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길입니다. 그냥 가는 거죠. 때로는 목적지를 알고 가고 또 때로는 모르고도 갑니다.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니까요. 어떤 길을 가는지, 무슨 길을 가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혼자 갈 수도 있고 함께 갈 수도 있습니다. 함께 가다가 따로 갈 수도 있습니다. 또 혼자서 가다가 같이 갈 수도 있습니다. 같이 간다고 해도 마음과 생각은 대부분 따로 놉니다. 길을 가며 이야기를 합니다. 또 이야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재밌다고 손뼉 치며 노래하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재미없다고 투덜대기도 합니다. 혼자서 흥얼대며 갈 수도 있습니다. 한가롭게 가다가도 때로는 급하게 갈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온 길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잘못 왔나? 그러나 잘못 온 것은 없습니다. 단지 길을 잘못 들어설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말한 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방향을 바꿀 뿐입니다. 새로운 길을 갑니다. 이 길이든 저 길이든 어차피 처음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함께 가는 사람도 처음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나눕니다. 마음이 맞으면 또 같이 갑니다. 아니면 헤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혼자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새로 사귄다는 것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길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게 때문이지요.
어른이 되어도 어릴 적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아픈 상처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즐거운 추억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순탄하게 자라온 사람이라면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별 것도 아닌 것들도 크고 나면 별것으로 간직하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시골을 고향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조용한 풍경이 마음에 담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번화한 도시생활을 하며 간간이 동경하는 세계로 생각 속에 그려집니다. 더구나 그곳에 아직 부모님이나 친지들이 살고 있다면 날 잡아서 가보곤 합니다. 마음의 풍경을 현실로 불러옵니다. 그 공간은 멀리 떨어져 있는 시간까지 불러옵니다. 입가에 미소를 만들기도 하지요.
사람들과 일하며 바쁜 시간들을 보냅니다. 때로는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느 날 시골 어머니가 전화합니다. 좀 내려오라는 것입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듣습니다. 가자! 자기 집도 아닌데 웬 난리람? 그러나 마음은 이미 부릉거립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 힘들고 곤한 몸이 이미 날개를 답니다. 그래, 가자! 그렇게 해서 ‘스나다’와 ‘기요우라’ 두 여자가 시골로 달립니다. 그냥 신납니다. 도시의 번잡한 생각일랑 일단 접어두자 하는 마음입니다. 남편도 별다른 불평 없이 응해주니 다행입니다. 하기야 평일에도 붙어사는 것보다 따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바쁘게 살았으니 말이지요.
이상합니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시계의 속도는 다르지 않을 텐데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적어서 그런가요? 도시에는 차들도 빠르고 사람들도 빠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운전하고 가는 승용차 외에는 차도 없습니다. 있어봐야 아주 드물게 봅니다. 사람도 드뭅니다. 가족들 외에는 떨어져 있는 가게에나 가야 만납니다. 아니면 저녁에 주점에나 가야 봅니다. 그래서인지 좁은 주점이 왁자합니다. 어디 떠들 기회가 있어야 말이지요. 모처럼 사람들을 보았으니 반갑기도 하고 떠들 상대를 만난 것이 기쁘기도 할 것입니다.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고 모이면 그러는 것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목장(?) 구경을 갑니다. 이름이 목장이지 젖소의 감옥입니다. 말 그대로 조그만 우리 안에서 평생 주고 생명을 마치는 곳입니다. 우유를 주다가 아니다 싶으면 도축장으로 넘어갑니다.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먹고 자고 싸고 한 평이나 될까 조그만 공간에서 한 생애를 보내야 합니다. 그곳을 떠나는 날은 생명이 끝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목적은 하나 우리 인간을 먹이기 위한 것입니다. 개체로서의 생명의 가치는 없습니다. 그것을 불쌍하게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생각해봅니다. 움직이는 생명체인데 움직임이 극히 제한됩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생길까? 그 스트레스가 젖으로 나올 것이고 고기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생각이나 하고 먹는 것일까?
도시의 시끄럽고 번잡스러움과 시골의 조용하고 한가로움, 과연 그렇게 대조될까요? 고요한 풍경은 있습니다. 시간조차 잔잔하게 흐르는 듯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들어오면 달라집니다. 시끄러워지고 혼잡스러워집니다. 아마도 그래서 윤리도덕을 만들고 질서를 세워야하는가 봅니다. 자연이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들입니다. 자연은 흐르는 물처럼 그냥 내두면 됩니다. 가만있어도 춘하추동처럼 움직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껴들면 조절해주어야 하고 또 조정하려고 서로들 싸웁니다. 가끔은 자연으로 들어가서 저절로 흐르는 것들을 보며 느끼고 경험해야 합니다. 그것이 쉼이기도 하지요. 우리 모두 결국은 나온 자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블루 아워’(Blue Hour)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심은경 배우가 나오지만 일본 영화입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즐건 주말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