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그림의 새벽 종소리
淸蓮박하영
고즈넉한 늦가을
수덕산 자락의 평온한 새벽녘
태초의 소리 들려오는 듯 교회 종소리 애잔하게 울린다
먼동이 트기 전 희붐한 흐름 속
소박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내 마음은 사르르 녹아내리는데
아쉽게도 큰딸 작은딸은 깊은 잠에 빠져
필그림의 새벽 종소리 듣지 못하고 놓쳐버리고 만다
이 순간을 마음 깊이 간직하려는 나는
침구에서 일어나 살며시 테라스로 나가 능선이 고운 산마루를 바라다보니
산허리를 휘감은 새하얀 안개는 하나님 성품을 그려놓은 듯이 포근하고
산자락 굽이굽이마다 단풍 물든 잣나무잎 연주황색 풍경이 참 평안하다
가을 끝자락의 여정
천로역정 길 따라 씨앗 맺은 구절초꽃
파란 하늘 아래 고스란히 마른 잎 향기 진동하고
성경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 실감을 자아내 1박 2일이 뜻깊다
마른 풀 태우는 연기 냄새가 예스러운 순례자의 집
예수님 품 안에 안긴 듯이 아늑한 기도실은
들어서자마자 두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마음 깨끗이 더 참답게 살아야지 다짐하는 나는
소풍 길 여정도 믿음의 열매로 완주하기를 겸손히 기도한다.
2018년 11월 필그림에서 作.
첫댓글 시인의 향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고운 글과 고운 사진 감사합니다
"필그림의 새벽 종소리"를 읽으면서 잠시 마음의 휴식을 취해봅니다.
pilgrim
젊을 때 부터 방랑벽이 있어 어디론가 떠너고 싶어 참 많이 돌아다녔는데 ~~
감사합니다 좋은 글
오늘은 봄 날씨 같네요...두분 새봄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