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까까한입 ♡" <manidopooh@hanmail.net>
창작실 : 10대 Green 창작실 I
제목 : 새드 옥타브
*1*
모두 움직이지 있지 않는 침묵 속에서 가만히 불빛이 반짝인다.
굉장히 슬퍼 보이는 얼굴에 나타난 웃음은 소름끼치기까지 한다.
"설마...설마 그러리라 곤 생각 못 했는데.."
"휴우..나도 그렇게 생각하진 못했어.."
"모든 현실이 거짓말인 거 같아.."
자포자기한 그 들 앞에는 또다른 길이 열리기를..
이들 모두가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하늘은 알까..?
그렇게 만 하루가 지났다.
사장실이라고 씌어있는 팻말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담배연기만 자욱한 방에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력서를 보고 있는
사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은현이라..많이 컸구나.."
매일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다녀서 미치광이 취급을 받던 젊은 사장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력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사장실 문을 열고 비서가 들어오지만 사장은 비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뭐예요 사장님..후...은현이라..? 내가 아는 사람과 이름이 같네요.."
"다 알면서 모른 척 할 텐가..? 이 아이가..자네가 알고있는 은현이라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몰랐다는 듯이 이력서와 사장을 번갈아 바라보는
비서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은현아..많이 컸구나.."
이내 이력서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이력서의 글씨를
번지게 한다.
"그때 나와 같이 갔으면..이런 생활은 하지 않았을 텐데.."
"후..."
한숨만 쉬고 있는 사장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 뒤 비서는 눈물을 훔친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사장님.."
사장실 문이 닫히고 비서는 소리 죽여 흐느낀다..
"내가...잘못한 게 아니야.."
같은 시간 회사 앞 공원에서는 댕기 머리를 한 여자와 짧은 갈색 스포츠
머리를 한 남자가 무슨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활짝 웃으며 나오자 그제야 그 남자의 품으로
달려간다.
"합격이야 드디어 합격이라고!"
모두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사장실에서 사장만이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휴우..정말 내가 이 회사에 정식 직원이 되다니..이 큰 회사에.."
"정말 꿈만 같을 테지.."
"형 고마워요!"
"내가 뭘..은현이 니가 고생한 거지.."
둘 다 씩 웃으며 회사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이 회사는 사장이 신입생 다 살펴본다고 그르던데..
그때 사장한테 잘 보여야 할걸?"
댕기 머리의 여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아..최선을 다 해야지 뭐..그때 사장 눈에 않 들으면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걱정 말라는 눈빛으로 댕기머리소녀를 쳐다보던 은현은
다시 아는 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 회사 사장이 미치광이라는 소문나 있어..하지만 다 헛소문 일거야.
이렇게 훌륭한 너를 알아봤으니까."
"맞아요..아참 내일부터 나가는 거지?"
"응.."
"그러면 뭐 입을 옷 같은거 골라 놔야 하지 않겠어? 이발소도 가고..
내가 옷 골라줄게.."
그러면서 댕기머리 여자는 은현을 끌고 집으로 갔다.
"지윤아 잠시만 기다려~!"
평소 같았으면 짜증이 섞여 있었겠지만 합격소식을 들은 뒤라서 그런지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 였다.
.............
..........
........
.....
...
"꺄아 이옷 너한테 너무 잘 어울릴거 같아!"
옷 고르는데 신이난 지윤이 은현에 몸에 이옷 저옷을 대 보고 있었다.
"야야 너무 비싸잖아.."
형이 핀잔 주듯이 말했다.
"은준오빠는 참..오늘 엄마가 용돈 줬단 말예요. 엄마 한테 졸라서
겨우 40만원 받아냈는데?"
전혀 미워할수 없는 목소리로 지윤은 쾌활하게 말한다.
지윤의 집은 3손가락에 꼽히는 재벌..
하지만 거기에 대조되게 은현의 집은 보통 가정집이다.
다만 이제 곧 달라질 게 있다면 은현과 지윤이 남매가 된 다는 것..
"정말? 그런데 그 돈 다 내 옷에 쏟아 부어도 돼?"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너 옷 다~ 사주라고 했어.."
"킥킥.."
그때 형이 소리죽여 킥킥 댄다.
"오빠 왜 웃어?"
"아니 은현이랑 남매 되면 니 이름이 윤지윤이 될거 생각하니까 웃겨서"
"뭐어?"
지윤은 뾰루퉁 해서 입꼬리를 살짝 내렸다.
"또 삐쳤니? 에이 장난이야~"
"오빠 정말 너무해!"
아무도 건드릴 수 없을것 같은 행복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탈처럼 그들의 행복은 겉은 아름답지만 잘 깨어지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 이었다.
*2*
그렇게 그들이 쇼핑을 마치고 한참 즐겁게 웃고 있을 때였다.
지윤의 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아..거기가 이지윤씨 댁인가요?"
"예.. 그런데요 지금 딸아이가 외출 했어요.."
"아 지윤씨 어머님 되시나요?"
"그런데요."
"그럼 지윤씨한테 만화가시험에 합격했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예...? 만화가시험이라뇨? 우리 지윤이는 그런거 본 적 없을 텐데.."
"무슨 말씀이세요..? 지윤씨가 말씀 안 했나 보네요. 하여튼 내일 OO 사무실로 와 달라고
좀 전해 주시겠어요? 이번에 비쥬에서 연재할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거든요."
"후우 알겠습니다.."
지윤의 어머니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어 지윤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I'll be there 너의 그곁에~」
백화점에서 지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곧이어 지윤이 플립을 열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윤이니..?"
"네 엄마 왠일이세요?"
"너..만화가 시험 봤다는게 사실이니..?"
순간 지윤은 아무말도 못 했다.
만화가 시험 결과가 집으로 걸려온 듯 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결과가 전화로 왔나요..?"
"너 왜 엄마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시험을 본거니..?
난 니가 만화가 하는거 반대다."
"내가 엄마 인형이에요? 엄마가 시키는건 다하는 인형인가요?
싫어요! 나는 내가 느낀 감정 내가 하고싶은거 다 만화로 그릴거라구!"
"지윤아..정 그렇게 니가 하고싶다면 말리지 않으마..
