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어사(萬魚寺)
집필자 오대혁(吳大赫)
정의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산 만어사(萬魚寺)의 창건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설화.
줄거리
옛날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阿耶斯山)이라는 곳 곁에 가라국(呵囉國, 가락국)이 있었다.
하늘에서 바닷가로 내려온 알에서 나와 이 나라를 다스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수로왕(首露王)이다.
그때 나라 안에 옥지(玉池)란 연못이 있었는데, 연못 속에 독룡(毒龍)이 살고 있었다.
만어산에 살던 다섯 나찰녀(羅刹女)들이 이 독룡과 왕래하며 교접한 까닭에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 동안 오곡이 익지 않았다.
수로왕은 주문으로 그들이 왕래를 하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로왕이 부처를 청해 설법을 하게 하니, 나찰녀들이 오계(五戒)를 받았고, 그 이후에는 재앙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골짜기 속의 돌로 변하였는데, 그 돌에서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났다.
이곳에 만어사를 지었다.
변이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전하는 이 설화는 『고기(古記)』에 전하고 있는 것을 일연(一然)이 옮겨 실은 것이다.
일연은 이를 믿을 만한 것이라 하면서,
『관불삼매경(觀佛三昧海經)』(실제 문헌은 『불설관불삼매해경(佛說觀佛三昧海經)』) 제7권의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이는 『고기』의 기록보다 더 상세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경전 속에 등장하는 나건가라국(那乾訶羅國)의 독룡과 나찰의 사귐을
왕이 석가모니를 청해 진압했다는 사건이 후에 ‘가락국’의 김수로왕의 이야기로 변이된 것이다.
불교 경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형성된 만어사 창건설화는 ‘너덜지대’로 알려진
만어사 주변의 수많은 돌들을 증거물로 삼아 지속적으로 전승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보면, ‘만어산 경석(萬魚山磬石)’이라 하여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돌로 변했다고 세상에 전한다고 했고,
세종 때에 이를 채굴하여 악기를 만들었지만 음률이 맞지 않아서 폐지하였다고도 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전하는 설화를 보면, 경전의 불교적 색채가 많이 탈색되어 나타난다.
가락국 수로왕의 꿈속에서 동해 용왕이 도사의 법문을 듣고 좋아서,
아들과 일만 마리의 물고기들을 함께 보내 법문을 배워 오게 한다.
그들은 만어사가 있는 자성산에 왔다가 해일로 돌아가지 못한다.
용왕의 아들은 미륵돌이 되고, 물고기 일만 마리는 모두 너덜겅이 된다.
이 꿈을 꾸고 난 수로왕이 그곳을 찾게 되어 만어사를 짓는다.
분석
이 설화는 불교 경전의 설화를 바탕으로 사찰의 창건설화가 재편된 결과를 잘 보여 주는 서사물이다.
『불설관불삼매해경』에 등장하는 ‘가라국’이나 ‘국왕’은 만어사 창건설화에서 ‘가락국’과 ‘김수로왕’으로 변화하면서,
독룡과 나찰귀들을 물리치고 사찰을 창건하는 이야기로 변화되었다.
이 설화는 ‘불국토 신앙’을 구체화하는 설화로서,
김수로왕을 내세워 만어사가 역사가 깊은 사찰임을 드러내기 위한 설화로서 재편된 것이다.
최근 전하는 구비설화는 불교적 의미는 많이 탈색된 상태로
사찰 주변의 너덜겅이나 바위들의 유래를 전하는 것으로 변이되어 전승되었다.
의의
불교경전을 바탕으로 재편된 불교설화이자, 사찰 창건설화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설화로서 그 의의가 있다.
출처
三國遺事, 新增東國輿地勝覽,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8-8, 182.
참고문헌
불교문학의 환상성과 사찰연기 설화(오대혁, 불교어문논집9, 한국불교어문학회, 2005),
신라불교설화연구(황패강, 일지사, 1975), 한국사찰연기설화의 연구(김승호, 동국대출판부, 2005).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