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가보기 산악회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평일(휴일) 일기/사진 스크랩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나는 산행, 함박산-종암산(‘15.12.5)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188 15.12.14 02:12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종암산(宗岩山, 547m)-함박산(501m)

 

산행일 : ‘15. 12. 8()

소재지 : 경남 창녕군 영산면·도천면·부곡면과 밀양시 무안면의 경계

산행코스 : 영산석빙고칠성암함박산약수작은동굴함박산512종암산활공장삼거리정자쉼터레이크힐스 호텔부곡(산행시간 : 3시간 50)

 

함께한 산악회 : 가보기산악회

 

특징 : 함박산과 종암산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종암산 정상에 있는 몇 개의 바위를 제외하면 바위다운 바위하나 구경하기 힘들 정도이다. 산세(山勢)가 보잘 것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거기다 512m봉과 종암산 정상에서 약간 시야(視野)가 터지는 것을 제외하면 조망까지도 보잘 것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은 편이다. 이는 산 말고도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증거이다. 그게 바로 함박산 약수부곡온천이 아닐까 싶다. 산행을 나서기 전에 물맛 좋기로 소문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보드라운 흙길에서 산책 같은 산행을 마치고 난 후에는 따뜻한 온천수로 피로를 싹 씻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홍예교(虹霓橋)와 석빙고(石氷庫) 등의 유적지까지 둘러볼 수 있으니 이만한 산행지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영산석빙교(창녕군 영산면 교리 산10-2)

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영산 I.C에서 내려와 T.G를 빠져나오자마자 좌회전 영산면사무소 방향으로 가다가 영산면사무소 앞에서 우회전, 면사무소 뒤 연지못가에서 다시 우회전, 이어서 남산호국공원 앞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잠시 후 영산석빙고에 이르게 된다. 산행들머리이다. 석빙고 뒤에 보이는 바위산은 영취산일 것이다.

 

 

 

보물 제1739호인 영산 석빙고(靈山 石氷庫)는 추운 겨울에 얼음을 채취하여 더운 여름철까지 보관하던 얼음 창고(길이 10m, 높이 3.35m)’로서 정확한 축조연대는 알 수 없고 그 규모로 보아 18세기 후반으로 추정할 뿐이다. 조선 후기의 읍지인 여지도서에 따르면 현감(縣監)이었던 윤이일(尹彛逸 : 영조 때의 문신)이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쪽이 높고 그 반대쪽이 낮은 봉분형으로 지어졌는데, 봉토 주변에는 자연석을 쌓아 둘레돌(護石)을 돌렸고 봉토 정상에는 두 곳에 구멍이 있는데 배기공(排氣孔)인 듯하다. 문은 지표(地表)에서 한 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게 된 석계(石階) 끝에 있으며 옹벽(擁壁)은 큼직한 돌 세 벌을 쌓아 주변을 정리하였다. 거칠게 다듬은 거대한 돌로 벽을 쌓고 세 틀의 홍예를 바깥쪽으로 내어 판석을 덮어 공간을 차단하였고 앞뒤 벽은 그에 따라 축조되었다. 참고로 이 시설은 앞으로는 영취산을 마주보고 뒤로는 개울을 등지고 있는 지형에 위치한다. 지금은 상류에 제방을 쌓아 개울의 물이 말랐지만 옛날에는 이곳에 물이 많아 겨울에 얼음을 채취하기에 용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석빙고로 가는 길에 영산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하나가 보인다. 조선 정조 때인 1780년에 석수(石手) 백진기가 축조(築造)한 만년교(萬年橋)라는 돌다리이다. 친절하기 짝이 없는 산행대장이 차를 멈추더니 둘러보고 오란다. 뭔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보물(564)로까지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홍교(虹橋 : 양끝은 처지고 가운데는 둥글고 높이 솟아서 무지개처럼 보이는 다리)인 이 다리는 홍예(虹霓)의 넓이 110에 높이 500, 넓이가 450인데. 남천에 가설된 다리라고 해서 남천교라고도 한다. 마을을 끼고 흐르는 하천 양쪽의 자연암반 위에 화강석으로 반원형의 홍예를 구축하고, 그 위에 둥근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다음 맨 위에 흙을 깔아 길을 만들었다. 다리의 상승각도가 원만하며 다리의 앞뒤를 연장하여 양안에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석축 통로와 연결했다. 지금도 주민들이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다. 이 다리는 선암사 승선교·벌교홍교와 함께 희귀한 유구인 동시에 조선 후기 남부지방의 홍예다리 축조기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석빙고의 오른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왼편에 나타나는 영취산의 멋진 자태에 감탄하면서 15분가량 오르면 함박산약수(향토문화경승지 제19)’가 나타난다. 물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약수(藥水)이다.