내일 OO 사무실로 오라는 구나.."
"고마워요...그럼 집에가서 봐요."
「뚜뚜뚜뚜.. 」
지윤은 급하게 전화를 끊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은현을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은현아 아무것도 아니야..언니 이 옷 얼마 에요?"
지윤은 애써 아무 것도 아닌 척 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은현은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괜히 참견해서 일 더 크게 벌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묻기를 그만 두었다.
"야 지윤아 왜 은현이 옷만 사주냐 치사하게.. 내 옷도 사주라 응?"
"싫어요~ 일 안하고 맨날 빈둥빈둥 노는 백수건달이 옷 쫙 빼입어서 뭐하게요?"
"아이구 그래 잘났네 은현이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네 그려."
은준은 일부러 삐친척을 했지만 지윤은 그런 은준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 했다.
..........
.......
...
"머리 어떻게 해 드릴까요?"
"짧게 커트 쳐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여기는 미장원.
은현은 이발소에 간다고 우겼으니 지윤이 은현과 은준을 끌고 굳이 미장원으로 갔다.
길고 치렁치렁한 머리를 가졌던 지윤도 머리를 짧게 칠 겸에서였다.
"지윤아 너도 머리 자르게?"
"응...나 사실은 만화가 시험 봤는데 합격했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단 의미로 결심의 증거로
머리를 짧게 치려고.."
"알았어."
지윤까지 머리를 짧게 치고 나자 그들은 미장원을 나섰다.
"지윤아 너 머리 짧게 치니까 이상하다. 그래도 그 언니가 약간 단발로 만들어서
다행이지 완전 커트면 정말 이상할거야."
"괜찮아.."
지윤은 애써 웃으며 어색해진 머리를 다듬었다.
"기사 아저씨 불러서 집까지 갈래?"
"어..그래."
모두의 만장일치로 지윤이 기사아저씨를 불러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띵동뎅동 띵동뎅동」
"누구니? 지윤이구나?"
"네 아주머니."
부자집이라면 다 그렇듯이 지윤의 집에도 집안일을 봐 주는 아주머니께서 계셨다.
"얼른 들어오렴."
문이 열리고 지윤과 은현과 은준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3*
엄마가 일찍 주무시는지 집안에는 엄마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줌마 엄마 주무세요?"
"응..? 사모님께서 나가셨는데.?"
"아 그래요..? 은현아 배고프지? 밥 먹을래?"
"아..밥 먹고 가도 될까요 아주머니?"
"그럼~ 이제 이 집에서 지윤이랑 같이 살게 될텐데.
은준이도 밥 먹고 갈래?"
"아..아뇨 됐습니다.."
은준은 쓸데없는 일에 말려들기 싫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윤네 집을 쓸쓸히 나왔다.
대문을 나서고 보니 지윤의 집은 참 크게 보였다.
'그래 이 지윤..넌 내맘을 그렇게 몰라주는 거냐..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속타고 있는걸
정말 모르는 거니 모르는 척 하는 거니..'
은준은 1년동안 지윤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윤의 관심은 은현에게만 있었다.
은현의 친형으로 은현이 미울 때도 있었다.
지윤의 집을 쓸쓸히 쳐다보다가 은준은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지윤의 집안은 굉장히 떠들썩했다.
은현을 은근히 맘에 두고있던 지윤은 은현과 남매가 된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은현과 남매가 되면 이 지긋지긋한 짝사랑을 그만 둘 생각이었다.
사실 은준이 지윤을 짝사랑 한 것보다 더 많이 지윤은 은현을 좋아하고 있었다.
"은현아 이것 먹어봐 우리 아줌마가 제일 잘하는 김치찌개야."
"어...응... 은준형도 같이 먹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에이 은준오빠는 안 먹는다고 했잖아 우리끼리라도 먹자.."
은현은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했고
그런 은현을 지윤은 사랑스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 밥 먹는 거 처음 봐?"
은현은 퉁명스레 말했다.
"아니..너무 귀엽게 먹어서.."
"뭐..? 에이 농담이라도 그런 말하지마 체한다.."
은현의 그런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그 말을 듣자 은현에게 고백하고 싶다는 충동이
자꾸자꾸 일었다.
하지만 그런 맘속의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은현의 밥을 먹는 모습을 자꾸 쳐다봤다.
사실 은현은 사귀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지윤의 그런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지윤에게 맘을 뺐겨버릴까봐..
더구나 이제 곧 남매가 될 텐데 남매끼리의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휘휘 젓고
현재 은현의 여자친구인 은주만을 생각했다.
은현이 밥을 먹다말고 숟가락을 내려놓고서는 지윤을 빤히 쳐다봤다.
"지윤아 나 고백할게 있어.."
은현의 그런 진지한 태도는 처음 보는 지윤은 혹시 은현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해보았다.
"나도 고백할거 있어.."
"그..그럼 너 먼저 말해.."
"그럼 나 먼저 말할게..은현아 나..너 좋아해...오래 전부터 너 좋아하고 있었어.
우리 남매되는날 말하려고 했는데..지금 말하게 됐네.."
은현은 매우 충격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윤아 미안한데..나 여자친구 있다..
한 은주라고 고등학교 동창이야..미안하다.."
"아..아니 됐어 어차피 남매가 되면 좋아하지도 못할텐데..내가 했던 말 못 들은 걸로 해줘."
"응..괜히 분위기 서먹해졌네.. 나 밥 다먹었으니까 갈게.."
은현은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되어서 지윤에게 눈물을 보이게 했다.
"왜...은주란 여자는 되고 난 않돼는거야..?
아무리 애써 강한 척 눈물을 감추려 해도 그게 안돼..너 많이 좋아했나 봐..
굉장히 긴 짝사랑 기간이었는데..
은주란 여자가 싫증나면 나에게로 와..남매간에 사랑하면 안됀다는 법은 없잖아..
근본적으로 우리는 남남이었으니까.."
은현은 고개를 떨구었지만 죄를 지은 듯한 죄 의식은 감추지 못했다.
"미안.. 나 은주랑 헤어져도 너는 싫을 것 같다."
대문을 뛰쳐나온 은현은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지윤을 다시는 못 볼만큼 미안했다.
