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이혼비자가 대뜸 경악의 소리를 지르고 뒤로 물러가는 사이에 비운보주는 상대의 손에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목천홍도 잽싸게 나타난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 사람은 한 손으로 비운보주를 부축하고 오른손으로는 웅대무비한 장풍을 후려쳐 내었다.
즉시 뼈를 에이는 듯한 음풍이 휘몰아쳤다.
창황중에 목천홍은 정면으로 상대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한 바퀴 몸을 돌려 비스듬히 다섯 자 가량 물러가서야 상대가 바로 평소에도 자기가 두려워했던 존재인 진각민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갈며 외쳤다.
"본 장주는 어디 가야 너를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제발로 죽음의 문에 들어서다니....."
진각민의 얼굴에 살기가 치솟았다.
"오늘은 태악장이 쑥밭이 되는 날이니 자! 후사나 준비하시오!"
아마도 대청 안에 늘어진 시체와 핏자국이 천중오귀의 살기를 일으키게 했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다섯 사람의 괴상한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나오더니 오귀음풍진을 발동하여 순식간에 은광을 번쩍이며 나부자를 공격했다.
곧이어 신산자 이우선도 칠산판을 흔들어 대며 금룡수 왕봉길과 함께 좌우에서 공격해 갔다.
능풍도장은 나부자에게 달려가 대결했다.
"난 나부도형과 함께 오귀음풍검진을 상대할 테니 석사제와 서소협은 저 열두 명 화우동자들을 상대하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귀의 음풍이 밀려들었다.
곧이어 십이 화우동자의 검진도 배산도해의 자세를 취하고 공격해 왔다.
순식간에 한바탕 혼전이 시작되었다.
오대 보정선사와 곤륜 광법도장이 능풍도장을 도와 오귀음풍검진을 깨뜨리려고 했으나 그러나 별안간 처마 위에서 난데없이 음양수재가 흑의무사들을 데리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들을 상대했다.
이때 장내에는 목천홍 부부만이 편하게 뒤로 물러서서 구경만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모두 일제히 싸움에 말려들었다.
진각민은 그것을 보고 몹시 화가 나 백옥적을 뽑아들고 오야경혼 삼식을 전개했다.
즉시 적영이 온 하늘을 뒤덮는 가운데 신산자의 팔 하나가 뚝 잘려 나갔다.
그가 광소를 지르며 다시 백옥적을 내밀자 참혹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신산자는 가슴팍에 주먹만한 구멍이 펑 뚫어져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진각민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다시 금룡수에게 후려쳐 갔다.
그가 십 성으로 공력을 끌어올리고 또 너무나도 갑작스레 달려들었기 때문에 금룡수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이를 뿌드득 갈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가슴을 조이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며 금룡수의 몸이 허공으로 약 일 장 정도의 높이로 올라가다가 다시 돌층계에 떨어져 선혈을 저만큼이나 뱉어냈다.
진각민은 연달아 두 명의 고수를 죽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악마야, 각오해라!"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백옥적을 들고 능숙하게 목천홍에게 달려들었다.
목천홍은 장주의 신분으로서 절대로 남에게 약점을 잡힐 수 없어 되려 큰소리로 외쳤다.
"만약 죽고 싶다면 소원을 이루어 주마."
쌍장을 한 바퀴 돌려 이혼비자와 함께 일제히 음산한 장풍을 뿜어내어 진각민에게 공격했다.
이때 대청에는 이미 사 조로 나뉘어져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 사람이 나부자와 능풍도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전번에 천중오귀가 진각민에게 패하자 다시 진법을 연구한 바가 있어 그 위력이 더욱더 고강했기 때문이다.
나부자는 칠대 문파 중의 제일검수이고 능풍도장은 무당파의 장문인으로 무공이 만만치가 않았으나 괴기하고 음독한 진세에 약간 힘이 겨운 듯했다.
태악장의 조무라기들은 점점 더 모여들었다.
이삼백 명쯤 거처할 수 있는 대청은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진각민은 더 이상 이렇게 대치해 나가다간 불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데다 오늘밤으로 이 태악장을 완전히 쑥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급히 단전에 공력을 운행하였다.
순식간에 백옥적이 왼손으로 옮겨지고 어느 새 금정옥백검이 오른손에 쥐어졌다.
이 신비한 보검은 연신 번쩍거리는 남색 정광을 토해내고 있었다.
진각민은 웅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진모는 오늘 선사를 대신해서 목천홍 너를 벌할 테니 순순히 굴복하도록 하라!"
