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녀들
어릴 때 먹던 식품의 기억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 가는 길에 길 옆의 배추 장다리를 뽑아먹던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던 입맛이 엄마가 일을 갖게 되어 내가 먹는 것을 감독할 수 없게 되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살아가는 전략이었던 시대에 설탕과 기름의 중독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편식이 심했고 항상 변비로 고생하다 결국은 맹장염을 앓게 됐다. 그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나의 식생활은 저혈당을 일으키며 더욱 단 것과 기름진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설탕과 기름과 커피에 찌든 과거 때문에 이렇게 전부를 걸며 식생활의 중요성을 외쳐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와 같은 개인의 경험이 없어도 조금만 돌이켜보면 어릴 적 먹던 음식에 대한 향수는 그립기도 하고, 먹을 것 없고 못 살던 시대의 어떤 기억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게 사실이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몸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든 먹는 시대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의약용어에도 밀가루를 약이라고 주어도 나으리라 믿고 먹으면 약이 되고, 아무리 좋은 약을 주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면 약효가 나지 않는 프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것이 있다. 지금 부모 세대들은 이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경우이다. 아무리 현미잡곡밥이 좋다고 해도 꽁보리밥=가난=고통이라는 연상효과 때문에 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음식과 함께 좋은 기억과 올바른 이야기들이 전달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밥을 먹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도록 시간과 분위기를 만들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의 몸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 저절로 그 소중함을 느끼며 고마움을 갖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자신의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을 알게 하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먹는 것과 관련해서는 더욱 교육이 필요하다. 올바른 식생활에 대한 교육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식사시간이 기다려지지 않고 밥을 먹으며 TV를 보는 요즘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이, 밥 안 먹는 아이와 감사하고 겸손할 줄 모르는 아이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렵게 한다. 어떤 일이든 마음이 모아지는 곳에서 그 진가는 발휘될 수 있다. 밥상에 마주 앉아 모아지는 마음은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에도, 음식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기에도, 가족 성원간에 끈끈한 유대의 형성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밥먹는 시간을 개인적이고 부차적인 시간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슈퍼는 아이들의 천국
외국으로 이민간 가족의 아이들이 털어놓는 가장 큰 불만은 우리나라 동네 슈퍼의 그 오만가지 유혹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슈퍼는 정말 대단하다. 물론 큰 슈퍼도 계산대마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상품들이 치밀하게 계산되어 진열되어 있다.
청결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지식과 양심도 찾아볼 수 없는 회사의 제품들, 온갖 색소와 설탕과 첨가제가 뒤범벅된 아이들 전용식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주머니를 넉넉하게 해주어 이를 사먹도록 방치하고 있다.
그 유명한 ‘피○○’ 빵 시리즈 제품을, 다만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산 뒤 500원이나 되는 빵은 쓰레기통에 처박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가슴아프다.
온갖 화학물질로 뒤범벅이 된 음식을 몸에 쑤셔넣게 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어지게 할 만큼 물질만능의 정신을 가르치는 그곳이 우리나라의 슈퍼이다.
엄마의 부족한 정성을 돈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정신도 육체도 급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그 소중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 있게 돈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받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에게 돈이라는 무기가 주어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돈은 쓸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어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을 때 주어져야 한다. 돈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고 해도 아이 앞에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이는 그 속에서 부족함의 미학을 배우게 될 테니 말이다.
동네 슈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대형 할인점을 통해 온가족 쇼핑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 널려 있는 상품의 유혹 속에서, 또한 그 상품을 고르는 아이들 사이의 경쟁 속에서, 또 부모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판매원들의 전략 속에서 우리는 과연 유쾌한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쇼핑도 아이와 함께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경제논리를 알려주는 기회는 이곳이 아니어도 많이 있으리라고 본다. 부족함 속에서 소중함도 배우고, 스피드와 경쟁에서 벗어나 느림의 시간 속에 다져지는 여유를 키울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일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업그레이드
외식산업의 첨병으로 확산되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용을 문명의 혜택이라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그 젊은 분위기와 감각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 때문일까. 아니면 이렇게 온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으쓱해진 기분 때문일까.
아무튼 의미 있는 날 한 끼의 식사를 어디서든 맛있게 먹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하지만 아이들은 습관화되고 생활이 되어버린 이런 문명의 혜택 속에서 먹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맛과 향, 눈요기 중심의 먹거리에 빠져들기 때문에 가슴이 아파진다.
생일을 차려주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과 의무감의 혼동 속에 엄마들의 편리를 위해 햄버거 가게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생일잔치, 집에서 친구를 초대한들 피자와 치킨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과 콜라가 기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생일상. 생일의 의미는 상업적 전략과 함께 유난한 이벤트들을 연출해낸다. 이제는 더 이상 생일날 빚어주던 액운을 쫓는 수수팥떡의 정성도, 그 사랑을 돌이켜볼 추억의 시간도 가질 수 없으며, 단지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는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부부 중심의 가정을 꾸리라는 말이 생각난다. 한국의 가정은 너무나 편향된 아이 중심의 가정에 매료되어 있다. 자식을 통해 보상받고 허세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이들의 영원한 교과서는 부모다. 지난 과거 왜곡된 역사를 그대로 옮긴 교과서를 믿었던 것처럼 아이들은 자신의 교과서인 부모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우고 훈련한다. 자식의 안녕에 이르는 길은 먼저 부모가 삶의 주인이 되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끝없이 그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공주병, 왕자병을 앓는 아이가 아닌, 좀더 다양한 세상의 가치와 의미를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내 품의 아이로 키울 수 있게 모든 생활의 패턴들을 바꾸는 것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맥빠지게 하는 학교급식
학교급식의 배식당번이라도 되어 학교에 다녀오는 날이면 엄마들은 맥이 풀린다고 한다. 이렇게 지적하는 엄마들은 식생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신 분들에 국한되지만, 아무튼 학교급식이 엄마들의 노력들을 무색케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집에서 안 주어도 나가면 다 먹고 온다는 엄마들의 안타까운 한숨소리. 하지만 이런 한탄과 체념은 아직 이르다. 사실 자연적인 식사에 충분히 길들여진 아이는 불량한 음식을 골라낼 수 있는 입을 갖게 되어 눈앞에 한상이 차려져도 많이 먹을 수 없게 된다.
연령에 따른 각 영양소의 섭취량과 칼로리를 중심으로 개발된 급식의 식단구성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 핫도그 한 개가 버젓이 누워 있기도 하고, 돈까스에 케첩은 기본이고. 어디 하나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필요한 식단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품재료의 70%가 냉동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이며, 화학조미료들이 이렇다 할 만한 기준 없이 과다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는 줄 안다. 현대인의 식생활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영양사의 경우 그런 식단으로 아이들을 방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급식은 결식아동의 수를 줄이고 균등한 에너지를 보충하여 기본적인 성장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시행되었을 것이다. 또한 단체생활 속에 이루어지는 급식을 통해 음식의 타당성도 배우고 다양한 음식도 경험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하는 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시락의 아릿한 추억까지도 빼앗아간 학교급식의 진정한 실천은 오늘날 아이들의 잘못된 식사문화를 극복하는 장소로서 실현되어야 한다.
영양학자와 영양사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엄마들은 식단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학교급식이 성장하는 아이들의 진정한 먹거리가 되고 훈련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권위적인 풍토는 다양한 토론과 문제제기를 차단하고 있지만, 이제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치맛바람으로서가 아니라 이 땅의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외침으로서 엄마들의 목소리는 다시 커져야 한다.
용서할 수 없는 빵
아침식사를 간편한 빵과 우유, 콘플레이크로 때우는 아이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제품화되어 있는 대부분의 빵들은 모두 태평양을 건너온 수입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다. 날파리 하나 살지 못하도록 뿌려진 방부제 범벅이 그것이고, 좀더 뽀얀 자태를 지키고자 뿌려진 표백제의 화장이 그것이다.
일단 여기서부터 밥과 비교가 안 된다. 아무리 도정한 흰쌀밥의 영양이 보잘것없어도 방부제와 표백제를 넣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디 여기서 끝나는가. 빵이 되기 전에 이렇게 손을 탄 밀가루는 잃어버린 맛과 영양 때문에 더 손질해줄 것을 기대하는데, 빵이 되기까지 엄청난 양의 설탕과 버터와 소금과 뜨거운 열기로 어루만져주어야 비로소 빵이 태어나게 된다.
이런 빵을 먹는 사람과 하얀 밥을 먹는 사람과 현미잡곡밥을 먹는 사람 중에 누가 가장 건강할까라고 묻는다면,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건강이라는 것이 어느 한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지만 올바른 식사지침에 따른 식습관의 형성과 영양관리는 중요하며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수년간 수입 밀과 설탕범벅의 빵을 먹은 사람의 영양상태와 통곡식의 씨눈과 껍질을 그대로 먹은 사람의 영양상태는 분명 같지 않을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더더욱 한 끼의 식사가 중요하다. 옥수수의 영양으로 가득 찬 줄 알고 있는 콘플레이크 또한 수입 옥수수와 설탕과 감미료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콘플레이크가 TV광고에서 보여주듯 완벽한 식품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아이의 아침을 콘플레이크로 대신하려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아침은 참으로 활기차야 한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들은 아침도 못 먹거나 대충 가볍게 먹고 학교에 가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들은 저혈당증을 의심할 수 있다. 혈당이 떨어지면 몸은 꼼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혈당이 자꾸 떨어지고 떨어진 혈당을 스스로 올리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인체의 내부기관의 힘이 역부족을 느낀다는 얘기이다. 이런 아이의 아침식사는 특히 더 중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만이 혈당을 유지시켜주고, 점심급식 때까지 혈당을 안정하게 유지시켜 머리를 쓰고 집중하여 학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혈당 증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할 뿐만 아니라 수업에 참여할 수 없고 수업시간 중에도 선생님의 통제에 따르지 못한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집에 오면 냉장고 문만 열었다 닫았다 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의 저혈당 증상은 개인의 성격과 인격의 완성에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가정에서는 구제불능의 아이로, 학교에서는 친구와 선생님 간의 갈등과 등교 거부로, 사회에서는 비행과 폭력과 무규범의 생활로 빠져들게 한다.
