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님은 1920년이시다.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꼭 백세이시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2018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연재한 글이다. 최신의 글이고 길지 않아 쉽게 잘 읽었다. 철학과 교수이지만 철학을 위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생활에 연관된 삶의 진솔한 이야기이다. 어려서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건강에 대해 평생 조심조심하며 생활 하셨기에 오래 사시고 계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젊어서 건강하다고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건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69편의 글이 4부로 나뉘었다. 격주 신문 연재용이라 3쪽을 넘지 않는다.
1부. 한번 멋지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첫 글이 [아침 6시 반, 토스트 반 조각]이다. 제목만 보아도 규칙적이고 식사량이 적을 것이라는 것을 다 알 수 있다. 아침은 [우유 한 잔, 계란 하나, 토스트 반 조각, 호박죽 조금, 과일, 커피 반 잔]이다. 점심은 [양식당, 중식당, 한식당을 돌아가면서 찾아간다. 내게는 그 식사가 하루의 주식이 된다.] 또 [나는 5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식사가 건강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 기금은 식사의 양보다는 질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 그 대신 한끼 한 끼의 식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음식으로 주어지는 건강을 일로써 보답하자는 뜻을 갖고 식탁에 앉는다.]로 시작한다.
제목과 느낌을 일부 써보면
[60에 수영을 시작했다] 그럼 40년 동안 했다. 수영은 전신운동에 좋은 방법
[또순이를 떠나보내다] 언제나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쓴다.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은 후에 오늘의 기록을 남긴다. 2년 전 오늘은 또순이가 죽은 날이다. 미국에 사는 딸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려고 미국에서 데려온 개다. 미국에서 사람과 같이 잤기에 내 방에서 자려고 했지만 계단 밑에서 자게 했다. 산책을 나가거나 앞마당에서 놀아주는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연희동 산책길 20년] 매일 걸으며 사색 및 정리를 하는 마음으로 사셨구나!
[구름 보는 시간이 늘었다] 나이가 드니 자연(하늘, 산, 꽃, 나무, 비, 눈)에 관심이 가는구나.
[고유명사부터 잊어버린다] 우리도 벌써 생각 안 나는 단어가 많아졌지.
[세금을 많이 내 흐뭇하다] 인세도 있고 강연, 고료도 있으니 세금을 낼 정도인가보다.
[할머니들이 무서웠다] 수영장에 가면 여자가 많고 남자는 적다. 한 줄에 여자는 2~3명이 수영을 하고 남자는 5~6명이 한다. 그래서 한가한 여자 쪽으로 가니 남자 쪽으로 가란다. 할 수 없이 쫓겨났다. 집에서도 연금만 없으면 남편을 쫓아내고 싶다는 게 일본의 공론이란다.
[아흔두 살 할아버지가 반말을 했다] 버스에서 지팡이를 짚는 노인이 타기에 자리를 양보하니 “고마워”라고. (중략) 내릴 때 우연히 같이 내려 도움을 주고 같이 걸으며 연세를 물으니 아흔두 살이란다. (중략) 나보다 일곱 살이나 아래인 할아버지가 나를 손아랫사람으로 대한 것이다. 약간 억울하기도 하고 손해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팡이가 필요 없는 내가 더 고맙기도 하고.
[나는 아직 골동품이 아니다] 모교인 숭실고 전 교장, 현 교장과 강원도 양구를 방문했다. 근현대사박물관 2층에 자리하고 있는 도자기 방으로 갔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내가 소장하다 옮겨놓은 도자기들이 있었다. 두 교장에게 간단히 설명하고 내가 오래 머리맡에 두고 정들여왔던 조선 초기 백자 앞으로 갔다. 백자가 ‘저희는 골동품이에요. 한국의 전통을 사랑하는 분에게 이곳에서 저의 옛날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으로 감사해요. 그러나 선생님은 아직 골동품이 아니잖아요. 여기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선생님의 오늘과 내일을 보러오지, 과거의 선생님을 보러 오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98세처럼 살자] 새해 첫날 우리 나이로 100세가 되었다. 감사와 걱정이 함께 찾아든다. 아침에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행복 이야기를 했다. 지난 31일부터 닷새 동안은 <인간극장>에 내 100세 모습이 소개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100세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80대 중반부터는 몸이 종합병원이라고 한다. 우선 건강 유지가 걱정이다. 언제 온 손님인지 건망증이 찾아왔다. 일이 있어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왜 왔는지 깜빡 잊어버린다.
나로서 마지막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더 늙지 말자. 98세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98세였던 해에는 부러운 것 없이 살았다. 두 권의 책을 썼고, 160여회의 강연을 했다. 보청기도 지팡이도 없이 살았다. 98세가 5년쯤 더 연장된다면 내 인생 최고의 행복과 영광이 될 것이다.
첫댓글 부러울 따름이오
100살, 정말입니다. 글도 쓰고 강연도 하시다니 놀랍습니다.
글은 신문용이라지만 아주 평이합니다.
그러나 꼭 의미 있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쓸까하다가 내 생각은 빼고
그냥 김 교수님 글을 조금씩 옮기기로 했지요.
글 제목 하나하나가 모두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더군요.
이곳도 많이 추워졌습니다. 겨우내내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