그러자 두 갈래의 남색 검광이 번쩍하더니 왼손에는 백옥적을 들고, 오른쪽 손에는 옥백검을 든 채 새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동작으로 잽싸게 목천홍 부부를 광막에 가두었다.
그러자 갑자기 이혼비자의 비명소리가 터지고 그녀의 길다란 머리카락이 싹뚝 잘라져 버렸다.
너무나도 놀란 그녀는 안색이 흙빛으로 변하여 냉큼 일 장 밖으로 물러났다.
목천홍은 온갖 공력을 다 써서 진각민의 매서운 공세를 막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부상을 입은 줄 알고 구하러 달려가는 순간 검광이 번뜩이더니 싹둑하고 목천홍의 왼팔도 팔꿈치에서부터 잘려 나갔다.
핏방울이 여기저기 날리고 그는 몸을 휘청거렸다.
그러나 이때 만약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틀림없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악물고 땅에 떨어진 팔을 주워들며 이혼비자와 함께 다급히 도망쳐 갔다.
진각민은 살기가 가득찬 광소를 터뜨렸다.
"이 악마야! 어디로 도망가려느냐!"
그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겨우 다섯 자쯤 뛰어오르자 등 뒤에서 천중오귀가 황급히 나부자와 능풍도장을 내버려두고 진각민에게 달려들었다.
진각민은 하는 수 없이 날렸던 신형을 멈추고 몸을 돌리는 동시에 잽싸게 검진에 뛰어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초를 공격했다.
천중오귀는 이번에 약간 꾀가 생겼다.
아무리 위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절대로 자신들의 상문검이 옥백검에 맞부딪쳐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교갈이 하늘을 찢고 들려오는 동시에 하나의 홍영이 눈부신 검광을 받고 사오 장이나 높은 집 지붕 위에서 진 내로 달려 들어왔다.
어찌나 빠른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최명귀 왕견이 이미 검에 가슴이 뚫린 채 선혈을 뿜어내며 쓰러졌다.
진각민은 나타난 사람이 막단봉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급히 소리쳤다.
"봉매, 이 자들이 바로 영존을 살해한 천중오귀요!"
막단봉은 부릅뜬 눈에 불꽃을 튕기며 격동된 어조로 소리쳤다.
"오늘 너희들을 갈갈이 찢어놓고 말겠다!"
최명귀가 약간의 실수로 피살당하자 나머지 사귀들은 마치 노한 사자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한 차례씩 밀려오는 음풍장력이 허공에 퍼지고 그 악취는 코를 찌를 듯하며 괴상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 어두컴컴한 흑무는 신속히 삼 장 밖으로 확대되었다.
이때 진각민은 막군주를 대신해서 복수하고 강호의 악을 제거하려는 마음에 금정옥백검을 삼 척이나 밀어내고 연신 초식을 내놓자 구혼귀 진완의 몸이 허리에서 두 동강이가 나버렸다.
그가 비명소리를 지르고 쓰러지자 오장육부가 땅바닥에 쏟아져 나오는 동시에 중류귀 공일명도 일 장을 맞아 찍소리도 못내고 숨을 거두었다.
천중오귀 중에서 순간에 세 명이 죽고 보니 소면사심 오독생과 색혼무상 왕천은 두렵기도 하고 노하기도 했으나 하는 수 없이 도망을 가버렸다.
막단봉이 놓치지 않으려 뒤쫓으려 하자 진각민이 그녀를 불렀다.
"봉매, 그냥 내버려 둡시다. 우선 이 조무라기들부터 처치합시다."
하고는 신형을 날려 흑의무사들에게 달려들자 동시에 비명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떨어진 팔과 잘려진 다리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막단봉도 덩달아 달려들어 천중오귀에게 하지 못한 분풀이를 모조리 흑의무사들에게 털어놓았다.
태악장의 흑의 독수들은 난폭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능풍, 광법, 보정, 나부자 등을 상대하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갑자기 또 두 사람이 뛰어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이십여 명이나 쓰러지고 말았다.
진각민은 매우 능란한 수법으로 흑의무사들을 상대하고 있다가 얼핏 비운보주 왕강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안색이 죽은 듯이 창백하게 변한 채 이를 악물고 외팔을 휘두르며 벌떼들처럼 달려드는 흑의무사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았다.
즉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미친 듯이 단칼에 열두 명을 죽이고 그 앞으로 달려갔다.
