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가 한번도 편했던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시간에 쫓기고 힘들었네요ㅠ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1. 클라라와 태양 1부
1)분량 및 단락장은? 원고지 196매
2)느낀 점과 그 이유는?
클라라가 정말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1부를 읽는데 초반에 어떤 이야기인지 감을 잡는데 시간이 걸렸고 벼락치기로 숙제를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에 쫓겼지만 1부만 읽고 숙제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은 시간에 쫓겨서 훑어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1부뿐만 아니라 나머지 부분도 좋았다. 인공지능로봇에 대해 이 정도로 글을 쓰려면 작가가 고민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에는 이런 소재의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과제로 읽어서 감사했고 한걸음 새로운 지평을 연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소설에서 클라라가 인공지능로봇이라는 것을 클라라의 시야를 통해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을 중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해, 해의 무늬, 태양광 흡수 이런 것들이 중요하게 묘사되는데 자동충전이 필요해서일까? 등급, 향상 이런 것들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을 가시화해서 표현한 것 같다.
쿠팅스머신은 환경오염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설정이 아닐까. 기계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환경오염은 어마어마한 재앙이다. 클라라로 하여금 조시를 대신하게 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끔찍했다. 건강, 결혼, 릭과의 갈등, 사랑, 이혼 등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인공지능로봇이 함께 하는 미래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인류의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인공지능로봇, 그러나 절대 못 하는 것이 있으며 가치관의 혼란, 윤리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 섬세하게 표현한 글이라 인상적으로 읽었다.
3)가장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는?
하지만 나는 아이를 보고 미소 짓지 않았다. 아무 표정 없이 아이의 뾰족머리 뒤쪽 반대편 벽에 있는 빨간 선반에 시선을 주었다. 특히 세 번째 줄에 뒤집힌 채로 전시된 도자기 커피잔에 눈을 고정했다. 아이가 내 손을 두 번 더 쥐었고 마지막에는 좀 더 세게 잡았지만 그래도 나는 시선을 돌리거나 웃음을 짓지 않았다.
조시에게 마음이 가 있는 클라라의 마음이 잘 형상화되었다고 생각한다.
2. 복수의 여신
1)분량 및 단락장은? 원고지 36매
1단락장: 세령이를 뚱뚱하다고 놀리는 남자 아이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조윤혁을 비롯한 남학생들을 괴롭히면서 복수를 함. 별명이 복수의 여신이 됨.
2단락장: 조윤혁이 파마머리 여자애와 같이 우산을 쓰고 가자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걸어감. 열이 나고 몸이 아픔.
3단락장: 꿈을 꾸고 몸이 가뿐해짐. 결석 후 학교에서 윤혁이와 눈이 마주치고 파마머리 여자애가 윤혁이의 친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됨.
4단락장: 윤혁이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음. 일부러 피하기도 함. 윤혁이가 재미있었다며 계속 복수해달라고 하며 머리꼬랑지를 잡고 달아남.
2)느낀 점과 그 이유는?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분량이 아주 짧았다. 돌려 말하기. 여자들은 주로 돌려 말하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윤혁이와 은율이는 서로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않지만 장난으로 관심을 표현한다. 그 부분이 재미있었다.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돌직구로 말하는 것은 부끄럽기도 하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관심을 표현할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 이 사람이다 싶으면 또는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직설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3)가장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는?
“얘들아, 착하지. 잠깐 좀 놔줄래? 너희와 난 원수가 아니잖아. 내 원수는 윤은율뿐이라고.”
“실망이다, 윤은율. 백 년 동안 복수하러 따라다닌다더니 벌써 마음이 변했냐? 재미있었는데…….”
윤혁이의 은율이에 대한 관심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부분이라서 좋다.
나도 모르게 조윤혁의 우산을 따라 걷게 되었다. 조윤혁은 긴 파마머리를 한 어떤 여자애와 한 우산을 쓰고 가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달려가서 내 신발주머니로 조윤혁의 신발주머니를 힘껏 치거나 ‘백 년 동안 복수할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럴 기운이 하나도 생겨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율이가 윤혁이에 대한 마음을 처음으로 느끼는 부분이라서 좋다.
