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상록수 인생, 덮어써
‘덮어써’
내 인생의 또 하나 실전적 덕목이다.
쉽게 말해서 부담을 내가 선뜻 나서서 감당해준다는 뜻이다.
아주 쉬운 예 하나를 든다.
지난해인 2018년 12월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 ‘재경문경시산악회’의 송년 산행에 함께 하려고 오전 10시쯤에 약속장소인 전철 5호선 광나루역으로 나갔다.
회원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다가가 봤더니 오뎅과 김밥을 파는 포장마차였다.
“무슨 일이라요?”
그곳에서 오뎅을 먹고 있던 우리 회원들 아무나에게 내 그렇게 물어봤다.
누군가 답을 했다.
이랬다.
“흥구가 오뎅을 도리로 샀어요. 막 먹어도 된데요.”
그러니까 우리 산악회 회원들은 누구나 그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양껏 먹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흥구라니? 흥구가 누군데?”
역시 아무나 답해도 좋다는 식으로, 내 그렇게 또 물었다.
다 알아들었으면서도 그리 물어본 것이었다.
이날의 그 포장마차 오뎅값을 덮어써준 우흥구 회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그렇게 일부러 물어보는 것으로 내보인 것이다.
덮어쓴다는 내 인생철학은 바로 그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30여년 전의 일이다.
내가 대검찰청중앙수사부 수사관으로 근무할 때였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어있던 공무원 하나가 조사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 시도를 했었다.
어쩌다 그 조사실을 들른 내 눈에 창문틀에 올라 목을 매달고 있는 그가 띄는 바람에, 그의 자살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의 자살 시도를 방치한 책임을 질 수사관이 나서지를 않는 것이었다.
검찰주사 한 사람과 그보다 한 계급이 높은 수사사무관 한 사람 해서, 두 사람이 그 조사실에서 그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었는데, 그 둘은 서로가 먼저 방을 나가서 그의 자살 당시에는 자신은 그 현장에 없었다고 발뺌을 한 것이다.
분명 둘 중에 하나는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충분하면 사실 규명이 될 것이지만, 당시는 이미 언론에 그의 자살 시도가 알려진 상황이어서, 누군가 책임자가 나서줘야만 했다.
상부에서는 아무라도 나서라고 채근이었다.
자살이 방치된 것만도 쪽팔리는 일인데, 거기에 책임질 사람마저 없다는 것은 더 쪽팔릴 일이었다.
결국 최초로 자살 시도의 현장을 발견한 내가 마치 그 조사실을 마지막으로 비운 수사관으로 나선 것이다.
말하자면 덮어써준 것이다.
나 자신은 희생되어도 검찰이라는 조직이 망신살 뻗쳐서는 안 된다는 내 나름의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대로 언론에 보도가 됐다.
주위 사람들은 언론에 이름이 거명된 나를 걱정스러워했다.
그러나 나는 하나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거짓말 하는 두 수사관을 대신해서 덮어쓰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내 인생의 승승장구였다.
인연이 잇고 이어서, 국가공무원 3급인 검찰부이사관이라는 명예직급으로 31년 9개월의 검찰수사관 생활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도, 내 그때 그 덮어썼던 사건이 한 알의 밀알 같은 역할을 해준, 바로 그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내 늘 한다.
낮 12시쯤에 임당역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듯, 김종태 친구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그 현장으로 가기 전에, 우선 점심부터 해결해야 했다.
“난, 그 집 냉면을 먹고 싶어요.”
아내의 그 말 때문에, 임당역 인근의 냉면집인 ‘교동면옥’을 찾았다.
두 해 전에도 아내와 동서와 함께, 김종태 친구의 색소폰 연주 현장인 임당역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마침 점심때여서 그 집에서 먼저 냉면으로 점심끼니를 때웠었다.
아내는 그때의 그 냉면 맛을 생각하고 그 집을 지목한 것이다.
“오늘 점심값은 제가 낼 생각이에요.”
그렇게 내게 귀띔을 했던 아내였다.
그러나 아내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덮어써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에서 달려온 우리 중학교 동기동창인 채돈식 친구가 바로 그렇게 덮어써준 주인공이었다.
김창현 친구가 그 덮어써준 과정을 털어놓고 있었다.
이랬다.
“우리 회비 거둔 걸로 밥값을 낼려고 했지. 근데 돈식이 때문에 안 되겠더라고. ‘내 사는 동네까지 왔는데, 내가 내는 게 맞는 거야. 그러니까 빠지라고. 내가 낼 테니. 너들이 돈 내면 원수 질 거야. 우리 원수지지 말자고.’ 그러더란 말이야. 어쩔 수 없었어. 덮어씌울 수밖에 말이야.”
첫댓글 채돈식 친구가 임당역엘 12시반 쯤 도착 했는데,...
난 솔직히 당황 시러웠다!~뭘 잘못한걸 들킨거 처럼,...왜? 내맘이 그랫을까!?
난 무조껀 돈식친구께~"내가 잘못 했다!~" 이소리 밖에 더 할말을 잃은거,....
이날 의 내심리는 대구 친구들께서 왕창 들이닦치면 엎드리 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이 었고
다행히???돈식친구 만 등장하니 쪼끔 진정이 됬다!~고 해도 내답은 정답은 아니었다
그저~대구친구님들 한데 미안하다!~소리만 반복 하는 날 물끄러미 개면쩍게 바라보는 돈식친구와 나,
단둘이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혼자 나타나는 그친구의 너른 마음이 그저 고마울 따름,
좀 전에 우리 사무소에 박명숙이라는 친구가 다녀갔는데,
바로 위의 사진을 내 앞에 턱 내보이면서 아제라고 하더라고...
마음씨 참 좋은 아재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어.
우리 이 카페의 글을 봤다는 이야기...
세상은 이리도 좁은 것을...
교동면옥에서 돈식이가 내인데 저삤는디....?
너머가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