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도한 그녀 화려한 비상
배우 이은주(24). 영화 '오! 수정' 의 영악한 이 아가씨는 처음부터 '배우' 라는 타이틀이 낯설지 않았다. 갓 성년을 맞은 나이에 처녀성을 담보로 문성근과 정보석, 두 남자 사이를 오가던 수정을 당돌하게 연기한 이은주는 “3년이 지나서야 제가 그 영화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스물일곱의, 그것도 '고단수 내숭파' 수정 역을 소화하기에 당시 그녀는 너무 어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오! 수정' 으로 그녀는 스무 살에 한국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기자로서의 영역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1999년 '송어' 로 영화 데뷔전을 치렀고, 2000년 '오!수정' 을 거쳐 '번지점프를 하다' , 2001년 '아미지몽' , 2002년 '연애소설''하얀방' , 2003년 '하늘정원''안녕! 유에프오''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쉼없이 주연으로 출연해왔다. 올해는 '소금인형' 과 '주홍글씨' , 두 편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차지하고 있는 이 모든 영화가 모두 흥행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이나 실패가 그녀의 명성에 영향을 끼쳤던 것도 아니다. 이은주는 여전히 이은주다.
80년생, 원숭이띠인 이은주는 아직 나이 어린 스타들에게 따르게 마련인 커다란 환호성에는 한 걸음 비껴나 있다. 대신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나름대로 '안정성' 을 확보한 지 오래다.
'오! 수정' 에서 나이보다 성숙한 역할로 얼굴을 알렸기에 그녀는 연령에 대한 선입견으로부터도 벗어나 있다. 그녀의 범접하기 어려운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 덕분인지 스캔들도 그녀를 훼손하지 못했다. 설경구 문성근 정보석 이병헌 정준호 안재욱 이범수 장동건 한석규 등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굵직굵직한 선배들과 공연하면서도 한 치의 밀려남 없이 당당했던 이은주다.
그러나 '이은주' 라는 여배우가 가진 정형성, 그 단단한 틀이 오히려 그녀의 숨통을 죄었을까. 아직도 자신의 연기력에 “100점 만점에 35점쯤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품새에서 아직 배우로서 채워나가야 할, 혹은 뚫고 나가야 할 것이 많음을 계산한 영리함이 배어난다.
'평생 영화만 할 것 같던' 이 아가씨가 요즘 대중 속으로 성큼 다가섰다. 시청률 수위를 달리고 있는 MBC '불새' (극본 이유진·연출 오경훈)의 주인공 지은 역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일종의 변신이라면 변신이랄까. CF 모델로서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던 그녀는 요즘 건설, 의류, 정수기 등 쏟아지는 CF 제의에서 달라진 인기를 실감한다.
그녀의 연기 고향은 본래 TV다. 충무로에서 '제2의 심은하' 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우연찮게도 SBS '백야 3.98' 에서 심은하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어 2000년 SBS '카이스트' 에서 냉정한 지성미를 지닌 구지원 역을 맡았던 이래 바로 영화계로 옮겨갔다. 그러니 TV 출연은 4년 만인 셈이다.
이은주가 '불새' 에서 연기하는, 천방지축 철없는 부잣집 딸 지은은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세훈(이서진 분)과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사랑의 도피를 벌인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가난함에 지은은 진저리를 치며 세훈을 떠난다. 그후 10년, 상황은 역전됐다.
집안이 몰락한 지은은 미국 유학을 거쳐 대기업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세훈의 리빙헬퍼(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여기에 그녀에게 다가서는 또 한 명의 남자는 재벌 2세 서정민(에릭 분). 하이틴 로맨스처럼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오렌지족 여대생으로 분한 이은주는 밝고 신선한 느낌으로 브라운관을 꽉 채웠다. 도발적인 느낌까지 풍기며, 차분하면서도 정적인 그녀의 이미지에 새로운 색깔이 입혀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녀는 활동파다. 그녀는 군산 영광여고 재학시절 친구들과 그룹사운드를 결성, 리드싱어이자 퍼스트 기타리스트로도 활약했다.
연기력이라는 한 쪽 날개에 '불새' 로 대중성이라는 또 다른 날개를 달게 된 이은주. 화려한 비상이 이제 막 시작됐다.
김태은 기자(tekim@heraldm.com)사진=김동훈 기자(dhk@heraldm.com)
불새의 책임 프로듀서 이은규 CP가 본 이은주
일단 예쁘다. 얼굴형이 고전적 여인상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SBS '카이스트' 를 통해 가난해도 생활력이 강한, 현대적이면서도 의지가 강한 여인상이 추가됐다.
그런데 여기서 성취된 매력을 사용하지 못한 채 영화로 가면서 한국적이고 순종적인 이미지가 주를 이뤘다. 아무래도 요즘 여배우들에게서 기대되는 톡 쏘는 발랄함과 함께 강하면서도 합리적인 면이 발현되지 못했다.
처음 '불새' 의 지은 역으로 캐스팅할 때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연기하는 데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연기의 폭을 보다 넓히면 매력이 더욱 돋보일 것 같았다. 극 초반 오렌지족 여대생으로의 연기 톤만 잘 맞추면 전체적으로 성공적일 것이라 믿었다. 결과적으로 '불새' 에서는 이은주의 고전적 매력에 발랄함과 강인함까지, 세 가지 장점이 모두 나왔다.
한편 이은주는 연기자로서의 태도도 상당히 모범적이다. 진지하고 사려 깊고 겸손하다.
첫댓글 웁~~스!!!! 그룹사운드에... 리더싱어....퍼스트기타리스트..... 대단하심다요...
하늘정원님 위의 자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