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90% 이상은 가짜 성씨와 가짜 족보를 갖고 있다.
처음에 성씨는 임금이 관료에게 하사한 것으로 조선 초기에는 성을 가진 사람들은
왕족과 일부 권문세가에 국한되어 그 수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조선은 고려 왕씨 일족과 권문세족들을 숙청하여 귀족들의 성씨가 상당 없어졌다.
15세기 초, 태종 때는 조정 대신들 중에도 성이 없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성종때의 문서기록에 자질금, 말동, 합이, 자근, 철근 등 한자 이름이었지만 성이 없었다.
불과 100년 전인 1912년에도,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선교사 엘리제 셰핑 여사는
전라도 지역을 순회하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중 성이 있는 사람은 500명 중 단지 10명 뿐이었다..
여인들은 돼지 할머니, 큰 년, 작은 년 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고구려는 해, 을, 예, 손, 목, 우, 주, 마, 찬, 동, 연, 을지 등 성씨가 총 10여 종에 불과했고,
백제는 여, 사, 연, 협, 해, 진, 국, 목 등의 8개 성씨가 주류를 이뤘다.
신라는 이, 최, 정, 손, 배, 설이 가장 대세였고 김씨, 박씨의 왕족의 성씨가 있었지만
김씨는 6세기 중엽 진흥왕 이후로나 쓰이기 시작했던 성이었다.
사실 박혁거세, 김알지로 알고 있는 이름도 수 백년 뒤 후손들이 성씨를 붙여준 것이지,
처음에는 성씨 없이 그냥 혁거세, 알지 등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신라로 통일되면서 고구려, 백제의 성은 대부분 없어지고 고려시대에 대부분
중국의 성씨를 모방하여 새 성씨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고려의 호적대장에는 평민들 이름 앞에 고을 이름이 붙어다녔는데 가령 서산의 개똥이,
충주의 돌쇠, 상주의 막봉이... 이런 식이었다.
16세기 후반까지만 성씨를 가진 이들은 10% 정도로 왕족과 관리들, 족보를 가진 양반들의
수를 모두 합친 것이다.
병자호란 논공행상에도 장군 이름이 '막둥이'로 되어 있는 등 성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7세기 이후로 갑자기 성씨를 가진 이들이 공명첩 때문에 증가하기 시작한다.
공명첩이란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것으로 광해군 때 재정확보를 위해 공공연히 공명첩을 뿌렸다.
이때 국가는 3년마다 호적을 정리했는데 그 때마다 성을 가진 인구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성을 취득한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17세기 후반에는 20%가 성씨를 갖게 됐고,
19세기 초에는 50%를 넘고, 19세기 후반에는 70%를 넘게된다.
즉 19세기 후반에는 전체 인구의 70%가 양반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전 국민이 성씨를 갖게 된 것은 1909년 일제가 실시한 '민적법'에 의해서였다.
당시 순사들은 각 집을 돌면서 원하는 성씨 신청을 받았다.
이때 성이 없는 사람들은 모두 가짜 성을 만들었다.
가끔 한자의 획을 잘못써서 희귀한 성씨가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각 지역 유지들의 고유성씨인 토성이라는 것이 있었다.
가령 고려시대 인구가 5천 명이던 전주에는 토성으로 최, 정, 손, 배, 설씨가 있었다.
역사적 기록을 봐도 딱히 우리나라에 김, 이씨가 유달리 많았던 적은 없었고 근거도 부족하다.
김씨, 이씨가 많아진 진짜 원인은 그만큼 가짜 성씨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조선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김씨였고, 그 다음이 이, 박, 최, 정씨의 순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통계를 보면 전체인구의 21%가 김씨인데 총 1,000만 명이다.
이씨는 약 680만 명으로 15%정도다.
이 두 성씨를 합하면 전 인구의 36%가 김씨나 이씨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걸 보고 왜 가짜라고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없던 성이 없던 사람이 성을 가지려면 새로운 성을 만들어야 했다.