이러한 저혈당증의 증상들은 섬유질이 결핍된 식사에 길들여지고, 도정하거나 정제된 음식, 설탕과 같은 단순당질의 섭취가 늘어나고,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을 일삼고, 빨리 급하게 먹는 습관 등에서 비롯된다.
섬유질이 결핍되고 단순당질로 범벅이 된 것이 빵이고 콘플레이크이다. 이러한 식사를 주로 하고 좋아하게 되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반드시 당대사의 문제를 일으켜, 당뇨와 정신분열의 상태와 비만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중요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저혈당과 식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나면 그 즉시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영양과 식생활에 대한 지식과 실천은 부모와 아이들,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풀어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선생님들은 요즘 아이들의 변화를 더이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영양에 의한 생화학적인 변화, 병적인 상태로 이해하며 아이들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올바른 식생활로 변화한 아이들도 선생님의 진심과 사랑을 받아들여 학교 바로 세우기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주부가 집에서 만든 것이 아닌, 표백된 수입 밀가루가 사용되고 설탕과 지방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유혹 그 자체인 빵인 경우 더 이상 우리에겐 주식이 될 수 없다. 달지 않고 부드럽지 않고 거칠고 기름지지 않은 우리 통밀로 만든 빵이라면 조금은 용서가 될까.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섬유질
섬유질이란 복합다당류로 당분의 흡수를 위와 장에서 서서히 조절하여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준다. 그러므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에 지속적으로 당분을 공급하여 정상적인 운행이 되도록 도와준다. 피곤하고 각성이 필요할 때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먹는 것은 이러한 이치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응급상황의 처치이지 각성이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설탕과 같은 단순당은 소장의 점막에서 흡수가 빨리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갑자기 오른 혈당을 처리할 목적으로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갑작스럽게 분비된 인슐린은 혈액 속의 당분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혈액의 혈당은 떨어지게 된다. 배고플 때 단것을 급하게 먹으면 먹을수록 더 빨리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당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고 또다시 급격하게 떨어져, 아이들의 뇌로 들어가야 할 연료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모든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조절하는 메인 컴퓨터 역할을 하는 뇌는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아이들은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신경질과 짜증이 늘게 된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증상이었던 것이, 음식의 양과는 상관없이 췌장의 자극에 의해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고인슐린혈증 상태에 빠지게 되어 저혈당 상태가 만성화된다.
이 단계가 되면 아이들의 문제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해진 사회문제까지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리고 비행과 학교폭력, 등교거부, 자살충동 등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해도 본인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도정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아 섬유질과 영양성분이 충분한 자연식품은 아이들의 육체적·정신적 성장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섬유질은 또한 변의 양을 늘려 빨리 배변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음식찌꺼기, 독소, 대사 노폐물의 재흡수를 막고 빨리 배설하게 함으로써 혈액이 다시 오염되지 않게 하고, 이런 오염물질로 간장이 피곤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 섬유질은 유산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에 살고 있는 유익한 세균의 번식을 돕고, 그들이 만들어낸 산성물질에 의해 대장균과 같은 유해한 세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분의 비타민과 아미노산의 장내 합성이 이루어진다.
아이들 중에는 채소와 해초는 안 먹고 고기류만 좋아해서 변을 보면 독가스가 나온다고, 변비와 함께 구린 방귀냄새를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이는 장내에 유산균이 번식할 만한 먹이가 없고, 따라서 유해균을 억제하는 산성물질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유해균이 증식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억만 마리의 유산균 제품보다 캡슐에 쌓여 안전하다는 어떤 요구르트보다 섬유질의 섭취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섬유질을 제외한 논쟁은 모두 공허할 뿐이다. 그런데 섬유질이 팽창하여 변비를 해소하고 장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호소하는 복통과 맹장염 또한 섬유질이 결핍된 식사가 주 원인이다. 장이 건강해야 하루가 편안하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장이 건강해야 성장과 면역기능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3대 건강과제 중에 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섬유질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현미를 비롯한 통곡의 잡곡과 다시마·미역·파래·김을 비롯한 해조류, 그리고 버섯류와 우엉·연근·도라지·더덕과 같은 뿌리채소, 콩류식품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자연적인 식품에서 취할 수 있는 것들이고, 이런 자연적인 식품으로 소화와 흡수, 대사와 배설이라는 인체의 생화학공장을 제대로 돌리며, 다시 피를 만들고 살을 만들어야 질병도 치료하고 건강한 생활도 장담할 수 있게 된다.
간식은 엄마의 변명
요즘 아이들에게 간식은 아주 중요하다. 밥을 안 먹는 아이와 해야 할 과제와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하루 종일 많은 과제를 치러야 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안쓰럽다. 미처 식사를 준비하지 못해, 아이가 늦게 일어나서, 아이가 배고파해서, 야간에 힘들게 공부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등등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다. 여기서 문제는 간식이 주식의 자리를 밀어낸다는 데에 있다.
우리가 하루 세 끼 먹는 식사는 대체로 많이 씹고, 다양하게 먹고, 그렇게 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간식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하며 먹기 편하기 때문에 쉽게 과식할 수 있고, 쉽게 길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간식이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양이 적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무엇을 먹이고 나면 영락없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간식은 이렇게 밥맛을 잃게 하고 편식을 조장하고 빨리 먹고 씹지 않는 습관도 키운다.
활동량이 많은 성장기의 아이들은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는 능력이 적다. 때문에 식사 중간에 약간의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이라도 먹어 일단 배만 부르면 된다는 생각과 이것이 습관이 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밥 안 먹는 아이에게 간식이라도 챙겨주면 좀 낫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하는 엄마들의 생각도 위험하다. 식사량이 적어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에게 간식 중심의 식사습관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주식이 전제되어 있는 간식이어야 한다.
어른들 중에도 하루 종일 무언가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씹어야 하는 사람과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해 지속적으로 허기를 느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경우 모두 위장은 쉴새없이 일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유입된 당분을 처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슐린을 분비함에 따라 췌장 역시 혹사를 당한다.
혈액 중에 쓸데없이 인슐린이 과도하게 많이 분비되어 돌아다니면 저혈당증과 초기 당뇨, 비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인슐린은 혈액의 혈당을 제거하는 호르몬으로서, 현재의 에너지 필요량보다 많은 당분이 갑작스럽게 또는 지속적으로 혈액 내로 들어오면 과도하게 분비되고, 다량의 인슐린은 혈액의 혈당을 모두 청소해버린다. 청소된 당분은 에너지원으로 모두 사용되지 못하고 중성지방으로 변하여 지방세포에 저장되는 것이다.
입에 음식을 달고 사는 사람, 무엇인가를 항상 먹고 있는 사람은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가 촉진되고, 쉽게 말해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 체중의 증가는 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췌장을 혹사시킨 대가로 당뇨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정신분열증을 비롯하여 다양한 만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간식을 하는 습관은 아주 좋지 않다. 아이들의 간식도 약간의 과일과 찐 고구마나 감자, 견과류나 씨앗류 등이면 적당하다.
간식을 찾게 되는 원인도 활동량이 많고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혈당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도정되고 가공된 단순당질의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는 아주 자연스럽게 간식에 대한 생각을 없애준다. 간식을 줄이거나 먹지 않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세 끼 식사를 정제당분이 배제된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든든하게 먹는 것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필수지방산과 단백질의 적절한 공급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준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생산되어 허기가 사라짐으로써 간식을 찾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식사 이외의 시간에 무엇인가를 항상 먹고 있는 습관은 저혈당을 비롯한 다양한 임상증상들을 나타낼 수 있다. 항상 위를 피곤하게 하고 정신의 집중을 방해하며 다른 신경의 발달을 방해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엄마들 스스로를 위한 변명일 수 있다. 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엄마, 손쉽게 한 끼를 때우고 싶은 엄마, 끝까지 밥을 먹여야겠다고 생각지 못하는 엄마들이 이거라도 먹여서 자식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미명 아래 벌이는 무원칙한 행동이고 공허한 말잔치이다. 밥을 안 먹는 아이에게는 더더욱 간식을 주지 말아야 한다. 간식은 밥 안 먹는 아이로 만드는 지름길일 뿐이다.
인스턴트·가공식품의 끝없는 유혹
불갈비햄, 런천미트, 치즈, 수프, 피자, 콘플레이크, 빵과 과자……. 아이들의 간식과 반찬, 심지어는 주식까지도 레토르트 식품으로 불리는 인스턴트·가공식품들로 천국을 이루고 있다. 무엇을 먹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다. 숱하게 지적한 인스턴트·가공식품의 문제를 좀더 모아서 정리해보면 구체적인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첫째,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은 도정·정제과정에서 당분대사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섬유질과 대사 영양소인 비타민과 미네랄이 거의 제거되어 있는 상태이다. 통밀이나 현미가 정제되는 과정에서 20여 가지의 필수영양소들이 제거되고, 비타민과 미네랄도 16∼95%까지 유실된다고 한다.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은 칼로리만 있고 영양은 없다고 해서 텅빈 칼로리(empty calori), 정크 푸드(junk food)라고 부른다. 그렇게 인스턴트·가공식품은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여도 지극히 불완전한 식품이다.