 

 

영산약수또는 작약산약수로도 불리는 이 약수는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전국 청정약수 7선 중에서도 첫손에 꼽힌 곳이다. 경북 청송 달기약수와 강원 인제 개인약수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약수터들을 앞질렀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의 물맛이 뛰어나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한 이 약수는 8세기 중반 신라 경덕왕 때 발견된 것으로 전해져 전국 약수터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랜 곳이기도 하다. 함박산 약수에는 홀어머니와 아들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경덕왕 때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효심 깊은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함박산에 와서 나무를 한 짐 해두고 잠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불렀다. 꿈에서 깨어 노인이 부르던 곳으로 가보니 바위틈에 함박꽃이 피어 있고 그 밑에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고 한다. 이 물을 담아가 어머니에게 드려 마시게 했더니 오랜 속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약수로 목을 축여본다. 다른 유명 약수터에서 맛보던 탁 쏘는 맛을 기대하면서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시원하고 달게 느껴진다는 점 외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셔온 물맛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물도 철분을 함유하고 있기는 하단다. 비록 여느 약수처럼 톡 쏘는 맛은 없지만 말이다. 하여간 옛 군지(郡誌)에는 물이 향기롭고 맛이 달다. 마시면 체증을 내리는 데 효험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제대로 마신 셈이 된다. 주말 내내 마셔댔던 술로 인해 그동안 속이 거북했었기 때문이다.

 

 

약수터 옆에 약수사라는 작은 사찰(寺刹)이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과 산영각(2), 그리고 요사채가 전부인 이 사찰은 불교조계종 삼화불교(또는 율종조계종)’ 소속으로 누가 언제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속 종단(宗團)1989년에 설립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역사가 오래될 것 같지는 않았다. 참고로 불교조계종(佛敎曹溪宗) 삼화불교사단법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되지 않은 교단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불교 교단인 대한불교조계종과는 완전히 다른 종단이다. 또한 두 종단은 대한불교조계종명칭과 표장 등을 놓고 법정 분쟁이 있었으며, 그 결과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승소하여 명칭 및 표장 사용금지 강제조정판결을 얻어낸 바 있다.

 

 

등산로는 약수사의 산영각 뒤로 열린다. 산영각 옆에 세워진 '종해당대종사행적비'와 체육시설 사이에 담장이 처져있는데, 산길은 담장 옆으로 나있다. 잠시 후 이정표(함박산 정상0,8Km/ 영산호국공원1.4Km)가 있는 삼거리, 왼편으로 향한다. 오른편 영산호국공원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나 돌아서 가는 길이니 참조할 일이다.

 

 

산행은 처음부터 가파르게 시작된다. 통나무계단이라도 놓여있기에 망정이지 그것도 아니었더라면 오르기가 만만찮았을 정도로 가파르기 짝이 없다. 길은 외길, 좁디좁은 오솔길이다. 이런 길에서는 앞 사람의 발뒤꿈치만 쫓을 수밖에 없다. 길이 하도 좁아서 추월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침 앞서가는 일행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다. 그런데도 앞질러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지를 않는다. 이런 때는 여자가 남자보다 용감한가 보다. 버티지 못한 집사람이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숨이 턱에 차게 30분 가까이 치고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이정표 : 함박산정상0.25Km, 종암산 3.4Km/ 영산호국공원1.5Km/ 약수터0.6Km)이다. 오른쪽은 호국공원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라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고 나서도 산길의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가파른 산길이 그 기세를 누그러뜨릴 줄 모른다는 얘기이다. 길의 폭이 아까보다 조금 더 넓어진 게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 것이다.

