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찾는 산들은 모두 한갓진 데다 유명무실한 산이었다.
지형도엔 부엉산만 나오고, 네이버지도에는 사당산과 부엉산, 다음카카오에선 사당산과 부엉산 그리고 천황산이 올려져 있다.
천마산은 오래된 이정표에서 그 이름을 찾았고, 남산은 동네 이름에서 산을 찾았다.
이렇듯 눈을 닦고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꽁꽁 숨어 있을 산들이었다.
늘 그러하듯 고성의 감춰진 산들을 기웃거리다 대구 열혈산꾼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봉따묵기하는 그렇고그런 산이러니 하였다가 나중엔 가고싶은 충동질에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해서 ‘bbury’님과 ‘산이조치요’의 꽁무니를 물게 된 것.
하이면은 고성현으로 개칭될때 ‘이운면(二雲面)’이 되었다가 1895년(고종 32년) 다시 ‘하(下)이운면’으로 바뀌었다.
이를 조선총독부(1914년)가 고성군의 면을 병합하면서 하일면 일부와 사천군 일부를 병합하여 하이면(下二面)으로 개칭하였다.
사천군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1시간 30분이 소요된 데는 미답의 ‘고현리공룡발자국화석’답사도 한몫했다.
사당산(祠堂山 212.8m)은 산불감시초소와 정자쉼터가 있어 남쪽으로 한려수도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북쪽으론 향로봉을 필두로 이 지역의 내로라하는 산들이 모두 조망된다.
이름에서 유추해보듯 산자락 어디에 사당(祠堂)이 있었으려나 하였으나 그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고, 만추(晩秋)에 어우러진 억새만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었다.
정상주 일배(頂上酒 一盃)에다 간단한 요기를 한 후 바쁜 걸음을 옮기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우거진 풀숲으로 그만 길이 숨어 버린 것.
지형도와 나침반으로 어렵사리 북동능선에 올랐더니 송전탑이 줄지어 앞서 내려간다.
천황산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고도가 평이한 천황산(天皇山 152m)은 이름이 무안하리만큼 그저 밋밋한 봉우리.
천황산이란 이름이 어디 일본 천황과 관련되었다고만 할까.
‘천황(天皇)’이란 만물을 지배하는 황제로, 옥황상제(玉皇上帝)를 뜻하기도하니 하는 말이다.
부엉산(245.7)으로 오르는 길은 포장 임도.
안전난간이 있는 포장도로는 이미 묵어있었지만 예전엔 차가 다닌 중요한 길이었던 듯.
구불구불 묵은 도로 끄트머리엔 반듯한 콘크리트건물과 송전탑이 있었으나 용도불명이었다.
부엉부엉 부엉이가 울었으니 우리 정서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산이다.
부엉산에서 서능을 타고 내려가다 긴가민가한 봉우리가 삼각점봉(△212.8)이지만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외로운 이정표가 쓰러질 듯 서있다.
이정표에 새겨진 예사롭지 않은 이름 ‘천마산(天馬山 219m)’은 아무데서도 그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정표에 이렇게 쓰여 있으니 이 지역에선 예전부터 그렇게 불려져 왔나보다.
옥황상제가 천마(天馬)를 타고 하늘로 오른 듯 천마산은 하이저수지 위에 하늘에 맞닿을 만큼 솟구친 암봉이었다.
남산(南山 137.4m)은 아랫동네 마을이름에서 가져왔다.
남쪽에 있어 남산이 됐고, 남산 아래에 있어 남산마을이 된 것이리라.
남산은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었지만 찾는 이가 없어 묵어가고 있었다.
원점회귀하는 농로에서 붉게 타는 황혼을 보았다.
나의 저무는 인생도 저처럼 붉게 정열(情熱)을 태울 수 있을까?
‘인생은 칠십부터’라는데...
코스: 새고성농협-사당산-천황산(왕복)-포장도로-임도-부엉산-천마산(왕복)-농로-남산(왕복)-아스팔트-석지천길-새고성농협
궤적.
