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항아리
김구연
‘요, 작은 항아리 얼마에 파실 건가요?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가 물었습니다.
어느 것 말씀입니까? 아, 고운 우리 옆집 철이 녀석 붉은 볼처럼 오동통 살찐 것 말씀입죠? 작다고 얕보진 마십시요. 고게 그래도 큰 항아리 뺨칠 만큼 귀한 거랍니다.
그래서 얼마냐구요?
얼마냐굽쇼? 자아, 고놈을 얼마나 받아야 하나, 아삭아삭 씹히우는 깍두기를 담아도 좋구요. 새뽀오얀 서해 바다 새우젓을 담아도 그만이랍니다. 아침 마수거리니까 이렇게 드리는건데 꼬옥 쓰시려거든 더도 덜도 말고 오십 전만 내십시오.
자아, 항아리요 항아리
어린아기처럼 귀연 오지항아리.
강아지풀
오요요
오요요
불러 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 볼까요.
국어공부
염소가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매애애 매애애......
국어책 외운다.
마을에 온 까마귀
내가 왔다고
아아아 아아아
동무야 놀자고
아아아 아아아
아무도 안 나오니
아아아 아아아
그러면 간다고
아아아 아아아
귀여운 나의 새
-빨간댕기 산새 12
나에게 사랑하는 새 한 마리 있다네
이마꼭지 빨간 귀여운 나의 새.
맨 처음 나는 그 산새
노랫소리에 반했었다네
그런데 지금 나는
빨간댕기 그 산새 전부를 사랑하고 있다네.
나는 걸음마 못 하는 한 그루 어린 나무
산새 내 가지에 머물며 노래 부를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네.
날이 저물어 그 산새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다네
속으로 울음소리 죽이고 혼자 운다네.
새앙쥐
하루해가 저물고 난 뒤에 손전등 켜놓고
아기 고양이 찾으려 뒤뜰에 나섰다가
쪼그리고 앉아 들마루 아래 비추는데
손전등 불빛 속에 무언가 성큼 뛰어들었다.
화들짝 소스라쳐 놀라기도 전에
바지 속 맨 종아리 기어오르는 동물
나는 그만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서둘러 바지를 벗어던지고 보니
새앙쥐 한 마리 보르르 도망치고 있었다
어이쿠! 고추 물릴 뻔했네!
겨울 방학
달력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숙제 다 했니?
묻고 있다.
꽃씨 한 개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 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너의 가슴에
사랑의 꽃씨가 한 개 있다면
웃음의 꽃씨가 한 개 있다면
조그만 꽃씨 한 개가.
*. 김구연 -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71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오게 되었다. 펴 낸 책으로는 <꽃불>, <발간 댕기 산새>, <분홍 단추> 등이 있고 새싹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첫댓글 네, 감사~ 일 하나 덜었네요. ㅎ
고맙습니다.
여러 편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