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시는 참 멋져.
몇 문장으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미소 짓게 해.
- 김형빈 〈시〉 -
스스로를 잘 알 것만 같다가도 잘 모르겠는 아이들. 세상 모든 걸 알 것만 같다가도 문득 하나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갈팡질팡 흔들리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솔직하게 시를 썼습니다. 흔들흔들 흔들리며 넓게 뻗어나가는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함께 읽어 보세요.
■ 출판사 서평
공부도 하고, 화단도 가꾸고, 말썽도 피우느라 바쁘지만
하루를 꼼꼼히 살고, 촘촘히 ‘시’로 남긴 아이들
아이들과 선생님은 시를 쓰는 시간을 ‘시똥누기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1년 동안 누었던 시똥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시를 쓰는 시간을 정해 두었지만,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집에서도 시를 썼습니다. 아주 사소한 사건도 시로 남길 생각을 하면 굉장히 특별한 일이 되곤 했지요. 그렇게 아이들은 시를 쓰며 시와 삶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시는 참 멋져.
몇 문장으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미소 짓게 해.
- 김형빈 〈시〉 -
1년 동안 아이들은 화단도 가꾸었습니다. 아이들은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샐비어를 심고, 무, 배추, 감자, 생강, 수세미, 호박도 심었습니다. 커다란 고무통엔 벼도 심었고요. 아이들은 분꽃이 피면 귀걸이를 만들어 차고, 샐비어꽃이 피면 꿀을 빨아 먹었습니다. 호박을 따면 호박전을, 배추를 뽑으면 배추전을, 참깨를 털면 참깨를 볶고, 생강을 뽑으면 생강차를 끓였습니다. 낫으로 벼를 베고 홀태로 훑어 직접 손으로 껍질을 까며 현미와 백미에 대해서도 공부했지요. 화단을 가꾸는 일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시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오늘 홀태를 썼는데
홀태로 벼를 터는데
벼가
우
두
두
두
두
두
두
떨어진다.
벼를 모으니까 힘들었고
지금이 조선인지
2023년인지 모르겠다.
- 백송현 〈홀태〉 -
아이들은 시를 쓰고, 화단을 가꾸며 나와 가족, 친구 관계와 세상을 가만가만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시에 아무래도 자기가 다 큰 것 같다고 의젓한 모습을 자랑하다가도 치과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던 기억을 쓰며 어린이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솔직하게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나는 나를 모르는 것 같다.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 김형빈 〈의외로〉 -
아이들은 1년 동안 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 직접 일구고, 가꾼 세상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아이들이 발견한 세계를 아이들이 주운 ‘시똥’을 통해 만나 보세요. 분명 함께 시똥을 누고 싶어질 거예요.
■ 차례
엮은이의 말
1장 봄_나도 예전엔 애들 같았다
산타는 그냥 어른들 14 ┃ 성대모사 15 ┃ 정상 16 ┃ 립스틱 17 ┃ 잔소리 18 ┃ 착한 사촌 오빠 20 ┃ 달팽이 21 ┃ 거름 22 ┃ 씨감자 23 ┃ 마음의 변화 24 ┃ 양배추꽃 25 ┃ 태권도 26 ┃ 시력 차이 27 ┃ 기 싸움 28 ┃ 알람 29 ┃ 기약분수 30 ┃ 추억의 형 31 ┃ 맞춤법 32 ┃ 과학 시간 33 ┃ 별명 34 ┃ 미로 찾기 35 ┃ 노래 36 ┃ 지렁이 똥 37 ┃ 무당벌레 38 ┃ 오해 39 ┃ 개구리 40 ┃ 쥐며느리 41 ┃ 아빠의 아픔 42 ┃ 칼싸움 43 ┃ 짝꿍 44 ┃ 새끼 지렁이 45 ┃ 나쁜 놈 46
2장 여름_탕수육의 힘
반들반들한 마늘 48 ┃ 엄마의 힘듦 49 ┃ 남자 선생님 50 ┃ 남자친구들의 고통 51 ┃ 호박 딴 기억 52 ┃ 폭풍우 53 ┃ 선생님 팔뚝 54 ┃ 탕수육의 힘 56 ┃ 심사날 57 ┃ 회식 58 ┃ 홍수 59 ┃ 마니또 60 ┃ 너희도 엄마 편이냐?! 61 ┃ 집 62 ┃ 학부모 공개 수업 63 ┃ 학부모 참관 수업 64 ┃ 얄미운 갈매기 65 ┃ 장기자랑 66 ┃ 급식 67 ┃ 아들의 마음 68 ┃ 킥복싱 69 ┃ 수박 70 ┃ 파벨 친할머니 71 ┃ 귀가 막킬 때 72 ┃ 부러움 73 ┃ 강아지 74 ┃ 방학 75 ┃ 해골 76 ┃ 지우개 77 ┃ 말복 78 ┃ 드그덕 드그덕 79 ┃ 연필 다이어트 80
3장 가을_의외로 나는 나를
