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황금소나무

[권영시]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삽시도) 산 39-2번지에 황금곰솔이 있다. 곰솔은 해안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해송이라고도 한다. 이곳 황금곰솔은 2009년 보령시에서 보호수 제2009-4-17-1호로 지정되었는데 수령 40년생, 수고 8m, 가슴높이 둘레 77cm 크기다.

   우리나라의 황금소나무는 1987년 강원도 삼척군 가곡면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나 1995년 고사되었다고 한다.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주인리에도 수령 50년생, 수고 6.7m, 가슴높이 둘레 52cm 크기의 황금소나무가 있다. 2003년도에는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귀래2리 동막골에서도 황금색을 띤 황금소나무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2003년 9월 1일, 원주투데이신문, 「세계적 희귀종 ‘황금소나무’ 발견 화제」).

   이러한 황금소나무는 솔잎에 엽록소가 없거나 양이 적어서 생기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소나무변이종의 특이한 현상을 가리킨다.

   필자도 2018년 4월 황금소나무를 발견했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야산이다. 그날은 세경대학교 정문에서 청령포 폐역을 돌아 서강 건너편에서 청령포를 바라보면서 산을 한 바퀴 돌아가던 중이었다.

   영월군을 드나드는 것은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와 그의 능인 장릉이 있어서다. 필자는 안동권씨부정공파 34세이다. 파조는 시조의 9세손 권통의(權通義)이며, 파조의 5세손 권백종(權伯宗)은 필자의 19대조이다. 슬하에 권전(權專), 권촌(權忖), 권기(權기, 기 한자는 겁박할 기이지만 인터넷에 등록되지 않았다.) 셋을 둔 권백종은 1371년(고려 공민왕 20) 한성부윤을 지냈고, 효자로서 정려(旌閭)가 내려졌다. 정효비는 안동시 평화동의 문중 산에 있던 것을 안동댐 주변에 안동민속촌을 조성할 당시 그곳으로 옮겼다.

   권백종의 장남 권전은 세조의 스승이기도 했으며, 벼슬이 판윤에 이르렀다. 여식이 조선 세종대왕의 맏며느리로 5대 문종의 비(妃) 현덕왕후이고 그 사이에 단종이 태어났다.

   필자는 문중 일에 적극적인 가친을 따라 향리에서 다섯 살 때부터 두루마기를 잡고 시조묘소를 참배하게 됐고, 휘 백종과 휘 전의 묘소에도 따라 다녔다. 이런데서 단종의 원혼을 달래기도 하며 영월을 드나드는데 그날은 영월 청령포 폐역을 돌아 서강 건너 청령포를 바라볼 수 있는 나루터 옆 산으로 올랐다가 마침 하송로 끝에서‘별빛 트레킹 길’안내도가 설치돼 있어서 영월교육청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던 도중에 드림아파트 갈림길을 지나면서 꽃봉오리 맺힌 줄댕강나무와 비교적 일찍이 꽃 피운 가침박달나무를 발견하면서 연신 셔터를 누르면서 걸었다. 이곳 줄댕강나무와 가침박달나무도 최대 군락지에 버금가는 자생지로 보였다. 그러다가 절무리골 능선에서 황금소나무를 발견했다. 이 황금소나무는 수령 10년생 미만으로 근원 직경 6cm, 수고 1.4m, 수폭 2.2m, 역지 중에 가지가 제일 긴 것이 1.3m, 그 다음이 0.9m이었다.

