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최가 절반가격의 펜션이 나왔다고 안면도 가자는 제의에 두 번 생각 않고 수락
8월9일 벼락치기로 준비해서 안면도행을 출발했다.
늘 일상에서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영천에서 괜찮았던 날씨는 대구를 벗어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만
억수같이 퍼 붓던 비는 들뜬 기분을 위협하고, 우리일행은 폭우 속을 뚫고 계속 전진.
어차피 배는 항구를 떠났다.
까짓껏 비오면 빗속에서 즐겨보는 거야
비는 충청남도 예산에 도착할 즈음 그쳤다.
하얀 구름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파란하늘이 미소를 띠운다.
날씨에 여유를 부리며 예정에 없던 수덕사로 방향을 돌려
우리는 천년고찰 수덕사를 찾았다.
마침 수덕사 앞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일어나는 광경들을 설명한 것이다.
그 중에 시인 신동엽의 일대기도 들어있었다.
분단된 국가가 만들어낸 민중저항 시인이란 걸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를 읽어 봤다
어릴 적 내가 자라던 시절엔 야바구라는게 있었다.
어른들이 몰려 있기에 앞에 가서 얼쩡거리면
“아이들은 가라, 어른들만 온나”라는 말이 기억난다
시란걸 쓴다고 껍죽대면서도 우리나라의 이름난 시인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나다.
천년고찰 수덕사 문기둥의 웅장함에 들어서기도 전에 기가 질렸다.
수덕사의 대웅전은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건립된 것으로,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장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견승암까지 가 보질 않아서 수덕사의 여승은 보질 못하고
목불상 앞에서 하심으로 절하고 내려와 수덕사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이응로화백의 수덕여관에 들렀다.
비온 후라 초가에서 떨어지는 갈색빗물에 움패여지는 땅의 운치에
나혜석이 머물렀다던 초가여관, 수덕사의 여승으로 유명했던 김일엽도
이 수덕 여관에서 여정을 풀었단다.
가신님들의 흔적에 잠시 젖어 봤다.
내려오는 길에 설익은 솔방울이 내 머리위로 떨어졌다.
떨어진 솔방울을 주워 솔향기를 맡으며 취해있는데 부스러기가 자꾸 떨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니 다람쥐가 까먹고 아래로 던진 것이다.
이 아까운 찰나를 놓칠 수 없어 카메라에 담았다.
몇 컷을 찍는 동안 녀석은 아랑곳없이 배를 채우기에 바빴다.
안면도 천수만 해안에서 다리를 기준으로 황토색담수와 초록빛해수의
선명함도 하나의 구경거리였다.
우리는 다시 차를 돌려 홍성으로 백야 김좌진장군님의 생가지를 찾았다.
백야 기념관에 시간이 늦어 입실하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무궁화가 만발한 백야로를 따라 만해 한용운님의 생가지로 갔다.
불교적인 정취에 만해님의 대쪽같은 성품에 걸맞게 소박하게 사시다 가신게 엿 보였다.
난 거기서 만해님 시심의 흔적을 찾아보려 오감에 육감을 더해 안테나를 세웠다.
일제에 저항했던 애족의 정신에 젖어 그분의 향기를 오래토록 느끼고 싶었지만
저녁이 되어서 찬찬히 살필 수 없음에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려
낙조가 아름답다는 간월도에 갔다.
간월도에 차를 세우니 바다의 짠 냄새에 내 몸도 절었다.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서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해풍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내 기억의 간월도는 짠 바다 냄새와 바람이다.
순간 나도 바람이고 싶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낙조는 보지 못했어도
나를 맞이해준 해풍, 파도는 섬 기슭을 후려치는데
물결의 리듬은 시의 운율이였다.
언젠가 나는 이 바다 끝에 살았었던 것 같았다.
간월도엔 바다를 지키는 간월암이 있었다.
간월암엔 천국으로 가는 계단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 바다로 고기떼처럼 휩쓸려 갔을 때
하늘로 가는 길에서, 길 잃은 영혼들은 부처님의 위로를 받았으리라.
세찬 바람 탓에 간월암의 처사님이 용을 쓰면서 법당 문을 닫는다.
사람들의 발길을 느꼈는지 조그마한 게가 바위틈으로 속 숨어버린다.
우리일행도 바위틈에 숨어버리는 게처럼
안면도 꽂지 해수욕장 앞에 예약한 펜션으로 쏙 들어갔다.
이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른쪽중간에 다람쥐가 솔방울 까 먹고 있어요.^^
첫댓글 네 보여요 이쁘네요다람쥐 히 두루두루 추억의
한페이지 장식을 잘하셧네요 부럽당
고맙습니다.
시간이 나는데로 2탄도 있습니다.*^^*
칫... 아무리 봐도 없구마는...
그게 그렇습니다.
착한사람눈에는 보이고 덜 착한 사람눈에는 그시기 하답니다. ㅋ
허참~ 이거 비밀인데욤~ 나 엄청 착해욤~ 그래도 안뵈네잉? ㅋ
즐겁고 편안한 여행 잘 하고 오신듯 정겹습니다.
집 떠나면 멍멍이 고생이라는데 살면서 그정도
불편없이 추억을 만들기란 힘들지요.^^
기행문 감사합니다.^^
짧은시간동안 여러곳을 다니다보니
수박 겉핡기한것도 같아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대로 만족합니다.*^^*
칫~ 집 떠나면 행복이구마는...
백암님
약 오르신거다 ㅎ ㅎ
엄청 좋았어요*^^*
긴 여정임에도 나비처럼 사뿐히 댕겨온 느낌입니다 ㅋ.
잘 다녀오셨나요.
옛것을 찾아 방황하는 것도 예술인의 기본적 가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렇듯 시몽인들이 가만히 앉아서 세상 유람하시라고
기행문까지 깔끔하게 내려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자주 여정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짧은 실력에 좀 더 자세히 쓰지 못함에 죄송스럽습니다.
사실 너무 길면 식상하실까봐 *^^*
긴 사연을
짧게 함축어로 쓰는 것이 시인의 매력이지요.
아주 잘하셨어요 짝짝짝...
헤~~~~기분이 구름됐어요.*^^*
청호님 즐거운 여행길
보는 눈으로 즐기며 미소 내려 놓습니다
딱 달라붙어 있는 아름다운 껌딱지랑 좋은 추억 한페이지 장식입니다 ㅎ
기억이란게 그렇더라구요.
시간이지나니 잊어버리는데
님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이렇게 기록해 놓으니 남네요.*^^*
여행은 사람을 기분좋게 하지요
좋은시간과 행복함이 보여요
너무 예쁜 다람쥐 찾느라고 한참을 찾았네요
찾고 보니 행복하고,다람쥐 이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