안 좋은 기분에서 밥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거북했다.
"웨엑.."
결국 은현은 구토를 해고 그날 밤 밤새 앓았다.
"휴..윤은현 넌 대체 어떻게 된 애가 맛있는 밥 먹고도 체하냐?"
"아..있어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웨엑~"
아침에도 구토를 해 대고 은현은 열이 펄펄 났다.
"정말.. 너 오늘 회사 못 나가겠네..?"
"아니 나가야돼.. 약 먹고 나가면 되겠지 뭐.."
은현은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갈 준비를 했다.
집을 나서도 세상은 은현의 앞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았다.
약국에 들러서 약을 먹는데도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 빙글빙글 돌았다.
"감사합니다..얼마죠..?"
약값을 지불할 때도 세상은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도는 터라 은현은 또다시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약국을 나서자 세상이 노래지더니 빙글빙글 도는 세상은 더 크게 빙글빙글 돌았다.
이내 눈이 가물가물해 지더니 눈꺼풀이 스르르 잠겼다.
*4*
..
"으음.."
은현이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을 땐 은준과 지윤이 은현을 걱정스럽게 내려보고 있었다.
병원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은 은현의 얼굴을 더욱 아파 보이게 했다.
지윤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은현아..괜찮아..? 아줌마가 김치찌개 너무 맛없게 했니?"
"아..아니야.."
은현은 지윤을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살짝 돌려 은준을 쳐다봤다.
"형 그런데 내가 왜 병원에 있는 거야? 누가 나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그거? 나도 연락 받고 온 거야.. 니가 약국 나오면서 쓰러져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119에 연락했던 모양이야.."
"응..그렇구나.."
"그러길래 회사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회사에는 내가 잘 연락해 뒀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114가 있잖냐 짜샤.. 그런 거 걱정 말고 몸이나 다 낳아.."
은현은 침대에 눕고는 지윤을 한번 쳐다봤다.
많이 수척해진 얼굴.. 내가 그렇게 아파 보이나? 라는 생각이 들 만한 얼굴이었다.
"은현아.. 그래 푹 쉬어..아 그리고 이거 아줌마한테 부탁해서 만든 전복 죽이야.."
지윤은 따뜻한 보온병을 내밀었다.
지윤의 그런 태도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성의를 생각해서 받아 두기는 했다.
"..고마워....."
"그런데 너네 사이가 왜 그렇게 서먹서먹해졌냐? 어제 무슨일 있었어?"
"아..아니.."
은현은 멈칫했다.
그리고 또다시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윤도 어제 일을 회상하고 있었는지 얼굴에 가득한 슬픔은
세상 모든 슬픔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은현아 나 그리고 아르바이트하기로 했다."
지윤은 화제 돌릴 거리를 찾고 있었는지 은준의 말에 기쁘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정말? 잘됐다. 어딘데?"
"응.. 요 앞에 짜장면집 배달이야.."
"어.. 열심히 해.. 아르바이트니까.."
"그러니까 너 고생하지 말란 얘기야 임마.. 내가 아르바이트하기 전까지 우리 집
생계는 니가 벌어온 돈으로 꾸려나갔지만 이제는 너 혼자 벌어오는게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응 알았어.. 빨리 안 가봐도 돼?"
"어 내일부터야.."
"하여튼 잘 됐어.."
"아 참 나 약속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몸 조리 잘해.."
"응."
은준은 애써 밝게 웃어 보였지만 은준의 얼굴에 나타난 걱정들은
은현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은준이 병실을 나오자 간호사가 때 맞춰 잘 나왔다는 듯 은준에게 물었다.
"저기 윤은현씨 보호자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아 잠시 진찰실로 와 보실래요?"
"아 네.."
"많이 피곤하신 가봐요 얼굴에 피곤함이 붙어 있네요.."
"그런가요..?"
은준은 간호사를 따라 진찰실로 들어갔다.
"윤은현씨 보호자 되시나요?"
"예 그런데.."
"윤은현씨의 병명은 단순한 과로군요 그런데.."
"예..?"
"요즘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모양입니다. 피로가 누적되어 비타민의 공급이 중단되었군요.
그래서 밥을 먹어도 자꾸 체하는 것이죠..
게다가 정신적 압박감까지 느끼니 원..
그리고 윤은현씨 폐속에서 폐암 세포가 조그만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의사는 다소 심각하게 말했다.
"폐암 초기인 것 같은데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군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수술은 언제 하실 건가요?"
가만히 듣고있던 은준이 말했다.
"그건 다음주에 하는 게 가장 좋겠군요. 당분간 환자에게 말하지 마시고
다음주가 되면 다시 오세요.
건강이 다시 좋아지고 폐 기능이 좋아지면 수술 않 해도 될 것 같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은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발견했는지 의사는 침착하게 말했다.
"아 네 그럼 감사합니다.."
은준이 진찰실을 나와 병원 복도를 터벅터벅 걷고 있을 때 아까 그 간호사가
은준의 뒤를 따라왔다.
"저기.. 어떻데요?"
"폐암 초기라는군요.. 불쌍한 은현이..."
"참 않됐네요.. 저기요.. 난 그쪽이 맘에 드는데 그쪽은 어때요..?"
간호사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 전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그래요..? 상관없어요.. 전 한번 찍은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이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저는 윤은준인데.."
"저는 한고현이라고 해요."
간호사는 펜을 꺼내어 은준의 손바닥에 무언가를 휘갈겨 썼다.
"이건 내 핸드폰 번호 에요. 관심 있으면 전화해요 그럼.."
간호사는 명랑하게 말하고 눈웃음을 쳤다.
은준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5*
"띵동띵동"
"누구세요.."
"어 아버지 집에 계셨네요..?"
아버지의 굵고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오늘은 집에 있었다. 은현 이는 괜찮냐?"
"폐암 초기래요.."
아버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전혀 울지 않을 것 같던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불쌍한 것.. 그 어린것이 벌써 폐암에.."
"건강이 좋아지고 폐 기능도 어느 정도 좋아지면 수술 않 받아도 된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데요.. 다음주에 다시 오래요.."
