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국방부는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군의 노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인사관리제도 개선, 합당한 경제적 보상, 복지 및 주거여건 개선, 휴가여건 보장, 의료여건 확대, 자기개발 지원으로 구분하였다.
필자가 임관할 당시에도 비슷한 내용의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에 대한 이슈가 있었는데,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도 매우 비슷한 내용이 발표된 것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장기복무 선발률을 80%까지 확대하고, 3사관학교 졸업자 전원 장기복무 장교로 임관토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해결방안에는 대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현재 간부 지원률이 낮은 것은 장기복무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인사관리제도 개선으로 당장 급한불은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초급간부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로, 합당한 경제적 보상에 대한 의견이다. 얼마 전 현직에 계시는 노무사님과 현재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직자는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구직을 포기하고, 기업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직원을 고용해야하기 때문에 직원채용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추어 생각해본다면, 초급간부를 희망하는 청년들은 간부를 지원하기 전 군에 복무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충분히 살피고, 군의 복무여건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원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또한, 국방부는 군 간부모집을 위해 보다 현실적으로 뼈아프게 현실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의 간부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현재 근로기준법에 비추어 볼 때, 법 위반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보도자료에 명시된 몇 가지 상황인 경우 시간외 근무수당 상한시간 확대와 일부 복무자에 한해 합당하게 보상한다고 명시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보도자료에 명시되지 않은 상시대기가 많은 근무자들의 보상은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인다. 현재 군 간부 근무형태를 파악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지급한다고 가정한다면 경제적 보상은 보다 촘촘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지원해야 한다.
세 번째로, 복지 및 주거여건 개선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2006년 필자가 임관 당시에도 영내거주 BOQ에 3인 1실, 신규 간부전입시 잦은 숙소교체, 인터넷 연결선 별도 설치, 숙소관리실 부재 등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다.
기혼숙소는 어떤가, 아파트 배정시 계급별 평수가 나뉘어 있다. 혼자 거주하는 영관장교는 24평 아파트, 4인가족 중사가족은 15평 아파트가 배정되는 부대들이 여전히 많다. 이사 한번 할 때마다 도배·벽지,이사비를 소급하여 일부 지원하지만 전부 지원은 아니기에 명령에 의해 이사를 하면서도 자비지출이 불가피하다.
초급간부들은 중견간부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초급간부들이 장기복무를 지원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게 되면 그러한 생활을 하고 싶을지, 선배 간부들처럼 살고 싶을지, 철저히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복지 및 주거여건 개선은 군 간부 뿐만 아니라, 군무원들의 실상도 들여다보자. 전방에 배치된 군무원은 현재 규정상 숙소지원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신규 임용되는 20대 군무원의 경우 숙소 지원도 안되어 어려움을 겪고, 전세자금지원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군무원의 이러한 불합리한 여건에 대해 예전에는 ‘군무원단’이라는 조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의견수렴 및 소통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이다.
육군의 경우, 초급간부 주거시설 개선 사업을 하기 전에 해군과 공군 숙소를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린다. 혹은, 도심에 있는 빌트인 오피스텔도 가보시기를 권한다. 적어도 그 정도 수준의 시설은 되어야 한다. 걱정되는 부분은 복지 및 주거여건 개선을 했다며, 가장 좋은 몇 군데를 지휘관이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서 마치 전부 개선된 것처럼 비추어지고, 사업이 종료될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휘관은 본인 부대에서 가장 열악한 곳을 찾아내야한다. 그리고 직접 그곳에 살아보자. 그러나, 야전 부대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적인 노력이나 재정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전부대는 상급부대에 열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사업계획을 적극 건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지 및 주거여건 개선은 초급간부의 ‘자기개발 여건 보장’ 목적이 아니라, 초급간부 개개인이 '주어진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여건 보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군 본연의 존재 목적을 잊지 말자.
의료여건 확대에 대한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정밀종합건강검진을 초급간부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정작 정밀종합건강검진이 필요한 간부들은 5년이상 복무한 중장기복무 간부들이다. 군내 암 발병률에 대한 통계가 없는데, 통계를 내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초급 간부때부터 당직·훈련·대기 등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5년차, 10년차가 지나면 누적되어서 암 발병 등 큰 병으로 온다. 간부가 복무 중 심각한 질병이 생기면 각 부대 인사담당자가 지원시스템을 상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나의 경우, 암 발병 후 지원시스템을 몰라 국군 00병원을 방문하여 군의관 및 간호과장 등과 면담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전역’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더불어, 무연고자 사고발생시 지원시스템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고 후 의식불명상태에서 한 장병이 중환자실에서 생명만 연명하고 있는데, 부모가 자식을 포기한 경우, 이혼소송 중인 경우 등 사실상 무연고자가 된 경우 민간병원으로 옮기지 못하여 규정상 국군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군 병원 간부들이 사비로 유동식을 공급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러한 문제는 군내 의료체계 개선과도 연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재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기개발 지원에 대한 부분은 사실 초급간부로 복무하면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초급간부들은 군 특성상 업무를 파악하고 적응하기 바쁘고, 잦은 당직과 훈련으로 정신이 없다. 전방에서 생활하는 간부들은 공간적으로 혜택을 누리기 어렵고, 근무여건이 양호한 수도권에 근무하는 일부 간부들만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초급간부 자기개발 여건 보장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전역(예정)간부 지원시스템이다. 복무기간을 불문하고 전직지원기간에는 병과별 보유능력을 사회에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통한 1대1 케어가 필요하다. 기업을 직접 매칭하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시험운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내 한 평생을 충성심의 토대위에서 군에 바치는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연금제도 역시 교원연금 제도를 참고하여 10년 복무 후 65세 이상부터 지급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해야한다.
전역 여군으로서 국방부에 제시하고자 하는 몇 가지 여군 관련 제언도 해보고자 한다. 먼저, 여군 모집도 중요하지만, 병과별 영관장교 진급 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병과의 경우, 여군 모집 비율이 타 병과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나, 영관장교 진출 비중은 매우 적은 경우가 있다. 여군 모집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그 여군들이 오래 군 간부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모니터 해야한다.
더불어, 여군은 전역시 퇴역과 예비역의 역종을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 자녀양육의 문제로 퇴역을 선택하게 되는 비중이 높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자녀가 장성하여 복무가 가능하다고 판단이 되면, 다시 예비역으로 역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보훈처와 협의하여 병역명문가 제도에 여군복무 가족도 병역명문가 심사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국방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무엇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필자가 임관했던 2006년 초급간부 시절에 체감하던 문제점들이 아직까지도 동일한 내용의 개선사항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세대가 변하고 임관하는 간부들의 생각도 변하였지만, 우리 군의 근무여건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간부로서 자기개발여건이 보장되고, 편안한 군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간부로서 복무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군 전체가 개선되어야 한다. 초급간부로 임관하여 앞으로 5년, 10년 복무를 해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방부가 이 문제를 초급간부 여건에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더 길게 보고 보다 꼼꼼하게 큰 틀에서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예비역, 퇴역한 군 간부들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목소리를 내보자.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자신의 과거에 친절한 사람이 되어 조금씩 바꾸어 보는데 힘을 보태는 것은 어떨까.
전역한 여군 대위가 꿈꾸는 초급간부의 모습! 그리고 우리 군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
그것은 한 때 군인이었던 나의 과거에 대한 친절이고 우리 군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와 같은 군인의 길을 걷고있는 후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군대를 체감했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군인이자 장교였던 시간들이 자랑스럽고, 우리 대한민국 국군의 발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