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일은 딸이 미술학원을 인수하는 날 이었다. 그 동안 일러스트, 디자이너, 학원 강사 등을 하다가 미술학원을 운영해 보겠다고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한 끝에 마땅한 학원이 나왔다고 인수를 원하여 계약을 했다. 내 나이 34세 때 늦게 얻은 딸내미기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캉가루 생활을 계속 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올해도 한 달만 지나면 새해로 넘어가니 걱정이 늘어만 간다.
딸내미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2학년 때인 1995년,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는데 예, 체능계인 미술계통을 선택한다기에 “ 예, 체능은 춥고 배고픈 직업이고, 모 아니면 도인데 선택을 안 하는 게 낫다.”고 강력히 말했지만 아내와 연합전선을 펴서 공격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묵시적으로 허락을 한 그 때부터 아내와 딸과 나와의 말없는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다행히 공부를 잘 하여 담임선생님도 미술을 하지 말고 다른 계통으로 진로를 바꾸라고 강력하게 말씀했지만 딸은 요지부동이었다. 미술대학을 다니는 대학생한테 개인교습을 받고 고교진학을 해서도 야간자율학습 대신에 입시학원에서 밤늦게 까지 입시 준비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 내키지 않아 늦게 오더라도 마중을 간 적이 한번 도 없다. 다른 학부모들은 승용차로 데려다 주고 오곤 한다며 불평을 해댔지만 입시생이 무슨 특권인양 상전대접을 바라는 그 자체가 나는 싫었던 것이다.
내가 IMF로 실직을 당했던 때가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생활은 그럭저럭 한다손 치더라도 아이들 대학진학이 목을 누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 교육은 꼭 시키겠다고 아내와 굳은 약속을 하고 내핍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딸도 학교수업과 미술과외를 열심히 공부하여 원하는 미술계통의 명문인 서울의 H 대학 회화과에 입학하여 졸업을 하고 동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을 했다. 외국유학을 원했지만 아들도 대학 재학 중인데 경제적 능력이 한계에 부딪혔던 것이다. 내가 공인중개사에 도전하여 2년여 만에 합격하고 개업을 하여 웬만큼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 불행 중 다행이었던 시절이다.
졸업 후 직장을 얻어야 하는 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여러 직종을 섭렵한 끝에 아동미술이 적성에 맞고 아이들 가르치는 게 좋다고, 아동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두루 경험을 쌓고, 자신감이 생겼는지 매일 인터넷을 뒤지고 현지답사를 한 끝에 서울 대방동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아담한 학원을 인수하게 되었다.
인수를 하고 난 후 딸의 취향에 맞추어 사무실 집기 배치도 다시해 보고 벽 색깔도 바꾸게 되었다. 이럴 땐 가족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하는 법,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놈한테 12월 1일은 절대로 다른 약속을 하지 말고 곧장 학원으로 오라고 엄명을 내렸다. 아침 일찍 짐을 싸고 점심은 직접 만들어 먹기로 하여 준비를 하고 대방동으로 향했다. 벽 색깔을 정하고 페인트 가게를 수소문하여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다. 장승백이 언덕에 있는 나와 갑장인 사장님은 도장 방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다. 건설현장에서 많이 보았지만 직접 하려고 하면 요령도 필요하고 힘이 들고 어렵다.
먼저 벽면을 스크레이퍼로 긁고 샌드페이퍼로 닦아 먼지를 깨끗이 제거하고 흰색으로 바탕을 두 번 칠하고 2~3시간 후에 본 색깔을 칠하니 제법 원하는 색깔이 나왔다. 삼면을 칠하고 나니 허리가 아파온다. 어른들이 말씀들 하시기를 “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조금 일해도 쉽게 지치고 귀찮게 느껴진다.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인가 보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건설기능공들의 어려움이 이해가 된다. 아내도 찬장과 싱크대, 냉장고의 묵은 때를 벗기고 청소를 하는 등 열심이다. 하긴 사랑하는 딸내미가 원하던 학원을 인수해서 운영하게 되었으니 기쁠 수밖에...
점심은 직접 해서 오랜만에 함께 먹으니 마치 소풍을 온 것 같다. 이럴 땐 반주가 필요한 법, S 막걸리로 목을 위로한다. 일부 의자와 책상도 다시 칠해 주니 새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먼저 사용했던 소품이나 작품 등을 선별하여 버리거나 재배치를 하니 신장개업을 한 것 같다. 이제 학원 안내간판을 바꾸어 다는 일과 행정 업무처리만 남았다.
저녁때에 가까스로 일을 마쳤다. 모처럼 가족이 모였고 내일 모레가 우리내외 결혼기념일이지만 함께 할 수 없기에 저녁식사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내가 한 턱 내기로 했다. 수산시장에 가면 체험 삶의 현장 같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손님들과 시장상인들의 흥정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식당에 들어가니 앉을 자리가 없이 만원이다. 가까스로 자리를 잡아 갓 떠온 생선회를 맛보는데 아들과 딸이 맛이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런 게 행복이여.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야.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한테 한마디 했다. “네가 원하는 학원을 열었으니 열심히 학원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 수강료에 노예가 되지 말고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교육하라고 했다.” “아빠가 말씀 안하셔도 잘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 술 더 뜨는 게 아닌가? 그려! “네가 경험도 많고 배운 것도 있으니 잘 하기를 엄마 아빠는 기대한다.”라고 답변을 하고 핸들을 화성으로 향한다.
