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년 전 이때에 아마도 제주 한달살기를 결심했던 것 같네요.
남편이 올해 내에(작년) 직장을 그만 둬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을 때 수입이 끊긴다는 두려움 보다 제일 먼저 제주 한달살기
하러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났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단지 제주가 좋았어요. 매번 짧게는 2박3일, 아무리 길게가도 5박6일이 고작이였던 제주여행이
한달동안 살 수가 있다는게 그져 신나고 좋았을 뿐이였네요.
정말 숨을 확 트일 수 있는 곳에 푹~~~있다가 오는게 저의 소원이였어요. 그리고 대학졸업 이후에 한번도 쉰적이 없이 길
게 여행 한 적이 없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꼭 제주에 가야 했어요 ㅋㅋ
1. 준비
사실 준비한거는 별루 없어요. ㅎㅎ 이 곳 까페에서 열심히 눈팅한게 전부에요. 대신 이번에는 제주에 관한 제대로 된 여행책 한권은 꼭 사서 갔었어요. 인터넷 정보 하나 믿고 매번 프린트 종이쪼가리 들고 간게 참 부끄럽더라구요. 다녀오면 종이쪼가리는 온데간데 없구요. 그러면 다시 제주 갈때는 다시 프린트 ...반복...ㅠ
2. 예상치 못한 수수료
항공권 생각하면 돈 날린게 참 속상했네요. 저가항공에 초저가 운임으로 예매를 했었는데(당연히 환불불가/변경시 상당한 수수료) 최초 예매시 편도로 해서 2인 6만원대에 아주 저렴히 샀어요.
근데......살다가 참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네요. 교통사고로(다행히 멀쩡) 일주일간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어요.
너무 어이가 없어가지고...제주가기 2틀전에..ㄷㄷㄷㄷ
우선 항공권은 계속 변경변경변경하다가 결국에는 6만원 이상의 변경 수수료를 지불했어야 했어요.
나중에 계산해보니 원래 항공운임 + 변경 수수료들 합쳐서 12만원대가 나왔더군요.
저가항공의 초저가 운임은 이래서 참 위험합니다. ㅠㅠ
그리고 한달살기집 임대료도 선불 40만원 입금했었는데 원래는 못돌려 받는다고 합의를 했었는데 주인집 할머니가 제 사정을 듣고 12만원 빼고 나머지 돌려 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치만 12만원 돈....참 아까웠네요.
3. 한달살기 집 ^^
사실 한달살기 집 선정이 제일 머리아펐어요. 저렴한 임대료에 괜찮은 곳을 예약해서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결국 취소되버리고 다시 알아볼려니 시간도 촉박하고 몸 추스리는데로 빨리 제주에 가고 싶었는데 예약하려는 곳이 당장은 안되고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결국 기다렸다가 당초 출발하려던 날짜에 3주나 더 밀려서 12월이 다 되어서 가게 되었어요.
물론 이 까페를 통해서 빨리 집을 구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드리네요.^^
4. 날씨
12월의 제주는 처음이였어요. 날씨때문에 그렇게 복병이 생길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맑은 날은 거의 볼 수가 없었고 12월 마지막주에 저희가 연장했을 한 주만 제주다운 날씨였네요.
제주분들도 전부 이런 날씨 처음봤다고 ㅋㅋ12월에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않고 야외활동 하기 정말 좋은데 올해 이런 험한 날씨는 몇십년만?이라고 하시네요.
저도 태어나서 그런 풍경은 첨이였어요. 해안가에 있다 보니까 날씨가 정말 시시때때로 급변하고 태풍보다 더 무서운 날씨에 나갔다가는 비폭풍에 휘날려 갈것 같아서 남편이랑 집에서 보낸날도 꽤 되었네요.
특히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날씨는 참 다르네요. 서귀포시로 이사갈까까지 생각했어요. ㅜㅜ
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갔던 한달살기가 방콕하는 날이 점점 더해져 갔네요. 날씨가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지겠지 기다리다가 결국 한달내내 ㅋㅋㅋㅋㅋ렌트를 안한게 제일 후회됩니다!!!!!!!!!(겨울에는 렌트가 필수!- 비수기라 정말 저렴하구요..기름값까지 팍 떨어져서..좋은기회였는데.....)
방구석에 하도 누워 있다가 엉덩이가 넘 쑤셔서 올레길이라도 일부분 걸을려고 나갔다가 비 다 뒤집어 쓰고 후퇴한 날도 여러날 ㅋㅋㅋ ㅎㅎ바람을 맞서며 걷는게 참 힘든줄 처음 느꼈어요. ^ ^
어떤 날은 미리 기온 체크하며 나갔는데도 (일기예보가...너무 안맞아어요. ) 너무 추워가지고 종일 오들오들 떨다가 이왕 올레길 시작한 김에 끝을 보자고 15키로 이상을 미친듯이 걸었더니( 저 저질체력이 빨리 못 걸어요. 근데 추우니까 자동적으로 빨리 걸어지더라구요 ㅋㅋㅋㅋ) 나중에는 온 몸이 무감각..종일 굶고 저녁에 마을식당을 찾아 들어갔더니 찬물 주시고 ㅋㅋ난방도 안하시고 그나마 정식에 나온 따듯한 국물을 한번에 원샷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5. 맛집 투어
겨울되니 몸과 마음이 더 허해지고 점점 식욕이 올라오면서 먹는것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더군요. ㅋㅋ
올레길 일정이 자꾸 취소되면서 맛난거라도 먹으러 가자고 버스타고 힘들게 간 적도 많았는데 맛집에 왜그리 집착했는지 좀 부끄럽네요. ^^#
맛집 정보는 가이드북과 인터넷 검색으로 해서 가봤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간 곳중에 절반은 실패였어요.
