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9409557_포장마차%20복사.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323%2F38823%2F3%2F1199409557_%25C6%25F7%25C0%25E5%25B8%25B6%25C2%25F7%252520%25BA%25B9%25BB%25E7.jpg)
겨울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한 가지. 세상이 덜 변질되기 때문이다. 겨울은 춥고 매서우며 스산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는 것이 세상의 모양새다. 춥고 매섭다보니 부패의 냄새도 적다. 음식 썩는 냄새도 적고, 쓰레기 썩는 냄새도 적다. 만약 세상이 겨울로만 지속된다면, 도시의 악취와 탐욕을 쫓아다니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담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같은 소설도 나오지 않았을 터이다.
이 변질되지 않는 겨울은 그 계절만의 공간을 선보인다. 포장마차도 그 가운데 하나다. 포장마차 음식 진열대에 마네킹처럼 늘어서 있는 참새, 닭똥집, 꼼장어, 대합 등은 겨울이기에 먹음직스럽다. 여름의 이 안주들을 생각하면 왠지 변질돼 있을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한 여름에도 포장마차가 성행한다. 대형주차장이 밤이 되면 포장마차로 변질된다. 본래 포장마차는 골목 어귀의 작은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곳은 넓다. 본래 포장마차는 조용하고 차분한데, 이곳은 시끄럽다. 상한 음식처럼 변질된 포장마차이다.
![포장마차.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323%2F38823%2F3%2F%25C6%25F7%25C0%25E5%25B8%25B6%25C2%25F7.JPG)
포장마차의 참 분위기는 카바이트 불빛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즘이야 여기저기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어 카바이트 불빛을 만날 수 없으나, 한때 카바이트 불빛은 포장마차는 물론 시장통, 그리고 밤 낚시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특유의 냄새를 내는 카바이트 불빛은 이상하리만치 정서가 깊었으며, 따뜻한 질감을 자아냈다. 이 카바이트 불빛이 조명이 되는 미장센 위로 닭똥집을 굽는 연기가 그 고소한 냄새와 함께 피어오르면, 일상에 지친 과객은 어쩔 수 없이 이 공간에 포장을 걷고 들어설 수 밖에 없었다.
포장마차는 따뜻한 도심의 섬이다. 겨울의 포장마차는 추웠다. 겨울의 추운 바람을 경계 짓는 것은 오로지 비닐로 만든 포장 하나뿐이었다. 나무로 아무렇게나 만든 의자에는 짙은 한기가 배어 있었다. 그러나 뜨거운 국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만으로도 이 공간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뱃속을 짜릿하게 해주는 소주 한 잔에 쇠판에 잘 구워진 닭똥집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어느새 추위는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차디찬 바람에 웅크린 도시, 그 한켠에서 카바이트 불빛을 부드럽게 피워 올리며 외롭지만 외롭지 않게 자리했던 포장마차는, 다시 말하건대 도심의 따뜻한 섬이었다.
![urlkn74_20051020004651_4652174_3.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323%2F38823%2F3%2Furlkn74_20051020004651_4652174_3.jpg)
포장마차는 혼자 가는게 제 맛이다. 술이 무척 마시고 싶은 날, 그러나 혼자 술을 먹자니 궁상스러운 날 포장마차는 제격이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늘 이야기 상대가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낯선 이와 나이를 불문하고 직업을 불문하고 자연스럽게 술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이 공간이 갖는 작지만 아담한 구조,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상대와 마주할 수 있는 반원 구조 때문이었다.
설사 손님이 없다하더라도 주인이 상대가 돼주었다. 주인은 알고 있었다. 짙은 겨울, 짙은 밤에 혼자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과객의 고독을... 주인은 세상 누구보다도 훌륭한 카운슬러였다. 지식이나 재주가 특별히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고독한 도시의 과객을 상대하면서 쌓은 경험에서 비롯된 내공이었다.
포장마차는 무엇보다 부담이 없다. 혼자 술을 마셔도 부담이 없고, 얄팍한 호주머니 사정으로도 부담이 없는 곳이 포장마차였다. 따지고 보면 포장 하나 달랑 쳐져 있고,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안주가 있는 이곳의 술값이 비쌀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주인이나 과객이나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생각이었으며, 따라서 궁핍하였어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돈 냄새를 참으로 잘 맡았다. 포장마차를 변질시킨 또 다른 포장마차로, 껍데기는 있지만 알맹이는 빠져버린 포장마차로 이 공간을 상업화해버렸다. 그러한 흐름에 밀려 추운 겨울날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본래의 포장마차는 하나둘씩 사라져버렸다. 동네 어귀에서 밀려나버렸다.
문득 무시무시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 나오는 어느 살인자와 포장마차를 연결시킨 상상이다. 세상의 냄새를 증오하는 [향수]의 살인자였을지라도 따뜻한 카바이트 불빛 아래에서의 포장마차의 정겨운 냄새로는 접근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해본다. 그러나 도시의 탐욕에서 비롯된 변질된 냄새를 풍기는 포장마차는... 아마도 그의 레이더 망에 걸리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혹시 본래의 의미를 내재한 포장마차가 이 도시 어딘가에 섬처럼 자리하고 있을까? 매서운 날씨와 매서운 세상사에 지친 과객을 아늑하게 맞아줄 수 있을까? 만약 있다면 당장 찾아가 뜨끈한 국물에 언 몸을 녹이고 싶다. 그리고 옆자리의 낯선 과객과 무뚝뚝한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궁핍했어도 변질되지 않았던 그 시절을 얘기하고 싶다.
겨울이 점점 깊어져 간다. 포장마차가 유독 어울리는 겨울이 깊어져간다. 동네 어귀를 카바이트 불빛으로 지키면서 포장마차 위에 쌓인 눈을 빗자루로 툭툭 털어낼 주인의 거친 손등이 기억의 잔상에 오래된 사진처럼 맺히는 이 계절이다.
![1199409557_홍합탕%20복사.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323%2F38823%2F3%2F1199409557_%25C8%25AB%25C7%25D5%25C5%25C1%252520%25BA%25B9%25BB%25E7.jpg)
![DSC0498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323%2F38823%2F3%2FDSC049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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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499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323%2F38823%2F3%2FDSC049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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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런이유로 저도 한국에 가면 포장마차를 일부러 가지만 정말로 예전같은 기분은 안 나다군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잘 읽었읍니다.
잠시나마 추억의 미소짓는 시간이 되셔서 저또한 좋습니다 한국에 오시면 사오모회원님들과 포장마차 운치를 꼭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나나님 겨울철 감기조심 하시고 보람있는 새해초 되십시요=^=
술 끊을라 캤더니만...ㅜㅜ
감독님과 어울리지 않습니다![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깻잎에 마늘 넣고 싸먹던 꼼장어가 안보이네요.. ㅎㅎ 오랜만에 카바이트란 단어를 보니 정겹구요 ~^^
그렇죠 카바이트 어렸을적![낚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125.gif)
따라가면 컴컴할때 불을밝혔죠 부글부글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딱!~ 내 체질.ㅎㅎ
요즘 강남에 있는 포장마차라는 곳 그 게 어디 포장마찹니까? 흐릿한 카바이트 불빛에서 얇팍한 주머니 속 사정 헤아려 주는 인심좋은 주인 아줌마가 덤으로 채워주는 오뎅국물,홍합국물에 소주 잔 비우고 어쩌다 옆 손님과 의기투합 열띤 논쟁을 벌이던 그런 포장마차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