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최명애
아침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머니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요양보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친정으로 갔다.
병원 검사와 진료를 받고 오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지난해 금이 갔던 2번 척추가 더 내려앉았다. 입원실이 없어 예약만 하고 왔다. 오전에는 요양 보호사가 어머니 손. 발이 되어준다. 매일 어머니 저녁을 챙겨 드리고 뒷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가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아주 힘들다. 앞으로 닥칠 모든 일들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4명의 자식이 있지만 엄마 가까이에는 나 혼자뿐이다.
엄마의 인생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애가 탄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4남매를 가르치고 키우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과일 장사도 하고 식당도 운영했다. 강인한 삶의 의지와 생활력 덕분에 우리 4남매는 따뜻한 햇빛 같은 은혜를 받았다. 영양분을 자식들에게 베푸느라 허리는 굽어 있고 무릎에는 늘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마음이 찡하다.
지난해 어머니는 척추골절로 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었다. 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여러 달에 걸쳐 수술과 입원이 반복되었다. 방광 쪽에 염증으로 시티 촬영을 한 결과 ‘신장암’ 진단을 받았었다. 오른쪽 콩팥을 절제해야 했다. 동생들과 협의 후에 수술일을 결정하고, 수술 하루 전날 서울로 올라갔다. 새벽에 수술실 앞에서 만난 엄마 얼굴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엄마, 힘내요.” 4남매는 웃으며 태연한척했다. "어서 아침밥 먹어라."며 이 상황에서도 자식들 밥걱정을 하신다. 수술실 문이 닫힐 때까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시는 엄마의 등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2시간 동안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무사히 깨어나길 빌었다. 드디어 전광판에 수술을 마쳤다는 이름이 뜨고 엄마 이동 침대가 나왔다. 안도감에 형제들은 엄마에게 말을 걸어 잠을 깨우며 가벼운 마음으로 입원실로 향했다.
로봇 수술이라 회복이 빠를 거라고 했다. 일주일 입원 일정이 3주가 넘어간다. 그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링거 줄들을 꽂고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시
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 특이한 상황들이 자꾸 생겨났다. 급성담낭염이라 배액관을 달고 있어야 한다는 상황이다. 이동이 쉽지 않아 한 달간 서울 한방요양병원에 있다가 대구집으로 내려오셨다. 갈수록 야위어가는 엄마 모습이 안타깝다.
수술 입원 예약은 되어 있으나 의료 파업 투쟁으로 지금까지 진행이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태도는 더 야박했다. 진료 때 환자 얼굴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다. 컴퓨터만 쳐다보며 대화를 한 후 차트에 기록을 남긴다. 질문하고 답을 받아 적으면서 아예 환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기본자세와 자질이 부족하여 진료 때마다 힘든 시간이었다. 미래에는 로봇이 진료를 본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와 자세한 설명과 안내는 환자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노령이고 대수술을 위한 마취를 또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쓸개 수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친구가 수술 후의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암 수술을 말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의사의 과실도 있는 것 같지만 밝힐 방법이 없고, 환자의 상태나 여러 가지 상황 등의 변수가 있으니 단정 지어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은 수면제를 드시고 잠든 어머니 얼굴을 쳐다보니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어머니의 삶에 대한 의지와 강한 생활력, 자식에 대한 넘치는 사랑들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배액 때문에 옆으로도 못 눕고 반듯하게 누워서 보내야 하는 고통을 잘 견디신다. 버티셔서 예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여행하고 싶다. 엄마 살아 계실 때 잘 하려고 하는데 실천이 안 된다. 거동이 불편한 구순의 친정어머니 병시중을 정성으로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어느 날 문득 엄마가 계시지 않는다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생로병사가 인생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힘들어서 서로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고 후회를 반복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고마움과 후회스러움이 옹이가 되지 않도록 있을 때 잘해야지.
첫댓글 '선생 질과 의사 질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하는 겨' 깡패 영화에서 보고 들은 대사인데 깡패 입에서 나온 말이라 깜짝 놀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 젊은 의사들 심성이 고약하네요. 저러니 자꾸 AI로 대체해야 된다는 둥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을 지금 연세까지 다른 형제들보다 잘 모셨네요. 명애샘은 최선을 다하셨네요.. 어머님의 빠른 회복을 기원드립니다.
효심이 물씬 묻은 글입니다. 문장이 잘 정돈 됐습니다. 37과 같이 공부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최명애 선생님, 열심 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