<2018년 4월 영월에서 발견한 황금소나무>

   당시 일대의 자연환경여건을 조사해봤다. 토양은 회백색이었으며 소나무 하층식생으로 줄댕강나무가 자라고 특히 가침박달나무와 회양목이 함께 군락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보아 석회암지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토양 여건을 감안해 솔잎이 황금빛깔을 지닌 것은 혹시 가뭄현상인지, 영양 결핍인지, 또는 청령포가 구비치는 겨울철 서강에서 불어오는 냉혹한 바람이 능선부를 넘을 때 부딪치는 강추위를 이기기 위한 내한으로 인한 현상인지, 여러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예의 주시하면서 관찰해 보기로 했다. 이 황금소나무는 어린나무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한성에 약하거나 가뭄 및 영양 결핍에 민감할 것으로 여긴 나머지 판단이 용이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지난 해 가을 초입인 9월 중순에 다시 찾았다. 솔잎의 색깔은 봄에 보여준 빛깔보다 오히려 더 진한 황금빛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데서 가뭄이나 동면으로 인한 영양 결핍이나 성장 및 생장 장애로 나타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여서 특이한 변이종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고를 측정한 결과 5개월 동안 무려 40cm나 우뚝하게 자랐다.

<2018년 9월 다시 찾은 황금소나무>

   한편, 필자가 발견한 영월의 황금소나무와 충남 보령시 삽시도의 황금곰솔을 비교하기 위해서 지난 4월에 삽시도에 입도했다. 삽시도는 충청남도에서 안면도와 원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며, 보령시에서는 원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삽시도의 최고봉은 서편의 붕구뎅이산(114.2m)인데 온통 원추리 군락지였다. 새싹이 뭉텅뭉텅 잘린 것을 보아하니 고라니의 양식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라니와 두 마리 흑염소가 정답게 놀다가 필자의 발걸음 소리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뺑소니치는 모습에 오히려 필자가 더 놀라기도 했다.

   진달래가 한창 꽃피운 가운데 자색 꽃피운 고깔제비꽃, 하얀 꽃피운 남산제비꽃, 자색 꽃피운 현호색, 그리고 2~3월에 눈밭에서 꽃피워야 할 솜털이 노루귀꽃이 때늦게 하얀 꽃피운 가운데 꽃 대궁에 잔털이 송송한 모습에도 눈길이 끌렸다.

   또 서편으로는 아주 작은 섬인 면삽지에는 마침 신비의 도로가 생겨 그곳으로 드나드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면삽지 신비의 길>

일대의 산비탈에는 동백나무 한 포기 보이지 않았으나 벼랑에 빌붙어 이제 막 움틔운 동백나무가 눈에 띄었다. 이파리가 반질거리는 모습에서 새들이 열매를 따먹고 배설한 씨앗이 번식을 도왔을 것이다.

   남쪽으로 남쪽만을 향해 황금곰솔을 찾아가면서 울릉도와 흡사한 코끼리 바위 자태도 볼 수 있었다. 해안에 사구가 형성된 곳이 10여 개소였는데 그 중에 남쪽에 위치한 해안사구에 해당화 군락지와 찔레꽃 넝쿨이 엉켜 자라고 인접한 2~3m 높은 산비탈에 황금곰솔이 자라고 있었다. 

<충청남도 보령시 삽시도리 황금곰솔의 이파리 색깔>

<충청남도 보령시 삽시도리 황금곰솔 전경>

   필자가 들른 시점에서 볼 테면 보호수 지정으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얼마나 자랐을까 싶어 가슴높이의 둘레를 측정한 결과 79cm로서 겨우 2cm밖에 자라지 못했다.

   삽시도의 황금곰솔을 관찰하고 나서던 삽시도는 입항과 출항 항구가 서로 달랐다. 출항항구가 위치한 밤섬은 그 옛날 밤섬이지만 지금은 삽시도와 밤섬을 사구가 연결해 놓아 농경지와 해안 숲이 만들어져서 밤섬 아닌 삽시도와는 한 몸 통이나 다름없었다.

   밤섬에서 복쟁이끝까지 해안 길이는 3km는 되어 보인다. 해수욕장 너머로 해안에는 10여 채의 고기잡이배가 밧줄에 묶여 바다가운데 출렁거리고 있었으나 출항선박을 기다리는 틈에 어느 새 썰물로 이어진 것일까, 개펄에 주저앉듯 멍하니 놓여 있었다.