비운보주는 진각민이 나서 주는 것을 보자 맥이 탁 풀려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진각민은 천성이 착해서 아무리 비운보주가 자기에게 해를 입혔다고 해도 그냥 넘겨 보아 줄 수 없어 급히 검을 넣고 황급히 그의 경맥과 스물여덟 곳의 혈도를 찔러 피가 흐르는 것을 멈추게 하였다.
진각민이 비운보주를 간호하면서 한 손으로 백옥적을 휘둘러 미친 듯이 달려드는 흑의무사들을 상대하려고 하니 몹시 힘이 겨운 듯했다.
나부자는 그 정경을 보자 슬며시 또 욕심이 났다.
그는 검을 들고 진각민의 곁으로 달려들면서 대갈했다.
"물러나거라!"
하고는 진각민의 허리춤에 있는 옥백검으로 손을 뻗어갔다.
진각민은 막 지령진경 중의 일기종대법으로 비운보주에게 진기를 넣어주고 있던 터라 나부자의 폭갈소리를 듣자 그를 도와 주러 오는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마침 비운보주가 깨어나 급히 소리질렀다.
"나부도형! 무슨 짓이오!"
하고 일 장을 막 검자루에 대려는 나부자의 손을 향해 내밀었다.
나부자는 찔끔해 급히 장을 거두고 바라보다가 자기에게 공격을 가한 사람이 다름아닌 비운보주라는 것을 알자 화를 버럭 내며 일 장을 반격했다.
비운보주는 진각민이 구해준 은혜로 해서 진기를 끌어올려 일 장을 내밀어 나부자를 공격했지만 나부자의 웅후한 장력을 어찌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외마디의 비명소리가 나자 다시 칠팔 척이나 멀리 내동댕이쳐졌다.
진각민은 비운보주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 어찌된 영문인 것을 알아차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짐승만도 못한 도둑놈 같으니라고! 오늘 살아서 갈 생각은 말아라!"
백옥적을 치켜들어 한 갈래의 정망을 번쩍이더니 연신 삼 초를 공격했다.
나부자는 본성이 음흉해서 일부러 놀란 척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그리고 나서 애써 진각민의 능란한 절초를 풀어 버렸다.
그러자 무당파의 능풍도장과 오대산의 보정선사가 황급히 다가와 막았다.
"이미 지난 일이니 진소협은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오"
진각민은 냉소를 쳤다.
"아무리 지난 일이라고 해도 조금 전에 옥백검을 훔치려던 것과 비운보주를 다치게까지 한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습니까?"
능풍과 보정은 그런 일이 있었는 줄 몰랐기 때문에 이 말에 어색한 낯으로 나부자를 돌아보니 그는 어느 새 갔는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진각민은 비운보주가 자기의 옥백검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이런 꼴이 된 것을 생각하니 몹시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의 상처를 살피려고 하는데 능풍도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내상은 아직 악화되지 않은 것 같으니 우선 이 조무라기들을 해결하고 봅시다."
진각민은 손에 든 백옥적을 높이 쳐들고 큰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잠시 도장께 왕보주를 맡기겠습니다. 제가 가서 저놈들을 혼내주고 오겠습니다."
하고 뛰어드는 순간,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십여 명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대청의 저쪽 끝에는 십이 화우동자가 열두 자루 장검으로 겁혼검 서범과 석일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 두 젊은 검객은 칠대 문파의 젊은 고수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인물로 검술에는 매우 정통하여 둘이서 열두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서범은 장에다 운공을 하며 장검을 힘껏 쥐고는 길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런 조그만 검진을 깨뜨릴 수 없다면 이 서모는 여태껏 헛 살았다고 할 수 있지!"
하고는 청망을 연신 번쩍이자 검광이 폭사하고 순식간에 여덟 검이 성난 파도처럼 물결치며 밀려나갔다.
순간 십이 화우동자의 단검으로 만들어진 광막이 순식간에 갈라지고 말았다.
그 찰나에 석일도 무당의 절학인 절륜한 검법을 전개하자 한광이 폭사하고 냉기가 뼈를 깎는 듯했다.
그러자 등골이 오싹해지는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세 명의 화우동자 중에 두 명은 팔이 잘려지고 하나는 머리가 반쪽으로 갈라졌다.
전세가 순식간에 균형이 깨지고 혼란상태에 빠졌을 때 마침 진각민도 달려들어 일 장에 쓸어버렸다.
진각민은 양극혼원건곤수를 연마 완성시킨 후로는 공력이 크게 진보하여 후려친 일 장이 마치 광풍폭우 같은 위력을 지녔다.