은준의 말을 듣고도 아버지는 구슬픈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지윤네 엄마랑 곧 결혼하면 돈은 넉넉할 테니 수술하게 해 줘라.."
"아버지는 지윤네 엄마한테 신세 지실 거예요..?
결혼한다고 해서 그 재산이 모두 아버지 것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은준은 답답한 듯이 말했다.
"그래도 그 어린것이 얼마다 괴롭겠어.. 어쨌든 수술하게 해 주렴.."
"않 그래도 그렇게 할겁니다.. 저 아르바이트 나가기로 했어요.."
"잘됐구나.. 은현 그 녀석 이제 더 이상 무리하지 말라고 좀 해주렴.."
"않 그러셨어도 벌써 그렇게 말했어요.."
"..... 잘 했구나.."
아버지는 어색하게 말했다.
은준과 아버지의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다.
신경질 적인 은준은 아버지를 쏘아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제길...대체 윤은현 그 녀석은 왜 자기혼자만 무리하는 거야..
힘들면 내게 손을 내밀어도 되는데..
니가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지잖아.."
은준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바닥으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눈물은 슬픔을 실감나게 해 주었다.
「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은준의 핸드폰이 울리지 플립을 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은준오빠.."
"어 지윤이구나.."
"은현이 상태 어떤지 의사 선생님께 여쭤 봤어요..?"
"폐암 초기라는 구나.."
은준이 담배 한 개비를 물며 말했다.
".....흑..."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지윤의 흐느낌은 애처로웠다.
"은현이..어떻게 해.."
"제길 짜지좀마. 정말 아버지서부터 너까지 그렇게 은현 이가
소중하니? 나같은건 윤은현 다음의 떨거지야?"
"오빠..왜 그래요..."
은준이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지윤은 놀란 듯이 말했다.
"됐어. 넌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분명 싫다고 할게 분명해.."
"오빠 나 좋아해요..?"
엉겁결에 말해버린 감정..
은준은 얼버무렸다.
"됐어. 끊어.."
"오..오빠!"
「뚜뚜 뚜뚜」
은준은 황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
1년간의 짝사랑의 대가가 고작 윤은현 떨거지 취급이라고 생각하니
얼떨결에 나온 말이었다.
"하아.. 난 정말 한심한 놈이야.."
은준은 전화를 꺼 버리고 집을 나섰다.
"어디 가냐..?"
"약속이 있어서요.."
그렇게 아버지께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정확한 목적지가 없었다.
집을 나와 집 앞 공원으로 가다보니 문뜩 손에 적혀있는 번호가 눈에 띄었다.
"011-9284-8x3x라.."
「띠띠띠띠」
신호가 가고 곧이어 신호음이 끊겼다.
"여보세요..?"
"아 저기.. 저는 병원에서 봤던 윤은준이란 사람인데요.."
"아.. 그 분 이시군 요? 관심이 있으셨던 모양이죠?"
"피식..네.. 그럼 잠시 저 좀 만나 주시겠어요?"
"네 저야 좋죠.. 음.. 저희 병원 앞 OO 카페로 나오시겠어요?"
"아 예.."
은준은 피식 웃더니 전화를 끊었다.
..........
.......
...
.
"여기 에요."
"어 은준씨..!"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씨 하는 게 약간 듣기 거북했으나 밝게 웃어 보였다.
"미소가 참 예쁘시네요.."
"고맙습니다.."
"이름 불러주세요. 저는 한고현이라고 말씀 드렸죠?"
"아 예..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요? 저는 24살이요."
"어 저랑 동갑이 시네요?"
은준이 참 우연이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예 그럼 말 놓을게요 은준아."
"...응?"
"너도 나 맘에 드니..?"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은준의 맘에는 아직도 지윤이 있었기에..
"...조금"
"쿡.. 의외네 나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 좋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
고현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고현의 모습에 은준은 조금씩 끌리고 있었다.
*6*
"아아 은준아 우리 어디갈래?"
"음.. 어디 가고 싶어?"
"우리 떡볶이 먹을래? 나 떡볶이 굉장히 좋아하거든~"
어린애 같이 마냥 기뻐하는 고현은 은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지윤이 에게 느낀 감정보다 조금 약하긴 하지만
확실해.. 지윤이 에게서 느낀 감정과 같은 분류야..
좋아한다는 감정..'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현이 명랑하게 물었다.
"은준아 뭐해 얼른 따라오지 않고서.. 내가 정말 좋은 데이트 코스 알아."
"뭐? 데이트?"
"그럼 이거 데이트 아니었어?"
"아..아니 데이트 맞아.."
은준도 밝게 웃으며 고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자 고현은 깜짝 놀랐다는 듯 장난스레 핀잔을 주었다.
"난 또! 은준이 너 그렇게 장난기 많은 사람이었어?"
"가기나 하자. 니가 잘 알고 있다는 데이트 코스~!"
"좋아."
은준과 고현이 간 곳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한적한 숲속이었다.
간간이 바람소리도 들리고 산새 소리도 들렸다.
은준은 자연으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됐다.
"여기 너무 좋다.."
"그치? 난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여기 꼭 와보고 싶었어.."
은준은 얼굴이 붉어졌다.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응 물어봐."
"그때 병원 복도에서 나 처음 보고.. 나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처음보고 그렇게 쉽게 많이 좋아할 수 있는 거니? 나 정말 좋아하는 거니?"
"응.. 난 느낌이란 게 있어.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능력.."
"나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도 갖고 있어.."
"정말..? 니가 어떻게 알아..피식.."
은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어 정말이야 여기에.. 날 향한 마음이 있는 거 다 알아."
고현이 손가락으로 은준의 가슴을 꾹 눌렀다.
"...맞아 여기에 니가 들어왔어.."
은준은 부정 없이 그렇게 말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고현 이도 얼굴이 빨개졌다.
"흠흠.."
고현은 애써 딴청 하려 했지만 빨간 얼굴에 나타난 웃음 때문에
은준도 웃고 말았다.
"쿡쿡..너 얼굴 빨간 것이 정말 웃기다."
"너도 얼굴 빨갛게 되면 웃겨.."
고현이 뾰루퉁 해서 툴툴거리자 은준은 쿡쿡 거리며 웃고 말았다.
