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고향의 봄날에는..
내 고향 마을은 섬진강가 조그만 산 아래에
아랫마을 윗마을 샛터로 나뉘어져 있는 강촌 마을 이었다
우리집은 안채 행량 채 헛간으로 초가집이 세채였지요.
이맘때 터 밭에는 파. 솔(부추).상추가 파랗게 돋아나
이런 봄날 학교에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을 때면
엄마는 터밭에서 파 몇뿌리 뽑아서 간장에 파를 썰어 넣은 양염 장을 만들어
도리판(둥근) 상에 보리밥 한 그릇 챙겨주시면 파양염장에 비벼 먹은
보리밥이 왜 그리도 꿀맛이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런 봄날이면 그 맛이 생각나
가끔씩 마트에서 파를 사다가 만들어 먹어보지만 그 맛은 느낄 수 없다.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파란 보리밭위로 종달새 지저귀는 들판
독새 풀 가득한 골짜기 논에서
“이라저랴.” 소 몰면서 못자리 준비하는 아버지에게
엄마가 대광주리에 봄나물 반찬에
막걸리 한주전자 보리밥 한그룻 냉수 한그릇 담아서 머리에 이고
무명치마 허리춤 올리며 논길을 가던 보습이 눈에 선합니다.
귀소본능일까요...?
나이 들어가니 내가 태어나 자란 곳 시골 생활이 그립습니다
고향이 그리워 어쩌다 한번 씩 가보면 그때 그 시절에 정을 나누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세월따라 산천도 변해
마음에 그리던 고향이 아니다.
삭막한 도시생활을 탈피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도시 생활에 젖어 있는 우리들은 마음뿐
갈수는 없는 마음속에 고향인가 봅니다
울타리 가에 살구나무는 연분홍 꽃이 활짝 피고
샘물가 미나리 밭에는 싱그러운 풋내음이 가득하고
개울 건네 논에는 빨간 자운영 꽃이 피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논두렁 헤매며 삐비 뽑고 뒷산에 올라 참 꽃따서
정자나무 아래모여 신랑각시하며 빠끔살이 하던 그때가
우리 인생살이 중에 근심 걱정이 없었던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기에 고향이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엊그제 흐렸다 개어서 일까요...?
먼산에도 가로수 나무도 파란 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봄바람 부는 계곡 과수원 복숭아나무 밭에
연분홍 꽃이 활짝 피여 곱습니다.
봄바람 불어 봄내음이 가득한
이아침!
파란 하늘이 너무 좋습니다.
봄이 오는 모습이 이리도 아름다운 것은
내인생에서는 다시는 올수없는 계절이라서 일까요...?
이봄날 같은 포근한 정을 나눌수 있는 사람과
봄길을 걸으며
봄 이야기 나누면서
봄 내음에 취하고 싶습니다.
산유화가