3. 나의 첫 사랑
이 과제가 소설쓰기 관련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지난 번에 어렸을 때 기억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흐릿한 영상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기는 한데 구체적인 기억들은 별로 없다. 첫사랑도 딱히 첫사랑이라 부를 만한 일이 없다. 상당히 현재에 충실한 스타일이라 과거를 잘 잊는 것 같기도 하다. 감정해상도가 낮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이런 내가 소설을 써보겠다고 하는 것이 상당히 어이없고 막막해 보인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호감이 가는 이성은 거의 항상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 고만고만했던 것 같다. 대부분이 짝사랑이었고 또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것이 아닌 내가 꿈꾸는 환상과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26살에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이 있는데 연애할 때는 자상하고 섬세하고 여자의 마음을 잘 알거라 생각했으나 결혼해서 보니 뼛속까지 경상도의 무뚝뚝함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소설을 쓰게 되면 자기 이야기는 절대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벌써부터 부탁하곤 한다. 지난달에 우연한 계기로 부부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정서적 이혼단계라는 판정을 받고 상당히 놀란 눈치이다. 정서적 이혼단계 판정을 받기까지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 사람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나로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문제가 뭔지 몰랐고 나중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남편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있는 상태로 그냥 살았다. 얼마 전에 봤던 티비 프로그램에서 이 상태가 가장 위험한 단계라고 했다. 결혼한지 13년이 지나서 전문가에 의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점수로 판명이 되자 이제는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
결혼생활이 솔직히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소설을 많이 읽어서 더 이상한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원래 그냥 그런 사람이기에 그럭저럭 겉으로 보기에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부부생활을 해가며 어떤 식으로든 나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다행히 문제상황이 임계치에 이르렀을 때 상담을 받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보려 한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정서적으로 건강하거나 밝고 자신의 행복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되었을 것 같다. 남편도 나도 해야만 하는 일에 쫓겨서 살았고 일탈을 해본 적도 없고 행복이 뭔지도 모른 채 의무감에 짓눌려 모범생으로 살았다. 그런 사람 둘이 만나니 이런 상황이 발생했지 싶다. 그래도 26살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아마도 결국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4. 합평글 감상
1) 불꽃놀이
이런 소설을 쓰려면 경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가 이 사업 저 사업 하는 것이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아 보인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데 사업이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 맥스가 겁이 많아서 동업을 하지 않은 것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계속 사업을 갈아타서 하는데 ‘그’의 현재 경제적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사업이 거의 성공은 못 한 것 같은데 빚에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맥스가 겁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라는 것을 불꽃놀이 행사, 어렸을 때 기억을 통해 간접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제목을 ‘불꽃놀이’라고 지은 것은 그 부분이 이 소설의 핵심이어서일까? ‘그’가 무용담을 들려주기를 바라는 것은 주인공이 ‘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의도일까? 이 소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독자인 내가 느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건강하게 경제생활이나 사업을 하지 않고 쉽게 한 몫을 크게 벌어보려는 사람을 보여주면서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말자고 당부하는 것 같다.
맥스와 나의 외모묘사가 있었으면 몰입이 더 잘 되었을 것 같다. ‘그’는 이름이 없고 ‘맥스’는 구체적인 이름이 있는 것은 어떤 소설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몇 번을 고민했지만, 곡괭이랑 청바지 얘기를 했던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은 끝내 말하지 못했다.’ 마지막 문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가 신중하지 않고 누가 말한 지 기억도 안 나는 내용에 귀가 팔랑거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일까?
2) 언덕 위 하얀 타일 집
‘소설쓰기의 모든 것’ 책에서 소설을 쓸 때 배경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언덕 위 하얀 타일 집’이 정말 존재하는 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집에서의 추억 등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표현된 것이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잔잔하고 묘사가 섬세하다. 한편으로는 집과 아빠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집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더 섬세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배경이 제시된 후 사건과 상황이 다소 추상적으로 서술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아닌 수필이나 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앞부분에서 생생하게 표현한 하얀 타일 집을 배경으로 뒷부분에서 한단계 더 구체적으로 갈등이나 상황 표현이 나타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경제적인 어려움, 벗어나고 싶은 가족 이런 이야기는 많이 읽었는데... 내가 읽은 책 중에 조경란의 ‘가족의 기원’ 그 책이 최고였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짐이 될 수 있는지,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가족... 나는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다양하고 작가마다 표현의 방식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