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산이
집필자 강정식(姜晶植)
정의
수십 명 몫의 일을 혼자 해내었으나 오히려 먹성에 놀란 주인에게 쫓겨나
좌절한 부잣집 종 막산이의 내력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부 지역의 장사전설.
역사
<막산이전설>은 신화의 이야기 전통을 계승한 것인데,
신화에서 대식(大食)을 영웅의 징표로 삼던 것을 전설에서 적극 받아들인 경우이다.
제주도 지역 전설의 장사는 이처럼 영웅의 면모를 타고났으나 배불리 먹지 못하여 결국 좌절하고 만다.
막산이는 장사이고 능력이 뛰어나지만,
종의 신분이라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는 탓에 오히려 종의 신분마저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좌절한다.
대식을 징표로 삼던 남성 신은 힘센 장수라는 영웅의 면모를 지닌 존재였다가,
타고난 힘은 있으나 쓸데가 없어 남의 집 종으로 전전한다.
그러다가 결국 도둑질이나 일삼다 죽는 존재로까지 변모한 뒤에 사라져 간 셈이다.
줄거리
막산이는 부잣집 종이었다.
하루는 주인 집에서 50명이나 되는 일꾼들의 점심을 준비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막산이는 주인에게 50인분의 점심을 모두 주면 혼자 일을 다 해내겠다고 하고 허락을 얻었다.
미심쩍었던 주인은 점심때쯤 되어 막산이가 일하는 곳으로 가 보았다.
논밭을 멀찍이서 바라보았으나 먼지가 구름처럼 자욱하여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먼지가 가라앉은 뒤에 보니 일이 모두 끝나 있었다.
주인은 막산이의 힘에 놀랐으나, 그보다 막산이의 먹성에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막산이를 먹여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종문서를 내어 주며 내쫓고 말았다.
막산이는 갑작스럽게 쫓겨나 먹고 살 길이 막막하였다.
하는 수 없이 제주목과 대정현을 오가는 길목에 숨어 지내면서
남의 소를 빼앗아 잡아먹다가 잡혀 죽고 말았다.
힘이 장사이면서 지혜도 갖춘 정운디라는 인물에게 잡혀 죽었다고 하기도 한다.
변이
인근 지역에서는 <새샘이>, <논하니>와 같은 이야기로 전승되기도 한다.
주인공과 전승 지역이 바뀌지만 주요 내용은 별로 다르지 않다.
분석
이 전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였다.
다만 신화 속 영웅의 면모를 물려받은 전설적인 주인공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단편적인 연구에 그쳤으며, 본격적인 연구로 나아간 사례는 찾기 어렵다.
특징
주인공이 능력을 드러내기 전에는 그나마 평범하게 살 수 있었으나,
능력을 드러낸 뒤에는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좌절하는 이야기이다.
종의 신분이라 성공하기 어려운 여건인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종의 신분을 벗어남으로 인해서 좌절하게 된다.
신분보다 먹는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바탕을 이룬다.
의의
막산이는 본풀이의 장수신을 계승한 인물이다.
주인공의 신분이 종으로 하락하고 결국 좌절하는 이야기로 바뀌면서
철저하게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신화적 맥락의 이야기가 전설적인 이야기로 바뀌는 과정을 뚜렷이 살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출처
제주도전설(현용준, 서문당, 1976), 제주설화집성1(김영돈 외,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1985),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9-3, 27.
참고문헌
제주도 장수설화(현길언, 홍성사, 1981).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