 

 

10분 후 무덤에 이른다. 명당(明堂)으로 알고 묘()를 쓴 조상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때맞춰 이곳까지 올라와야만 하는 후손들로 봐서는 달갑지만은 않겠다. 후손들에게만은 산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가족납골당(家族納骨堂)을 조성했었던 나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나저나 무덤 옆에 네모반듯한 바위 하나가 보인다. 무덤을 지키는 수문장(守門將)이라도 되는 양 늠름하기 짝이 없다. ‘당신이 썰던 깍두기 같이 생겼네?’ 곱게 썰지 못하는 솜씨를 빗대어 놀리는데도 집사람은 그저 웃기만 한다. 하긴 저런 모습에 반해 인생의 반려자(伴侶者)로 맞았는데 그 성격이 어디로 가겠는가.

 

 

무덤에 이어 나오는 폐 헬기장을 지나면 함박산 정상이다. 두세 평 남짓의 좁은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육산(肉山)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직육면체(直六面體)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을 뿐 다른 특별한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이다. 물론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함박산은 이 산에 작약이라 하는 함박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본래 작약의 꽃을 함박꽃이라 부른다. 목본식물인 함박꽃나무라는 산목련의 꽃과 초본식물인 작약꽃이 모두 함지박을 닮았기 때문에 통틀어 함박꽃이라 부르는 것이다.

 

 

 

종암산으로 향한다. 안부까지 잠깐 아래로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치고 오르면 5분쯤 후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하지만 이곳에서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바로 위에 있는 또 다른 전망바위에서 시야가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건너편에 높고 낮은 산들이 줄줄이 겹쳐서 나타난다. 짙게 낀 연무(煙霧) 때문에 어느 산이 어느 산인지 알 수 없으나 화악산이나 도덕봉, 석천산 등 창녕군에 위치한 산들이 아닐까 싶다.

 

 

 

전망바위의 바로 위에서 낯익은 뭔가가 눈에 띈다. 심심찮게 산행을 함께 이어오고 있는 서래야 박건석선생께서 붙여 놓은 정상표시 코팅(coating)이다. ‘뾰족봉(512m)’이라고 적어 놓았지만 글쎄다. 난 함박산과 관련된 자료들에서 그런 지명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그런 지명을 쓰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512m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다. 사납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길인데도 안전시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눈이 쌓인 겨울철에는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거기다 흙산의 특징대로 볼거리까지 없다. 내려가는 길에 만나는 바위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바위손까지 볼거리로 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15분쯤 가파르게 떨어지면 안부에 내려서게 된다. 뜻밖에도 이곳에서 함박산을 거치지 않고 온 다른 일행들을 만난다. 비록 이정표(종암산 2.15Km/ 함박산 1Km)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약수터 근처에서 이곳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나있었던 모양이다. 길을 잘못 들어 함박산을 놓쳤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갈라지는 지점에 이정표가 없었을 게 뻔하다.

 

 

안부를 지나면서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아까 함박산에 오를 때와 비교한다면 이건 가파르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 거기다 꺼리까지 짧다보니 15분이면 송전탑(送電塔)이 있는 봉우리(475m)에 올라서게 된다.

 

 

산을 오르다보면 가끔 왼편으로 시야가 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영취산과 병봉(650m)을 잇는 산릉이 또렷하고, 그 앞 산기슭에는 병풍(屛風)처럼 둘러쳐진 산등성이를 울타리 삼아 올망졸망한 인가(人家)들이 터를 잡고 있다. 산골마을이 구계리이다.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뒤편도 열리기는 한다. 조금 전에 지나온 512m봉이 나뭇가지 사이에서 슬그머니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린다. 뾰쪽하게 생긴 것이 한국의 마터호른(Matterhorn)’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그래서 호사가들이 뾰족봉이란 이름을 붙였나 보다.