"쿡쿡쿡.. 너 정말 웃긴다.. 난.. 네 그런 모습이 좋아..
적극적이고 활발한 게.."
사랑이란 갑자기 오는 거라 했던가?
그렇게 은준의 맘속에도 지윤이 대신 고현이 들어왔다.
............
........
...
.
"정말 오늘 즐거웠어.."
"뭘 나도 즐거웠어.."
석양이 산과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고 땅거미가 기어다닐 무렵, 고현과 은준은
집으로 돌아왔다.
은준의 고백아닌 고백에 어색해야 할 분위기 였지만 분위기는 스스럼없이 오랜 친구 같은
분위기 였다.
고현이 뒤돌아서 걷기 시작하자 은준이 아쉬운 듯 고현을 바라봤다.
"저기 고현아..!"
"응..?"
"다음에 다시 연락해도 되지?"
은준이 손바닥을 흔들며 말했다.
"물론!"
고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하루는 저물어 갔다.
*7*
여기는 병원..
은현 이가 누운 병실엔 지윤과 은현이 밖에 없다.
휴대폰을 통해 들은 은현의 폐암소식.
너무 충격 적이었다.
곤히 잠든 은현의 얼굴이 지윤에겐 너무 평화스러워 보였다.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별들이 은현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늘로 같이 올라가자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검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밤하늘에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작은 별들과 같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별이 되어버릴 은현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차라리 같이 떠나면 덜 외롭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얼굴은 수척해져 갔다.
짝사랑이지만 나름대로 깊은 사랑이었기에..
그러다가 은현이 세상을 떠나면 은현의 여인인 은주도 슬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현을 그렇게 깊이 사랑한다면 최소한 은현의 병실에 병문안 와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다.
그때였다.
"콜록콜록.."
은현이 재채기를 하더니 눈을 떴다.
"지윤아..안 가고 있었구나..지금까지..있었던 거야..?"
"응.."
지윤은 울먹이며 대답했다.
"윤은현..너 니 병이 뭔지 알아?"
"몰라.. 알고 싶지 않아.. 큰 병이니?"
"폐...폐암이야..흑..폐암..."
은현은 무덤덤한 태도로 지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렇구나..폐암....괜찮아.. 내가 없어야 니가 행복하지.."
"이..이 나쁜 놈..넌 정말 내 맘에 상처만 주고 갈거니.."
지윤은 흐느끼며 은현을 바라보았고 은현은 그 눈길을 피했다.
"내일...은주 소개시켜줄게.."
"왜..? 난 니 맘에 없는 사람이잖아.."
은현은 지윤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내일 전화해서 요 앞 OO 카페로 나오라고 할 테니까.. 니가 만나서
잘 말해 줘.. 내가 은주 많이 사랑했다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다 낳아.."
은현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졸리다.. 나 자도 돼..?"
"맘대로해.."
지윤은 감정 없는 사람처럼 은현이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참..내일 회사 나갈 거야..?"
"응.. 의사 선생님이 나가도 된다고 하셨어.."
"그렇구나.."
걱정 말라는 듯이 환히 웃는 은현을 바라보면 지윤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아직은 어둑어둑한 새벽 6시 30분 은현이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음료수를 사러 나갔다가 들어온 은준이 은현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회사 나갈거니? 그 몸으로? 무리하지 마.."
"응 알았어..
형.. 나 은주랑 지윤이 만나라고 했어.. 만나서 나 아픈 거 말해달라고.."
"그랬구나..
참.. 나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은현은 잘 됐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잘 됐네 누구야?"
"한고현이란 사람이야.. 적극적이고 활발하지.."
"그럼 지윤 이는? 형 맘속에 지윤 이는 없는 거야..?"
"알고 있었구나.."
은준은 멈칫했다.
"형이 지윤이의 아픈 맘을 달래 주길 바랬는데.."
"미안하다.. 하지만 지윤 이가 바라는 건 내가 아닌 너야.."
은준이 씨익 웃어보였다.
"어서 가봐.. 회사 늦겠다.."
"응.. 알았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형...그 고현이란 사람이랑 잘 해봐.."
은현은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하고 병실을 나섰다.
*8*
..
거리를 나가자 이른 아침이지만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모두 활기찬 모습이었다.
은현은 이 모습이 좋았는지 웃으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젠 나를 따라와~ 길을 잃지 않게~」
"여보세요.."
"은현이니..? 지금 어디야.?"
"지윤이구나..지금 회사 가려고.."
"너무 무리하지 마.."
지윤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응..걱정마."
은준은 지윤이 또 잔소리를 할까봐 플립을 얼른 닫아 버렸다.
크고 예쁜 색깔의 페인트로 벽을 칠한 회사 앞에 도착하자 은현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은현을 힐끗힐끗 쳐다보긴 했어도 이내 자신의 일을 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사장실으로 갔다.
그 동안 회사에 못 나온 이유를 말하고 용서받기 위해서였다.
사장실이라는 팻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장과 그의 비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흠..자네는 이번에 뽑힌 신입사원 아닌가? 그런데 내방엔 무슨 일인가?"
"제가 원래 어제 나왔어야 하는데 몸이 않 좋아서 나오지 못 했습니다.."
사장은 걱정스럽게 은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흠..그래 병원에는 가 봤는가?"
"네.."
"병명이 뭐라고 하던가?"
"..폐암..초기라고.."
비서와 사장은 화들짝 놀라서 은현을 똑바로 주시했다.
"폐암이라..흐응...난 우리 회사 사람이 폐암에 걸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싫다네."
"어느 회사 사장이 폐암 걸린 직원을 두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사직서를 내려고 왔습니다."
"내 말뜻은 그게 아니라.. 내가 병원 비를 대 주겠네..
수술해서 나오게.. 내가 직접 뽑은 사원이니.."
사장은 창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현은 기쁘게 연신 인사를 해대며 사장실을 나왔다.
비서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은현이..우리 은현이 불쌍해서 어떻게 하죠..?
내가 그때 버리는 게 아니었어..힘들어도 키워야 했는데.."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사장은 위로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인터폰을 들어 은현이 속한 디자인 부서로 전화를 했다.