이게 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있는 다른 사람의 성씨 속에 은근슬쩍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러니 가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 김씨나 이씨를 선택했을까?
그것은 당시 성을 신고하던 시기와 무관치 않다.
일단 조선은 전주 이씨가 세운 나라였다.
그리고 구한말에는 세도가 안동 김씨의 힘이 상당했다.
이왕 선택하는 성인데 가급적이면 괜찮은 걸 택하고 싶은 건 사람의 본능이다.
그래도 너무 뻔히 보이는 짓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락한 왕가의 성씨를 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인기였던 성씨가 옛 가야왕의 성씨였던 김해 김씨와 신라왕의 성씨였던 밀양 박씨, 경주 김씨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본관 순위로 보면 김해 김씨가 41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밀양 박씨가 300만 명으로
그 다음이다. 그리고 경주 김씨가 170만 명으로 4위인데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시골에 보면 유독 '집성촌'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가령 낙향한 가난한 양반이 한 집 있으면 그 고을의 성씨가 없던 부락민들이 돈이나 양식을 주면서
부탁하여 같은 성씨로 입문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을의 의견을 모아 부락 전체가 통째로 같은 성씨가 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노비들이 통째로 주인의 성씨를 따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기본적으로 노비는 상전을 부모와 같이 취급해야 했기 때문에 노비들이 면천을 하면서
주인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때문에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를 폐지할 당시 안동 김씨의 한 권문세가의 노비 300여명은 일사분란하게
주인과 같은 성씨가 되기도 했다.
또 성씨가 많아진 데에는 당시 족보를 변조하던 전문 사기꾼들이 특정 족보를 입수해서 판본으로
만들어서 대량 찍어냈던 탓도 있었다. 이런 판본이 있으면 사기 족보는 만들기가 아주 쉬웠다.
이름 하나만 추가 시키면 됐기 때문이었다.
달랑 성씨 두 개가 전 국민의 30%가 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중국에서도 가장 많은 이씨, 왕씨, 장씨를 모두 합쳐봐야 20% 정도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성이 없이 살았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에 전국적으로 성씨를 만들게 해 생겨나게 됐었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씨를 만들어 붙였다.
산속에 살고 있던 사람은 야마나카(山中), 소나무가 많은 고장에 살던 사람들은 마츠시타(松下),
들판 가운데 살던 사람들은 다나카(田中), 대밭이 있는 지역은 다케다(竹田) 등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일본의 성씨는 현재 1만 여개가 넘는다.
그리고 중국의 성씨는 현재 2만 3천개에 달한다.
미국 역시 성씨는 수만 가지다.
미국인들의 성씨는 대부분 성경이나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에서 따온게 특징인데
흔히 직업을 나타내는 성씨가 많다.
가령 '베이커'는 제빵사. '스미스'는 대장장이, '부시'는 나무꾼, '파머'는 농사꾼, '피셔'는 어부,
'커핀'은 장의사 등 대략 이런 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재 성씨는 총 286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1960년대 까지는 258개 였는데 외국인 귀화로 좀 늘어난게 그 정도이다.
이 모두가 성씨를 얻으면서 새롭게 성씨를 짓기보다는 기존의 성씨로 들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바로 조선이라는 뿌리 갚은 신분제 사회라는 특수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 성씨와 함께 조선의 폐쇄적 잔재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실체로 족보가 있다.
요즘은 집집마다 족보가 있고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왕가의 후손이요, 명문가의 자손들일텐데...
그러나 이중 진짜 족보는 10%도 안되는게 현실이다.
족보에 나와 있는 조상들 중에는 5, 6대 이상이 자신의 실제 선조일 가능성은 10%도 안된다는 뜻이다.
남의 족보를 빌려다가 위는 베끼고 아랫부분은 현재의 자기 가족들을 집어넣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해방 직후까지 이런 가짜 족보를 만들어 주고 한 재산 모았던 브로커들이 많았는데
이런 것은 원본 족보와 대조해 보면 금방 밝혀지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하도 가짜가 난립하다보니 어느게 진짜인지도 나중에는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출처)~레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