둘째는 인스턴트·가공식품에 첨가된 식품첨가물의 양과 종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방부를 목적으로 하는 합성보존료, 색깔과 향을 유지하기 위한 발색제와 향료, 맛을 내기 위한 화학조미료 등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들이 다양한 통로로 인체에 유입되고 있다.
이 첨가물들은 우리 몸의 대사과정을 교란시키며 발암물질로서 작용하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도 하루 첨가물의 섭취량조차 조사되고 있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루아침에 인체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용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그런 화학물질들을 우리는 매일 먹고 있는 셈이다.
셋째는 보이지 않는 소금의 문제이다. 글루탐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 등과 같이 첨가물에 함유된 나트륨염들은 소금을 먹은 경우와 똑같은 경로로 미네랄의 밸런스를 깨뜨린다.
넷째는 지방 변질의 우려이다. 가공 도중에 첨가되는 불포화지방산(식물성 기름)의 경우 열과 압력, 유통과정 중에 산화되어 과산화지질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을 생성하기도 하고, 트랜스형 지방산으로 변하여 신체의 기능을 교란시키기도 한다. 커피 프림이나 라면, 과자 등에 많이 사용되는 식물성 팜유는 원료만 식물성이지, 동물성의 고체지방인 포화지방산이 주성분이다.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은 조리가 불가능하거나 급하게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창 성장기에 있어 다양한 영양소의 요구량이 필요한 마당에 혀끝의 달콤한 맛과 향과 칼로리만이 강조된 인스턴트·가공식품이 우리 아이들의 간식이 되고 반찬이 된다는 사실은, 어찌 생각하면 소름 끼치도록 오싹한 일이다.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의 사용 여부가 아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짜릿한 콜라의 함정
무심코 마셔대는 콜라. 그 짜릿하고 통쾌한 유혹.
피자에는 정말 콜라가 어울리고, 치킨과 같은 기름진 음식에도 물론이다. 어릴 적에 부모들은 머리가 나빠진다고 아이들에게 커피를 못 마시게 했다. 그러면 한 잔에 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콜라는 괜찮다는 말인가.
커피는 한 잔만 먹지만 콜라는 어디 그런가 피자집에서도 피처로 주고, 한 병을 사도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콜라다. 이렇게 생각 없이 아이들이 마시고 있는 콜라의 문제는 보기보다 심각하다. 어떤 사람들은 콜라에 독극약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커피는 한 잔에 80mg의 카페인을, 콜라는 한 잔에 50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카페인은 우리 인체 내에서 공격형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여 아이들을 산만하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중독성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콜라에는 설탕이 13%나 들어 있다. 즉 콜라 200㎖를 먹을 경우 26g의 설탕을 먹게 되는 셈이다. 단순당질인 설탕의 과다복용은 면역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뇌대사를 불안정하게 하여 아이들의 머리를 나쁘게 하고 정서를 불안하게 한다. 콜라중독증인 사람은 설탕중독증, 카페인중독증인 것이다.
셋째, 콜라에는 인이 너무 많다. 톡 쏘는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탄산가스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자 첨가하게 된 것이 중합인산이다. 우리 몸의 미네랄은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칼슘과 인은 1대1의 비율로 있어야 미네랄 균형을 맞추게 된다. 그러나 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체내의 칼슘을 녹아내리게 한다.
또한 콜라의 원료인 코카엽의 마약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렇게 영양의 문제와 중독성의 문제를 함께 갖고 있는 콜라가 대형 할인마트에서 박스째 팔리고, 냉장고의 PET 콜라병은 모든 음료수를 대표하듯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개인의 취향 운운하며 청량음료를 마셔야 하는 걸까. 물론 자연적인 식생활에 익숙해지면 굳이 청량음료를 찾지 않게 되지만, 정말 자녀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다면 지금 당장 우리 집에서라도 먹지 않아야 한다. 집에 청량음료를 항상 구비해놓는 가정이 있다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정성과 아이들의 건강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너무나 중요한 영아기 이유
영아기의 이유가 중요한 것은 이 시기를 맞고 있는 엄마들이 경험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더 힘들게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아기 이유는 돌이 지난 아이들의 식사습관 형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아이의 출산은 참으로 신비한 경험이다. 너무나 소중하여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모두 먹이고 싶은 부모의 심정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마음과 현실이 별개로 전개되는 삶의 무수한 경우와 같이 아이의 이유 또한 그렇다. 아무리 분유와 우유를 선전해도 모유의 영양과 의미를 따라가지 못하듯이, 아무리 시판되는 이유식의 영양조합을 강조해도 엄마가 만들어주는 이유식의 목적과 의미를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 엄마의 태내에서부터 태아에 관한 모든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태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식습관과 취향, 선호도 또한 엄마의 임신 전 식습관과 임신중 영양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영양학적인 문제는 당장 그 시기의 영양상태를 반영하지 않는다. 영양학적인 결손은 수년간의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영양의 불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임신중의 영양 못지않게, 임신 전 엄마의 식습관이 얼마나 잘 형성되어 영양학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일단 출산을 통해 세상의 빛을 만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한 생명체에 대한 존엄성이 실현되는 과정이고, 부모로서의 책임과 예의에 해당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이가 한 돌이 될 때까지의 영아기 동안 아이는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룬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모유수유와 이유를 통한 훈련인데, 이유식에 대한 논쟁이 양과 종류, 영양에만 국한하여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유식의 고유 목적은 씹어 삼키는 훈련과 구강구조의 발달과 위장의 형성, 그리고 영양의 보충에 있다. 영아는 돌을 전후한 시기까지 모유나 조제분유를 먹고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성장속도가 급격해지면서 5개월, 약 7kg이 지난 시점에서 본격적인 이유식에 들어가고, 늘어나는 영양의 수요를 채우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영양을 보충하는 목적 이외에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이유식은 대체로 3개월이 지나면 돌 전후한 시기까지 미음 정도로 시작하여 죽, 밥으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위한 훈련을 하게 된다. 즉 이유식을 통해 유동식에서 고형식으로 바꾸어나가는 동안 씹는 훈련, 삼키는 훈련을 통해 하악골을 발달시키고 구강구조를 만들어나가며, 여러 가지 음식맛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훈련, 위의 용적을 늘리는 훈련 등을 충분히 하게 된다. 올바른 이유기를 넘긴 아이들은 돌이 지나 본격적인 식사를 하게 되었을 경우 충분히 성장에 필요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고, 자연적인 입맛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유식은 떠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의 시판 이유식들은 젖병에 흔들어서 먹어도 상관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설탕의 함유량이 너무 높아 단맛에만 길들여지게 되어 여러 가지 음식 고유의 맛을 경험할 수 없게 한다. 영아기부터 먹이게 되는 과자, 빵, 주스, 요구르트, 플레인 요구르트 모두가 너무 단맛과 첨가물의 짠맛, 인공감미료 맛이 강하고 부드럽게만 되어 있어 영아들의 식습관 형성에 아주 큰 장애요인이 된다.
영아기에 형성된 단맛과 짠맛에 대한 기호는 유아기 전반에 걸친 식습관의 형성에 관여하고, 이는 곧 유아기와 학동기까지의 성장과 면역에 그 영향을 미친다. 영아기의 이유식을 통한 적절한 훈련과 식습관 형성은 험난한 세상의 파도에 맞서 싸울 채비를 갖추는 것과도 같고, 높은 파도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씹지 않는 아이들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 중 하나가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는 음식에 영양가가 얼마나 있고, 없느냐는 것이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영양가에 대한 논란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러나 생활의 풍요로움과 핵가족화로 인해 더욱 커다란 비중으로 떠오르게 된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의 범람 속에 어떤 이들은 영양이 골고루 들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 반면, 어떤 이들은 혹시 부족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우리 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알고 있는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너무 맹목적인 과신도, 불필요한 기우도 모두 의미없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요즘의 아이들은 씹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씹을거리의 음식이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는 이유단계에서 실패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아들은 기본적으로 모유나 분유로 성장하게 되고, 3개월부터 돌 무렵까지 행하는 이유식은 본격적으로 밥과 반찬이란 식사를 하기 위한 훈련과정이다. 이때 아이들은 다양한 음식의 맛을 경험하고 미음, 죽, 밥으로 옮겨가는 과정중에 충분히 씹는 훈련과 음식물을 넘기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의 신세대 엄마들은 집에서 만들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시판되는 이유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도 떠먹이는 방법이 아닌 젖병에 흔들어 먹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수저로 떠먹이는 것보다는 젖병에 넣어 흔들어 먹일 경우 더 많은 양을 든든히 먹일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수월하며, 영양분도 더 많이 섭취하게 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은 태어나서 인생에 처음 주어진 씹는 훈련의 기회를 빼앗기는 셈이 된다.
