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 가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이끼> 속의 숲처럼 우거진 산 속에서 원작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왠지 스릴 만점일 것 같은 그 체험은 영화를 보기 전의 워밍업으로도 손색없을 듯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무주 구천동의 덕유산. 일단 덕유산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잡았다.
산책로와 등산로가 지척에 있는 휴양림의 통나무집은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새소리가 들리는 숲 속에서의 휴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먼저 목적 달성을 해야 하기에, <이끼>를 들고 산책로를 거쳐 등산로에 올랐다.
덕유산의 등산로는 꽤 가파르다. 적당한 장소를 찾을 때까지 산에 오르자, 안개까지 자욱한 것이
바로 여기다 싶었다. 바위 위에 앉아 <이끼>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왜 그렇게 섬뜩한 건지! 심지어 대낮임에도 말이다. 미리 읽어두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임산부와 노약자, 담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런 모험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공포영화를 봐도 ‘악’ 소리 한번 내지 않는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한 후에 태연히 하산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무서운 척 하면 왠지 누군가 알아챌 것 같은.
첫댓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