모쪼록 학원이 잘되어 아동미술에 관한 책도 써내고 딸의 희망인 강의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한다면 빨리 결혼을 해서 좋은 가정을 꾸려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야간 운전하기가 어렵다. 잘 보이지도 않고 왜 그리 졸린 지, 가족을 태우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지 모른다. 오늘은 가족이 힘을 합하여 작업을 해서 돈도 절약하고 식사도 함께한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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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님, 자식들 뒷바라지가 언제까지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슬계통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대로 만족을 하고 어린이를 좋아하는 일을 하게돼서 다행입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따님 실력으로 봐서 분명히 미술학원 잘 될 거 같습니다. 아버지 말씀에 직장 다니는 아드님까지 힘을 합쳐서 내부공사 잘 하셨네요. 거기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도 가셔서 싱싱한 회도 드시고요. 강촌애님 자상한 아버지십니다. 참 잘하셨습니다.
맑은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부모된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한 도와주는 입장이지요. 어릴 적 아버지는 엄하셔서 대화도 나누지 못햇지만 요즘 시대에는 많이 바뀌고 있지요. 되도록 아이들 의견을 들어주는 편이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잘못된것은 지적해야 하지요.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겠지만 어린이들한테 미술에 취미를 갖게하고 좋은 미술선생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너무 수강료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하고요, 감사합니다.
축하 드립니다 요즘은 3살4살만 되면 어린이집 이나 유치원 그리고 학원을 보냅니다 일찌기 잘하는 특기를 파악해서
가르치려는 부모의 욕심이 조기교육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술학원이 필요한것은 학교에서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대회에서상금까지 걸어놓고 아이들의 자질을 살리고자 하더군요 특기생 입학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관계로 미술학원이 필요 하답니다 학원이 날로 번창하길 바라겠습니다
사랑과 우정님 .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딸의 고집을 꺽을 수 없어 고생의 시작이었지요. 좋은데 취직하여 남자를 만나 알콩달콩 살아주는게 부모의 바람이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학원 운영이 잘 되도록 뒤에서 밀어줘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마음이 설레이겠습니다. 그러나 걱정마세요. 좋은 부모님을 만난 덕에 마음이 단단할 겁니다. 딸아이가 큰 성공을 할거에요. 명장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맞을겁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팍 팍 밀어주십시오.
중개사님이 말씀하신대로 기대도 보다는 걱정이 앞서지요. 중개사님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열심히 직장도 다니시고 대단하십니다. 이제 크게 바랄것도 없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됐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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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초님
자식들 하는일을 일일이 간섭할 필요는 없지만 지원을 요청하면 어쩔 수 없네요. 언제까지 부모품안에서 지내려고만 하니 한심하기도 하지만 지나치려니 안쓰럽기도 하지요. 빨리 짝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취업도 어렵지만 자영업은 더욱 힘들지요. 그나저나 이왕 시작한것 잘 되기만 바랄뿐입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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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님
자기일은 자기가 찾아서 하는것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항상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같지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원운영도 빨리 정상화 됐으면 하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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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님
가족끼리 힘을 합하여 작업을 하니 힘은 들지만 절약도 되고 가정 화목도 도모하고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지요.
아이들을 기르고 교육시킬때는 어려웠지만 키워놓으니 제 몫을 하는것 같아 흐뭇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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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님
학원도 정상화되고 좋은 사람과 결혼을 했으면 합니다. 나이가 더 들기전에 보내야 하는데 걱정이 듭니다.
부모노릇을 한다든것이 이렇게 어려운가 봅니다. 자식한테 하는것 10%만 부모님테 하면 천하에 효자라는데 효도해야할 부모님은 하늘나라에 계시고 후회하는 마음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개원을 축하드립니다. 따님이 운영을 잘 하실것 같습니다.
자식은 품안에 자식이지 머리가 크면 부모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ㅎㅎ
이제 멋진 사위만 보면 되겠습니다.
작은등대님
님의 말씀대로 부모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자식들 일이지요. 해줘도 해줘도 부족한 모양입니다.
우리들이 살림을 시작할 때는 남보기 우습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결혼자금도 어마어마 들고 아들은 아파트 전세라도 얻어주어야 하니 언제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하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마세요. 금방 어디서 좋은 신랑감 데리고 올겁니다 ㅎㅎㅎ
학원 개원하신것 축하드립니다.
타비타님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딸이 학원을 시작하니 마치 제가 시작하는것 같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걱정도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월급쟁이가 편하니 자영업은 너무 힘들지요. 제가 부동산중개업을 몇년간 해 보았는데 자 영업이 쉽지 않더라고요.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람이라는것은 바로 이런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일을 택하여 그것을 직접운영하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꿈을 이룬것입니다 마음가짐이 아름다워 좋은일이 연속될것 같습니다
자식키운 보람일까요, 가족끼리 수리를 하니 경제적이고 가족의 고마움을 알게 되네요. 자식들이 있어 즐거운 일도 있고 괴로운 일도 생기니 이게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원이 정상화되고 좋은 남자 만나 제 길을 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학원생이 날로 늘어 나서 따님과 더불어 더 행복하시길요~
아무튼님
학부모님들의 인정을 받고 좋은 미슬선생이 되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우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좋은 일이 있겟지요. 기대를 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