그 후유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유식의 23%가 설탕이다. 떠먹는 요구르트와 주스에 들어 있는 설탕과 무가당이란 포장 아래 포도당·액상과당 등으로 위장한 설탕들의 문제이다. 아이들이 돌 전에 섭취하는 이유식과 간식들 모두가 다량의 단순당분으로 되어 있어 달고 먹기 쉬운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밥을 먹을 나이가 되어도 음식을 넘기는 동작에 익숙지가 않아 꼭꼭 씹어야 넘어가는 밥과 반찬을 멀리하고, 달고 부드럽고 쉽게 넘어가는 음식만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준 영양이 모두 바닥나는 시점인 18개월이 지나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지속되면 아이들은 편식이 고정되고, 성장이 저하되고, 감기를 달고 살게 된다. 알레르기성·면역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제당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들은 도정과 가공과정에서 섬유질이 제거된다. 따라서 이들 식품은 딱딱하지 않아 많이 씹을 필요가 없다. 치아도 하악골도 일을 많이 할 필요가 없으니 튼튼해질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많이 씹으면 치아가 깨끗해지고 튼튼해진다. 하악골의 발달도 믿음직하고 다부진 인상을 갖게 해준다. 많이 씹으면 타액의 분비가 많아져서 소화를 돕고 그만큼 위의 부담을 덜어준다. 적은 양으로도 만복감을 느끼게 되므로 당뇨와 비만을 예방할 수도 있다. 침샘에서 분비되는 파로틴은 일명 젊어지는 호르몬으로 뼈의 석회 침착과 연골의 증식을 촉진한다. 많이 씹으면 두뇌가 마사지되어 그만큼 뇌의 기능도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씹어서 음식 고유의 맛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의 편식과 성장장애와 면역력 저하를 개선하는 첫 번째 방법은, 달고 부드러운 식사로부터 벗어나 씹을거리가 충분한 잡곡밥과 채소와 해초, 콩과 두부, 생선과 해물 등으로 다양한 음식의 맛을 보게 해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입에 들어오자마자 퍼져버리는 첨가물로서의 단맛이 아니라, 많이 씹었을 때 음식물의 분해를 통해 나는 단맛과 고소함을 느끼게 하자.
설탕에 절어 사는 아이들
아이들의 이유식에 설탕이 23%나 들어 있다고 해서 언론과 주부들 사이에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유식 회사는 열량의 공급원으로 이를 줄일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설탕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이 널려 있다. 우리 아이들이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에는 12∼13%가, 아이스크림에는 22∼23%가, 토마토가 좋아서 좋은 줄 알고 먹는 토마토케첩에도 27∼28%의 설탕이 들어 있다. 케첩은 신맛에 가려 단맛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열량의 공급원으로서 탄수화물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복합당질과 함께 서서히 생리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수준으로 혈당이 공급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설탕과 같은 단순당질의 과다섭취는 이러한 측면에서 신체의 대사를 교란시키기에 충분하다. 토마토의 항암작용으로 유명해진 라이코펜조차도 설탕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하루에 100∼150g의 설탕을 먹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마크로파지라고 하는 면역세포가 5시간 동안이나 꼼짝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주식과 간식으로 대용되는 빵, 과자, 콘플레이크와 아이스크림 등은 설탕과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요즘의 아이들과 현대인들은 얼마나 설탕에 절어 사는지 모른다. 간식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과거의 어린이들은 콧물을 줄줄 흘리며 뛰어다녀도 고열과 합병증이 심해져 병원에 가게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왜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사는지, 무엇 때문에 면역기능이 떨어졌는지, 식생활을 점검해볼 필요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보이지 않는 설탕들이다. 값비싼 요구르트나 떠먹는 요구르트, 무가당 주스에 설탕 대신 들어가 있는 액상 과당, 액상 포도당 등의 감미료가 그것이다. 무가당, 무설탕이라고 선전되어 팔리고 있는 제품에 대신 들어가 있는 액상 과당, 액상 포도당 역시 단순당질로 설탕과 그다지 다를 게 없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무가당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과거의 엄마들은 모유와 손수 만든 이유식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이제 아이들의 먹거리로 태어나는 현란한 가공식품 앞에 엄마들은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설탕에 절어 사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건강할 수 있을까를 말이다.
설탕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왜 산만해지고 집중력과 학습능률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잘못된 식생활의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단백질도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오로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빨리 소화되어 없어지는 흰 쌀밥, 흰 설탕, 흰 밀가루와 같은 단순당질의 식품을 많이 먹거나, 오랜 시간 도정하고 가공하여 섬유질이 결핍된 식사를 계속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뇌에는 안정적으로 두뇌회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가 공급되지 못해 뇌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며, 행동은 산만해지고 집중력은 떨어진다.
건강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학습지보다, 어떤 능력 있는 과외선생님의 지도보다 먼저 우리 아이의 두뇌건강을 위한 먹거리가 정말 건전한지 점검해야 한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
계절이 바뀔 때나 감기가 유행이라도 하면 소아과와 이비인후과는 아이들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결같은 엄마들의 볼멘소리에는 지겹도록 앓는 동안 크지도 않고, 어떻게 찌운 살인데 쪽 빠져버렸다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왜 그렇게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가 늘어나는지, 또 감기를 그냥 놔두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왜 기세를 더해가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항생제의 개발과 함께 감염성 질병으로부터 인류의 생명이 구출됨에 따라 얻어진 신생아의 사망률 감소라는 그 빛나는 성과는 어디로 가고, 도대체 왜 감기에 시달리고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늘어만 가는 것일까. 아이들의 면역기능이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기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배워야 할 시기에 질병에 시달리며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감기는 200여 종이 넘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그렇다고 또 누구나 걸리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은 얼마나 지속적이고 원활하게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신체의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체온이 떨어지면, 낮은 온도에서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호흡기와 전신에 걸쳐 불쾌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감기이다.
일단 호흡기로 감염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경우 콧물이 흐르게 된다. 콧물은 콧털의 섬모운동으로도 이물질을 제거하지 못하게 되면 코 점막에서 점액을 분비하여 바이러스 등 이물질을 씻어내고자 일어나는 능동적인 자연치유의 일환으로 흘리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세균의 감염까지 일어나 누런 코를 만들게 되지만, 섣불리 초기 콧물을 무조건 항히스타민제의 복용으로 막아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호흡기의 시작인 코에서 제거하지 못한 바이러스와 이물질은 다음으로 기도 점막을 자극하게 된다. 그러면 기관지의 섬모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서도 제거하지 못하면 점액을 분비하여 배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점액이 농축되어 나오는 것이 가래이다. 이 가래는 기침을 통해 배출되거나 신체의 청소를 담당하는 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이 단계에서 진해제를 먹어 기침을 억제하면 가래의 배출이 어렵게 되고 가래가 진해지면서 세균의 배양기 역할을 하게 되어, 염증이 폐와 모세기관지 쪽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분유를 먹는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감기에 걸렸을 때 많이 토하는 아이들은 폐렴이 될 확률이 떨어진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소리내어 가래를 뱉지 못하지만 토하는 과정과 센 기침을 통해 가래가 떨어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래 소리가 많이 나는 경우 진해제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가래를 삭이는 효소제나 묽게 하는 약을 먹이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여 기관지를 마르지 않게 해주고, 가열식 가습기를 이용하여 실내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의학은 열의 원인을 세균감염에 따른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자연치유의 측면에서 보면 발열은 체표의 혈관을 확장하여 우리 인체의 자위대인 면역물질과 면역세포들을 세균과 바이러스의 전쟁터에 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전의 양면이나 온갖 사물의 속성처럼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콧물과 가래와 기침과 발열의 증상 모두가 세균의 침입을 알리는 위험한 신호일 수도 있지만, 이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후자를 너무 무시해왔고 섣불리 너무 쉽게 약물을 남용하고 있다. 전쟁터에 나가 한 번도 싸워보지 못한 병사가 용감해지기는 힘든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면역이 훈련되는 모든 길을 과학과 문명의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차단해왔다.
홍역과 폐렴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홍역의 합병증이 아니고도 감기에라도 걸리면 급성폐렴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질병의 유행은 엄마들을 당황하게 한다. 홍역은 전염성이 강한 법정 전염병인데 하는 걱정 속에서도 이전에 백신 접종으로 사망한 아이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추가접종을 안 한 것이 이내 찜찜하다. 그러면 병원은 추가접종을 미루어온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접종을 하고 나서야 엄마들은 마음을 놓는다.
1960년대 홍역 생백신의 보급 이후 홍역의 발생률은 현저히 감소하는 듯했지만, 1980년대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이제는 2∼3년 내지는 부정기적으로 유행하고,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비롯해 성인들에게서도 발병하는 양상을 보인다.
홍역은 대개 1차 접종이 15개월 전후에서 이루어지고, 한 번의 접종으로 항체가 생성되면 평생 면역을 획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학동기 아이들과 중고생, 성인에게서까지 발병하는 양상이 전개되자 현재는 4∼6세와 11∼13세 때 추가로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이라는 것을 맞는데, 생백신은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미리 인체에 넣어줌으로써 인체의 면역기능을 일단 훈련시키고, 항체라는 무기를 미리 만들어놓아 질병이 유행하거나 감염되었을 때 싸우기 위한 채비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백신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면역훈련의 한 과정’이다. 이런 훈련과정을 치르거나 한번 감염되어 질병을 앓고 난 후에는 항체가 생겨나 다시는 재감염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하지만 감소하는 듯이 보였던 감염성 질환의 증가와 현대의 추가면역의 형성 측면에서 강조되는 백신의 재접종은, 신체가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면역기능의 저하와 그 체계가 교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질병의 감염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될 것이라는 구호의 뒷장에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전염성 질환들이 또다시 증가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는 면역과 건강이라는 것을 누군가에 의해 선물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주사 한 방에 생기는 것이 면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방주사 하나만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런 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면역은 우리 인체가 내 몸이 아닌 이물질의 침입으로부터 나와 이물질을 구분하는 능력이며, 이물질을 신체 밖으로 빨리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면역은 우리가 건강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그 과정에서 키워지는 것이다.
