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날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전남 광양에 위치한 백운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예전 두어차례 오른 적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오른 지 10년은 더 지난 것 같다.
오늘은 진틀마을에서 올라가 신선대 상봉 억불산 노랭이봉을 거쳐 동동마을회관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병암산장 입구 진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제법 올라간다.
멀리 백운산이 보이는데 정상에는 눈이 하얐게 덮여 있다.
하늘도 제법 맑아 눈 쌓인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병암계곡에도 눈이 쌓여 있고...
병암산장에 도착.
차량 우측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등로에는 쌓인 눈이 얼어있지만 아직은 걷기 괜찮고.
편백나무 숲도 지나고,
숯가마터.
예전 백운산 자락에 기대고 살던 우리 선조들은 이곳에 자생하는 참나무를 베어 숯을 구워 내다 팔며 생활을 하였다. 이 곳의 숯가마터는 백운산의 높은 경사지의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여 석축을 쌓아 만든 것으로 1920~1970년대까지 50여 년간 백운산의 참나무를 이용하여 전통방식으로 숯을 구웠다고 한다. 보통 숯 작업은 1주일 이상 불을 지펴야 하는데, 이때 원목의 30% 정도가 숯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과거 숯가마 찜질방 다닐 적에 만난 숯가마 사장은 10%정도만 숯으로 나온다고 했는데...
숯가마터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향한다. 신선대에 먼저 올랐다가 상봉으로 갈 것이다.
점점 경사는 심해지고...
쌓인 눈의 양도 많아지지만 아이젠은 좀 더 올라가서 착용하기로 한다.
한고비 오른 능선은 잠시 평탄해지지만 곧 등로는 다시 가팔라진다.
바윗길이 미끄러워 이곳에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골바람이 불어올 때는 제법 한기가 들지만 티셔츠 차림으로 그냥 진행한다.
올라갈수록 주변은 점점 하얀 눈천지가 되지만 날씨는 점차 흐려지고...
능선 갈림길에 올라섰다.
좌측은 신선대 방향, 우측은 백운산 정상 방향이다. 먼저 신선대로 간다.
마치 바위 위에 공깃돌을 올려놓은 것 같다.
신선대에 올랐다.
멋진 조망을 기대했지만 사방이 곰탕이라 영 아니올시다.
한재 방향과,
진행 방향을 바라보니 잠시 시야가 열리는가 싶더니 금방 사라져 버린다.
그래도 설경은 제법 괜찮네. 다만 지리산을 조망할 수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선대를 내려서니 약간 시야가 열리며,
올라야 할 백운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따라 유달리 손이 시려 나중에는 아예 감각조차 사라져버렸다. 동상에 걸린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지만...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도 이틀간 손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다행이 괜찮았다.
상봉이 가까워졌다.
예전엔 로프를 잡고 올라갔던 곳인데 이제 보니 계단이 생겨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정상에 올라 지나온 신선대를 돌아보니 하늘은 흐리지만, 그래도 멋지게 뻗은 능선을 볼 수 있었다.
백운산 상봉(1,222m).
백운산은 4개(봉강, 옥룡, 지상, 다압)면과 구례군 간전면의 경계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라남도에서는 지리산 다음으로 높다. 이곳에서는 장쾌한 지리산의 주능선과 남해안 한려수도, 그리고 광양만의 환상적인 조망을 볼 수 있다.
온대에서 한 대에 이르기까지 980여종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특히 백운산이 자랑하는 4대(봉강, 동곡, 어치, 금천)계곡은 원리림이 그대로 남아있는 청정지역으로 여픔철 피서지로 최고의 각광을 받고 있단다.
하지만, 지리산은커녕 가까운 산 아래쪽도 보이지 않는데 조망은 무슨...
억불봉 방향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더니 조금 전에 보이던 능선이 금방 흐려지며 다시 곰탕으로 변한다.
정상에 서니 바람이 불고 추워서 인증샷만 남기고 바로 내려간다.
억불봉으로 향하는데 거리가 6km가 넘으니 부지런히 걸어야 할 듯.
능선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다. 깊은 곳은 종아리까지 빠지고.
헬기장을 지나는데 구름이 살짝 걷힌다.
너럭바위에서 바라 본 풍경인데 비록 하늘이 살짝 열렸지만 아직 조망은 시원하지가 않네.
형제봉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줄기.
지리산 방향인데 역시 보이지 않고...
가야할 억불봉.
산죽이 무성한 양지 쪽은 눈이 거의 녹았다. 하지만 발밑은 얼어 있었다.
능선 상에 자리 잡은 멋진 소나무 숲.
944봉.
뒤돌아보니 멀리 지나온 상봉과 신선대가 보이고...
고즈녁한 눈길이 걷기에 무척 좋지만 속도가 잘 붙질 않는다.
억불봉이 많이 가까워졌다. 하늘의 구름도 많이 벗겨지고.
억불봉갈림길.
좌측 억불봉으로 향한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노랭이봉으로 갈 것이다.
멋진 기암.
앞의 봉우리를 넘어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야 한다.
봉우리를 넘어서서 다시 오른 봉우리.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멋지게 뻗어있다.
저 봉우리를 넘어서야 억불봉 정상이다.
하지만 다시 내려섰다가 올라야 한다.
다시 지나온 능선.
