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도꾜 자전거 여행기[7]

[불륜]

10월 8일 : 明石 ~ 오사카, 태풍 22호 - 74km

4시 50분 기상


텐트로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진다.

군대에서 새벽에 상황 걸렸을 때처럼 번쩍 일어나 군장을 꾸린다.
짐을 다 꾸리고 텐트를 정리하려니 비가 그친다.

이 놈의 날씨~~~ 하면서 젖은 텐트를 말리며 밥을 지어 먹는다.
다 먹고 자전거에 짐을 올리는데 또 비가 조금씩 떨어진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
'아 오늘은 고단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불어오는 바람을 헤치며 오사카로 향한다.

'곧 있으면 그치겠지.. 곧 있으면...'
아무리 속으로 기원해봐도 야속한 빗줄기는 굵어지기만 한다.

비를 맞는 건 좋은데 추워서 못 달리겠다.
패밀리 마트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와 비옷을 하나 산다.
마트에서 커피를 마시며 몸을 좀 녹인 뒤 비옷을 입고 출발한다.

한참을 가다보니 짐이 젖어 점점 무거워지고 축축 처진다.
근처 지하철 역에서 쉬며 지나가는 젊은 여자에게
가장 가까운 마트가 어디 있냐고 물으니 5m만 가면 된단다.

그 말을 믿고 짐은 다시 탄탄히 맨후 달리는데..
100m정도 가서야 슈퍼가 하나 나온다.
비옷을 하나 더 사서 짐을 감싼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배가 금방 고프다.
몸이 덜덜 떨리고 앞이 잘 안 보이고 현기증까지 일어나니
저체온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자유시간 2개를 급하게 먹어치운다.
그것도 멈추면 더 추울 거 같아 달리면서 먹는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비옷으로 허벅지를 덮고 달린다.
내려가면 다시 덮고... 흘려내리면 또 다시 덮고...

체온 유지를 위해 정말 온 힘을 쏟았다.

그렇지만 1시쯤 되니 도저히 안되겠다.
제대로 밥을 먹고 쉬어야 하겠기에 보이는 대로 들어가
제일 양이 많아 보이는 걸로 시킨다

돈까스 소스색을 위장한 카레라이스를 먹고 나와 은주에게
오사카에 있는 민박집을 알아보라고 한다.

오사카에 도착해 은주가 알려준 민박집을 찾아가는데
3시간이 넘게 걸린다.

'도돔보리와 도꼬데스까'를 몇 명에게 물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수십번을 묻고 또 묻고 해서 겨우 찾아 민박집에 들어오니
정말 살 것 같다.

아주머니께서 태풍이 오고 있단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아주머니께 신발과 우산을 빌려 오사카 시내를 살짝 구경하고
들어와 냉장고에 있던 누구건지 모를 음료수와 맥주를
먹어버리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일본에꿈을묻은사나이]

비맞고 춥고.. 찝찝하구..눅눅하구.. 뒤에 짐걱정되구.. (특히디카;ㅁ;) 그럼 정말 타지에서 처량한기분이 절로 ㅡㅜ 그럴땐 더 잊고 페달질하는게 더 났더군요 체온도 올라가구 ㅋ 재미있게 보고가요~

[불륜]

세라믹 림은 비에 젖으면 제동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달리지도 못해요 ㅠㅠ 그래서 더욱 추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