여자의 머리 82 ┃ 월드콘 83 ┃ 분식집 84 ┃ 의외로 85 ┃ 장염 86 ┃ 몰라? 87 ┃ 엄마의 땀 88 ┃ 참깨 89 ┃ 개똥 90 ┃ 언니 깨우기 91 ┃ 엄마 92 ┃ 검정 비닐봉지 93 ┃ 안부 전화 94 ┃ 공부 95 ┃ 문제집 96 ┃ 고백 97 ┃ 사람 됐다 98 ┃ 홀태 99 ┃ 벼의 소리 100 ┃ 체육 선생님 101 ┃ 김장 102 ┃ 다 큰 우리 103 ┃ 치과 104 ┃ 비 105 ┃ 여자의 쇼핑 106 ┃ 은행나무 107 ┃ 땅속의 일 108 ┃ 생강 줄기 자르기 109 ┃ 주부의 힘 110 ┃ 생강차 111 ┃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사이 112 ┃ 아빠가 다쳤다 113 ┃ 조용 114 ┃ 당황했던 날 115 ┃ 국기 116 ┃ 자연스럽게 117 ┃ 혼잣말 118
4장 겨울_좋아하는 애를 보면 드는 생각
화해 120 ┃ 우리 할머니 121 ┃ 납골당 122 ┃ 보강 수업 123 ┃ 발전 124 ┃ 안경 125 ┃ 머리 126 ┃ 파리 127 ┃ 소금 128 ┃ 눈 129 ┃ 우산 130 ┃ 선물 131 ┃ 달라진 아빠 132 ┃ 타이타닉 133 ┃ 새벽 134 ┃ 폭발 135 ┃ 좋아하는 애를 보면 드는 생각 136
■ 저자 소개
엮은이 송숙
아이들과 함께 할 시를 고르는 일이 신나요. 아이들이 써 오는 시를 읽는 건 더 신나고요.
꽃을 심고 밭을 일구는 게 즐거워요.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더 즐거워지죠.
시를 쓰고 밭을 가꾸다 보면 아이들과 더 많이 웃게 돼요. 그게 좋아서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함께 한 아이들과 어린이시집 《시똥누기》 《분꽃 귀걸이》 《호박꽃오리》 《감꽃을
먹었다》 《돌머리가 부럽다》 《우리 반이 터지겠다》를 냈고, 유쾌발랄한 교실 이야기 《맨드
라미 프로포즈》를 냈어요.
참, 제 별명은 쑥국, 쑥국이에요.
■ 엮은이의 말
우리는 매일 아침 한두 편의 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동시뿐 아니라 선배님들의 시, 반 친구들의 시, 다른 나라 친구들의 시도 읽고, 가끔은 할머니들이 쓰신 시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1교시엔 시를 썼어요. 우리는 그 시간을 ‘시똥누기’ 시간이라고 불렀지요. 하지만 시를 시똥누기 시간에만 쓰는 건 아니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수업이 좀 일찍 끝나 남은 자투리 시간에도, 집에서도 썼어요. 언제나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썼어요.
학교 한 귀퉁이 작은 공간엔 화단을 가꾸었어요. 화분을 들여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샐비어를 심고, 무, 배추, 감자, 생강, 수세미, 호박을 심었어요. 커다란 고무통엔 벼도 심었고요. 여름방학 땐 조를 짜서 학교에 나와 물을 주고 땀 흘려 일한 후에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어요. 분꽃이 피면 귀걸이를 만들어 차고, 샐비어꽃이 피면 꿀을 빨아 먹었습니다. 호박을 따면 호박전을, 배추를 뽑으면 배추전을, 참깨를 털면 참깨를 볶고, 생강을 뽑으면 생강차를 끓였어 요. 낫으로 벼를 베고 홀태로 훑어 직접 손으로 껍질을 까며 현미와 백미에 대해서도 공부했지요. 공부하랴, 화단 가꾸랴, 시 쓰랴, 말썽 피우랴, 하루하루가 무척 바빴지만 우린 그런 일들이 참 재밌었어요.
올해 제가 만난 아이들은 흥이 많고 이야기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었어요. 제가 한 마디 던지면 여기저기서 자기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손을 들어 난감한 경우도 많았지요. 다 들어주다 보면 수업 진도를 못 나가게 생겼거든요. 하지만 저렇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참 예뻤습니다. 노래를 들려주면 흥에 겨워 일어나 춤을 추는 아이들 덕분에 웃던 때도 있었고,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항상 혼나던 아이가 교실 놀이를 하면 경기 해설을 맡아 모두를 즐겁게 하기도 했어요. 말 많고 탈도 많은 우리 반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일들도 많은 한 해였어요.
그런 아이들이 시를 썼습니다. 누구 하나 시 쓰기 싫다고, 쓰기 싫은데 왜 써야 하냐고 반항하지 않고 썼어요. 저는 항상 그게 참 신기하고 고마웠는데 시를 쓰는 일이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로 나를 표현하는 즐거움, 친구들의 시를 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움요. 그것도 아니면 시똥 선배들의 시집을 보며 시 쓰는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걸까요? 하하.
아침에 엄마랑 싸워 축 처져 왔는데 칠판에 선생님이 자기 시를 적어 놓은 걸 보고 기분이 활짝 펴졌다는 어떤 아이의 글이 떠오릅니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이와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팔딱팔딱 에너지 넘치는, 생명력이 넘치는 우리 아이들의 시가 멀리멀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힘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울고 웃으며 열심히 시를 쓴 우리 어린 시인들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쑥국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