가야할 노랭이봉 오르는 등로가 눈에 덮여 마치 폭포줄기 같기도 하고, 실 같기도 하고...
흐리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조망이 괜찮다.
큰 봉우리를 넘어서니 나타나는 계단. 가파르게 내려섰다가 가파르게 다시 올라간다.
마침내 억불봉이 보이고.
제법 가파른 경사를 묵묵히 올라가면,
억불봉(億佛峯), 업굴산(嶪窟山)
진상면 어치리와 황죽리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억불봉은 '신증동국여지승람(1481~1530)'의 원문에 '업굴산:白鷄山 東支'라고 처음 표기하고 있다. 즉 '업굴산이란 백계산 동쪽 지맥이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업굴산이 지금의 억불봉(1008m)이다. 또한 여기에서의 백계산은 현재 동백림이 감싸고 있는 옥룡사 옛터의 뒷산(현재의 백계산:253m)이 아니라 현재의 백운산(1,218m)을 지칭한다. 백계산이 현재의 백운산이라는 고증을 더 살펴보면,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의 광양현 '山'조에 '鎭山白鷄山 在縣北'으로 산 1개소만 기록되어 있으므로 현재의 백운산을 말한다. 이밖에도 백계산에 관해서는 '동람도(1531년경 제작)', '동여비고(1682년경 제작)', '해동지도(18세기 중기 제작)', '광양현지도(1872년 제작)' 등이 있다. 왜 업굴산이라고 했을까? 의문을 가져 볼 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현재의 억불봉 동쪽 절벽에 있는 굴(窟)이 이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업(嶪)의 사전적 의미는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이고, 굴의 사전적 의미는 동굴이므로 결국 험준한 봉우리에 굴이 있는 산이라고 풀이를 해도 무방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제법 열린 하늘 아래 지나온 백운산 상봉과 신선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게 뻗어있다 .
갈림길로 돌아왔다.
좌측 노랭봉 방향으로 간다.
포토존에서 바라본 억불봉.
노랭이재의 포토존.
노랭이재.
노랭이봉에서 보는 조망이 멋지다.
하늘도 제법 맑아졌고...
억불봉.
백운산 상봉.
노랭이봉에서 바로 수련관 방향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친구가 착각하여 노랭이재로 도로 내려와서 수련관 방향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엉뚱한 길로 들고 말았다. 수련관으로 내려가서는 안되는데 수련관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왔다리 갔다리 30분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수련관에서도 도로 올라올 것이 아니라 GPS를 보고 길을 찾았으면 쉬웠을 터인데 가이드와 통화하는 바람에 내려갔던 길을 다시 올라가고...
수련관으로 향하는 삼거리로 내려섰다.
이리로 내려오면 안 되는데 말이다.
여기서 한참을 다시 내려가 포철수련관까지 갔지만 다시 이곳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수련관으로... ㅎ.ㅎ.
수련관에서 동동마을로 내려가는 등로를 GPS를 통해 확인하고 제대로 길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 덕에 3km 이상을 추가로 왔다리 갔다리.
포철 수련관. 서양식으로 지은 건물이 꽤 멋지다.
동동마을로 내려가는 등로를 찾았다.
도상거리 18km, 6시간 30분 소요.
알바 덕에 30분 이상 더 걸렸다.
크리스마스날에 한 금년 첫 눈산행이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멋진 눈산행을 즐길 수 있어 괜찮았던 하루였다.
10여년 만에 찾아 온 바람에 마치 첫 산행을 하는 느낌도 들었고.
맑은 날 다시 찾아오길 기대하며 귀로에 오른다.
첫댓글 이산자락어디쯤 이모님이사시든동네어릴쩍다녓는데 네 나이칠십 그곳에사촌도아무도없어니.....
그립겠네요.
시간을 내서 한 번 다녀오시는 것이 어떨지...
백운산 잘보고갑니다
원래 멋진 조망을 볼 수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좀 아쉬웠습니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사이에 둔 백운산 겨울엔 정상부근에 눈이 쌓이는 아름다운 산이지요
봄이면 고뢰쇠수액이 골짜기마다 나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지요.
날씨만 받쳐주면 더욱 멋지고요.
봄 가을 백운산도 멋지더군요.
사진 감사합니다.
많이도 걸으셨네요.^^
행복한 저녁되세요
예기치 못하게 조금 더 걸었습니다.
능선은 비교적 쉬운 곳이라 큰 힘이 들지 않지만 눈이 쌓여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대단 하십니다
진틀~백운산 ~진틀도 제법 힘이 들던데ᆢ
덕분에 백운산 즐감합니다
새해에도 안전한 산행 즐거운 산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지요.
삿갓거사님....마니두 걸으셨네요! ㅎ
백운산 눈꽃 상고대가 장관입니다.
저는 올 겨울 아직 멋진 상고대는 보지 못했는데 대신 눈요기좀 했습니다.
겨울산 추울땐 장갑도 두께별로 두개정도는 준비해야죠! 다행이 동상에 걸리시지 않아 다행입니다!
늘 안전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상고대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장갑도 두켤레 이상 가지고 다니는데 바꿔 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ㅎ.ㅎ.
대단 하시네요^^
겨울산행의 맛이지요.
조금 힘들어도 멋진 상고대와 설경을 생각하면 견딜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