한 번의 예방접종으로 면역기능이 우리 몸 안에서 완벽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면역의 훈련과정인 예방접종은 접종자의 신체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일률적인 기본접종과 재접종의 시기는 편의적인 보건행정과 공급자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분명 면역의 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접종자의 건강상태가 이를 통해 훈련될 수 있는 기본 체력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친구 중에 한 명은 소아마비 백신을 맞고도 소아마비를 앓았다. 우리 모두 백신의 안전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된 원인 중에는 잘못된 식생활과 환경오염에 따른 면역기능의 저하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 엄마들은 기본접종, 추가접종을 하기 전에 아기가 이런 훈련과정을 견디어낼 수 있는지를 체크하고, 항상 그 정도의 훈련은 거뜬히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본접종 시기를 수첩에 꼼꼼히 적어 병원을 찾는 것으로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만으로 위로받을 수 없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면역상태이다. 우리의 모든 사회적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도 모든 백신은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접종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39℃ 이하에서는 해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면역을 저하시키는 음식을 일단 삼가야 한다.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 세상에서, 다부진 성장과 튼튼한 면역을 키워야 할 때에 아이들의 성장과 면역을 방해하는 식품을 섭취하게 하는 것만큼 잘못된 일은 없다. 화학첨가물과 설탕만이 잔뜩 들어 있는 인스턴트·가공식품과 쇼트닝과 같은 저질 기름에 튀겨낸 프렌치 프라이와 치킨을 먹여가며 아이들의 면역기능이 튼튼해지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질병의 유행은 항상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지만, 그럴 때마다 예방접종으로 안심하려는 소극적인 변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면역기능과 성장을 방해하는 건강을 해치는 음식은 먹이지 말고, 신체를 건강하게 복구할 수 있는 올바른 식생활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실천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강력한 면역기능 만들기에 아낌없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홍역은 건조한 날씨와 함께 바이러스의 활동이 증가하는 전염병이다. 실내의 수분이 50∼70%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열식 가습기나 화분과 빨래 등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적으로 코 점막이나 인후 점막과 같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므로 점막을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을 충분히 먹는 것도 필요하다. 점막뿐만 아니라 면역기능 전체를 강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 빵과 밀가루 음식, 화학조미된 음식, 청량음료의 섭취를 삼가고 현미 오곡밥과 신선한 제철의 푸른잎 채소, 해조류 등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특히 채소즙이나 과일즙으로 수분공급을 충분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의 경우 다시마·멸치·표고·무·양파·마늘·감자를 우린 물에 현미 오곡죽을 쑤어주는 것도 좋고, 채소 우린 물을 수시로 마시게 해도 좋다. 국과 찌개의 국물요리에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다. 신선한 제철의 견과류와 과일을 먹이는 것도 좋다.
안 좋은 것은 안 먹이는 운동, 가공하지 않은 자연적인 음식을 먹이는 운동만이 면역기능을 키운다. 엄마의 정성과 노력으로 아이들은 그 숱한 감염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알러지를 앓는 아이들
예전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 원인 또한 명쾌하지 않으며, 과도한 증상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환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병원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알레르기의 원인을 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알레르기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였던 사람은 다른 물질에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항원인 셈이다. 알레르기는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을 알아채고 해결하는 면역기능이 나빠져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십수년 전만 해도 아토피성 피부염이 그리 흔치 않았는데, 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태열이 있나 없나부터 확인하고 아토피로 만성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한다.
알레르기는 외부의 이물질, 대부분 단백질로 되어 있는 항원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신체가 내 몸이 아닌 것을 판단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청소세포와 면역세포를 동원해 항체를 만든다. 항체는 당장 침입자를 해결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고, 한번 들어왔던 침입자에 대해서는 표시를 해두었다가 다음번에 침입한 항원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 면역은 꽤 어려운 설명을 요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면역기능이 형성된다.
이런 면역기능이 혼란을 일으켜 항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표시기능을 하지 못하든가, 항체를 너무 만들어 과민반응을 유발한다든지 하는 등 면역의 대혼란 사태가 현대의 난치병의 실상이라 할 수 있다. 장소만 달리할 뿐이지 비염도, 피부염도, 천식도, 신장의 내부기관에서 발생하는 원인 모를 신장질환과 위장질환들도 모두 면역의 저하와 혼란에서부터 야기된 면역기능 이상증상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면역이 저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탕과 지방의 다량 섭취, 식품의 질의 변화와 식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화학물질의 오염, 스트레스로 인한 혈액의 산성화, 환경오염 물질에의 만성적 노출 등에 의해 세포가 손상되고 세포의 구성 자체가 변화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면역기능의 이상이다.
다시 자연 친화적인 삶, 가장 자연적인 식사, 심신의 안정만이 면역기능을 회복하고, 현대의학도 난치·불치라며 손들고 있는 질병들을 자신의 치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병이 어려울수록 특효약도 많지만 그런 질병의 완벽한 치료약은 대부분 내 몸이 만들어내는 것말고는 없다.
내가 먹은 음식으로, 내 몸이 만들어낸 약으로 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회생의 기적은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신뢰가 없어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믿는 대로 체험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기적을 살리지 못하도록 현대의 문명이 현대인을 둘러싸고 돌아가고 있다. 생태 중심으로 모든 과학과 문명의 대전환을 선포하는 선언들처럼 우리의 사고도 한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면역은 분명 건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면역과 관련된 질환은 더 이상 치료의 중심에서 벗어나 겉도는 행진을 멈추어야 한다. 나의 생각을 바꾸고 나의 생활을 바꾸는 그곳에 반드시 치유의 길이 있고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회피요법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중에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의 경우, 증상을 악화시키고 질병의 치료를 불가능하게 하는 음식들이 많기 때문에 먹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늘 즐겨 먹는 식품 중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달걀, 우유, 밀가루 등을 들 수 있다. 달걀의 에그 알부민, 우유의 알파 카제인, 밀가루의 글루텐 등과 이들 식품으로 만든 가공식품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단백질은 장내의 세균에 의해 에소루핀(Esorpine)이라는 알레르기 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염증을 억제하는 생리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합성을 억제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들 식품은 알레르기 치료에 있어서 첫째의 금기식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품 알레르기는 왜 생기는 것일까? 식품에 함유된 단백질은 위액과 췌장액에 의해 소화되어 프로테인, 펩타이드, 아미노산 순으로 잘게 분해되어 흡수된다. 그런데 소화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분자량이 큰 펩타이드 상태로 흡수될 경우 우리 몸의 면역기구는 이를 신체 이물질로 오인하여 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신체의 밖에서 들어오는 항원과 신체가 만들어내는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날 때 히스타민이 비만세포에서 방출되어 발적과 가려움증 같은 알레르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면 분자량이 큰 펩타이드들은 장벽에서 어떻게 흡수될 수 있을까. 이는 완전한 소화기능의 저하와 만성설사와 변비, 항생제·방부제의 과다복용으로 인해 장내 점막세포들의 투과성이 항진된 결과이다. 우유와 달걀, 육류는 단백질이 많은 식품으로 단백질의 일부는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소장 점막에서 흡수되어 혈액에 진입하게 되는데, 면역세포가 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고 면역을 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유와 달걀과 육류를 섭취하는 한 알레르기는 치료하기가 어렵다.
식품 알레르기는 충분한 소화작용과 장벽이 건전한 상태로 복귀되면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소극적으로는 문제를 일으키는 식품의 섭취를 삼가는 것도 현재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아이들은 달걀, 우유, 밀가루 음식 등을 삼가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채소와 해조류의 식사 섭취량을 늘리며, 위액분비를 자극하는 것, 소화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것 등으로 식생활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알레르기는 인체를 방어하고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토록 불편한 증상과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게 문제이다. 그러므로 알레르기라는 면역이상을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식생활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지러운 아이들
많은 아이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놀이방 아이들의 반 이상이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영양이 좋아졌다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왜 아이들의 어지러움은 더 심해지는 것인지, 한 번쯤 의심해보는 수준을 지나서 심각한 걱정거리로 몰려온다.
뇌는 우리 신체의 모든 기능을 컨트롤하는 메인 컴퓨터와 같은 곳이다. 어지러움은 뇌에서 느끼는 증상이다. 중요한 뇌기능이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와 같다.
언론과 각종 지식정보 매체는 부분적 지식의 확산을 통해 엄마들을 두렵게 한다. 아이들이 코피가 나면 백혈병이 아닌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엄마들의 우려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아이와 맞닥뜨렸을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
못 먹었던 시절 빈혈은 분명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임상증상이며 질병이었다. 그래서 잘 먹어야 빈혈이 개선된다는 이야기는 일정 부분 맞다. 하지만 현대인의 식생활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현재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빈혈은 분명 잘못된 식생활에 그 원인이 있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뇌는 사람이 하루 중 사용하는 열량의 20%를 쓰고 있다. 덩치에 비해 대식가임이 틀림없는 뇌는 그 많은 에너지 소모를 통해 정상적인 정신활동과 육체활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뇌는 에너지원을 포도당으로부터 제공받는다. 포도당은 뇌에 도달한 적혈구의 산소와 만나 비로소 에너지를 만드는 화학반응을 하게 된다. 이렇게 뇌는 혈류로 공급되는 당분과 적혈구로 운반되는 산소에 의해 비로소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지럼증 하면 빈혈, 빈혈 하면 철분만을 생각한다. 어지럼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철분의 결핍에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철분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빈혈증상도 많다. 과다한 출혈과 동물성 단백질의 완전 철폐, 위산의 부족 등은 대표적으로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거나 저장 철분량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철분은 적혈구의 산소운반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으로서 70%가 존재하고 20%는 간과 지라, 골수 등에 있는데, 대부분 혈액과 조직에 산소를 운반하거나 저장하는 페리친 단백질로서 존재한다. 나머지 5%는 미오글로빈이라는 근육 단백질의 형태로, 나머지 5%는 산화효소의 구성성분으로 효소의 보조인자로서 작용한다.
