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잘 보이지 않는 틈새와 낮은 곳,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생명체들의 신비로움과 밤낮의 오묘한 시간들. 시인은 그 세계를 새로운 상상으로 채워갑니다. 때론 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어쩌면 어른보다 단단한 아이들. 그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팔랑팔랑 사뿐히 써 내려간 시인의 세계.
■ 출판사 서평
새롭게 세상을 느끼는 재치,
그 유쾌한 상상을 노래하는 시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받아쓰기 다섯 번
바다 적었다.
공책에서
글씨들이 밀려왔다.
_〈바다쓰기〉 중에서
글을 배우며 아이들은 헷갈리는 단어들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말을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곧잘 만들어 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 편견 없는 세상을 느끼곤 하죠. 권지영 시인은 갇히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를 관찰합니다.
자꾸만 세상과 부딪히는 고운 마음,
모두가 상상처럼 편안해질 거라는 믿음.
코끼리 귀는 날개 같아.
팔랑팔랑 날아오르네.
동물원을 떠나 아프리카로
팔랑팔랑 날아오르네.
커다란 발이 사뿐히
팔랑팔랑 날아오르네.
_〈팔랑팔랑 코끼리〉 중에서
고운 마음은 때론 세상이라는 모서리에 쿡 찔리기도 합니다. 시인은 상상으로 모든 존재의 편안함을 빕니다. 그리고 이건 아이들의 방식이기도 하죠. 코끼리가 동물원 밖으로 날아가는 상상을 하고(「팔랑팔랑 코끼리」), 친구에게 먼저 사과하는 상상도 합니다(「싸운 날」). 시인은 힘껏 상상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꿉니다. 그리고 그 상상으로부터 커다란 힘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꽃은
슬퍼하는 사람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 주려고
소리 없이 피어나.
세찬 바람 속에서도
울고 있는 마음 달래 주려고
환하게 피어나.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웅크린 마음 도닥여 주려고
축 처진 꽃잎이
다시 활짝 피어나.
_〈너는 알까〉 중에서
누군가를 위로하고 보듬는 것만큼 커다란 힘이 있을까요? 증조할머니의 제삿날, 아이의 방식으로 할머니를 위로하고(「하늘나라 와이파이」), 자신감을 가지라고 힘을 불어 넣기도 합니다(「풍선의 충고」). 시인은 마스크를 써도 다 보이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향해 활짝 웃어 보입니다(「마스크 써도 다 보여」).
■ 차례
시인의 말
1장 우주를 떠도는 말
깜빡깜빡 신호등 12 ┃ 두더지 고속도로 13 ┃ 싸운 날 14 ┃ 아픈 말 15 ┃ 바람 먹는 날 16 ┃ 파란 대문 19 ┃ 여행하는 유리병 20 ┃ 우주를 떠도는 말 22 ┃ 봄 편지 23 ┃ 사슴벌레라 다행이야 24 ┃ 마법의 말 26 ┃ 나의 돌멩이 28 ┃ 포도 한 알 30 ┃ 농부의 하루 32
2장 버스 학교
틈새 36 ┃ 콧구멍 저금통 38 ┃ 이란성 쌍둥이 40 ┃ 까치 둥지 42 ┃ 거꾸로 곱셈 44 ┃ 하늘나라 와이파이 46 ┃ 해바라기 48 ┃ 너는 알까 49 ┃ 너럭바위 출석부 50 ┃ 버스 학교 52 ┃ 바다쓰기 53 ┃ 별그릇 54
3장 자전거 도장
풍선의 충고 58 ┃ 지렁이 60 ┃ 모래무지 62 ┃ 돌마자 64 ┃ 천천히 자라는 기쁨 66 ┃ 자전거 도장 68 ┃ 비둘기 선생님 69 ┃ 반딧불이 70 ┃ 변신쟁이 물방울 72 ┃ 마스크 써도 다 보여 74 ┃ 노루귀 76 ┃ 별들이 속닥속닥 77 ┃ 사랑은 78 ┃ 자장자장 자장밥 79
소행성 B612 80 ┃ 게걸음 81 ┃ 끼리끼리 코끼리 82 ┃ 사과나무 84 ┃ 조개 눈 86
4장 팔랑팔랑 코끼리
너도 꽃 나도 꽃 90 ┃ 파꽃 92 ┃ 늑대 열네 마리 94 ┃ 책 책 책 96 ┃ 민달팽이 98 ┃ 노랑의 약속 99 ┃ 길 100 ┃ 팔랑팔랑 코끼리 102 ┃ 얄미운 파도 104 ┃ 숨바꼭질 106
느티나무의 꿈 108 ┃ 택배 왔다! 109 ┃ 마음의 문 110
■ 저자 소개
글 권지영
어느 날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들에 눈길이 머물게 되었어요. 마음만은 날고 있을 텐
데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생명들 말이에요. 그래서 동시로 노
래하기 시작했어요. 자유롭게 날아올라서 어디든 폴폴 원하는 곳으로 가 보라고 주문
을 외우면서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보낼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
합니다.
그동안 동시집 《달보드레한 맛이 입 안 가득》 《방귀차가 달려간다》 《재주 많은 내 친
구》, 동화책 《비밀의 숲》, 그림책 《책이랑 놀아요》 《행복》 《전설의 달떡》 《세상에서 가
장 소중한 너에게》 《노란 나비를 따라》, 청소년 시집 《너에게 하고픈 말》 등 어린이와
어른 모두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말과 글을 마음에 담아 가고 있습니다.
그림 젤리이모
계절이 변하는 산을 바라보며 새콤달콤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빛 청소부》 등이 있고, 그린 책으
로는 《이해력이 쑥쑥 교과서 속담 100》 《왜 양보해야 돼요?》 《쿵쿵! 마음을 말해 봐!》
《또박 또박 동시 써요》 《위인들에게 배우는 어린이 인성 교육》 《초등학생이 제대로
읽어야 할 교과서 전래동화》 등이 있습니다.
■ 시인의 말
함께 눈을 감고 팔랑팔랑~!
어린이 친구들은 나를 꼼짝 못 하게 합니다.
어린이의 말 한 마디, 눈빛 하나 닿을 때마다 나는 멈칫하고 맙니다.
맞는 말만 하고, 간혹 다른 말을 할 때도 참 좋습니다. 모르는 게 있어서 물어볼 때도, 모르면서 안다고 우길 때도 참 좋습니다. 왜냐면 난 어린이를 정말 정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 그 모든 얼굴과 그 안에 든 마음들을 사랑합니다.
내가 떠나 버린 세계가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세계여서 참 좋습니다. 그 세계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비로소 내가 아주 좋아하는 그 마음과 그 표정들을 조금씩 담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웃음이 많은 나를 더 웃게 해 줘서, 눈물이 많은 나를 토닥거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 어린이의 표정을 닮아 가며 늘 동시로 노래합니다.
오늘도 함께 있어 기쁘고 즐겁습니다.
여기에 담긴 작고 작은 이야기들은 내가 듣고 본 것들의 아주 작은 일부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틈새와 낮은 곳,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생명체들의 신비로움과 밤낮의 오묘한 시간들. 그 사이에서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을 함께 들여다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까르르 웃음과 말똥말똥 쳐다보는 누군가의 얼굴이 읽히는 날입니다.
눈을 감고 팔랑팔랑 날아오르는 권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