  <밤섬에서 복쟁이끝가지의 해안사구와 정박 중인 선박>

   한편, 삽시도를 다녀오자마자 또다시 황금소나무를 발견했던 영월로 향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황금소나무는 간곳없고 산등과 중턱으로 길을 내면서 황금소나무를 없애버렸다. 아마도 영월군에서 ‘별빛 트레킹 길’ 노선을 확장 및 증설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안타까운 현실에도 희망은 있었다. 주위에서 또 다른 황금소나무 개체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가을에 일대의 소나무가 주변의 소나무와 달리 유독 황금빛을 띤 소나무가 더러 보여서 혹시 황금소나무변이종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추정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침 황금빛깔을 지닌 여러 소나무 개체를 또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일대의 소나무 임상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소나무 본포 면적 약 1ha에 수령 10~70년생, 수고 2~10m, 흉고직경 6~32cm 되는 것 백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가운데, 황금소나무는 흉고직경 6cm~32cm, 1.5~10m 되는 여러 개체가 증가일로에 있었다. 황금소나무 군락지로 가는 중이다.

<황금소나무와 일반 소나무와의 비교>

<황금빛깔이 독특하게 나타난 황금소나무>

    황금소나무 비교 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삽시도와 영월군을 다녀온 뒤이어 원주시 귀래면 귀래2리 동막골 황금소나무 자생지를 찾아 갔다. 동막골의 황금소나무는 당시 보도에 따르면 수령이 50∼60년생이며 키(수고)는 14∼15m, 가슴높이 지름은 25㎝ 가량이었다.

   원주에 도착하여 정확한 지점을 확인한 뒤 찾아가기 위하여 시청 공원녹지과에 문의했는데 이 사실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사실 확인 뒤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하는 수없이 신문보도를 참고하고 모바일로 인터넷을 통해 이동했는데 정확하게 찾아 갔다. 그런데 크게 실망했다. 황금소나무와 근접한 곳에 거주하는 80세 가량 할머니에게 문의한 결과 고사 된지 오래됐다고 했다. 다시 마을 주민 강신형(83세) 할아버지를 만나 재차 확인하였는데 똑같은 대답이었다. 그런데도 고맙게도 현지에 다가가서 자라던 위치까지 가리켜주어 무척 고마웠다.

   일대를 살펴본 결과 100여 평의 야산으로 서쪽에서 북쪽으로 돌아가면서 밭이 형성되어 있으며, 뒤편인 동쪽으로는 계곡이 형성되어 물이 흐르는 가운데 그 건너편에 계곡을 끼고 농가가 자리하고 있었고, 남쪽으로는 주택의 마당과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주인에게 황금소나무를 여쭸으나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야산으로 이루어진 이곳 조그마한 임야에는 자연석이 산재한 가운데 소나무 50~150년생, 수고 10~20m, 가슴높이 지름 26~100cm 되는 것 10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하층식생으로 병꽃나무, 뽕나무, 아카시아나무 등과 넝쿨이 자라고 있었다. 현재 남은 소나무는 수세가 왕성하다. 발견당시 산림청 임업연구원에 사실 확인을 의뢰한 결과 황금소나무로 최종 확인되어 국내에서 발견된 7∼8그루의 황금소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런데 황금소나무가 고사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황금소나무는 사진에서 보이는 소나무 왼쪽에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 앞부분에 있었으나... >

   한편, 영월군에서 발견한 황금소나무가 삽시도의 황금곰솔에 비해 비록 육송과 해송의 차이점은 있지만 황금빛깔이 월등하다는 걸 사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영월군은 앞으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일대의 임야에는 지피식생을 제거하고 새로 느티나무 어린 묘목을 식재하였으나 생각 같아선 이보다는 기왕에 자생하는 줄댕강나무와 가침박달나무 및 야생화 등과 함께 하층식생을 장려하도록 입지적 여건에 따라 상호 공생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방향으로 생태계 보존이 요구된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지금의 황금소나무 몇몇 개체를 넘어 황금소나무 군락지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산림유전자원 보존을 위한 천연보호림 지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데서 원주의 황금소나무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미리 관리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심후섭]

높은 열정에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늘 건안하소서

[권영시]

과찬의 말씀,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