약 10km에 4시간 20분이 걸렸다.
고도표.
산길샘.
미리 준비한 표지기.
주차장에 차를 댄 후 길가로 나왔더니 옆에 '새고성농협'이 있고...
길 건너엔 '하이초등학교'가 보인다.
차를 댄 주차장 끄트머리에 사당산 오르는 임도가 보인다.
주차장 끝의 아주 낡은 사당산 안내도를...
가까이 살펴본다.
포장된 임도는...
이내 비포장으로 바뀌더니...
능선 끝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합류된다.
여기서도 멧돼지들의 횡포는 어김없고...
벤치가 있는 안부에 사거리 갈림길이 있다.
전망바위에서 삼천포방향으로 조망이 열려 짚어보니...
남해 앞에 뜬 산은 각산(?)인 듯하고...
각산 우측으론 와룡산의 암괴.
<파노라마>
사당산 꼭대기에 올랐더니...
산불감시초소와 전망정자가 있다.
열혈산꾼들의 표지기 옆에 서명한 '祠堂山 218.5' 표지기를 걸었다. '철인' 님은 언제 다녀가셨나?
사당산의 조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벌판 위의 조그만 동산은 남산이고, 그 우측 하이저수지와 건너 높다란 산맥은 용이 엎드린 듯한 와룡산.
그 우측으론 향로봉과 백암산의 굵은 산줄기가 헌걸차다.가까이 남산 우측의 산줄기는 부엉산과 천마산에서 내가 내려온 능선.
<파노라마>
억새 건너 송전탑 뒤로 남해바다에 뜬 섬은...
사량도인 듯.
벤치 위에 카메라를 얹은 뒤 나만의 의식을 준비한다. 만추의 산정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러면서 미처 짚어내지 못하는 주위도 둘러본다.
홀로 즐기는 산중호강이 대강 이러하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할 시간.
멀리 향로봉이 산맥을 이루고 있는 방향으로 내가 내려가야할 능선은 억새풀숲에 숨었다.
송전탑이 이어진 능선이 사당산 북동능으로 내가 내려갈 진로.
돌탑 뒤로 작은 봉우리가 천황산인 듯하고, 그 뒤 능선에 부엉산이 숨었다.
방향만 잡고 풀숲과 잡목숲을 헤치며 능선으로 내려서면...
산길은 어느새 산판 수준으로 변한다. 이는 송전탑이 있는 지역에서 흔히 보아왔던 송전탑 길.
송전선로(철탑)는 빨갛고 노란 두 표식기가 알리고 있다.
송전탑을 지나며...
천황산 갈림길에 산악회 표지기를 걸었다.
다시 철탑을 지나면...
천황산. 그는 그저 밋밋한 봉우리다.
천황산에서 되돌아나와 부엉산(음촌소류지)으로 내려서는 능선에 '부엉산↑'라고 쓴 한마음산악회 표지기를 걸었다.
무덤을 지나면...
곧 포장도로 삼거리에 내려선다.
내려선 지점엔 무덤이 있고...
위쪽에는 염불소리가 들리는 사찰.
나는 그 아래로 통하는 농로를 따른다.
농로 끄트머리 산자락 위로 부엉산으로 통하는 임도가 있지만, 임도는 좌측 아래에서 오르게 되어있다.
그래서 게으런 심성이 작동, 우측 시멘트포장도로로 조금 들어가...
음촌소류지 뚝방이 보이는 울타리쳐진 밭 직전에서 좌측으로 올라선다.
1분(2~30m)도 채 걸리지 않아 임도에 올라서...
무덤이 있는 올라온 길을 돌아본다.
이제 발걸음은 가벼이~
임도를 곧장 따르다 삼거리에 이르러 다시 목을 축일 보따리를 풀었다.
진행은 화살표 방향. 이 길은 우측으로 꺾인 도로에 비해 길은 묵었으나 예전엔 반듯한 포장도로였던 듯.
