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11일차 15-B코스
한림항에서 고내마을까지 13킬로
15코스는 A와 B코스가 있습니다. 원래 A코스인 숲길 뿐이었는데, 바닷가 길이 예뻐 사람들의 요청으로 올레길을 조성했다 합니다
센터 옥상에서 요가 체조하고 내려와 비양도가 생겨난 이야기와 한림항 주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마을 용천수 목욕탕
집 마당 끝에서 큰 길 앞까지, 원래 제주 사람들이 말하던 '올레'는 요 공간이랍니다. 어머니들이 애들에게, 찻길은 위험하니 "올레에서만 놀아라" 하셨다지요. 이런 데서는 놀기 좋았겠어요
퐁낭. 팽나무가 마을마다 많습니다. 바람이 멋스럽게 디자인한
요 지점에서 A·B 두 개의 코스가 나뉩니다.
우리는 왼쪽,
저 멀리 바다를 향해 갑니다
해녀학교가 있는 귀덕마을. 이것 저것 많이 배워보신 길동무 김쌤이 유일하게 못해 본 해녀교육. 처음 시작 때 나이 제한이 있을 만큼 힘든 작업을 우리 어머니들이 해내고 계셨네요
갈퀴나물. 지나는 마을마다 종류별로 많은 꽃이 있는데, 유난히 많이 보이는 식생은 조금씩 다릅니다. 오늘은 얘가 자주 보입니다
마을 길을 걷다보면
다시 바다가 펼쳐집니다. 어쩜 바다 색이 이리 고운지. 카약 타는 사람들도 보이고
제주의 영등할망은 2월 1일에 귀덕마을로 내려와 보름 동안 계시며 바람을 뿌리다 동쪽 성산에서 다시 올라가신답니다. 그래서 1일엔 여기서 제를 지내고 보름엔 그쪽에서 제를 지낸다고.
통영에도 영등할매 전설이 있습니다. 2월 1일에 오셔서 보름에 올라가시는 건 같습니다. 딸이랑 내려오면 치마 팔락거리라고 바람만 불고, 며느리랑 내려오면 이뻐 보이는 게 싫어서 바람에 비까지 뿌린답니다. 제는 각자 집에서 정화수와 제사음식으로 차립니다.
아무래도 바다를 의지하고 사는 곳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제주엔 영듯할망 외에도 영등하르방과 영등대왕, 잠녀 수호신이라는 영등며느리, 영등호장, 영등별감 스토리까지 있습니다.
바닷길을 계속 걷다가
정자에 잠시 쉬는데 깜짝 등장하신 길동무 김쌤의 부군 한쌤이십니다. 이선희 <인연>과 혜은이 <감수광>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주셨는데
올레길이 바다를 배경으로 감동 가득한 '문득 콘서트' 장이 됩니다
곽지 해수욕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너른 백사장에서 노닥노닥 한참 앉아서 쉽니다.
저 사진에서 장쌤 찾기. 저는 한 눈에 알아 봤어요 ㅋ
바다를 지나는데 청춘 남녀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어디든 여기처럼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여기 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명언입니다
효리와 아이유가 걸었다는 한담 산책로 그 바다로 꼬닥꼬닥 걷는 길
저기 멀리 젊은 청춘들에게 핫한 카페촌이 있습니다. 로컬 체험으로 오늘 카페에 가도 좋다 했는데 사람 많은 곳을 피해, 고향이 제주인 이쌤이 추천한 곳으로.
이런 날씨에 이런 풍광에 한적한 카페에 편하게 앉아 있자니, 한 쪽 귀에 누가 속삭입니다. "오늘은 여기 그냥 계속 앉아 있어. 얼마나 좋아, 그동안 많이 걸었잖아"
아, 그러고 싶다. 그러고 싶다...
길동무 김쌤 말씀 처럼 한달걷기라는 프로그램의 강제성이 없다면 제주올레 완주는 제게 너무 요원한 일일 겁니다. ㅋ
북적북적한 카페촌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서 다시 마을 길로. 애월진성 터를 지나
고대포구로 가는 길
베리제주라는 기념품 숍 담에서 잠깐 놀기
노란 송엽국이 돌담에 피어 있네요. 어쩌자고 이런 것까지 다 예쁜지.
이렇게 오늘 코스도 마쳤네요.
이번엔 온전히 걸으러만 왔으니 충실히 걸어 보겠습니다. 비록 카페에서 처럼 중도포기의 유혹이 있을지라도, 같이 가자 일으켜 세워 줄 식구들이 있으니 끝까지 걸어내겠죠. 참 다행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아침은 토스트에 샐러드 콘프레이크 먹는 날.
점심은 곽지 해수욕장 맛집에서 고사리 해장국을 먹었어요. 고사리를 삶아서 으깨다시피 두드려서 국을 끓인다네요. 보통 먹는 육개장과 다릅니다. 제주의 어머니들은 참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집안 일은 물론 밭일도 하고, 해녀 물질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주는 집밥이라는 게 다양하지 않습니다. 밥도 양푼에 가득 담아 상에서 각자 덜어먹도록 했다합니다. 어머니의 일손을 최대한 줄이는 식으로 식문화가 발달했다는데, 이상하게 이 육개장만큼은 품을 많이 들였습니다. 고사리를 그냥 넣어서 끓이는 뭍의 육개장과 달리 삶은 고사리를 으깨지게 두드리는 그 고생을 왜 했을까요???
옆 테이블에서 드시는 게 맛있어 보여서 아강발도 주문합니다. 미니족발을 삶아 오징어볶음 양념에 볶아 주시는 듯. 집에 가면 한 번 해보고 싶은 메뉴. 약간 매콤해서 고기국수랑 먹으면 좋을 듯.
옆테이블에서는 넷이서 국수 둘, 족발하나 시켜서 드시던데 그것도 남아 포장해 가심.
다 먹고 나서야 사진 생각이 났어요. 먹는 거 앞에서 한없이 약해짐 ㅋ
올레 셰프의 오늘 저녁 메뉴는 어찌 아시고 제가 좋아하는 닭볶음탕과 감자국입니다. 배도 안 고팠는데 또 다 먹었다는.
매일 걸어도 살이 안 빠져요. 간식 챙겨주시고, 맛있는 밥 해주시는 덕분입니다. 살 안 빼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