물론 놓치면 안되는 맛집들도 있어서 가보면 좋겠지만 굳이 맛집을 위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도 든 적이 좀 있었네요. 그에 반해 가다가 우연히 들린 동네음식점이 의외로 괜찮은 적이 많았어요.
특히 제가 밀면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그 유명하다는 산방식당의 밀면이 의외로 너무 실망시켰고 올레길 가다가 우연히 들린 밀면집이 그냥 대박이였어요. (여태껏 맛본 밀면중에 최고 갑- 그져 제 입맛의 기준일뿐)
블로그에 나오는 맛집들...전부 믿어서는 아니되요!!!!!!!!!!!
하지만 제주음식은 육지의 가격대비해서 참으로 풍성하고 맛나게 나오는게 참 좋았네요. 섬의 인심이 그래도 남아있어요!
6. 제주여행의 백미는 단연 겨울왕국 한라산 등반!
제주도를 많이 가보았으면서 저는 한라산 등반만은 못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길래 겁만 먹어서 저의 체력으로는 감히...감히..못오를 산이라고 생각을 했었던거죠. ( 어리목이나 영실코스도 있었는데 ㅋㅋ 성판악 코스만 있는줄 ....)
하지만 남편이 제주를 첨 가봤을때 올라갔던 겨울 한라산은 최고중의 최고라고 잊을 수가 없다고 저랑 꼭 가봐야 한다고 너무 잔소리를 많이 해서 제주 가기전에 스틱과 아이젠까지 구입한터라 돈이 아까워서라도 오를 수 밖에 없었어요. ㅎㅎ
눈이 많이 내리기를 기다렸고,,백록담을 볼려면 날씨가 좋아야 했고 기다리다 기다리다.....제주 떠나기 이틀전에 (사실 미루다미루다...그제서야 ㅋㅋ) 근데..저희가 오를려고 했던 그 날에 폭설때문에 백록담은 폐쇄되었고 (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어요 ㅋㅋ 성판악 코스는 진짜 엄두를 못내겠더라구요) 다행히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는 개방이 되어서 너무 무리하지 않게 갔다왔어요. 눈 때문에 쿠션역할?로 다리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어요.(위험은 상당했죠)
한라산 겨울왕국의 풍경은 눈에 담는 것조차 아까운 비경중에 비경이였어요. 종일 꿈꾸다 온 느낌 아시죠?
왜 지금껏 한라산을 가 볼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종일 스스로를 탓 할 정도였으니깐요 ㅋㅋ
진짜 잊을 수 없는 한라산 겨울 등반이였어요. 저처럼 저질체력도 올라가니까 겨울에 꼭 한라산 가보세요 !!!!
한달동안 한라산을 한번만 올라간게 참 한스럽네요. 일주일에 한번씩 올라갈걸....ㅋㅋ
7. 제주여행은 계속 진행형 ^^
한달이 아쉬워 일주일을 더 연장하고 집으로 오면서 공항에서 탔던 택시기사님이 물으시더라구요.
한달 있었으면 볼거 다 봤겠네요? 저희는 이런저런 날씨얘기를 하면서 아쉬움을 얘기하니까 기사님이 '아쉬움이 남는만큼 앞으로 제주 갈일이 계속 생기겠네요' .....마무리는 예상치 못하게 택시기사님이 해주셨어요.
(기사님 진짜 땡큐땡큐)
일년 중 한달은 제주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생말이에요. 이제 남편이랑 이렇게 길게 여행할 기회가 없겠지만( 다시 퇴직하지 않은 이상 ㅋㅋ) 이 좋은 추억( 고생했던 추억도) 평생 안고 살 수가 있어서 살 맛이 나네요.
정말 쓰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 책 한권 내고 싶어요 ㅋㅋ) 읽으시는 분들이 너무 지루해 하실까봐 여기까지 마무리할게요!
두서없이 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유!( 그래도 몇시간째 쓰고 있어요 ㅋㅋ)
종종 생각나면 여행후기 더 올릴께요.
시간되시는 분들은 첨부해 드리는 제주 사진들 구경해 주세요 ^^
첫댓글 한 라 산= 제 주=한 라 산=겨울왕국= 지난 겨울 날씨 정말 안좋았어요! 대신 한라산엔 매일 눈!
그 길었던 겨울도 어느새 해안가엔 노오란 유채꽃 봄옷으로 갈아입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