철분이 결핍되면 당장 뇌 대사기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효소반응이 저하되고, 신경전달 물질과 콜라겐 합성에 차질을 빚는다. 분명한 점은 철분제의 일반적 보급으로 철결핍성 빈혈보다는 헤모글로빈 합성에 관여하고 적혈구 형성에 관여하는 영양물질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빈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검진 결과 많은 수가 거대 적아구성 빈혈을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비타민B12라는 시아노코발아민의 결핍에 의해 발생한다. 비타민이 부족하여 적혈구의 형성에 문제를 일으켜 일어나는 빈혈이다.
거대 적아구성 빈혈의 경우가 아니어도,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합성에 관여하는 엽산이나 피리독신과 같은 비타민 결핍에 의한 빈혈도 의심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육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철분과 단백질 결핍에 의한 빈혈이라고만 해석하기에는 불충분한 부분이 많다.
아이들의 식생활을 들여다보면 비타민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이치인 듯하다. 과다한 당분의 섭취로 비타민의 수요를 급증시켰고, 편식과 육류 중심의 생활은 이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 통곡식과 채소와 해조류를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서 비타민이 보충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위에서 말한 시아노코발아민이라는 비타민은 시안과 코발트라는 영양물질을 가지고 간에서 비타민으로 합성되고, 거의 17개월 이상의 저장량을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것이 결핍된 빈혈은 하루 이틀에 걸쳐 일어나는 증상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시안과 코발트라는 물질은 통곡식의 씨눈과 과일의 씨, 종자류만을 통해 인체에 보급되는 영양소이다. 사과씨의 향을 가진 아린 맛, 수박씨·살구씨·복숭아씨의 아린 맛이 그것이다. 시안은 독극물로 분류되지만 실제 자연식품을 통해 인체에 공급되며, 비타민 합성과 혈액의 생성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분명 거대 적아구성 빈혈은 통곡식의 씨눈과 씨앗과 종자류를 먹지 않은 세대에서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 다른 형태의 빈혈 또한 비타민의 결핍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체중이 적게 나가는 아이들에게서도 빈혈이 빈발할 수 있다. 헤모글로빈이라는 산소를 운반하는 철단백질은 철분과 단백질과 비타민에 의해 합성된다. 위에서 지적한 비타민의 결핍말고도 단백질의 결핍으로 빈혈은 생겨날 수 있다.
우유와 달걀과 육류로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같은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공급이 없다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즉 밥을 먹어야 고기를 아낀다는 말이다. 충분한 주식, 탄수화물의 섭취가 있어야만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단백질 고유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분제의 보충으로 간단히 해결될 것같이 보이는 빈혈은 이렇게 잘못된 식생활과 맞물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어지럽다고 해서 모두 빈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저혈당에 의한 증상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에너지원인 혈당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뇌는 반란상태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고 만성적으로 어지럼증·현기증을 호소하게 된다. 저혈당증은 도정과 가공을 통해 섬유질이 제거된 식사를 하게 되고, 인스턴트·가공식품을 통해 정제된 단순당을 주로 섭취하는 식사를 하며, 바쁜 현대인의 생활과 습관이 자꾸 끼니를 거르게 된 데에서 비롯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잡곡밥과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 푸른잎 채소 등을 중심으로 식사내용을 바꾸면,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산소의 공급도 원활하게 되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건강해질 것이다.
뇌에 어떻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당분을 보내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깨끗하고 충분한 혈액을 통해 산소의 공급을 얼마나 원활히 해줄 수 있느냐가 두번째 문제이다. 이는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두뇌를 좋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올바른 식생활은 아이를 살리는 길이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길이다.
똑똑한 아이들
자식을 낳고 그 아이가 똑똑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 있을 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두 다 개인적인 일이다.
뇌는 약 100여 조의 인체세포를 컨트롤하는 메인 컴퓨터이다. 뇌는 약 140억 개에 달하는 뇌세포로 되어 있으며, 임신 18주부터 만 18세에 이르러 완성된다. 출생시 400g 정도였던 뇌는 생후 8개월이 되면 800g으로 두 배가 되고, 8세경이 되면 뇌의 90%가 완성된다.
뇌에 흐르는 혈류량은 몸 전체의 15%를 차지하며, 뇌세포는 엄청난 양의 산소와 영양을 소모한다. 뇌 무게는 신체의 5%이지만 그 덩치에 비해 뇌가 사용하는 산소와 칼로리는 신체가 사용하는 양의 20%로, 하루 약 400kcal에 해당한다. 이를 당질로 환산하면 하루에 100g의 포도당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뇌에 공급하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뇌의 구성을 보면 60%가 불포화지방산으로, 30%가 단백질로 되어 있다. 이것은 산화되기 쉬운 불포화지방산을 어떻게 섭취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좋지 않은 기름을 과다복용하면 뇌의 세포구성을 변질시켜버리기 때문이다.
뇌의 구피질은 식욕·성욕·감정·성격을 조절하며 유전에 의해 좌우되고, 뇌의 신피질은 기억력·판단력·사고력·창조력 등 고등정신을 조절하며 영양과 훈련에 의해 좌우된다.
뇌세포의 신경전달은 전기적 전달과 화학물질의 전달로 이루어지며, 원활한 신경전달이 명석한 두뇌의 운용이다.
위와 같이 뇌의 구조와 기능면에서 살펴보면 똑똑한 아이가 되는 답은 나와 있다.
첫째는 뇌의 에너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인 당분과 충분한 산소를 보내주는 일이고, 둘째는 뇌의 구조를 변질시킬 수 있는 안 좋은 지방의 섭취를 삼가는 것이다. 셋째는 신경전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비타민과 칼슘을 비롯한 미네랄의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혈당의 공급은 가공하거나 도정하지 않은 통곡식의 식사로 가능하며, 안 좋은 지방산의 섭취는 인스턴트·가공식품, 치킨과 피자·햄버거 같은 가공기름을 사용한 음식의 섭취를 막으면 가능하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영양을 소모하는 음식들의 섭취를 삼가고, 신선한 채소류와 해조류를 충분히 먹는 식생활로 바꾸어 나가면서 영양의 창고를 채워야 대사 영양소의 부족증에 의한 뇌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이러한 흔해빠진 자연적인 식사지침으로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고 믿기는 쉽지 않지만 이것은 과학이다. 과학이 규명해낸 성과이며, 이제는 자연적인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메시지이다.
아이들이 똑똑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리판단이 원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가정문제, 학교문제, 사회문제 등의 많은 부분을 해소할 만한 힌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길은 요즘같이 학교 보내기가 무서운 시대에 아이를 보호하는 길이고 부모가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어느 부모나 자신의 자녀가 머리가 좋다는 소리 못지않게 집중력도 좋아져 학업능률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최근 많은 아이들이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떨어져 학업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머리는 좋은데도 말이다. 머리는 좋은데 산만해서, 머리는 좋은데 집중을 안 해서, 하면 또 잘하는데 말이다. 머리가 좋다는 건 분명 부모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지만, 산만하여 집중을 못 하는 건 아주 불안한 상황을 뜻하는 게 사실이다.
3∼5%의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과동증, 10%에 해당하는 유사과동증, 집중력 저하와 산만한 경향까지 포함해 25%의 아이들이 식생활 문제와 함께 정신적 장애를 안고 있는데도 그 나이 때는 다 그렇다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것과 산만하여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상식선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주의결핍성 과잉행동장애라 불리는 과동증은 질병으로는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아동기에 발생하여 청소년기의 비행·탈선·등교거부 등 학교와 가정, 사회의 문제를 거쳐 성인기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생의 행로를 좌우하는 중대한 정신 신체질환인 것이다.
대부분의 과동증 아동은 부주의하고 충동적이며, 과도하게 활동하고 과도하게 감정적이며, 동기나 보상의 연기에 어려움을 갖는다. 어떤 단일한 정보로 과동증의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과동증에 대한 완벽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자녀의 병력, 지능, 성격, 학업성취, 친구와의 관계, 가정과 학교에서의 행동, 의학적 상태에서의 정보가 필요하다. 10대의 과동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평생 동안 충동성과 자기 중심성을 갖는 성격을 형성하게 되고, 학교와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법상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확률도 높다.
과동증의 4가지 기술부족 경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주의하고 산만하여 집중할 수 없는 상태이다.
둘째, 지나치게 안절부절 못하고 활동이 많으며, 쉽게 감정적이 되고, 항상 지시에 응하지 않으며, 과도하게 각성되어 있고 과도하게 움직인다.
셋째, 충동적이다. 과동증의 아이는 행동에 옮기기 전에 먼저 생각하기가 어렵다. 재빨리 행동해야 하는 스스로의 요구에 의해 자기조절 능력을 상실하여 부적절하고 생각 없는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부모는 이러한 행동이 의도적이고, 부모의 보호를 싫어하거나 반항적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그렇지 않다. 아동의 문제는 불복종의 의미보다 대개 참을성이 없고 일관되지 못하거나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넷째, 보상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어 즉각적인 반응과 보상, 결과를 원하며, 한 가지의 장기적인 보상은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행동은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자녀가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부정적 강화를 통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동증의 아동은 세상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원치 않는 것을 제거하려는 곳으로 보게 되므로, 부모를 부정하고 학교를 이탈하고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과동증의 원인설로는 출생시 손상, 내과적 질환, 경련성 장애, 약물 부작용, 납 오염, 귀의 염증, 뇌의 손상, 식생활 등이 있다. 뇌 생리학의 규명 이후 과동증의 80∼90%가 식생활에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최근의 주류이다.