"디자인 부 부장이지? 윤은현 군 월급이 얼마나 돼나?"
"디자인 부는 원래 다 800만원 주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렇군..."
"무슨 일이십니까?"
"아..아니네..아참 매달 월급 주는 날이 29일 이었지..?"
"예 그런데.."
"이번에 디자인 부는 월급을 오늘 줄걸 세.."
"예.."
디자인 부 부장은 영문을 모른 채 머리만 갸우뚱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자 각자에게 월급은 배급됐다.
"어어 윤은현 자네의 월급 봉투는 두툼한데 그래?"
"사장님은 편애하실 분이 아닌데.."
사원들은 모두 은현의 월급 봉투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렇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윤은현 자네는 행운아네 그려.. 오늘 처음 나왔는데 월급을 받고.."
"하하 뭘요 운이 좋았을 뿐이죠.. 그럼 저는 몸이 않 좋아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은현이 생각하기에도 확실히 이상했다.
자신의 돈 봉투만 특별히 두툼했으니까..
그래서 돈 봉투를 열어 보았다.
돈 봉투에는 2000만원 가량의 돈과 편지가 한 통 들어 있었다.
『윤은현 군에게..
내가 자네에게 병원 비를 대 준다고 했지?
그래서 1200만원을 더 넣었네. 내 성의라고 생각하고 병원 비에 보태 쓰게..』
사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은현은 사장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서 앞으로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9*
병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만히 누워있는 은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젠 나를 따라와~ 길을 잃지 않게~」
"네 여보세요 윤은현입니다."
"은현이구나~"
핸드폰 사이로 울리는 밝고 명랑한 여자의 목소리..
"어 은주구나.."
"오늘 약속 잊진 않았겠지?"
"그럼.."
은현이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야~ 은현아 난 너밖에 없고 사랑해 ♡ 이말 꼭 해주고 싶었다~"
"응..나도 사랑해 ♡"
은주는 확실히 지윤과 틀렸다.
애교 스러운 목소리와 밝은 성격을 가진 은주와
반대로 편안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부담감을 주는 지윤..
확실히 은현은 은주가 필요했다.
자신의 성격에는 은주가 딱 맞는다고 생각했던 은현 이었다.
절대 사랑을 배신하지 않을 은주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럼 은현아 감기 조심하구 오늘 오후 4시에 OO카페로 오는 거다~"
"알았어.."
마냥 기뻐하는 은주를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폐암에 걸렸다는 말을 입에서 되뇌고만 있었다.
사랑이었으니까..
이런 은현의 행동을 문틈으로 지윤이 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은주를 그렇게 사랑했냐며..
'삐이걱.'
문이 열리고 지윤이 눈물을 훔치며 명랑하게 말을 건넸다.
"오늘 은주씨 언제 만나기로 했어?"
"응..4시에..."
"나 오늘 은주씨 만나려고 옷도 예쁜옷 입고 왔어.."
"..."
은현이 소리 없이 빙긋이 웃어 보였다.
"잘 말 해줘 은주한테..내가 폐암이라고.."
지윤은 금방이라도 울 듯 울먹이며 말했다.
"그럼..잘 말해줘야지.."
아무래도 자신이 은현의 마음속에서 제일이 될 수 없다는 게 슬펐는지 하염없이 울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간은 빨리 흘러만 가고 어느새 4시가 됐다.
"그럼 다녀올게.."
지윤은 일부러 웃어 보였지만 은현의 얼굴에 진 그늘을 보며 자꾸만 슬퍼지기 시작했다.
<OO카페>
가요가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지윤은 자꾸만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 아직 4시도 않 됐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조바심을 늦추기 시작했다.
그때 창밖으로 은주의 모습이 보였다.
은현이 준 사진 덕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기..한 은주씨..?"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죠?"
은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윤을 쳐다봤다.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네 그럼요.."
"저는 이지윤이라고 합니다..
곧 은현 이와 남매가 될 사람이죠.."
"그런데 은현 이는 왜 않 왔죠?"
은주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은현 이가 내게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무슨 말인데요..?"
"부득이 하게도..은현이 폐암을 걸렸어요.."
은주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지윤을 바라봤다.
"예..? 은현 이가요..?"
"초기라서 금방 치료할 수 있을거에요.."
"쿡..그럴 줄 알았어.. 요즘들어 날 피하는 은현 이가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
은주는 태도를 바꾸어 말했다.
"이봐요 내가 은현 이를 좋아한 건 말이죠 킥..
은현이네 아버님이 곧 부잣집 부인과 결혼한다기에 그랬죠..
그리고 난 건강한 사람이 좋아요..
과부되서 뭣하러 살까요? 쿡..
보아하니 지윤씨는 그 부잣집 부인의 딸 같은데..
부잣집 딸치고는 매우 촌스럽네요?
나 참 웃겨서.."
'짜악-"
지윤은 분노를 참지 못해 은주의 뺨을 때렸다.
'촤악'
그리고는 물 컵을 들어 은주에게 뿌렸다.
은주는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봐요 부잣집 딸이라고 과시하는 거야 엉?
웃기네 정말? 부잣집 딸 쳐서 감옥 가긴 싫으니 할 수 없지 쿡.."
지윤은 부잣집 딸으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러운 게 처음이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는 은주를 보니 보통 독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사랑을 몰라..
은주 당신 땜에 내가 은현에게서 멀어져만 가는데.."
"은현을 사랑했나 보지?
금단의 사랑이라..부잣집 딸이 하는 행위로는 않 맞는 거 같군요 쿡..
그럼 난 볼일이 있어서.."
은주는 물 범벅이 된 얼굴과 빨간 손자국이 난 얼굴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밖으로 나갔다.
지윤은 힘없이 카페를 나왔다.
터덜터덜 걷다가 거리에서 은주를 봤다.
은주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었는지 말끔한 옷을 입고는
얼굴에 화장을 떡칠 을하고
어느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너무 괘씸해서 또 뺨을 때려주고 싶었지만
부잣집 딸이라서 과시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은현이 놀라지 않기를 바라며..
*10*
문을 열고 지윤이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왔다.
은현은 아주 평화스러운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지윤은 그런 은현을 내려다보면서 소리 죽여 울었다.