 

 

산길은 475m봉의 봉우리를 피해 왼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킨다.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전(感電)사고 등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잠시 후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송전탑에서는 철탑의 아래를 통과하고 있다. 내 짧은 앎이 들통이 나는 순간이다.

 

 

 

송전탑의 아래를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위로 향한다. 오르는 길에 이정표(종암산 1.65Km/ 함박산 1.5Km)에서 오른편으로 희미한 오솔길 하나를 나뉘어 보내고, 왼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면 잠시 후 490m봉에 올라선다.

 

 

490m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많이 유연해진다. 봉우리 사이의 골이 그다지 깊지 않다는 얘기이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진행하면 불조심입간판이 보인다.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산에서 불조심은 필수이겠기에 고개를 끄떡이며 지나친다.

 

 

 

불조심 입간판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472m봉이다. 정상에는 삼거리봉(490m)’이라고 적힌 정상표시코팅지가 매달려 있다. 박건석 선생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의 작명(作名)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나뉘는 길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길이 나뉘는 삼거리이다 할지라도 삼거리봉이라는 공식적인 이름까지 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그럴 경우 오늘 산행을 하고 있는 코스만 해도 수많은 삼거리봉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높이 또한 맞지가 않다. ‘부산일보의 지도는 이곳을 472m봉으로 표기하고 있는데도, 그는 490m로 적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방금 전에 지나왔던 이정표가 있던 봉우리에 붙이려다 위치를 잘 못 찾았지 않았나 싶다.

 

 

 

472m봉에서는 제법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진다. 진행방향의 나뭇가지 사이로 종암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서 6~7분 동안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 번 하고 난 뒤에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종암산을 향한 오름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의 오름길은 제법 가파르다. 거기다 낙엽까지 두텁게 깔려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런 오름길은 20분 이상을 계속된다. 체력이 고갈되어가는 산행 막바지이기에 부쩍 힘이 드는 구간이다.

 

 

힘든 오르막길이 끝나면 저만큼에 이정표(화왕산15.2Km, 전망좋은 곳 0.1Km/ 부곡온천2.4Km/ 함박산3.1Km)가 보인다. 왼편 화왕산 방향으로 간다. 그쪽 방향의 전망 좋다는 곳이 바로 종암산 정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을 둘러본 뒤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또 다른 이정표(전망좋은 곳/ 화왕산15.1Km/ 부곡온천2.5Km)를 만난다. 이곳에서 왼편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 무리가 바로 종암산 정상이다.

 

 

 

정상은 커다란 바위들로 병풍(屛風)을 쳐놓은 것 같은 형상이다. 그 바위들 사이에다 데크로 놓아 전망대를 겸하게 했다. 정상석은 귀엽기 짝이 없다. 데크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 중 하나에다 얼굴 정도 크기의 둥그런 돌판(石板)을 붙여 놓았다. 뭔가 예술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꼭 문화예술센터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참고로 창녕군지에는 덕암산의 서쪽 줄기로, 이 산에 종지(작은그릇)처럼 생긴 종지바위가 있어 종암산이라 했다고 기록돼 있다. 정상의 바위들이 종지처럼 생겼다는 얘기이다.

 

 

 

비록 한쪽 방향으로만 시야가 열릴 뿐이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괜찮은 편이다. 볼만한 산들은 다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짙은 연무(煙霧)에 둘러싸인 산하(山河)는 그 자태를 드러낼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는 풍경들을 옮겨본다. ‘산정에 자리한 바위에 올라서면 화왕산을 비롯한 열왕지맥의 산봉우리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올망졸망 솟은 산과 산록에 터를 잡은 마을들의 조망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삼거리로 돌아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부곡온천 방향이다. 그런데 앞서가던 집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종암산이 아니고 전망좋은 곳이냐는 것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엉뚱한 발상이다. 자기들이 만든 지도에도 종암산으로 표기했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이정표들도 하나같이 종암산으로 표기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종암산이라는 이름을 내버리고 전망좋은 곳이라는 엉뚱한 지명을 표기해 놓은 것이다. 행정(行政)에는 일관성(一貫性)’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집행의 상대방이 다음에 펼쳐질 행정의 내용을 미리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등산로 정비 또한 행정의 하나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하산 길, 앞서가던 집사람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참나무 잎들이 깔린 바닥이 생각보다 미끄러웠던 모양이다. 아까 정상에서 추락주의라는 안내판을 보며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곳 종암산이 전형적인 흙산인데다 경사까지도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집사람이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보니 조심하기는 해야 하는 모양이다.

