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투자 확대하는 유럽 가보니
지난 2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전기차 벤처기업 비테크의 공장. 엔지니어 400여 명이 곳곳에 나뉘어 전기차 시제품과 설계도면을 비교해보고, 탄소섬유로 된 차체를 제작하는 등 전기차 개발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장 한편엔 흙먼지가 잔뜩 묻은 전기 트럭 시제품 한 대가 서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2018년 극한의 사막을 달리는 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완주했던 전기 트럭”이라며 “전기차 스타트업 에브로와 협업한 시제품”이라고 했다.
이곳은 원래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이 공장으로 쓰다 작년 12월에 철수한 부지다. 닛산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대 공장에서 연간 20만대 이상 상용차를 생산했지만, 전기차 투자 비용이 늘어나자 중복 투자를 줄이겠다며 이곳을 떠났다.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주정부는 닛산의 폐공장을 그냥 두지 않았다. 수십조원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자국 전기차 기업과 생태계를 육성하는 ‘디 허브(D-Hu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닛산 공장 부지와 설비를 활용해 전기차 스타트업 밀집 지구를 만들고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한 것이다. 현재 비테크를 비롯해 에브로, QEV 등 스페인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입주 기업들은 이곳에서 활발하게 협업하며 2024년 전기 픽업트럭과 소형 화물 전기밴(Van) 등 전기 상용차 10만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현재 입주사는 3곳이지만 점차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카탈루냐주는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럽 대표 지역이다. ①②자동차 성능 시험 전문기관 이디아다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자동차 성능 시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기차 테스트 수주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③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의 바르셀로나 폐공장을 전기차 스타트업 허브로 조성한 '디 허브(D-Hub)'. ④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월박스의 '양방향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는 실험을 하는 모습. /이디아다·디허브·임경업 기자
◇전기차 투자 확대하는 자동차 강국 유럽
자동차 강국 유럽은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되며, 입지가 흔들릴 상황에 처하자 전기차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디 허브 프로젝트를 시작한 스페인 역시 연간 227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유럽 2위, 세계 8위 자동차 강국이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많다.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에선 경쟁력이 있었지만 전기차 브랜드와 공장이 없다 보니 2만여 명을 고용했던 닛산이 철수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자체 전기차 기업, 기술을 육성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
스페인에는 세계적인 전기차 브랜드나 배터리 기업은 없다. 대신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뾰족한 기술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5년 바르셀로나에서 창업해, 뉴욕 증시까지 입성한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월박스’도 그중 하나다. 올 2분기(4~6월)에만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 6만4000여 대의 충전기를 팔아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새 매출이 2배로 늘 만큼 고속 성장 중이다. 이 업체는 ‘양방향 충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충전된 전기차 배터리에서 전기를 빼내 건물·가정에 보급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충전기로, 전기차 배터리를 일종의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동 창업자인 에두아르드 카스타네다 CPO(최고제품책임자)는 “태양광 발전을 하는 건물은 날이 흐려 발전량이 적을 때, 전기차를 일종의 건전지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카탈루냐 “4兆 보조금, 韓 기업에도 아낌없이 지원”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자치주에 위치한 자동차 성능 시험 전문기관 이디아다는 최근 시험 의뢰를 받는 차량의 50% 이상이 전기차일 만큼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디아다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자동차 성능 검사를 대신 해주고 완성차 업체에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디아다 측은 “충돌 시 배터리 화재 테스트, 각국 충전기 테스트 등을 도입해 전기차 성능 시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카탈루냐에는 전기차 스타트업뿐 아니라 교체식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인 사일런스 본사 등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이 밀집해 있다.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서도 전기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 배터리를 꺼내 교체하는 시민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호안 로메로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장은 “카탈루냐 주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에 투자하는 자동차 기업과 노조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32억유로(약 4조4000억원)”라며 “자동차·배터리 산업 강국인 한국 기업들이 카탈루냐에 진출할 경우에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탈루냐(스페인)=임경업 기자
첫댓글 잘보고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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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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