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을 수용하는 방이 거의 꽉 찼다. 코고는 소리가 날 법한데 조용한 것이 신통하다. 다만 사람들이 움직이면 마루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문 옆 자리에 자는데 문을 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서 춥기도 했다.
패키지 단체팀이 같이 묵었다. 버스가 이 사람들의 캐리어를 산장으로 날라주고 사람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을 하는 방식이다. 차가 다니는 산장은 가능하지만 산속에 있는 경우는 어찌하는지 궁금하다.
오늘은 TMB를 마무리하고 포르투로 이동하는 날이다. 샤모니까지 일주하는 것이 좋겠으나 하루가 더 필요한데 포르투행 저가 항공이 내일 표가 오늘 표보다 몇배 비싸다. 철저하게 수요 공급 원칙으로 최대수익을 내도록 가격을 정하는 듯하다. 비싼 것 못참는 나로서는 오늘 타는 것이 당연하다.
항공료가 20유로인데 조그만 기내짐만 포함이다. 배낭이나 캐리어 같은 좀 큰 짐을 갖고 타려면 30유로, 수하물로 부치려면 50유로를 내야하니 배보다 배꼽이 한참 크다.
이번에 들고왔지만 쓰지않았던 아이젠을 산장에 놓고간다. 보험용이었고 나머지 여행에 필요없으니..
7시부터 조식이다. 어제 저녁부터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호주 중년은 얼굴이 조막만하고 앉은 키가 나와 비슷한데 일어서니 나보다 얼굴 하나 더 크다. 이 사람은 말하기 전에 고개를 좌우로 까딱하는 버릇이 있다. 접시에 남은 음식물이 없도록 빵조각으로 깨끗하게 닦아 먹는 병적인 버릇도 있다. 아마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교육 영향이겠지. 그에 비하면 내 접시는 엉망이다.
프랑스로 넘어가는 길은 발므고개 쪽이지만 나는 돌아서 차도로 간다. 트리앙 중심지를 거쳐 가다보니 트레킹길로 안내한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그러다가 Vallorcine 가는 길에는 트레킹길이 없다. 차도 옆으로 가는데 갓길이 없어 불편하다. 차들이 멀찍이 피해 간다.
화장실이 급한데 마침 미스테리어스 Gorges라는 관광지 주차장에 임시화장실이 있어서 잘 해결했다. 얼마나 미스테리한지 시간이 나면 들러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으나 구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패스한다.
한 남자가 나보다 앞서 걸어가고 있다. 좀더 안전하고 보다 갓길이 넓은 쪽을 선택하여 차도를 왔다갔다 하는 걸보니 많이 해본 솜씨다.
환전 표시가 여러 곳에 있는 것으로 보아 국경에 다다른 것 같다. 걸어서 국경 통과. 우리나라도 이렇게 국경을 넘는 때가 오면 좋겠다. 프랑스로 넘어왔어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할머니가 산악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양쪽에 짐이 있는 걸보니 여행 중인가 보다.
Vallorcine 역에 도착. 평지성이어서 9.66킬로에 2시간5분 걸렸다. 지난번 무료 티켓에 시작날짜와 종료날짜를 너무 고지식하게 기입하다보니 오늘 쓸 수 없게 되어 지난 번에 또 한장을 받았다.
기차가 10시10분에 있으니 3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스위스쪽에서 기차가 오더니 많은 사람이 내린다. 국경을 넘어오는 기차는 여기서 멈추고 여기서 출발하는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3칸짜리 기차에 사람들이 꽉 찼다.
샤모니 남부정거장에서 제네바 공항 가는 버스편은 여러 회사에서 운행하나보다. 12시에 떠나는 버스를 타면 여유롭겠다. 제네바 공항에서 7시15분 비행기를 타니 시간이 많이 남겠네.
기차는 샤모니 중앙역에서 멈췄다가 10분후에 떠난다. 굳이 오래 멈춰야 하나? 내가 가려는 샤모니 남부정거장에 가까운 에귀디미디 역은 한 정거장이라 기다릴 것 없이 걸어간다.
버스표를 사는 창구가 있다. 12시반에 스위스투어버스가 있다. 트레블로그 카드로 결제하니 편하다. 돈이 부족하면 계좌로 환전해두면 된다. 제네바 공항 버스는 15유로다. 같은 버스이고 올 때는 22유로를 냈는데 왜 버스값이 다른가 모르겠다.
첫댓글 tmb 완주 축하!
샤모니에 코끼리열차 같은게 다니는데 타보지는 못했고... 무료라는데.
tmb 돌고 다시 샤모니에 돌아오니 Utmb(산악마라톤)로 북새통, 숙소는 동이 나고, 코끼리열차는 중단...
샤모니에서 tmb는 안해도 에귀디미디 전망대는 올라가보는게 보통인데,. 시간이 없으니....
샤모니 역에 내리니 코끼리열차가 서있기는 하더군. 에귀디미디는 락블랑 다녀오면서 올라갈 기회가 있었으나 생략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