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 '빛'] 참깨를 수확하며 입력2015.09.18. 오후 8:09 수정2015.09.20. 오후 4:26
남연성 교무님
교당 옆 공터에 전임 교무님이 주인 허락을 받아 텃밭을 일구어 놓으셨기에 후임인 나도 텃밭을 사용해도 좋다는 말씀이 있어 농사를 짓기로 했다.
부임하고 보니 이 지역이 도시 외곽이라 차를 타고 나가야 파 한 뿌리라도 사 올 수 있는 형편이라 텃밭이 있으면 유용하기도 하다.
감자를 캐내고 약간의 거름을 하고 참깨를 심었다. 참깨를 심을 때 주변에서 "그 땅에 참깨가 잘 될까요?" 하는 걱정의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기왕 심었으니 잘 돌보기로 했다.
무더운 여름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주고 그렇게 수확을 기다리는데 참깨 끝자락 꽃이 피는 부분을 잘랐더니 참깨 가지가 튼튼해서 잘 쓰러지지도 않고 먼저 영근 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것도 적었다. 신통하게도 덜 쓰러지고 비슷한 시기에 같이 결실을 보니 동시에 수확할 수 있었다.
참깨를 직접 심고 거두면서 시절에 맞게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어찌 이것이 농사에만 한정된 이야기이겠는가?
농사 중에 가장 중요한 농사가 사람농사라 하였다. 그것을 우리는 인농(人農)이라 부른다.
옛 말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그만큼 어릴 때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며 시기를 놓치지 않는 훈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예학의 태두로 평가받는 사계 김장생 선생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구봉 송익필 선생에게 십 년을 기한으로 맡겼다. 구봉 선생은 사략(史略) 반 권만 가르치며 불 때고 나무하는 일을 시켰는데 대문장가가 되었다고 한다.
대바구니 하나를 만드는 데도 문리를 얻지 못하면 만들지 못하듯이 학문을 하는 데도 문리를 얻어야 한다. 사계 선생은 문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자(知者)는 우자(愚者)를 가르치고 우자는 지자에게 배우는 것이다.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배울 것을 구할 때는 불합리한 차별 제도에 끌릴 것이 아니라 오직 구하는 사람의 목적만 달성해야 한다. 사람농사를 함에 있어 지식 교육과 아울러 도학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원만한 인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을 일가친척분들에게 인사하며 몸으로 배워보고 가문의 미풍양속도 체험해 봤으면 한다.
남연성 원불교 교무
원광대 교학대학 졸업, 면목, 울산, 홍콩, 당감 교당과 웅상교당을 거쳐 현재 밀양 수산교당 주임 교무를 맡고 있다. 마산교당 출신이며, 법호는 안(安)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