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적산가옥
적산가옥이라는 말이 생소하였는데, 군산 도심 한자락 내어 일본의 거리와 일본 주택을 그대로 전시한 풍경을 보며 새삼 깨달아 알았다.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영토에 있는 적국의 재산 또는 적국인의 재산을 뜻한다. 적산가옥은 해방 후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물러간 뒤 남겨놓고 간 집이나 건물을 부르는 말이다. 이런 적산가옥은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여 한반도에서 철수하면서 정부에 귀속되었다가 일반인에게 불하되었다.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일본식 주택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건축물로 일제 강점기 군산에 거주하였던 일본 상류층 주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약간 변형된 것도 있지만, 건축물의 구조와 내외부 공간, 장식 등에서 원형이 잘 남아 있는 편이다. 수많은 한국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곳 일본식 가옥은 1925년 사용 승인된 것으로 건축물 대장에 기록되어 있다. 2005년에는 국가 등록 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대규모 목조 주택으로 2층의 본채 옆에 단층의 객실이 비스듬하게 붙어있으며 두 건물 사이에는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다. 아름다운 정원에 연못이 있는 넓은 집도 있다. 몇 채의 가옥이려니 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일본 가옥 행렬이다. 크고 작은 목조 주택들이 그 옛날 유년의 향수를 자아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그 학교 건물이 아련히 떠오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근무하던 오랜 역사를 지닌 천안남산 초등학교도 지금 보는 저 목조건물과 같은 형태의 건물이었다. 추억 속에 잠들어 있던 목조 건축의 초등학교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자신의 조국이 그리울 때 이곳에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군산에서는 어느 유적을 보아도 재해석해야 한다. 피서런 왜적의 역사 유적인데 왜 그대로 둘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역으로 다시는 이런 역사의 마디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뜨거운 교훈이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후손 대대로 길이길이 지켜야할 우리의 조국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서초문인협회의 봄 문학탐방은 마무리 되었다. 서해안의 작은 도시로만 알았던 군산을, 이토록 깊은 역사가 담긴 소중한 도시로 재조명한 뜻깊은 문학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