 

 

능선을 걷다보면 가끔 벤치들이 놓여 있곤 한다. 벤치의 앞이 트여 있음은 물론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을 즐기다 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건너편에 있는 도덕봉이 눈에 들어오지만 생김새는 아까 오는 길에 보아왔던 영취산에 비하면 그 격이 한참 떨어진다.

 

 

덕암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을 따라 난 하산 길은 한마디로 곱다. 나이 먹은 소나무들이 줄줄이 늘어선 숲 아래로 난 산길은 호젓하면서도 운치가 있다. 짙은 솔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건 당연하다. 거기다 경사까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반반하니 걷는 것 또한 산책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런 길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쉼터마다 쉬고, 시야가 터지는 곳마다 멈춰 서서 조망을 즐긴다. 마침 주어진 시간마저도 한없이 여유롭다.

 

 

하산을 시작한지 25분쯤 되면 오른편 사면(斜面)이 활짝 열려있는 지점에 이른다. 한때 행글라이더 활공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곳이다. 하지만 기상관측시설 등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곳에는 이정표(부곡온천1.5Km/ 덕암산1.7Km/ 화왕산16.3Km, 종암산 1.2Km) 외에도 부곡온천 일대의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이 일대 산들의 위치에 대한 구도를 잡을 수 있으니 한번쯤 살펴보고 갈 일이다. 이곳에서는 오른편 부곡온천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큰고개가 나온다. 큰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도 부곡온천단지로 갈 수 있다. 더 가면 덕암산까지도 산행이 가능하다.

 

 

오른편 지능선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급할 것 없이 고도(高度)를 낮추어오던 주능선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산길이 넓기 때문에 내려서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활공장에서 내려선지 10분 남짓 지나면 삼거리에 이른다. 정자(亭子)와 체육시설을 갖춰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왼편에 보이는 길은 큰고개를 경유해서 내려오는 길이다.

 

 

산행날머리는 레이크힐스 호텔부곡(부곡온천단지)

정자에서부터는 임도를 따른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왼편으로 오솔길이 나뉜다. 조금 더 빨리 부곡온천단지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왼편으로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린 계속해서 임도를 따른다. 구태여 서두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청룡암 입구를 지나면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 잡은 정자(亭子)가 나온다. 버스를 세워놓은 호텔주차장까지는 이곳에서도 10분 가까이 더 걸어야하지만 오늘 산행은 이곳에서 끝났다고 보면 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쉰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50분이 걸린 셈이다.

 

에필로그(epilogue),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온천욕이 주는 만족감은 더욱 커진다. 요즘의 날씨가 겨울철치고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만족감이 사라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산지점이 마침 온천으로 유명한 부곡이니 온천욕에 대한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식당으로 들어서고 만다. 산악회 버스의 출발시간에 맞추려면 밥부터 먹어놔야 했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에서 온천이라고 하면 부곡 온천을 일컫던 때가 있었다. 아직까지도 전국에서 수온이 가장 높은 온천수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지만 옛날에 비해 그 명성은 많이 퇴락되었다. 지금은 도심에서조차 쉽게 온천욕을 할 수 있을 지경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부산·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온천욕 장소로 떠올리는 곳이 바로 부곡온천일 것이다. 참고로 조선시대 이전부터 영산온정(靈山溫井)이라고 불렀다는 이 온천의 탕온(湯溫)5579, 천질(泉質)81.7%의 황()을 함유하여 관절염, 피부병, 신경통을 비롯한 여러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77년 주변 일대가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다음검색
댓글
  • 15.12.26 19:02

    첫댓글 함께 산행을 한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자세한 설명과함께 사진까지
    잘 보고갑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