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로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이 된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이즈음이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이 반복된다.
그리하여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글자 그대로 날씨가 따뜻해져 땅 속에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던 곤충, 거북이, 개구리 등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물론 24절기가 중국 화북지역에서 유래된 것이기에 한반도의 실제 기후와는 살짝 차이가 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한파가 사라진 시점인 것은 맞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와 쌀쌀한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간혹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도 얼어죽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꽃샘추위의 경우 한겨울 한파처럼 기온이 급강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위 전에는 포근했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기온 차이가 심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체감상 느껴지는 추위가 더 세다.
중국 화북지역은 우리나라보다 봄이 빨리 시작되고 가을이 빨리 시작된다.
이날에는 흙을 만지면 탈이 없으며 그 흙을 담벽에 바르거나 담벽을 쌓아 집을 단장하며 빈대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집의 외벽에 흙을 일부러 덧바르기도 했다.
보리의 새싹의 성장을 보고 농사의 해를 예측했으며, 조선시대에는 경칩 이후에는 봄의 따뜻한
기온에 깨어나온 동식물들이 죽지 않도록 임금이 백성들한테 불을 놓는 걸 금지했으며, 또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여주는 적전과 선농제를 함께 행했다고 한다.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이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된다.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또는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는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한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한다.
경칩에는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를 예측하기도 한다.
또한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그 수액(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하다.
보통의 나무들은 절기상 2월의 중기인 춘분(春分)이 되어야 물이 오르지만 남부지방의
나무는 다소 일찍 물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日氣)가 불순하면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고,
날이 맑아야만 수액이 약효가 있다.
경칩이 지나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으며, 나오더라도 그 수액은 약효가 적다.
이처럼 경칩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조선 시대에는 경칩날이 발렌타인 데이+화이트 데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시대상 초콜릿과 사탕이 없었기 때문에 가을에 주운 은행을 이날까지 간직했다가
함께 까서 먹고 은행나무 주변에서 사랑을 확인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서로 가까이 붙어야만 열매를 맺는 데에서 유래한 상징적인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