이렇게 평화스러운 얼굴을 하는데..
차마 말 할 수가 없었다.
"은현아..놀라지 않길 바래..
은주가 너랑 헤어지겠대..처음에 너희 아빠가 우리 엄마랑
재혼하는 것보고 사귀려고 했다고 하네..
나빠..한 은주...정말 나쁘구나.."
눈물이 침대 시트위로 떨어졌다.
시트가 천천히 젖어 들어갔다.
"미안...은주가 떠났으니 내게로 와 주길..아니이건 내 욕심일 지도 모르지.."
지윤은 은현을 한번 더 쳐다보고 눈물을 훔치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지윤이 나가자 꾹 참았다는 듯이 은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또그르르..눈물이 흘렀다..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처럼..
계속...멈추지 않고..
처음에는 은주의 머뭇거리는 모습이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랬다..
정말로..은주는 은현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드니 은현은 소리내어 울었다.
"은주야.. 그랬구나..너 그런 사람이었니.."
은현은 일어서서 지윤이 나간 병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윤이 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내 붉은 눈을 보고 뭐라고 할까..
은주를 믿었던 은현인데..
자신이 지윤의 맘을 받아주지 못 한 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은현은 핸드폰을 꺼내들어 은준의 번호를 눌렀다.
잠시 신호음이 끊기는 듯 하더니 은준이 받았다.
"여보세요..?"
"형..?"
"은현아..너 울었니? 목소리가 울은거 같네.."
"아..약간 울었어..나 헤어졌다 은주하고.."
"왜..?"
"은주..나랑 사귄 게 부잣집 부인과 결혼해서 라네..
지윤 이가 갖다와서 전해줬어..
그래서 울었지 뭐..형은 고현이란 누나랑 잘 되어가고 있어?"
"아..그게 말이다, 내일 만나기로 했어..
너 그럼 지윤이랑 사귀던지..지윤 이가 너 좋아하잖니.."
"모르겠어..지금은 혼란스러워.."
"그럼..몸조리 잘 하고.. 은주는 잊어라.."
"어..알았어.."
"야 한은주만 여자냐? 엉? 이 세상에 여자는 많잖아 힘내~"
"어..고마워.."
은현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이 자식 정말 좋아했나 보네.."
은현과 전화통화를 간단히 하고 마친 은준이 은현을 걱정하며 말했다.
"은주하고 헤어졌다니..?"
"그런가봐요.. 아버지.. 저 좀 나갔다 올게요.."
은준은 황급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은준의 아버지는 그런 은준을 지긋이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은현이좀 달래주려무나.. 넌 고현이란 색시 만나서 잘 되고 있잖니.."
"걱정 않 하셔도 되요."
은준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버지는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 다가 돌아누웠다.
은준이 문을 닫고 나가자 아버지는 서랍에서 약통을 꺼냈다.
수면제였다...
아버지는 흐르는 눈물을 참다가 수면제 한 병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 다시 돌아누웠다.
그런 것도 모르는 은준은 밤늦게 돌아다니다가 돌아왔다.
"아버지 저 왔어요.. 주무세요..?"
은준은 캄캄한 방안의 불을 켜며 말했다.
차가운 손..꼭 다문 입술은 아버지의 임종을 말해 주었다.
은준은 침착하려 노력했지만 눈물이 흘렀다.
그 동안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그렇지만 그에겐 아버지였다.. 사랑이었다..
은현 이외에 또다른 사랑을 전해준..
부모의 사랑이라는..
그럼 지윤이네 어머니와 재혼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 은현이 지윤 이와 사랑할 수 있단 사실은 일단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혼을 성사시키지 않는 건 허탈했다.
은준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열고 알릴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곧이어 앰뷸런스가 왔다.
그리고 지윤 이와 지윤네 어머니가 은현을 부축하고 흐느끼며 방문을 벌컥 열었다.
"사랑했는데.. 이 나이에도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지윤의 어머니는 그렇게 울기만 했고
은현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피를 토해냈다.
실신한 은현과 시체가 된 은현의 아버지를 들것에 싣고 나가는 구조대원을 은준은
바라보기만 했다.
그후로 며칠이 지났다.
은현은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고 장례식은 검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고현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제 일인 것처럼..
아버지는 화장하기로 했다.
뼛가루를 강물에 뿌리자 은현은 눈물을 걷잡을 수 없었다.
아버지..나의 아버지.. 그런 사람이 떠났다..
이건 폐암에 걸린 은현에겐 아주 큰 충격이었다.
화장을 끝내고 지윤의 어머니는 은현과 은준을 불렀다.
"후..그 사람이 간건..참 애석하게 됐구나..
그래서 내가 재혼을 못 하게 됐지..
그래서 말인데..너희가 내 양자가 되었음 한다.."
*11*
..
"그 사람 유언이란다.. 너희가 내 양자가 되고.. 그이의 생명 보험을 너희 둘이 나누어 가지라는 구나..
죽은 사람에게 내가 꼭 해야만 할 일 같구나.."
은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은현 이와 지윤 이는 남매가 되는 건가요?"
"그렇지..."
은준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하하.. 정말 모르셨나요..? 지윤 이가 은현 이를 좋아한다는 걸?
따님이 금단의 사랑을 하길 바라시나요?"
지윤의 어머니는 아무 것도 몰랐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정..정말이냐..? 지..지윤아..?"
지윤의 어머니는 저기서 기다리고 있는 지윤을 부르며 말했다.
"엄마 왜요?"
지윤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왔다.
"네가.. 은현 이를 좋아한다는 게 사실이니..?"
지윤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사실이에요.. 그래서 사실은 은현에 아버지의 죽음이 약간 달갑긴 했어요..
금단의 사랑을 않 해도 되니까.."
지윤의 어머니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은현을 쏘아봤다.
하지만 이내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꾸었다.
"후.. 너희가 그렇다면..할 수는 없다만.. 난 죽은 그이의 유언을 따르고 싶구나..
은현이..너는 우리 지윤 이를 좋아하니?"
"전..며칠 전 까지만 해도 은주라는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폐암이라고.. 절 떠나버리더군요..
평생 독신으로 살 예정입니다.."
