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 순천만, 해변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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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09. 22:32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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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순천만, 해변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풍경
바닷가에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른 새벽에는 몽롱한 안개에 젖어 흐느적대고, 맑은 날 오후에는 햇살을 묻혀 흩날리며, 머릿결조차 날리지 않을 미풍에도 살며시 춤을 춘다. 갈대밭은 이 땅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순천만처럼 거창하고 우아하며 매혹적인 곳은 없다. 여름에는 초록빛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탈색된 줄기들만이 바람에 춤추는 곳이다.
환경론자들은 순천만을 생태계의 보물이라고 하지만 로맨티스트에게는 감성의 보고다. 갈대는 이미 식물이 아니라 감성의 언어다. 바람에 서걱이는 갈대 줄기와 기운 햇살에 반짝이는 꽃술에 흔들리지 않을 마음이 있을까? 그런 갈대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게 펼쳐져 있다면? 시 한 줄, 소설 한 권이라도 읽었다면 이 길을 달리면서 서정적 감흥에 겨워하지 않을 이는 없으리라.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 자전거도로는 순천만까지 이어진다.
한여름에는 갯벌에서 뻘배를 타고 짱뚱어를 낚는 어부들의 진기한 모습을 볼 수 있고, 겨울이면 200여 종의 철새가 군무를 춘다. 자연생태관과 같대밭 사이의 데크 탐방로, 용산전망대 등의 편의시설도 잘 정비되어 있다. 순천만은 갈대밭의 요람이자 생태공원의 정점이다. 순천만은 갈대밭 규모만 230만m2(약 70만 평)에 이른다.
순천만은 1960년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하다. ‘무진(霧津, 안개 나루)’이란 이름에서 안개가 자욱한 분위기가 연상되어, 어딘가 몽환적인 이 갈대밭은 한 번 다녀가면 더욱 진하게, 가보지 않았다면 잔잔하게 마음을 끈다.
명작의 무대는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현장에 서는 이에게 정서적인 울림을 준다. 1960년대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문체와 구성으로 충격을 던진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무진으로 훌쩍 떠나온 주인공의 이야기다. ‘무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안개 속의 몽롱한 느낌을 주고, 작품이 의도하는 일탈과 도피의 무대로도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 그래서 순천만 여정은 현실적으로는 생태기행이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문학기행이 된다.
순천시는 『무진기행』의 무대를 기념해 갈대밭 상류의 이사천 교량교에서 갈대밭 중심인 대대포구까지 3km의 둑길을 ‘무진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무진길은 순천 시내에서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과 연결되어 있어 둔치의 자전거도로와 바로 이어져 있다.
우아한 목조 현수교인 이사천 보행자 전용교
이사천은 상사호에서 흘러드는 지류로 이 다리 옆에서 동천과 합류한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무진길이 시작된다.
자전거로 떠나는 ‘무진기행’은 아무래도 스산함이 감도는 가을날, 안개마저 자욱한 이른 아침이 좋겠지만 연두빛으로 빛나는 봄날도, 초록빛이 묻어날 것만 같은 여름도, 심지어는 본래의 갈색으로 물든 겨울마저도 매력적이다.
순천 시내에서 동천 자전거도로와 무진길을 따라 8km를 가면 순천만의 거대한 갈대밭이 펼쳐진다. 이 길만으로 갈대밭이 주는 감흥을 추스를 수 없다면, 바닷가 흙길을 따라 장산갯벌관찰장까지 4km를 더 가도 좋다.
순천만 갈대밭 사이로 나 있는 데크 탐방로
자전거는 출입금지다.
순천만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용산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다. 갈대밭 관광 중심지인 대대포구 건너편에 길게 뻗은 산줄기의 남쪽 끝 해발 80m 지점에 있다. 대대포구에서 갈대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1km 가서 다시 산길을 1km 정도 가야 한다. 데크 탐방로는 자전거가 진입할 수 없어 꼬박 걸어서 왕복해야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수고가 될 것이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갈대밭 전경
동천이 크게 굽이치며 왼쪽 순천만으로 흘러들고, 물가에는 특이하게도 동글동글한 섬모양의 갈대밭이 형성되었다.
순천 시내를 흐르는 동천의 둔치 자전거도로에서 코스가 시작된다. 시내는 하천 좌우에 자전거도로가 나 있는데, 서쪽 길을 이용해야 대대포구까지 곧장 갈 수 있다. 여기서는 순천역과 버스터미널 중간에 있는 풍덕교를 기준으로 삼는다. 풍덕교 아래의 동천 자전거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대대포구의 정갈한 모습
갈대밭 사이의 갯골을 운행하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
풍덕교에서 6km 가면 앙증맞은 현수교 형태의 이사천 보행자 전용교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곧 제방길이다. 성긴 가로수에 갈대밭을 끼고 아득히 뻗어 있는 『무진기행』의 무대인 무진길이다. 무진길은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800m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교량교에서 시작해 갈대밭이 있는 대대포구까지 3km 구간이다. 대대포구 일원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으로 울타리가 쳐져 자전거는 진입할 수 없다.
장산갯벌관찰장 가는 길에 잠시 갈대밭 사이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데크 탐방로는 자전거 출입금지다.
순천 시내에서 장산갯벌관찰장까지 전 구간이 완전한 평지이고,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까지는 포장이 되어 있어 미니벨로나 생활자전거로도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초보자도 시내에서 40분이면 갈대밭에 도착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 장산갯벌관찰장 간 4km는 논과 바다가 접해 있어 운치를 더한다. 다만 성수기 휴일에는 관광객이 넘쳐나므로 비수기나 평일을 권한다.
추천 코스
풍덕교(순천 시내) → 이사천 보행자 전용교 → 무진길 → 순천문학관 →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총 8km, 40분 소요)
숙박 & 맛집
흑두루미 펜션민박
대대포구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포구와 가깝고 슈퍼를 겸한다.
(061) 2665-8852
대대선창집
짱뚱어탕과 장어구이로 알려져 있다. 대대포구 주차장 입구에 있다.
(061) 741-3157
순천만가든
순천만 특산인 짱뚱어와 꼬막 요리 외에도 장어구이가 맛있다. 대대포구 입구에 있다.
(061) 741-4489
찾아가기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나 순천IC에서 나오면 동천 자전거도로가 있는 시내까지 6km 정도다. 대중교통으로 순천역이나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 내릴 경우, 동천을 지나는 풍덕교가 400m 내외의 거리에 있어 접근하기 쉽다. 자동차로 대대포구까지 곧장 갈 수도 있는데, 순천 시내에서 벌교 방향 2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청암대학교 앞에서 좌회전해서 6km 가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순천만, 해변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풍경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2014. 4. 15., 김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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