식생활의 문제는 정제당의 과다한 섭취와 섬유질이 결핍된 식사에 따른 저혈당으로 뇌 대사가 부진해진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이 식품첨가물에 의한 직접 독성과 대사교란 장애이고, 세 번째가 중금속에 의한 뇌의 손상이다.
아이들에게 단순한 당질로 가득한 가공식품, 빵을 비롯한 밀가루 음식을 배제하고 세 끼 규칙적이고 전통적인 식사법을 하게 하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기억력의 문제가 향상되고, 사회적응과 품행의 문제, 학습능률의 향상 등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과동증으로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유사 과동증의 경우, 이는 절대 성격의 문제나 성장기의 과도기적 문제만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지능과 주의집중은 별개이지만 주의집중이 안 되면 지능도 떨어지고, 검색하거나 인지하기 위해 주의집중을 하지 못하면 기억력 또한 저하된다.
우리 아이는 얼마나 부모의 통제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가? 자신의 일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 자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의 과잉평가와 주관적 해석으로 성장기 때 방치된 손상은 극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싶은 아이들
키가 작은 아이를 바라는 엄마는 없다. 키는 자신감의 표현이고, 롱다리는 외관상으로도 중요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하지만 부모도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성장에 관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성장에 도움이 되고자 어머니들은 성장환이라는 한약을 복용시키고,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히기 위해 클리닉을 찾는다. 과연 한약과 호르몬으로 키를 크게 할 수 있을까.
성장에 관여하는 요인으로는 유전이 23%, 영양이 31%, 운동이 20%, 기타 환경적인 요인이 나머지를 이룬다. 성장은 유전적인 요인 23%를 제외하고는 모두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키는 충분한 후천적인 요인이 담보되지 않으면 유전적인 성향 아래서 성장한다. 그만큼 영양과 운동, 정신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영양조건이 우수한 아이들은 그만큼 더 키가 성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이들 뼈의 70%는 단백질로 되어 있고, 칼슘만이 아닌 여러 가지 비타민과 미네랄로 형성되어 있다. 마치 건물을 세우기 위해 콘크리트와 철근, 모래, 자갈 등이 모두 필요한 이치와 같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단백질 섭취 실태는 1970년대의 아이들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지만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같은 단백질 대사에 필요한 조절영양소의 결핍으로 상당 수준 이용상에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단백질의 이용 문제는 성장과 면역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우유와 치즈 등의 공급으로 칼슘 결핍을 해소하고 있는 듯 보여지나 육류와 같은 단백질 식품 섭취의 과잉과 인스턴트·가공식품, 청량음료의 섭취 증가는 칼슘 요구량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키는 커도 뼈구성은 치밀하지 못하다. 20대의 골다공증이 40대보다 많다는 통계는 이렇게 식생활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다.
한약의 성장환은 비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것으로 식욕을 촉진시켜 성장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결국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을 통해 크는 것이다.
성장 호르몬 주사가 아이들의 키를 크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당연하다. 성장 호르몬이라는 조절물질이 나와도 결국은 충분한 영양이 있어야 뼈가 되고 살이 된다. 성장 호르몬 또한 적절하게 나와야 하는 시기가 있다. 그것을 외부 주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면 그만큼 내부적으로는 내성이 생겨버리거나 부작용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성장 호르몬은 유전적으로 성장 호르몬의 합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시도되어야 한다. 신비화되어 있는 성장 호르몬 투여로 영양에 대한 무관심이 조장된다면, 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충분한 영양섭취란 제철음식·자연적인 음식들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좋지 않은 음식은 차라리 안 먹이고, 심리적 안정을 통해 영양의 낭비를 막아야 가능하다. 골격은 햇빛을 받아야 튼튼해지고 중력이 있어야 강화된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햇빛을 보고 땅을 밟으며 뛰어놀아야 큰다는 말이다.
올바른 식생활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아이들을 힘차게 뛰놀 수 있게 배려하자! 이것은 잘못되고 상업화된 의료시장에서 우리 아이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키 크는 신드롬 속에도 넘어야 할 롱다리증후군의 딜레마가 있다. 중금속 배설과 미네랄 문제가 그것이다.
납꽃게의 공포로 촉발된 식품의 오염문제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정부의 정책부재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 사그러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국민들 사이에서는 심리적 불안감과 막연한 질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중금속 오염은 새삼스럽지 않다. 납은 자동차의 매연으로도, 페인트와 살충제와 농약, 수질과 토양오염 등 우리가 인접해 있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피부와 입과 호흡기로 들어오고 있다. 중금속은 인체에 들어오면 체내에 축적되어 잘 배설되지 않고 독성 또한 만성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피해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미의 피트산과 셀레늄, 유황 단백질이 납 성분을 몸에서 내보내는 데 필요한 영양소들이다. 알레르기 반응을 통해 소모되는 히스티딘이라는 아미노산 또한 중금속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현미잡곡밥을 안 먹는 사람은 중금속의 배설이 지연되어 중금속의 만성중독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달걀의 노른자를 싫어하는 사람과 알레르기를 앓는 사람 또한 중금속 중독의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트산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뿐만 아니라 유리한 미네랄까지도 흡착, 배설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아이들의 중금속 피해는 더욱 심각한데 소아의 경우 중금속 흡수는 더 빨리 일어나며 발병하면 그 손상 또한 치명적이다. 납의 만성적인 중독은 집중력 저하, 신경질, 짜증, 흥분, 경련, 지능저하, 성장지연, 과잉행동, 학습장애로 나타난다.
통곡과 잡곡을 주로 먹던 시절과 그러한 지방에서는 이러한 만성적인 중독증상이나 성인병의 유병률이 아주 낮았다. 그러나 그들의 체격은 왜소했고 신장도 그리 크지 않았다. 또한 세계 곳곳의 장수촌마다 키 작은 사람들이 자연적인 통곡식을 먹고 있었다.
자연적인 식품을 먹고 살았던 옛날 사람들이 키가 작았던 원인이 다른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한 피트산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게 영양학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 그 정도의 문제라면 미네랄을 충분히 보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임상적으로 키는 칼슘이라는 미네랄보다 단백질의 섭취와 더 크게 관련이 있고, 잘못된 식생활에 의한 칼슘결핍이 뼈의 구성에 더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 아이들의 식생활은 키는 크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뼈는 뼈구성이 엉성한 골다공증의 상태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미잡곡밥을 먹으면 아이들의 키가 크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신체로부터 칼슘이 사라지는 것은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와 육식과 설탕의 과다 섭취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현미는 백미보다 칼슘의 함량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현미잡곡밥의 식사를 하면 아이들은 그 안의 섬유질과 씨눈의 비타민, 미네랄, 필수지방산 등의 영양소들로 인해 정서가 안정되고 집중력이 좋아진다. 또한 환경오염 물질, 불필요한 콜레스테롤 등을 흡착하여 배설시킬 수 있다.
이런 영양의 오해와 딜레마 속에서 현대의 엄마들은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아이에게 섬유질은 물론이고 씨눈 하나 찾아볼 길 없는 흰 쌀밥만 먹일 것인가, 아니면 현미잡곡을 주식으로 삼아 우리 아이들을 키 크기 경쟁에서도 구해내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키울 것인가.
무조건 롱다리와 큰 키를 지향하는 부모들과 자녀들에게는 또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키를 크게 하는 성장 호르몬과 성적인 성숙과 기능을 강화하는 성 호르몬,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조절은 모두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조절하게 되어 있다. 사실 키의 성장은 유전과 영양, 운동과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되며, 다양한 개인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모든 인체기관에는 한계점, 극한점이라는 것이 있다. 컴퓨터가 자기 용량을 초과해서 일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우리 인체도 마찬가지다. 그 이상의 일을 하게 되면 신체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노화와 쇠퇴가 촉진된다. 무조건 뇌하수체의 성장 호르몬의 자극을 돕는 약을 처방받는다면 그 자녀의 성기능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은 어떻게 될까? 자녀의 전인적인 성장과 건강체를 기대한다면 롱다리, 키 큰 아이를 부러워하는 사회적 정서는 극복되어야 한다.
셋째는 모유를 먹는 아이보다 분유·우유를 먹는 아이가 크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우유는 소의 젖으로, 송아지를 5년 안에 성숙시켜 힘세고 덩치 크게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과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딜레마는 있다.
모든 자연계의 동물들은 대부분 자기 성장기의 5배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한다. 소는 5년간의 성장 이후 25년 동안 살다가 간다. 힘세고 덩치는 크지만 빨리 크고 빨리 죽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25년간의 성장기를 걸쳐 125세의 수명을 누리게 되어 있다고 밝혀져 있다. 인간은 25년간의 성장기를 통해 성숙하므로, 모유에는 만물의 영장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키보다는 두뇌의 발달과 면역과 성장을 함께 도울 수 있는 영양소들을 함유하고 있다.
어느 젖먹이 동물도 평생에 걸쳐 그 어미의 젖을 먹진 않는다. 우유는 송아지의 먹거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짜내는 소젖은 인간의 비상식품일 수는 있을지언정, 안 먹으면 키가 크지 않고 먹어서 골다공증을 막아낼 수 있는 그런 절대적인 식품이 아니다. 현재는 우유를 통해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 등 각종 화학물질들이 체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우유를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와 수입 배합사료를 먹고 5년에 클 덩치를 1년에 커버리는 소의 고기와 우유의 질은 엄격히 다르다. 그렇게 그 옛날의 소가 아니고 우유가 아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여 광우병이라는 재앙을 받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처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인간의 작태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제 자녀의 외적인 성장만을 고민하는 부모가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전인적인 건강체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옆으로 퍼지는 아이들
겨울은 다이어트에는 적이 되는 계절이다. 못 살던 시절 겨울은 먹을 것이 궁해 많이 먹을 수도 없었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겨울에도 먹을 것들이 넘쳐난다.
