐 까정 났답니다. ^^ 암튼 말이 너무 기계처럼 이용되고 있어서 기분은 별루 안 좋았습니다. 한바퀴 도는데 1-2분 - 4천원, 우와 완죤 재벌 되겠더라구요.
점심은 성산일출봉 입구 청운식당에서 먹었는데 해물뚝배기의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맑은 된장국에 각종 조개와 게와 같은 해물을 넣어 만든 일종의 뚝배기였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밑반찬은 영 부실했지만(제주에 있는 식당의 밑반찬이 거의 다 부실하답니다. 이유는 채소류 생산이 적어 아주 비싸답니다) 해물뚝배기의 맛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8천원에 공기밥 값 따로 받습니다.
그 다음 코스로는 섭지코지 였습니다. 찾아가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만 가는 도중 000노인회에서 나와 차를 세우더니 입장료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섭지코지와도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 도로중간에 컨테이너 박스 하나 달랑 세워놓고 출처도 불분명한 00회 명의로 돈을 받는 것이 약간 열받게 하던군요. 그래서 영감님한테 따졌죠 " 무슨 근거로 입장료를 받습니까?" 하니 "마을 노인회에서 원래부터 받았다 하는거에요" 그래서 "섭지코지에 무슨 문화재라도 있습니까"하고 물었죠. 원래 개인땅에 주차요금 외에는 입장료를 받기 위해선 문화재관리법상 보물 같은 문화재가 있어야 문화재관리 명목으로 문화재관람료를 받을 수 있거든요. 보통 사찰에서 입장료를 받는 명목이 고사찰은 거의 탱화같은 문화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문화재 관리는 핑계이고 돈 벌이 때문이지만) 제가 계속 따져 물으니 영감님 하는 말이 "위에 가면 지역 보물인데 다 문화재야, 진짜 있어"하며 문화재가 있다고 우기는 거였습니다. 해안가에 무슨 문화재가 있겠냐만 더 이상 싸우기 싫어 그냥 입장료 800원을 주고 섭지코지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마치 고지대에 펼쳐진 초원지역과 비슷했고 꼭 한라산 분화구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경치 좋은 곳엔 sbs에서 방영했다는 드라마 세트장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었습니다. 마을 교회였는데 참 이뻤습니다. 무슨 드라마였는지는 모르겠고, 이병헌과 고소영이 나왔다구 하더군요. 암튼 절경중에 절경이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해녀 복장(까만 고무 방한수영복 차림)의 아줌마 5-6명이 금방 잡은 해산물이라며 성계와 해삼, 멍게를 현장에서 까서 한 접시 1만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진짜 해녀의 해산물이다 라면서 여기 저기 둘러 앉아 먹고 있었는데 정말 먹음직 하더군요. 근데 1-2명은 해녀 같던데 나머지 아줌마는 좀 아닌거 같구. 그 많은 해녀가 거기 일렬로 앉아 있다는 것도 좀 뭐하구 암튼 해산물은 싱싱해 보였구. 저두 먹구 싶었습니다만 와이프의 등쌀에 그냥 왔죠.
오는 길에 보니깐 해녀들의 물질이 여기저기서 보이더군요.
제주의 여러 항구들은 아직까지도 원시의 바다생태를 간직하고 있어 아무 곳에서나 귀한 해산물을 쉽게 잡을 수 있답니다. 육지의 바닷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항구는 아예 구정물이고 항구에서 3-4키로미터는 더 바다로 나가야 좀 깨끗한 바다를 구경할 수 있을 정도이니 이와 비교하면 제주는 그야 말로 깨끗함 그 자체이죠.
이후 91번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하여 성읍민속마을(여긴 단체관광하면 꼭 들르는 곳인데 마을전체가 장사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조심하세요, 저희는 그냥 도보로 마을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음다, 별루 볼건 없어요), 산굼부리(여기도 시간이 없어서 가 보지 못했음)를 지나 수 많은 목장(목장이 억쑤로 많음. 조랑말을 키워 관광자원으로 쓰고 있고 민박시설도 있음)지대를 통과하여 느즈막히 제주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제주여행에서 느낀 점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점이었고 제주관광특구법이 발효되어 관광숙박시설의 허가가 용이해진 까닭인지 경치 좋은 해안가마다 우후죽순격으로 펜션이나 민박, 모텔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이런 추세로 몇 년 안가면 경치 좋은 해안가는 수 많은 숙박건물로 해안가를 가려 버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원시상태의 제주 바닷가가 있기 때문에 관광제주가 있는 것이지 전망 좋은 숙박시설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은 아닐텐데. 그리구 각 관광지마다 너무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밥값이 7-8천원 이상인 곳은 제주 밖에 없을 겁니다. 관광 도시 경주도 이렇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난개발과 바가지 상혼은 관광제주가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