또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며 네 명의 화우동자가 즉시 피투성이가 되어 시체로 변했다.
이어서 또 재빨리 쌍장으로 태극모양을 그려내어 장을 앞으로 내밀자 다섯 명의 화우동자는 때마침 달려들던 여덟 명의 흑의무사와 함께 일제히 칠공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핏방울을 비오듯이 쏟았다.
이런 무서운 무공에 남은 흑의무사들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이 멍하니 넋을 잃고 말았다.
진각민은 흑의무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진모는 너희들에게 살 길을 하나 열어주겠다. 만약 다시 목천홍 같은 악마와 같이 나쁜 짓을 하고 다니면 너희들도 저 모양으로 만들어 주겠다. 알겠느냐!"
그 말을 듣자 나머지 사람들은 마치 사면이라도 얻은 것처럼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
막단봉은 갑자기 상대방을 잃어버리자 진각민 앞으로 달려가 큰소리를 질렀다.
"좋은 일을 하셨군요?"
진각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소. 더군다나 그들의 뜻이 아니지 않소?"
막단봉이 그 말을 듣자 고개를 숙이고 무심코 옷을 만져보니 전신이 물에 젖은 듯이 피투성이었다.
그녀는 높은 댁의 규수로 자라나 이런 참살을 하는 것은 평생 처음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조금 전의 자기의 행동을 생각하자 몹시 후회스러운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 이럴 수가, 내가 살인자가 되다니... 내가 이 손으로... 아...."
진각민이 냉랭하게 쏘아주었다.
"후회할 게 뭐 있소? 무림의 아들 딸로 태어난 이상 어찌 이런 현장을 목격하지 않을 수가 있겠소. 당신의 아버지는 어떻게 죽었고, 취죽헌의 혈안은 또 누구의 걸작인지 아시오? 솔직히 말해 두지만 나쁜 사람 한 사람을 살려 두면 좋은 사람의 생명 열을 보장할 수가 없게 되오. 그래서 악인에게는 오직 죽음의 길밖에 없소이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무림의 겁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오. 우리는 이것보다 더욱더 악랄한 수단으로 그들을 상대해야 하오."
그는 몹시 격동되어 눈에서 불꽃 같은 정광을 폭사시켰다.
이때 태악장은 죽은 듯이 고요했고 대청에는 단지 그들 일곱과 죽기 일보직전의 비운보주뿐이었다.
능풍도장이 서서히 다가갔다.
"이 사람의 옛날의 행실을 보면 죽여 마땅하나 같은 무림의 동도로서 빈도는 그를 비운보로 보내주어야겠소이다."
막단봉이 별안간 무엇이 생각났는지 즉시 말을 받았다.
"도장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으면 하마터면 잊을 뻔했습니다. 저에게 황룡사백께서 만들어 주신 석령단이 있으니 한 알만 먹이면 내상은 금방 나을 수 있습니다."
하면서 품 속에서 새빨간 약 한 알을 꺼내 왕강의 입에다 넣어주고 진각민에게 말했다.
"진상공께서 한 번 더 수고하셔야겠어요."
일기조원대법은 정력을 매우 많이 소모해야 했다.
오랫동안 격투 끝에 피곤한 진각민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 말을 듣자 거절할 수도 없어 하는 수 없이 다시 한 번 사용해 주었다.
석령단은 황룡도장이 역근세수단(易筋洗髓丹)을 만들고 남은 영약으로 만들어 낸 약이었다.
왕강은 그 약을 먹고 난 후 해산되었던 진기를 다시 운공시키고 눈을 떠보았다.
그러다가 능풍도장 등 여럿이서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진각민은 피로한 기색을 띠며 역시 자신에게 진기를 운용해 주는 것을 보자 평소 원수보다도 더 못살게 굴었던 자신의 행동이 매우 후회막급이 되었다.
"왕모는 오늘에야 지난 날의 과오가 얼마나 엄청났었나를 알았소. 진소협과 여러분들께서 구해주신 은혜, 훗날 갚을 날이 있을 것입니다."
막단봉이 팩 쏘아붙였다.
"우리는 당신의 보답 같은 것은 바라지 않아요. 단지 비운보가 피바다가 된 것을 잊지 말고 다시 원수와 함께 손잡고 남의 보검이나 넘보지 않기만 하면 돼요."
"아....."
비운보주는 그녀의 말에 더욱더 몸둘 바를 몰라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공수를 하고 휘청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뒷모습은 몹시 처량하게 보였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