추위로 활동량이 줄어들고 실내에서의 생활이 늘어나면서, 자동적으로 간식의 비중이 늘어나고 칼로리의 섭취도 그만큼 많아진다. 때문에 살찌는 아이들의 겨울을 넘겨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무겁다.
소아 비만을 걱정하는 부모들은 살이 찌고 있는 내 아이를 보고 있으면 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너무 먹는다든지, 별로 먹는 것 같지 않은데 살이 찐다든지, 아니면 너무 움직이기 싫어한다든지 등등.
먹는 것과 다이어트에 관한 부분은 여러 가지 문화적인 환경과 생활습관들까지도 포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식생활의 변화와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조부모가 자녀의 양육을 맡는 경우나, 어머니가 직장생활로 인하여 아이의 생활을 관찰할 수 없을 때 아이는 식생활과 관련되어 건강은 물론이고 체중을 유지하는 데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먹는 양에 비해 활동량이 적은 경우, 실외활동을 싫어한다든지, 게임이나 비디오 시청으로 오래 앉아 있는 경우와 편식으로 입맛이 칼로리 위주로 기울어져 있는 경우가 그러하다. 단맛에 길들여져 있거나 기름에 튀긴 음식을 좋아한다든지 채소와 해조류, 김치와 오이 등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과체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소아 비만은 지방세포수의 증가라는 점에서 지방세포의 부피를 늘리는 성인 비만과 비교하여 큰 차이와 우려를 낳는다. 지방세포는 남아도는 칼로리를 중성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하는 창고와 같다. 보통 체세포는 2배 정도까지 부피가 커질 수 있지만 지방세포는 5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방의 과다 축적은 지방세포의 부피를 늘려 세포조직에 이르는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 어릴 때는 지방세포 자체가 수적으로 팽창한다. 어릴 때 지방세포수가 늘어나면 어른이 되어서 잉여지방의 무진장 저장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른이 되어도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소아 비만은 성인의 경우에 비해 고질적이고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소아 비만은 일찍부터 성인 비만과 만성질환으로의 발전이라는 두 측면을 모두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양육자의 세심한 배려는 자녀의 일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소아 비만의 첫 번째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에 의한 편식과 식욕의 이상적 항진에 있다. 설탕과 버터와 소금과 화학첨가물이 뒤범벅된 인스턴트·가공식품, 도정하고 정백된 식품, 화학조미된 음식들과 함께 아이들의 식사는 칼로리 위주로 편성된다.
도정과 가공과정에서 제거된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은 대사 영양소로서 부족되어 에너지 발생을 저하시키고 지방으로의 축적을 부추긴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섬유질이 결핍된 식사를 함에 따라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고, 혈당이 자꾸 저하되는 저혈당 증상은 당분에 대한 욕구를 늘려 식욕을 항진하고 과식을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곡식의 도정과 가공중에 일어나는 미네랄과 필수 영양성분의 손실은 편식을 부추긴다. 자연적인 미각의 형성을 방해하고 설탕과 화학조미된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 인공미각을 만든다. 식생활과 비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올바른 식생활은 아이들이 적정하고도 건강한 체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과 같은 지침은 비만아들이 체중감량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다.
첫째, 주식은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잡곡밥과 해조류, 버섯류, 푸른잎 채소, 두부류, 콩류 식품을 중심으로 꾸민다. 통곡식과 해조류의 섬유질은 서서히 당분의 흡수를 조절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배고픔을 잊게 하며, 간식에 대한 욕구를 줄여준다. 그러므로 아주 자연적으로 식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간식의 양이 줄고 편식이 교정되어 설탕과 기름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다.
도정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들은 아이들의 정신력과 집중력을 증가시키고, 지방을 흡착하여 배설하며, 과다한 열량의 저축을 방지하므로 건강과 비만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둘째, 간식의 내용을 바꿔주고 줄여주는 데 있다. 간식은 활동중에 먹게 되므로 쉽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과잉의 칼로리를 섭취하기도 하고 간식을 과식하게 되면 주식이 소홀해짐에 따라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이 불균형해진다.
셋째, 야간에 먹지 않게 한다. 잠자기 3시간 전, 늦어도 7시 이후에는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생활습관화해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강고한 원칙에 쉽게 익숙해진다.
넷째,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특별히 흥미를 느끼는 것이 없다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서라도 그 시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이들도 운동을 하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체중감량을 위해 스쿼시나 테니스같이 과격한 운동을 권유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고, 적당한 유산소운동으로 지속적으로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격이 내성적인 아이는 더욱더 명랑하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밖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친구와 더불어 할 수 있는 운동을 택하는 것이 좋다. 운동만이 지방을 태우는 공장인 근육의 미토콘트리아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섯째, 교육치료이다. 아이들도 아는 만큼 실천한다. 밥을 빵으로 대신한 경우 자신도 모르게 먹게 되는 버터와 설탕과 소금의 양을 알아야 한다. 엄마가 해준 밥에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식품첨가물에 노출되어 있고, 이는 아이들 성장과 면역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자신이 마신 콜라 한 잔으로 자신의 뼈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알 권리가 아이에게도 있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지켜주는 역할을 거부한다면, 이는 부모로서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설득하고 교육하면 아이들도 자신의 몸에 위해가 되는 것의 섭취를 줄여나간다.
여섯째는 식사습관에 관한 문제이다. 안쓰러운 마음 때문에 엄마들이 아직까지 판단이 미숙한 아이의 생각을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된다. 항상 대화하는 자세를 가지고 아이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식사습관에 관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되도록 정해진 장소에서 식구·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넘기면 폭식을 유발하게 되고 장소를 이탈할 경우 손쉬운 인스턴트·가공식품 등을 찾게 되거나 혼자 먹을 경우 식욕을 조절할 수 없어 과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끼니를 거르게 하면 안 된다. 끼니를 거르면 지방을 합성하는 효소가 활성화되는데, 신체는 비상시를 대비해 저축하는 성향으로 바뀌어 칼로리를 대사, 소모시키기보다는 축적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또다시 폭식의 악순환을 밟게 된다.
씹을 만한 식품을 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급하게 빨리 먹는 것 또한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통곡식의 식사와 채식 중심의 식단으로 바꾸기만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워질 수 있다. 통곡식은 씹지 않을 수 없고 빨리 먹을 수 없고 서서히 소화된다. 간식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고 몸이 가벼워져서 자연스럽게 야외의 활동적인 생활에 익숙해진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체중감량이라는 그 어려운 과제는 잘못된 식생활을 반성하고 자연적인 식사지침을 따르면 반드시 달성되며 건강한 삶도 보장된다.
아이들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에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도 있겠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올바른 식생활로 시작되는 건강유지책과 비만관리야말로 과학적이고 자녀의 미래를 향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농부는 씨 뿌리고 바로 열매를 따기를 바라지 않는다. 씨앗을 뿌리면 가꾸고 돌보는 시간, 억수 같은 장마비와 작열하는 여름 햇빛을 온몸으로 이겨내는 시간들을 참아내며 결실을 거둔다.
자식농사라 하지 않던가. 농사도 이제 머리로 짓는다는 말처럼 자식농사 또한 과학이 밝혀낸 올바른 영양학적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가꾸고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힘 못 쓰는 아이들, 우울한 아이들
교직에 계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요즘 남학생들이 삽질을 못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해본 적이 없어 그렇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요즘 아이들이 힘 못 쓰고 비실거리는 것을 부정할 기성세대는 없을 것이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여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초등학교,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우울증은 외부와의 교류 속에 끊임없이 자기 변화의 길을 가야 할 나이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울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사춘기 때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요즘 아이들의 증상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20대의 골다공증이 40대보다 더 심하다는 보고처럼 뼈에 구멍이 나는 아이들, 힘 못 쓰는 아이들, 우울한 아이들,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자녀들이다.
우울함은 뇌가 제기능을 못 해 느끼는 감정상태이고, 힘을 못 쓰는 것은 내 손과 발, 근육이 발달할 기회가 없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머리도 몸도 모두 힘 못 쓰는 상태, 그것이 우울한 아이들, 힘 못 쓰는 아이들의 실상이다.
거실의 화초처럼 곱게 자라 삽을 써보지 않아서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창 성장하고 계속 움직이는 아이들에게 이런 안일한 진단만으로 전부를 해석하기엔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의 풍족한 영양, 넘치는 칼로리 속에서도 힘 못 쓰는 아이들은 분명 부조화의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급속한 성장과 발육의 시기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에너지 발생의 문제는 중요하다. 신체가 소모하는 에너지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에너지원이 되는 영양소와 이를 태워주는 데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대사영양소와 산소, 물에 의해 가능하다.
요즘의 아이들은 설탕과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가공식품을 통해 칼로리는 넘치게 먹고 있지만 이를 대사시키는 데 관여하는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아이들은 밀집된 학업환경 속에 산소의 결핍에 시달리며, 충분한 물을 먹지 않고 청량음료만 들이켜 더욱 칼슘과 비타민을 소모시키고 있다.
힘 못 쓰는 아이, 우울한 아이들은 잘못된 식생활에서 비롯된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과 같은 극도의 영양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비타민은 활력을 준다. 미네랄도 인체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효소의 활성을 도와 활력을 준다. 활력은 곧 에너지의 활발한 생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영양소들을 곡식의 씨눈과 껍질을 제거하는 도정과 가공과정에서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고, 인스턴트·가공식품, 화학조미된 음식, 청량음료를 통해 그 소모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자연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 전통적이고 자연적인 식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이들을 밝고 힘쓰는 아이로 키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