은현의 뜻밖에 대답에 은준은 놀랐지만 지윤의 어머니는
만족한 듯한 웃음을 띄우고는 지윤을 바라봤다.
"지윤아 은현 이가 독신으로 살겠다는 구나..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넌 다른 남자를 만나야 해.."
지윤은 예상했다는 듯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예상했던 결과 인 걸요.. 괜찮아요 내가 사랑하면 되니까요..
혼인 신고만 하지 않으면 독신으로 사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요?"
"안돼.. 어떻게 되든 너희는 내 양자가 되야 한다..
양자 수속을 하려고 문서까지 만들었어.. 너흰 우리 집의 대를 이어주어야 해."
지윤의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이 엄마는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금단의 사랑을 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알아 줬음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지윤의 어머니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너희는 다시 차를 보내주마..
도저히 너희들과 차를 같이 타고 갈 기분이 영 아니라서 말이다.."
차가 부르릉 소리를 내며 길을 매끄럽게 달렸다.
지윤은 그 차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 양자로 들어갈 거야.."
"은현아..너..넌 ! 아..그래 내가 강요할 순 없는 거지.."
은준은 포기했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런데 오빠.. 왜 그 얘길 한 거야..? 내가 은현 이를 좋아한다는 거.."
"왜 내가 한 거라고 생각하지?"
"은현 이가 그걸 일부러 말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 동안 많이 똑똑해 졌구나.. 음...."
은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말이지.. 은현 이는 널 좋아하지 않지만.. 난.... 널 좋아했기 때문이지..이제 알겠니?"
"말도..안돼....하여튼.. 난...난 양자로 들어오는 것 반대하지 않아...
은현 이는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까.."
지윤은 빙긋이 웃어 보이고는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내가 널 좋아한 건 과거의 일이야.. 지금의 난... 고현이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니까.. 미련은 없다.."
지윤은 살을 에이는 바람을 등진 채 걸어갔다.
이제 사랑은 끝났다..
더 이상 미련 두지 말자고..
그때 묵묵히 듣고 있던 은현이 쓰러졌다.
은준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윤아 은현 이가 쓰러졌어!"
지윤 이는 황급히 달려왔다.
손이 점점 차가와 지고 있었다.
지윤은 다급하게 또다시 앰뷸런스를 불렀다.
또 사랑했던 한 사람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뒤 앰뷸런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고 있었다.
따가운 바닷바람이 은현을 세차게 치고 지나갔다.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은현아.. 나 너희 아버지를 보낸 것처럼 널 또 보내기 싫어.. 눈좀 떠.."
은준은 은현을 외면한 채 눈물 흘리고 있었다.
은현이 까지 죽어 사라지면.. 이 세상에 남는 건 은준 혼자 이니까..
은현 이는 또 다시 들것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 본 은현 이는 얼굴이 수척해져 있었다.
간신히 힘겹게 눈을 뜬 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는 은현 이가 그 동안 너무 많이 밖을 돌아 다녔고,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감이
심해졌다고 단정 지었다.
그래서 폐암이 더 심해졌다고..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모습이었다.
2개월..앞으로 2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자신이 다니고 싶었던 회사도 맘껏 다녀 보지도 못한 은현..
한없이 가엾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면서 은현의 회사 사장과 비서가 들어왔다.
"사..사장님?"
"그 동안 자네가 너무 회사를 나오지 않아서 말이네..
전화를 해 보았지.. 그랬더니 자네 아버님은 죽고 자네는 폐암으로
시한부 일생을 살게 됐다는 얘길 들었네.."
은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허공만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그게 무슨 자네 잘못인가..내가..여기에 온 이유는
단순히 병문안이 아니네..
자네의 비밀을 가르쳐 주려고 온 것이네..
말을 놓아도 되겠지?"
은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며칠전 강가에 뿌려 주었던 사람은.. 그 사람은 너의 아버지가 아니란다..
지금 네 눈앞에 보이는 나와 비서가.. 너의 부모님이란다..
그래 니가 이 회사에 들어 왔을 때 난.. 정말 놀라웠지..
운명의 장난이라 느꼈지.. 그래..후..
너에겐 형이 있다고 들었다..
그 사람이.. 너의 어머니와 니가 강가에 뿌려 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형이지..
그러니까 너희가 형제란 건 맞는 거란다.
같은 엄마를 뒀으니..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구나..흠..뭐라고 해야 하나?
너희 어머니와 강가에 뿌려준, 즉 윤명석은.. 부부 였지..
하지만.. 윤명석은 항상 술만 먹고 주정을 했단다.
그래서 그의 친구인 우리 집으로 많이 피해 왔었지..
그러다 우린 정이 들어서.. 널 낳은 거란다.."
은현은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거..짓말..제발 날 힘들게 하지 마요.. 언젠간 받아들일 사실..그래요 그런 말로 날
혼란시키지 말아요..제발.."
은현은 눈물을 흘려 가면서 애원하다 시피 말했다.
"가요..사장님."
비서가 사장의 손을 이끌고 문을 나서려 했다.
그러나 문 앞에는 얼빠진 표정을 한 은현이 서 있었다.
"쿡..은현 이한테 결국 그 사실이 알려 졌군요..
난 알고 있었다고요..
그래서 그렇게 아버지를 내가 싫어했었고.."
은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 끝내자고요..이 모두가 죽으면..
며칠 사이에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으로 자리 잡겠죠?"
은준은 위협스런 눈빛으로 사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칼로 하나 둘 씩 찔러 갔다.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겁에 질린 비서마저도 찌르고
2개월을 채 넘기지 못 할 것이라는 은현마저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자결을 해 버렸다.
은현을 병문안 온 지윤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신고를 했고..
그렇게 비극적인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의 마음에..
- 새드 옥타브 The end -
작가 한마디 ☆
음..
끝맺음이 너무 잔인 하군요 -_-
그래도 워낙 허접한 실력이라서 허허허;
이렇게 새드 옥타브를 마무리 하고 새 소설을 쓰게 되네요..
그럼 다음에 쓸 소설도.. 새드 옥타브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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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완결
10대 Green(1)
새드 옥타브 - 까까한입 ♡"
맹이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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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1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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