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서른 두 살 된 여자의 이야기다.
단순하게 그렇다. 장르로 칠 거 같으면
romantic comedy다.
맥라이언이 나와서 어쩌어쩌 떠들 거 같은 분위기란 말이다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
나는 요새 놀란다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에 자꾸 감동한다.
그저 누군가가 이 영화에 대해 묻는다면 그저 비디오로 볼 만한 영화라고 말하겠지만 내 동년배의 여자 아이가 묻는다면
꼭 보라고 권할 것이다.
감정의 전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날마다 서른을 준비한다.
인생의 절정이라고 하는 이십대가 자꾸 흐믈흐믈 흔들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서른에도 이렇게 흐믈흐믈하며 지나간다면 그냥 콱 죽어버릴것만 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나이가 되더라도 미친년처럼
나이 먹으니 정말 좋더라고 떠들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째든 이 상태로 서른이라는 나이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정말 돌아버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서른을 준비한다.
지금 아파하고 속상해하는 것 또한 서른을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고 믿는다. 남자를 버리건 혹은 내가 실연을 당하건 길거리가다가 미끄러지건 누굴 육교위에서 밀게되는 일이 일어나건 그건 삼십대를 준비하는 나의 과정이라는 말이다.
그 과정을 겪은 어떤 여자가 영화에 나온다. 요즘은 영화라는 게 거의 현실과 가깝다.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들이 영화속에서 자꾸 등장한다. 그건 내가 영화처럼 삶을 살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모든 삶의 범주를 이해하는 방식이 조금씩 간접, 직접적으로 하여금 넓어졌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조금 엉뚱하고 조금 즉흥적이고 대책없는 여자는 사랑과 자아를 찾아 날마다 일기를 쓴다. 그 일기에는 술과 담배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서 남자와 일상에 대해서 쓴다. 감정적으로 감당해내야할 일들을 혼자 우격다짐으로 싸워나간다. 사실 그 삶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파니핑크처럼...서른 넘은 여자가 남자를 만나는 일이 폭탄을 맞는 일보다 어렵다고 하는 신기함에 관한 건 또한 아니다. 왜냐면 비행기가 빌딩에 떨어지는 신기하고 영화같은 세상이니까...
영화를 보고나서 처음으로 한 일은 O.S.T 앨범을 사는 것이었다. 음악 가사가 자막으로 깔리는데 그 가사를 보고 도무지 안 살 수가 없었다.
특별한 삶이 있는 것 같다가도 삶을 들춰내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그 중에 한 여자의 삶을 본 것 뿐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흐르고 답을 찾아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영화속 주인공은 신데렐라처럼 이혼남과 결혼해 행복을 엮어가려고 한다.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행운은 한 두번씩 삶속에 녹아나는 법이다. 거대한 파도를 만나건 잔잔한 시냇물을 만나건 물은 흐른다. 삶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나는 자꾸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느낀다. 조급해하건 여유를 가지건 시간은 지나기 마련이고 시련이건 행운이건 다가오기 마련이다.
'All By My Self'를 립싱크할 땐 정말...누군가 내 가슴에 하프를 켜는 듯한 느낌이었다.
삶은 혼자사는 듯 하면서 공존한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영화에 대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나는 자꾸 삶과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게 바로 성자들의 역할이 아이었을까 한다. 화두를 제시해주는 역할......그렇다면 현대의 성자는 대중매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