시멘트 안전난간이 견고하게 설치된 묵은 도로.
다시 우로 꺾어지며 묵은 도로는 이어진다.
그렇게 안전난간은 끝이나고...
철망 울타리 안...
열린 철문안에는 용도불명의 콘크리트 건물과 송전탑이 있었다.
멧돼지들이 난장판을 친 부엉산 오르는 길.
산꾼들의 표지기가 난무하는 부위에...
나도 서명한 부엉산표지기를 걸었다.
내려서는 능선은 부엉산 서능.
두루뭉실 봉우리가 삼각점봉(△212.8m)이지만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잡목에 외로이 이정표가 서있다.
양촌마을과 천마산 0.2km를 가리키고 있다. 천마산은 이렇게 이정표에서 찾은 것.
천황(天皇)이 천마(天馬)를 타고 하늘에 올랐던 듯 도드라진 암봉이다.
서명한 표지기를 건 뒤...
바위 위에 카메라를 얹고 쪼그리고 앉아...
하이저수지를 내려다 보다...
건너 헌걸찬 산맥도 살핀다. 향로봉.
잔잔한 저수지 수면 위엔 태양광 시설.
천마산 암봉의 일주송(一株松)을 뒤로하고...
다시 내려선 안부엔 물마른 멧돼지 목욕탕이 있고, 나는 우측 남서쪽 골짜기로 내려선다.
잇단 무덤들이 있는 곳으로...
길눈을 크게 뜨고...
내려서면...
송전탑을 지나고...
무덤을 지나면...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그곳엔 무덤이 있고, 하이저수지 제방이 높다랗게 보인다.
내려가는 길은 하이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석지천)을 따르는 것.
저수지 제방을 올려다보니 때맞춰 핀 강갈대가 무성하다.
내가 내려온 지점을 돌아보며 내려서다...
양촌교를 건넌다.
양촌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난 소로에...
산길로 접어드는 널따란 길로 오른다.
우측 옆엔 간이화장실이 있어 누군가 화장실을 버려 놓았나했으나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설치해 놓은 것임을 알았다.
<돌아본 사진>
나는 이 지점(가지런이 놓여진 버섯 재배목)에서 산 위로 치고 올랐으나 등산로는 2~30m를 더 들어가...
풀숲에 숨은 묵은 임도급 산길이 우측으로 휘어지는 지점(무덤 2기)으로 오른다. <내려올 때의 사진을 편집>
등산로는 예전에 임도급으로 정비된 길.
찾는 이가 없어 음침하지만...
등로엔 쉴 수 있는 평상이 설치돼 있고...
정상부위에도 있다.
열혈산꾼들의 흔적들 옆에 '南山 137.4'이라 쓴 수기(手記) 표지기를 걸었다. 이제 올라간 길을 그대로 내려가...
양촌교 건너 내가 내려온 부엉산 능선을 올려다 본다.정
토사 안내표지판에는 '천왕산 기도도량'이라고 적혀있어 '천황산'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가 있는 듯 보인다.
다시 뒤돌아보는 하이저수지 제방과 내가 내려온 부엉산 능선 자락.
음촌마을에서 벌판을 가로지르는 농로로 들어갔더니 때마침 오늘이 지고 있었다.
붉게 타는 석양.
온 세상을 밝게 비추었던 태양은 이제 땅 속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석양 ㅡ월미도에서
몸 굴리며 왔다 여기까지
뜨거운 입김 흥건히 뿜어내며
허기지게 달려온 고단한 몸 아래
저녁 물 성큼 일어나 날개를 편다
다가서는 어스름 덮을까
하늘 잡고 등 언저리 풀어 환히
낭창낭창 타는살
더 바랄게 뭐 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싸안은 이 뜨거움
가장 낮은 세상 다 풀어 사르고 가리
해 한덩이 기우는 하늘
<신 영 옥>
홀로 걷는 석지천엔 가을 강갈대가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